소설리스트

12. 이상한 심장의 기운 (12/98)

12. 이상한 심장의 기운

“이건 뭡니까?”전쟁터를 방불케 하던 몇 벌의 드레스와 턱시도 촬영이 끝났다.  

슈트 재킷을 벗고 타이를 없앤 편안한 모습을 한 채, 지환은 침대를 바라보았다. 

그 앞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던 포토그래퍼는 입을 열었다. 

누가 몇 번을 물어도 해맑다. 

“이번 촬영에 쓸 소품입니다. 괜찮죠?”“허.”허. 지환은 탄식했다. 

침대…… 침대…….

지환은 푹신해 보이는 침대를 바라보다가 마른침을 삼켰다. 

마주 서 있는 것과, 나란히 눕는다는 것은 다소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 것이다. 

누워…… 눕는다…….

“이 사진이 저희 스튜디오의 핵심이거든요. 여기서 신랑님의 욕망 발현하시면 안 됩니다.”“무, 무슨 그런 말씀을.”잘 가라…… 욕망…….

잠시 피어오르던 욕망의 상상을 부숴버렸다. 지환은 헛기침을 하며 태연한 척했다. 

신랑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품이기도 하다며 포토그래퍼는 사심 없이 웃었다. 

“어, 저기 신부님 나오시네요.”지환은 포토그래퍼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캐주얼하게 의상을 갈아입은 그녀가 터덜터덜 등장한다. 

드레스보다는 편안해 보이는 오프숄더의 청남방, 미니 사이즈의 풍성한 샤 스커트. 

묶었던 머리를 끌러 내린 희원은 어둠의 기운을 풍기며 다가왔다. 

“하도 허리를 조였다가 끌렀더니 배가 사라진 것 같아요.”“허기져서 그럴 겁니다. 나도 배고파요.”“이거 끝나면 갈 수 있는 건가요?”“뭐, 아마도. 파이널이라고 했으니까.”둘은 함께 서서 침대를 응시했다. 

파이널은 파이널답게, 두 사람에게 어려운 과제였다. 

촬영을 시작하려는 듯 포토그래퍼가 다가온다.

이쯤 되니 지옥의 사신처럼 여겨진다. 

“간단해요. 두 분 누워서 다정하게. 참 쉽죠?”아까부터 느낀 건데……

“이렇게 쉬운 일이 어디 있어요? 두 분 누워 있기만 하면 되는 건데. 그렇죠?”하나도 안 쉬워, 이 양반아……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

“누워보세요. 다정하게.”하…… 두 사람은 동시에 탄식했다. 

“미리 신혼 예행연습 하신다고 생각하시고 누워보세요. 괜찮아요.”쓸 일 없는 예행연습 같은 거……

하나도 필요 없어…….

“가죠. 권희원 씨.”“네. 네네. 그러죠.”하지만 언제까지 서 있을 수만은 없는 일.

포토그래퍼도 퇴근해야 한다. 물론 우리도 해야 하지.

또다시 어려운 숙제를 한다는 기분으로 두 사람은 어정쩡하게 침대로 다가갔다. 

포기했다는 듯 지환은 털썩 침대에 누웠다. 

그러곤 툭툭 옆을 쳤다. 

“오시죠. 부인.”“아오…….”희원은 뻔뻔한 지환을 바라보다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부인이라니.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지구 밖으로 탈출할 것만 같다.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희원은 침대에 슬며시 누웠다. 

“팔베개는 신랑들의 필수죠! 신랑님 팔베개!”“……부인. 그럼 잠시 머리를 들어보시죠.”“그 부인이라는 소리 한 번만 더 했다가는 가만 안 둬요.”지환은 피식피식 웃으며 팔을 쭉 내밀었다. 

희원은 가늘게 눈을 뜨고는 머리를 들었다가 그의 팔 위에 머리를 내렸다. 

으으으. 으으으으으.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다! 이상하다고!

희원은 두 눈을 꼭 감았다. 갑자기 난데없이 심장이 널을 뛴다. 

“신부님, 느끼지 마세요! 벌써 그러시면 안 됩니다!”“안 느껴요! 안 느낀다고요!”희원은 번쩍 눈을 떴다. 지환은 웅얼거렸다. 

