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24. 프리스케일
“너무 긴장하지 말고. 잘할 수 있을 거야.”
유진은 함께 공항에 와서 독일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생을 다독거려 주었다.
“솔직히 내가 잘할지 모르겠어. 기업 인수라니.”
유성은 꽤나 긴장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첫 공식적인 업무이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낯선 독일 땅에서 회사를 인수한다는 것이 결코 쉽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인수는 블랙록 독일 법인에서 진행할 테니까. 넌 인수 가격만 정해 주면 돼.”
인수 가격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너무 얼토당토않은 가격만 아니라면 원하는 대로 지불하라 말해 놓았다.
“나도 알아. 그래도 기왕이면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게 낫잖아.”
“그래. 알아서 잘해. 나 먼저 간다. 돌아와서 보자.”
유진은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이제 한국에 가서 대양 그룹 공략의 모루가 될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한국에 도착한 날은 집으로 내려가 오랜만에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다.
두 분은 꽤 얼굴이 좋아 보였다. 유진의 메가밀리언 당첨 덕분에 큰 시름을 덜었고, 무엇보다 두 형제가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이 없는 것이다.
이틀 동안 밀린 효도를 하고 금요일이 되어 약속한 다산전자 본사로 찾아갔다.
다산파이낸스 부사장이 된 김철호와도 함께였다.
“반갑소. 김수호요.”
190이 넘어가는 키에 유진의 보디가드들에 비해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사내가 씩 웃으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김수호 부사장님.”
“그래. 꼭 한 번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보네.”
“저야말로 꼭 뵙고 싶었던 경영자십니다.”
“그런가? 참! 나이 차이도 있으니, 좀 편하게 말해도 되겠소?”
“그럼요. 거의 삼촌뻘 되시는데요.”
“에이! 삼촌은 아니지. 그냥 형으로 합세. 그래! 편하게 형이라고 부르면 되겠네.”
“하하! 그러면 염치 불고하고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사회생활을 한 경험으로는 세상 누구 못지않은 유진에게 자신보다 열 몇 살이나 많은 다산전자 부사장을 형님이라 부르는 것은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좋군. 그래, 지난번 중국 관련된 일은 우리 다산이 아주 크게 도움을 받았네. 비록 내가 다산자동차 사람은 아니지만, 인사는 해야지. 우리 회장님께서도 자네를 한번 보고 싶다고 하시더군. 언제 자리를 마련해 보지. 괜찮겠나?”
“천하의 다산 그룹 회장님을 뵐 수 있으면 무척 기쁘겠군요.”
“그 일로 우리가 꽤 큰 손해를 줄였으니, 자네에게 뭔가 해 줘야 하는데 말이지.”
“재민일보에서 우리 성진정밀과 대양중공업 사이에 관련된 일을 시리즈 기사화해 준 것으로 치는 거 아니었던가요?”
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무려 다섯 번이나 관련 기사를 내 주셨더군요. 덕분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기사 몇 번으로 퉁 칠 수야 있나. 성진과 대양 사이에 법적 분쟁 문제가 있다니, 그쪽도 조금 힘을 써 줄 의향이 있네. 태원 법무법인이라고 있네. 로펌 순위로는 2위 정도 되지. 그쪽이 요즘 전관 출신을 많이 영입해서, 로비는 1위에 밀리지 않아. 내가 말을 해 놓을 테니, 그쪽으로 일을 맡겨 보는 게 어떤가?”
단순히 로펌을 소개시켜 준다는 말이 아니다.
태원은 전통적으로 다산 그룹의 법적 분쟁을 도맡아 온 로펌.
거기서 신경을 써 준다는 말은 대양과의 분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소송은 저희 쪽에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진은 단번에 거절했다.
“그런데 다산 그룹에서도 대양과의 마찰을 신경 쓰지 않으시려는 모양이네요.”
유진은 이맘때 즈음 대양중공업과 다산중공업 사이가 특허 분쟁으로 사이가 꽤 뒤틀어져 있던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언제는 마찰이 없던 적 있나? 흐흐흐.”
김수호 부사장이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참! 뭔가 도움을 주시고 싶으시다면 작은 청이 하나 있습니다만.”
