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01. 결혼식 하루 전으로 돌아왔다.
그날, 눈을 떠 보니 어딘지 낯설면서도 낯익은 묘한 장소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체 뭐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돌아보고서도 한참 만에야, 이곳이 결혼하고 한동안 살던 바로 그 신혼집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전처의 직장인 대양 그룹 본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무리해서 전세로 마련해 놓았던 집이다.
꽤나 많은 추억이 남아 있는 집이다.
결과적으로는 전부 불쾌한 기억이라 문제지.
갑자기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밀려 올라오는 기분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갔다.
욕실 거울에 비친 사내의 모습은 수십 년 전 모습 그대로이다.
그걸 보고서야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유일하게 한 번 결혼했던 시간으로 돌아와 버린 모양이다.
말도 안 돼!
황급하게 욕실을 나가 오래전 쓰던 전화기를 찾아 본다.
침대 옆 테이블 위에서 충전 중인 전화기를 들고 날짜를 확인했다.
2014년 3월 14일.
진짜란 말이야?
다른 것은 몰라도 하룻밤 사이에 젊어져 버린 자신의 몸과 얼굴이 그걸 증명한다.
근데 3월 14일이면?
이런. 내일이 결혼식 날이로구나.
갑자기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다행이다.
하루만 늦게 돌아왔으면 그 끔찍한 생활을 다시 반복해야 했다는 거다.
이제 망가져 버린 젊은 시절을 다시 되돌릴 여유가 있다.
만세!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유진은 다시 침대에 앉아 방 안을 둘러본다.
한동안 꿈에서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집이지만, 시간을 거슬러 다시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다.
원래였다면 내일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입주할 예정이었지.
결혼을 앞두고 그녀가 신혼집을 꾸미느라 정신없던 것도 기억이 난다.
유진은 휴가를 앞두고 처리해야 할 업무 때문에 바빴기 때문에 회사도 가까운 그녀가 수시로 드나들며 집을 꾸미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마도 몇 번 정도는 아예 여기서 자고 회사로 출근했던 것 같았다.
하필이면 한창 바쁠 때라 유진은 지방 출장 등으로 몇 번 와 보지도 못해, 늘 미안하다 사과를 해야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반대로 그가 여기서 잠을 자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유진은 잠시 기억을 되살려보려 노력해 본다.
아! 그랬었지······.
바로 전날 결혼을 축하해 주겠다는 동료들과 술을 마시다가, 불현듯 그녀가 보고 싶어져 전화를 하니 받지 않았다.
어쩌면 신혼집에 와 있겠구나 싶어 와 보았는데, 그녀가 없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다가 그냥 집에서 자고 있겠거니 하며 잠이 들어 버렸던 모양이다.
아직 결혼하기 전, 때때로 늦은 시간이면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잘 때는 전화를 무음으로 해 놓는다 했었지.
수십 년 전의 일이지만, 꽤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나름 인상적인 기억이었던 모양이다.
나중에야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것 때문에 무척 분노했었지만, 이제 와서야 그저 지나간 일일 뿐이다.
“마침 잘됐네.”
유진은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기 있었지?”
신혼집을 꾸미면서 설치해 놓았던 보안 카메라가 눈에 들어온다.
아이를 낳고 나면 필요할 거라며 그녀가 설치하자던 카메라였다.
보안 카메라 앞에 다가선 유진은 슬롯을 열고 메모리 카드가 있는지 확인해 봤다.
역시 있네.
어찌 된 일인지,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제대로 되는지 살펴보니 메모리 카드가 없어 의아해했었다.
틀림없이 결혼식 전날까지만 해도 있는 걸 알았는데 말이다.
그럼 신혼여행을 간 사이 누군가가 이 집에 들어와 카메라의 메모리 카드를 빼 갔다는 말이다.
당시는 그냥 그려러니 하고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틀림없이 무슨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가 알면 퍽 불쾌했을 어떤 이유가······.
메모리 카드를 빼서 노트북에 끼워 넣고 동영상 플레이어를 틀었다.
아직 집에 인터넷 연결되지 않았고 공유기도 설치하지 않아 네트워크로 확인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다.
노트북에서 동영상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보안 카메라를 설치하고 가동이 시작된 순간부터 빠르게 화면을 돌려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하던 장면을 찾을 수 있었다.
“응?”
유진의 눈이 번뜩였다.
예상했던 장면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이였기에, 유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볼륨을 좀 키워 보았다.
“본부장님. 어때요?”
내일이면 아내가 될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된 거였단 말이지?”
유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비로소 수십 년간 그를 괴롭혔던 비밀이 풀렸다.
유진은 그 비밀의 장면을 눈 하나 떼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았다.
이제는 더 이상 분노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몰랐던 무언가를 알게 되어 기쁠 뿐이다.
필요한 장면을 전부 확인하고 동영상 플레이어를 정지한 뒤 동영상을 노트북에 복사했다.
그리고는 지난밤 자신이 오던 순간부터의 영상을 삭제해 버리고, 메모리 카드를 도로 끼우고 전원을 꺼 버린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부 얻었다.