“뭘 그렇게 느껴요. 곤란한데.”“그 입 다물죠. 얼굴에서 입이 사라지는 수가 있으니까.”“권희원 씨. 혹시 그거 알아요? 우리가 나란히 침대에 눕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인 거.”“당연히 알죠. 당연히 알고 있죠.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아주 잘 알고 있죠.”“뭘 또 그렇게까지 확신합니까? 사람 앞 일 어떻게 될 줄 알고.”“뭐, 뭐요?!”“자, 두 분 잠시 실례할게요. 잠깐만 움직이지 마세요.”웅얼거리며 티격태격하고 있는데 포토그래퍼가 다가오더니 침대 위로 올라선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찍을 예정인지 자리를 잡고 서며 카메라를 들었다. 

“신랑님은 비스듬히 누워서 신부님 허리 좀 잡아주세요. 신부님은 신랑님 가슴에 손을 얹고.”이보오! 자네! 누워만 있으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

흑. 희원은 지환이 자신의 방향으로 비스듬히 눕자 숨쉬기를 멈췄다. 

스멀스멀 허리로 그의 손이 내려온다. 

“권희원 씨, 실례 좀 하겠습니다.”“…….”그의 손이 허리에 닿자 희원은 심신의 평화를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다. 

전신에서 맥이 뛰는 것만 같아, 빠른 박동을 들킬 것만 같았다. 

혼자만 긴장한 모습이 볼썽사납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 분, 이번 촬영도 금방 끝내봅시다.”……그녀는 슬픈 생각을 시작했다. 

할아버지에게 혼난 기억. 어릴 때 병아리가 삼 일 만에 죽은 기억. 

두근. 두근.

아끼던 팔찌를 잃어버린 기억. 처음으로 나간 대회 무대에서 토를 한 기억. 

진정해! 제발 진정하라고!

슬픈 생각을 해봐도 소용없다. 

주인 마음도 모르고 자꾸만 심장이 뛰어오르니 죽을 맛이다. 

“권희원 씨.”“…….”“허리가 어딥니까?”“아오.”아오. 이 작자는 남의 속도 모르고 농담질이다. 

희원은 순식간에 달뜬 숨이 내려가는 것만 같아 굵은 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허리가 어딘지 모르겠는데.”“거기요. 거기 허리 맞거든요.”“아아. 그렇습니까? 여자 허리를 잡아본 적이 없어서.”“하, 네네. 뭐, 네. 어련하시겠어요.”자, 여기 보세요! 

갑자기 들리는 음성. 두 사람은 얼떨결에 위를 올려보았다. 

찰칵. 포토그래퍼는 플래시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었다. 

……완벽한 쇼윈도를 위한. 

엉망진창의 결혼 준비 현장이었다. 

“어라? 계장님, 서검 어디 갔어요?”지환의 검사실을 다시 찾아온 정윤은 텅 빈 책상을 바라보다가 최 계장을 향해 물었다. 

서류 정리를 하던 최 계장은 정윤을 바라보며 인사를 건넸다. 

“서 검사님 오늘 월차 내셨습니다. 일이 있으시다고.”“일이요? 그래요? 무슨 일인데 서검이 일을 다 빠지고. 계장님, 혹시 무슨 일인지는 모르세요?”“네. 그냥 일이 좀 있으시다고만 하셨습니다.”어지간하면 쉬는 법이 없는 지환이기에 정윤은 갸우뚱했다.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 어차피 내일 나오니까.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려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아, 그럼 이거 계장님 드세요.”그러다가 정윤은 들고 있던 쇼핑백을 최 계장에게 건넸다. 

“이게 뭡니까? 초밥 포장해 오셨습니까?”“서검 초밥 좋아하잖아요. 먹으러 갔다가 생각나서 산 건데 주인 없으니까요. 계장님 드세요.”“오다 주웠다는 말보다 더 반가운 말인데요. 잘 먹겠습니다.”최 계장이 쇼핑백 안을 살피며 허허 웃는다. 

정윤은 이만 일하러 가보겠다고 돌아섰다. 

“아, 저기, 최 검사님.”“네?”어인 일로 최 계장이 정윤을 불러 세운다.

“제가 궁금한 게 있어서 말입니다.”“네? 뭐가요?”“서 검사님은 결혼을 할 수 있는 위인이 아니라고 하셨잖습니까? 그게 이유가 있는 건가 해서 말입니다.”“아…… 그거요.”“두 분 워낙 친하신 거야 다 아는 사실이고. 혹 차 검사님만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나 해서요.”차 계장의 질문에 정윤은 웃음을 터트렸다. 

“뭐, 동기 중엔 저만 알고 있는 서검의 비밀이 하나 있긴 하죠.”“아? 그게 뭡니까?”최 계장이 눈을 빛낸다. 