“말해 보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얼마든지 도와줄 테니.”
“사실은 다음 주에 프리스케일 경영진과 미팅 약속이 있습니다.”
“프리스케일? 텍사스에 있는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를 말하는 거지?”
“형님도 아는 곳인 모양이군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김철호가 물었다.
“반도체 회사니 내가 모를 수 없지. 그래서 거기 경영진하고는 무슨 약속인 건가?”
“제가 여유 자금이 생겨 기업에 투자를 할까 생각 중인데, 듣기로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가 꽤 유망하다고 하더군요.”
“참! 그러고 보니 요사이 파생으로 자금을 몇 배나 불렸다고?”
소문의 속도는 빨랐다. 벌써 태평양을 건너 다산이라는 커다란 기업 집단의 수뇌부에게까지 들어가고 있던 모양이다.
아마도 다산에서 그동안 유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는 방증도 될 것이다.
“도박하는 심정으로 조금 무리를 해 봤는데 운이 따르더군요.”
“하기는 도박이나 다름없다고 들었네. 여하튼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에 투자를 한다고?”
“거기가 전망이 좋습니까?”
김철호 부사장이 다시 끼어들었다.
조금 굳어진 형의 표정에서 뭔가 느낀 모양이다.
“다산자동차와도 관련이 없지는 않아. 그쪽이 임베디드 반도체는 꽉 잡고 있으니까. 사실 우리 쪽에서도 어느 정도 탐을 내는 회사이기도 하지.”
“아! 그러고 보니 들어본 적 있습니다. 아마 모토로라 계열사였다가 독립한 곳이지요?”
“어. 그런데 거기 사이즈가 꽤 큰데? 개인 투자도 받아 주려나?”
“프리스케일 주식은 지금 협상 중에 있습니다. 칼라일 그룹에서 보유 중인 주식을 블록딜로 넘겨받으려고요.”
“그렇다면 프리스케일 경영진과는 무슨 일인가? 그리고 부탁은 또 뭐고?”
유진이 본론을 꺼내 들었다.
“프리스케일 경영진이 지금 다른 반도체 회사의 인수 제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 일에 관여를 조금 하고 싶어서요.”
“관여라고? 흐음······ 거기서도 이득을 볼 생각인 모양이지? 여하튼 그래서?”
“그래서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다산전자 임직원 한두 분만 함께해 주시면 제가 협상을 하는데 유리할 듯해서 말이죠.”
“그거······ 우리 쪽에서도 꽤 리스크가 있어. 괜히 그런 일에 끼어들어서 엉뚱한 소문이라도 잘못 나면 곤란해.”
김수호가 넌지시 요청을 거절했다.
“엉뚱한 소문이 나면 오히려 좋을 겁니다.”
유진이 조금 능글맞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뭐가 좋다는 건가?”
“사실 제가 얻은 정보로는, 프리스케일을 노리는 회사가 바로 대양전자입니다.”
유진의 말에, 다산전자 부사장의 미간에 팔자 주름이 생겼다.
“어디서 들었나? 우리도 아직 그런 말은 듣지 못했는데.”
“지난번에 다산자동차가 상하이 부부가오 치처와의 협약을 비밀리에 진행했던 것처럼, 그쪽도 은밀하게 진행 중이라 알고 있습니다.”
“희한한 사내로군.”
다산 그룹조차 눈치채지 못할 만큼 극비리에 진행 중인 사안을 알고 있다니, 뜨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거짓이라 치부하기에는 지난번 중국에서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 그런가요?”
대양 그룹이 벌이는 일에 대해 유진처럼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것도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들을 말이다.
대양과의 싸움 때문에라도 유진은 대양 그룹 계열사의 모든 사업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만일 대양전자가 프리스케일을 인수한다면······ 으흠······.”
김수호 부사장의 얼굴은 좀처럼 펴지질 않았다.
유진이 말하는 의도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유진과 대양 그룹 간의 분쟁을 생각하면 유진이 단순히 이익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 뻔하다.
프리스케일 인수에 훼방을 놓거나, 아니면 적어도 비용을 부풀리게 만들 생각이다.