유진은 다시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오늘 하루가 아마도 무척 번잡스러워질 것 같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해서 정신을 가다듬고 욕실에서 나와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한참이나 가고 나서야 상대는 전화를 받는다.
벌써 10시가 넘었으니 아직 자고 있을 시간은 아니다.
“나야.”
조금은 긴장한 목소리로 유진이 말했다
얼마 만에 듣는 그 여자의 목소리인가?
- 응? 벌써 전화했어?
노곤한 목소리로 그녀가 대답한다.
“벌써는. 10시가 넘었는데.”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긴장은 사라지고, 차가운 물을 한 바가지 끼얹은 듯 마음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유진은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말을 이었다.
- 무슨 일이야?
조금 귀찮아하는 목소리다.
“지금 어디야?”
- 어디긴. 집이지.
“그래? 그럼 내가 그리로 갈게. 30분이면 가.”
- 뭐가 그렇게 급해?
어딘지 당황한 목소리다.
“내일이 결혼식이잖아. 바삐 움직여야지.”
할 일이 많다. 그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려면 하루도 모자랄 것이다.
- 바쁘기는 뭐가 바빠. 나 지금 일어나서 아직 피곤해. 이따가 봐. 점심 먹고.
“좀 빨리 봤으면 좋겠어. 할 이야기도 있고.”
- 그냥 전화로 하면 안 돼? 아흥!
뭔가 야릇한 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알았어. 점심 때 봐. 어디서 볼까?”
- 음······ 조금만. 아! 내가 조금 있다가 전화할게. 알았지?
귀찮아하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아양 섞인 말투로 말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끊어 버린다.
뭐, 어쩔 수 없지.
상관없다. 빨리 보려는 거야 그녀를 위한 배려였을 뿐이다.
유진은 다시 전화를 건다.
“접니다.”
- 어. 그래.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냐? 내일 준비로 바쁘지 않아?
부친의 목소리가 반가웠다.
결혼식을 앞두고 들뜬 것은 자식만이 아닌 모양이다.
“사실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목소리가 왜 그러니? 어디 불편한 거니?
“아뇨. 아버지 목소리를 들으니 기뻐서요.”
- 참나. 다 큰 사내가······. 그래. 할 말이 뭐냐?
“내일 결혼식 취소합니다.”
유진은 담담하게 자신이 내린 결정을 알렸다.
- 뭐! 지금 무슨 소리냐!
부친이 그렇게 당황한 것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꿈쩍도 안 할 양반이셨는데, 자식의 말에 화들짝 놀라는 걸 보니 송구스럽기 그지없다.
“이따가 뵙고 말씀드릴게요. 여하튼 결혼은 할 수 없습니다.”
- 둘이 싸운 게냐?
“아직 안 싸웠습니다. 이따 만나서 그렇게 될 예정이지만요.”
- 너 혼자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거냐?
“예.”
- 몹쓸 녀석! 그러면 안 되지. 새아가한테 미안하지도 않느냐?
“미안하지 않습니다. 사정이 있습니다.”
잠시 부친이 말을 않는다.
- 목소리를 들어 보니 정말 뭔가 있는 모양이로구나.
“예.”
- 그래. 알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그럼 만나서 하기로 하고······. 휴우, 우리 쪽 하객들한테는 내가 직접 전화를 돌리마.
부친은 유진의 말을 받아들였다.
“죄송합니다.”
- 죄송할 거 없다. 네가 그렇게까지 하는 걸 보니, 뭔가 단단히 문제가 있는 모양이로구나. 그렇다면 잘 처리할 수 있겠느냐?
“해야지요.”
- 그래. 알았다. 엄마한테는 내가 말하마. 이따 올 때까지 막아 놓을 테니, 일이나 잘 보거라.
“알겠습니다. 아버지.”
전화를 끊고 유진은 잠시 전화기를 내려보았다.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된 부친인데, 이런 소식부터 전해야 하는 게 착찹했다.
그래도 결혼 뒤에 그 몹쓸 꼴을 보시게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때부터 점심 때까지, 유진은 결혼식에 부른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청첩장을 돌린 모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사과를 했다.
당사자인 유진이 가장 힘들 거라 생각했기에 다들 위로의 말을 건네 주었으니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다시 목소리를 듣게 된 그 많은 지인들에게 대뜸 파혼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조금 우스웠다.
유진은 곧 회사의 상사에게도 전화해 사정을 설명했다.
- 아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미쳤어?
“그렇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아니. 나한테 죄송할 거야 없지. 괜찮아? 지금?
“뭐.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 나, 참! 이 사람······ 그래서 정말 안 하는 거지? 결혼식?
“예. 양해 좀 해 주세요.”
- 하······. 알았네. 부서 사람들한테는 내가 전하지. 전화 돌릴 데도 많을 텐데, 부서 사람들은 빼고 해.
일할 때는 까다롭기 그지없는 사람인데, 이럴 때는 또 너그럽다.
“그리고 신혼여행 때문에 낸 휴가는 그냥 쓰겠습니다.”
- 그렇게 해. 마음 추스르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 응? 다녀와? 어딜? 설마 신혼여행?
“네. 혼자서 그냥 다녀와야겠습니다.”