정윤은 말해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타인의 개인적인 사실을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건 명백한 사생활 침해인데 제가 어떻게 제 입으로 말을 하겠어요, 최 계장님.”“아…… 사생활 침해…… 그 정도로 심각한…….”“농담! 농담이에요!”정윤은 농담이라고 손을 내저으며 약간은 씁쓸한 눈빛을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서지환 검사는 결혼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사랑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봐요.”“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들으신 그대로, 서지환 검사는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한 가지 확신을 하자면ㅡ

그는 누구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ㅡ

“더 정확하게는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죠. 뭐, 그래요. 서지환 검사는.”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다. 

사랑을 하고 싶은 의지도,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욕심도 증발해버렸다. 

그렇게, 되어버렸다. 

“차 검사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더 궁금한데요.”“계장님, 더 많이 알면 다쳐요. 나의 은밀한 발설은 여기까지.”저 가볼게요. 

정윤은 농담 섞인 말로 대화를 갈무리하며 최 계장을 향해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의 결혼 일정은 아직 비공식으로 진행되었기에,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정윤이었다. 

“아버님, 저예요.”“그래, 들어와라.”저녁 식사를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권 선생의 서재로 희원의 어머니 ㅡ 임정순 여사가 들어섰다. 

“아버님, 다과 좀 드세요. 요번엔 식혜가 아주 잘됐어요.”임 여사는 조용한 걸음으로 다가서며 책상에 다과를 내렸다. 

권 선생은 쓰고 있던 작은 돋보기안경을 벗으며 읽고 있던 고서를 덮었다. 

“아버님 요즘 입맛이 없으세요? 식사도 잘 하시질 않고.”“더워지려 해서 그러나, 신경 쓰지 마라. 이 나이 먹고 식욕이 왕성한 것도 이상한 일이지.”“그런 말씀 마세요. 드시고 싶은 음식 있으시면 말씀하시고요.”“거기 좀 앉아라.”“네. 아버님.”임 여사는 작은 티테이블에 앉았다. 

권 선생은 느린 걸음으로 다가와 며느리와 마주 앉았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아들을 만나 이날 이때까지 군말 없이 가정을 이끌어온, 귀한 며느리.

“막상 희원이 보내려니 섭섭하냐? 얼굴이 통 안 좋은데.”“무얼요. 보내야죠. 아주 못 보는 것도 아닌데요.”임 여사는 속내를 감추며 웃었다. 

하지만 무안함을 섞어 웃음을 터트려본들 시원하게 보일 리가 없었다. 

“애미야.”“네. 아버님.”“희원이 곱게 키우느라 고생이 많았다.”권 선생은 작은 음성으로 며느리의 지난날을 치하했다. 

느닷없는 시아버지의 인사가 멋쩍은지 임 여사는 시선만 내린 채 말을 아꼈다. 

“다 안다. 애미 네가 가정을 위해 지금껏 얼마나 희생했는지.”……그게 참 이상했다. 

다신 보지 못할 슬픈 일도 아니요, 딸아이가 팔려가는 것도 아닌데.

딸아이의 결혼이 정해진 순간부터 엄마는 문득문득 가슴이 저리고 미어졌다. 

모두가 웃는데, 혼자만 열이 나고 손이 떨렸다. 

“언젠가는 희원이가 결혼을 해야겠지, 그러니 준비해야지, 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결정을 할 줄은 나도 몰랐다. 애미 너는 더 혼란스럽겠지.”요 며칠, 엄마는 밤잠을 잃었다. 식욕을 잃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보다가도 울고, 생전 열어보지 않던 가족 앨범을 꺼내 들여다보고는 생각에 잠겼다.

새벽녘, 잠이 든 딸아이의 방문을 열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은 습관이 되었다.

이곳에 더는 네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할까,

매일 아침, 매일 밤, 네가 들어오지 않는 이 텅 빈 집을 어떡해야 할까.

이제 너는 다른 이와 새로운 가족이 되어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될 텐데ㅡ 

너를 보내자니 팔다리를 끊어내는 것만 같은 헛헛한 엄마의 마음은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우는 게냐? 쯧쯧, 아직도 이렇게 눈물이 많아서야.”“……그냥요. 조금, 그러네요. 좋은 일이라고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자꾸 이렇게 주책을 떨어요.”딸아ㅡ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나의 딸아ㅡ

부디 행복해라. 부디 잘 살아라.