하지만 김수호 부사장의 고민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유진이 약간의 도움이라 말했지만, 그가 요구하는 것은 지금처럼 마찰 수준이 아닌 대양과의 전면전이다.
섣불리 대답할 수 없는 사안.
그렇다고 거절하기에는 영 찜찜하다.
자동차와 전자 분야에서 다산과 경쟁을 하고 있는 대양이 프리스케일을 인수한다면, 다산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가 중요했다.
“그래서 자네의 정보로는 대양이 프리스케일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룹 차원에서 전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워낙 큰 건이니까요. 프리스케일 쪽에서도 반응이 나쁘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요는 가격이겠지요.”
대양은 다음 해 5월 즈음 프리스케일을 인수해 대양전자에 합병시킨다.
그리고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의 인수로 대양이 얻은 이익은 막대했다.
한국 반도체 업계에서 제일, 다산에 이어 3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양전자는 제일과 다산의 물량 공세에 밀려 새로운 사업 분야로의 진출에 목말라 있는 상태였다.
한국 3위라고는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분야 1, 2위를 달리는 제일, 다산과는 한참의 격차가 있다.
반도체 매출액 규모 면에서는 세계 10위권을 벗어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대양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두 거대 반도체 기업이 벌이는 치킨 게임에 휘말려 사업을 포기하고 말아야 했던 일본 반도체 업체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될 운명이었다.
그 때문에 대양은 시스템 반도체에서 선도적인 기술력을 지닌 프리스케일을 인수하는 것으로 그 활로를 뚫으려 했다.
더군다나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분야에서 절대적인 위상을 가진 프리스케일을 손에 넣으면, 다산자동차와 경쟁 중인 대양자동차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산업적인 측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금융에 있어서이다.
대양전자와 대양자동차가 극비리에 프리스케일 인수를 진행하는 것은 극적으로 주가를 부양시키려는 목적 때문이다.
최하 100억 달러에서 크게는 15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인수합병 소식은 대양전자와 대양자동차는 물론이고 대양그룹 전 계열사의 주가에 영향을 끼칠 것이 명약관화했다.
물론 그렇게 오른 주가는 다시 일정 시간이 지나가면 제자리를 찾게 되지만, 시스템을 알고 있다면 이 차이를 이용해서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다.
유진은 대양그룹 총수 일족이 그 일로 상상 이상의 비자금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계산하고 있었다.
유진으로서는 그걸 용납할 수 없었다.
“생각할 시간을 주게나.”
한동안 유진을 바라보던 김수호 부사장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큰일을 한 번에 결정 내릴 수는 없었다.
“물론이죠. 설혹 거절하신다 해도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 걸 알고 있습니다.”
“맞아. 무리한 요구야. 흐흐.”
김수호가 다시 웃음을 내비쳤다.
“그래도 재미있는 요구네. 어쩔까나?”
김수호는 유진의 마음을 뚫어보기라도 하려는 듯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야 물론 긍정적인 답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유진도 그를 빤히 바라보며 미소를 띠고 대답했다.
다산 측에서 자신의 제안을 쉽게 거절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 *
그 주 주말, 북악산 기슭에 위치한 다산 그룹 창업주의 고택에서는 다산 그룹 회장 일가가 모여 만찬과 함께 그룹의 중대사를 논의하고 있었다.
다산 그룹의 중대사는 모두 이곳에서 결정된다.
이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성훈 회장은 아들들에게 그룹 주요 계열사의 경영을 맡기고, 중대한 사안이 있을 때면 이곳에 불러모아 형제들의 중지를 모으고는 했다.
이날도 그랬다.
유진이 가져온 작은 정보 하나가 다산 그룹 수뇌부를 한자리에 불러모을 만큼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약 110억 달러 내외가 될 것 같습니다. 40억 달러 상당의 부채를 떠안는 것을 고려하면 150억 달러 규모의 대형 딜이 되겠지요.”
다산전자 부사장을 맡고 있는 둘째 아들 김수호가 유진에게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다산전자 기획실에서 추산한 내용을 꺼내 놓았다.