- 허,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 여하튼 다녀와서 보자고.
이것도 해결됐다.
유진은 그 뒤로도 쉴 새 없이 전화를 돌렸다.
그리고 약속했던 점심시간이 조금 안 되어서 그녀에게 연락을 받았다.
- 나야. 아까는 잠이 덜 깨서 정신없었어. 나 원래 아침에 눈 뜨면 그런 거 자기도 알잖아.
목소리가 발랄하기만 하다. 혹시라도 파혼 소식이 그녀에게까지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둘 사이에 겹치는 지인이 거의 없었고, 그나마 둘 사이에 관련 있는 사람에게는 아직 연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찮아. 신경 쓸 거 없어.”
- 근데 지금 어디야? 혹시 신혼집에 가 있는 건 아니지?
뭔가 신경이 쓰이는 목소리였다.
“아니. 어제 술을 잔뜩 먹어서 근처 모텔에서 잤어.”
신혼집에 다녀왔다는 소리는 할 필요 없었다.
- 그럼 우리 회사 근처에서 만나자. 나 회사에 뭐 두고 온 게 있어서 가 봐야 하거든. 한 시간쯤 있다 보자.
“그렇게 하지. 회사 앞?”
- 아니. 우리 가끔 보던 로티에서 봐.
회사 근처의 조용한 커피숍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 그렇게 하지.”
전화를 끊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걸쳐 입고 문을 나섰다.
전화를 잔뜩 했더니 슬슬 배가 고파 온다.
그녀가 도착할 때까지 뭔가 먹으며 배를 채워야 할 거 같았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켰다.
이 얄팍한 샌드위치 한 조각에 만 오천 원은 너무하다는 생각을 하며 계산을 한다.
커피까지 합하면 거의 2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유진이 살던 곳에서는 두툼한 햄이 들어가고 야채도 가득한 푸짐한 샌드위치를 커피까지 곁들여 15달러면 먹을 수 있었다.
그것도 지금부터 한참 뒤의 일이다.
강남 물가는 수십 년 뒤로 돌아온 유진에게도 놀라울 정도였다.
그래도 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랜만에 먹는 얇은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가 꿀맛이다.
하긴. 다시 젊어져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마당인데 뭔들 맛이 없을까?
잠시 후, 샌드위치 하나를 맛있게 먹어치웠을 무렵, 그녀가 들어왔다.
아주 오랜만에 젊은 시절의 그녀를 보았다.
여전히 아름다운 여자이다.
살짝 부른 배를 감추려는 듯, 천천히 걸어 들어와 유진 앞에 앉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자기 무슨 일 있어?”
“응? 무슨 일?”
“할 말 있다며?”
“아! 맞다. 그래. 우리 결혼 취소해.”
유진은 마치 영화관 데이트라도 취소한다는 듯 가볍게 말했다.
“뭐라고?”
그녀의 눈이 잔뜩 커졌다.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
아직까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화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해 봤는데, 우리 서로 너무 안 맞는 거 같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슬슬 뚜껑이 열리는 모양이다.
“말, 맞는데?”
“지금 장난해? 결혼식 하루 앞두고 지금 뭐? 취소를 해? 미쳤어?”
“서로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하지 말고 여기서 끝내자.”
“야!”
그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쳤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 게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모양이다.
“생각해 봤는데, 난 아무래도 당신이 원하는 걸 만족시켜 줄 수 없을 거 같아. 그리고 당신도 나한테 만족하지 못할 테고.”
“야! 이 자식아! 너. 이거 봐!”
그녀가 자신의 배를 가리켰다.
“이건 어떻게 하고? 너 미친 거지?”
“아, 참. 그 문제도 있다.”
유진이 그녀의 배를 바라보며 조금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고 보면 임신 12주의 배치고는 좀 너무 불러 있다.
이맘때만 해도 그저 태아가 유난히 건강한가 보다 생각했었다.
뭐, 한참 사랑에 눈이 멀어 있을 때였지 않던가?
“출산하고 나면 유전자 검사할 예정이었거든.”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눈에 쓰였던 콩깍지가 벗겨진 지 벌써 수십 년이나 됐다.
“뭐라고?”
유진의 대답을 들은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러니까 우리 그때 가서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 여기쯤에서 마무리 짓자.”
“너······ 너, 너 지금······.”
그녀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날 의심하는 거야?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모욕할 수 있어?”
창백해진 얼굴로 그녀가 소리쳤다.
“아니. 그냥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 서로를 의심하며 평생을 살아갈 수는 없잖아?”
“나쁜 새끼!”
그녀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가만두지 않을 거야! 두고 봐! 내가 너랑 너희 부모랑! 전부 끝을 내 줄 테니까! 개새끼!”
증오에 찬 눈초리로 유진을 노려보며, 내일이면 신부가 될 예정이었던 여인이 신랑이 될 예정이었던 남자를 저주했다.
그리고도 잠시 그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유진을 바라보다가 홱 몸을 돌려 커피숍을 빠져나가 버렸다.
“이런······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눠도 상관없었는데······.”
유진은 뭔가 아쉽다는 듯 한동안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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