사는 내내 너의 기쁨만을 바랄 엄마를 위해서라도ㅡ

“막상 보내려니 서운하겠지 왜 아니겠나. 평생을 그거 하나 키우고 바라보고 살았는데. 나도 이렇게 허한데, 너는 상심도 제일 크겠지.”모든 것이 충만하게 쏟아지는 삶의 중심에 있어라.

불행일랑 옷깃을 스치는 일도 없게 완연한 행복을 만끽해라.

너 아니면 의미 없다는 사랑을 받고ㅡ

죽는 날까지 혼자라는 외로움은 모르며 이롭게 지내라.

“허어, 이렇게 홍수 같은 눈물을 어찌 참고 있었을꼬? 에효, 참…….”“죄송해요…… 죄송해요, 아버님…….”“죄송은 무슨, 울어라. 실컷 울어. 비워져야 채울 수 있는 법이다. 실컷 울고 털어버려.”내 살을 파내 너를 만들었으니, 잊지 마라. 한시도 잊지 마라.

엄마의 모든 것이 흙으로 돌아가 세상에 너 하나 남는대도 절대로 잊지 마라. 

사랑한다.

사랑한다. 

“어어? 그런다고 더 크게 우냐? 나 원. 크흠.”“아휴, 그러게요. 왜 이렇게 눈물이 자꾸…… 아휴…….”사랑한다, 나의 딸아. 

얼렁뚱땅 스튜디오 촬영을 마치고 식사까지 끝낸 두 사람의 테이블로, 간단한 후식이 나왔다. 

희원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얼마 후면. 

유부녀가 된다. 

“우리가 특이해서 결혼 실감이 안 나는 걸까요, 원래 실감이 안 나는 걸까요?”“글쎄요. 저도 처음 하는 결혼이라.”희원은 지환의 대꾸에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까지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권희원 씨.”“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를 부른다. 희원은 시선을 들며 지환을 바라보았다. 

그는 작은 케이스를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받아요.”“이게…… 뭐예요?”벨벳 느낌의 작은 케이스.

한눈에 보아도 주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때, 은은한 노래가 흐르며 직원이 커다란 꽃다발과 케이크를 가져다주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희원은 지환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결혼은 결혼이니까.”“아…….”“프러포즈도 없이 여기까지 온 게 미안하기도 해서, 준비했습니다.”……프러포즈.

희원은 조심스럽게 케이스를 열었다. 

안을 들여다본 그녀의 입술은 멍하니 벌어졌다. 

“반지는 미리 맞춰서 뭐를 준비해야 할까 했는데.”목걸이다.

“아…… 언제 또 이런걸…….”“권희원 씨는 나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걸 후회할지도 모릅니다.”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그는 진심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만큼 어려운 결정해준 거,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저를 위한 일이었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요.”“어찌 되었든 고마운 것도 고마운 거니까.”어쩐지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커다란 계약을 앞둔, 비즈니스 차원의 답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기를 지운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계약 결혼도 결혼이라고 남편의 예를 다할 만큼 섬세하지 않고ㅡ

“평생 후회하지 않게 해주겠다는 말은 못 하겠네요. 보통은 프러포즈에서 그런 말을 하던데.”그러니 상대를 배려할 필요 없다 할 만큼 무심하지도 않다.  

그런, 사람이다. 

“대신 평생 권희원 씨를 자유롭게 해줄게요.”“……그 말이 더 감동인데요.”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희원은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내가 해줄게요. 잠깐만.”지환이 옆 의자로 다가와 목걸이를 건네받았다. 

희원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묶어 올리며 목을 길게 뺐다. 

뒤로 돌아가서 걸어주면 편한 일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지환은 그녀 목을 둘러안는 자세로 가까이 다가갔다. 

헙. 희원은 숨을 멈췄다. 

귓가에 가까이 다가온 그의 숨결이 목덜미에 퍼졌다. 

작은 고리에 연결하는 일만 열중한 지환은 그녀 목덜미로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어우, 이거 힘드네요.”투박한 손이 연신 고리를 놓친다. 

그녀는 볼 바람만 잔뜩 분 얼굴로 마른침만 삼켰다. 

첫 만남에서 강렬했던 그의 향기가 감돌며 온기까지 퍼져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 향기만 맡으면 자동으로 심장이 반응했다. 

“자, 다 됐습니다.”어렵사리 목걸이를 연결한 지환이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희원은 머리칼을 어깨로 내리며 밀린 숨을 내쉬었다. 

그녀 목에 자리한 목걸이는 영롱한 빛을 냈다. 

지환은 그녀의 자태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고맙습니다. 권희원 씨.”희원은 이 순간, 웃고 있는 건지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결혼을 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