“자금 조달 계획은?”
김 회장이 묻는다.
“다산자동차의 사내 유보금 9조 원 중 2조 정도를 전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계열사에서 다시 3조 정도를 조달하고, 나머지는 파이낸싱으로 조달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작년에 매입한 역삼동 부지 대금 결제 문제로 지금 그런 대형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버겁습니다.”
새로이 금융 부분을 맡게 된 셋째 김철호가 대답했다.
“인수할 경우 득이 있는 거냐?”
이번에는 다시 전자를 맡은 둘째에게 물었다.
“사실 프리스케일과 우리 회사 반도체 사업부와는 사업 분야도, 전략도 상이해서 큰 시너지가 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반도체 기업들이 규모를 키우는 것을 생각하면 미래 경쟁력 강화의 측면에서 해 볼 만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해외의 반도체 업체 인수는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결국은 자금 문제이지요. 그런데 자동차의 경우는 이야기가 많이 다를 겁니다.”
“전자로서는 이익이다? 자동차는?”
김 회장이 이번에는 첫째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도 우리 회사에서 사용하는 반도체의 절반 이상을 프리스케일로부터 공급받고 있습니다. 특히 핵심이 되는 반도체는 거의 절대적입니다. 임베디드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프리스케일의 대체재가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자율주행이라든지, 연료 효율성 강화, 또 스마트 카 등을 고려하면 프리스케일에 대한 의존은 점점 커질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굳이 다산에서 인수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대양에서 인수하게 되면 솔직히 꽤 곤란합니다.”
“그렇겠지······.”
김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도체 공급이 한 달만 중단되도 엄청난 타격이 생깁니다. 만일 대양에서 프리스케일 인수 후 악의적으로 공급을 지연시키면······ 재앙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대양이 프리스케일을 인수하게 놓아 두면 안 되겠군.”
“적어도 대안이 생길 때까지는 그렇습니다. 정말로 대양의 손에 프리스케일이 들어가면 곤란합니다. 지금도 르네사스로부터의 공급을 지양하는 이유가, 르네사스의 대주주가 도요타이기 때문입니다. 대양은 도요타보다 더 악질이구요.”
첫째는 생각만으로도 골치가 아프다는 듯 곤란하다는 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대안이라?”
“NXP와 인피니언 등이 있습니다만, 인수 성사 여부도 문제이거니와 전부 비용은 프리스케일보다 많이 들고, 시너지는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대안으로는 다산전자에서 자체적으로 육성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능하겠느냐?”
“방향이 너무 달라서 프리스케일을 대체할 기술을 육성하고 라인을 증설하려면 적어도 10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시 김수호가 대답했다.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지?”
회장이 첫째에게 묻는다.
“역시 대양이 프리스케일을 인수하지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첫째 아들이 슬쩍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거지. 우리가 못 먹으면 남도 못 먹게 해야지.”
다산 그룹 회장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히 그 어린 녀석에게 끌려가는 것 같아 좀 그렇네요.”
그때, 그동안 듣고만 있던 넷째가 말했다.
“그 녀석이 원하는 게 우리랑 대양이랑 전면전을 펼치는 거 아니에요?”
“그렇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날 찾아와 그런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지.”
김수호가 대답했다.
“그래서 네 생각으로는 관여하지 않는 쪽이 낫겠다는 게냐?”
김 회장이 다시 넷째에게 물었다.
“솔직히 근본도 없는 녀석이 들쑤시고 다니는 난장판에 휘둘리는 기분이라서요.”
“그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로구나?”
“지난번이야 꽤 도움이 된 건 사실이지만, 그걸 빌미로 무리한 짓을 벌이는 것 같아, 평가가 조금 내려갔습니다.”
“뭐 어떠냐? 난 마음에 드는데.”
김수호가 나서며 말했다.
“그 친구의 난장판에 좀 휘둘리면 어때? 그렇게 난동을 부리면 골치 아파지는 거야 대양이지. 우리야 적당히 장단만 맞춰주다가 떡이나 챙기면 그만 아니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득 보는 사람은 따로 있는 상황 아니야? 흐흐흐.”
곰 같은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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