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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47화 (47/363)

47화 그린 캡스 클럽

“오늘은 먼저 일어나야겠습니다.”

윌리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오늘의 실례는 다음번에 벌충하겠습니다.”

여전히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윌리엄의 뺨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모양이다.

“그래요. 다음번에 더 좋은 곳에서 함께하죠.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먼저 들어가 보세요.”

“네. 그럼 다음에 뵙지요.”

윌리엄은 그 여자가 있는 자리는 보지도 않고 식당을 나가 버렸다.

“아무래도…… 저쪽에 있는 커플 때문인 모양이지?”

유성이 슬쩍 눈짓을 하며 말했다.

“그런 모양이네.”

“윌리엄 씨. 곧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설마 그 신부 되는 여자는 아니겠지?”

“글쎄다.”

빤히 알고 있는 일이지만, 모르는 체할 때가 나을 때도 있다.

“윌리엄…… 결혼할 여자도 한국 사람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그렇다고 들었어. 뉴욕에 놀러 왔던 사람인데 윌리엄을 만나 정착하기로 했다고 그랬던가?”

그녀로서도 모험이었을 것이다. 잠시 친척을 만나러 왔다가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반해서 아예 뉴욕에 살기로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테지.

물론 윌리엄이 객관적으로 괜찮은 남편감이라는 사실도 있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에서도 메이저 투자 회사에 다니고, 연봉도 수억 원이나 된다.

학벌도 좋고, 부모님은 미국 서부에 살고 계셔 결혼 뒤에도 시부모를 모실 일은 없다.

뉴욕에서 윌리엄과 함께 살고부터는 자신도 뭔가 해 보고 싶다며, 맨해튼에 있는 액터 스쿨을 나가고 있었다.

윌리엄의 말로는 무척 예쁘고 끼가 있어서, 어쩌면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큰일이네…… 진짜 저 여자라면 말이지.”

윌리엄이 은연중에 자신의 여자 친구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드러내고는 했던 것을 떠올리며 유성이 말했다.

“그러게. 큰일이네.”

자신의 의도가 잘 들어먹힌 것에 자축하며 유진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어차피 알아야 한다면 최대한 빨리 알는 편이 낫다.

“설마 윌리엄이 엄한 짓을 하는 건 아니겠지? 여기…… 미국이잖아.”

유성은 윌리엄이 어딘가에 가서 총이라도 사 올지 두려운 모양이다.

“윌리엄 성격 알잖아.”

적어도 유진은 잘 알고 있다. 윌리엄은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섣불리 복수를 떠올리는 사람도 아니었고, 만일 복수를 한다 해도 단순하게 폭력을 행사할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만일 윌림엄이 무슨 조처를 한다면…….

우선은 경제적인 부분이겠지.

뉴욕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은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하다. 특히 액터 스쿨 같은 곳은 말이다.

“근데…… 굉장하네. 저 사람들.”

윌리엄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그저 두 사람이 어지간히 서로에게 반해 있구나 하고 생각할 만큼 서로에게 열중인 커플이었다.

유진과 유성이 앉아 있는 테이블은 홀의 꽤 깊숙한 안쪽이라 그 다정스러운 커플이 앉아 있는 곳에서는 잘 눈에 띄지도 않는 모양이다. 아니면 서로에게 너무 정신이 팔린 나머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신경을 쓸 여유가 없든지.

“아, 안 되겠다. 형, 나 입맛이 떨어졌어.”

서빙되어 나온 스테이크를 몇 점 집어먹지도 않고 유성은 포크를 내려놓았다.

“나갈까?”

유진도 딱히 입맛이 돌지는 않는다. 자신이 원했던 대로 되었지만, 지금쯤 지독한 배신감에 힘들어할 윌리엄을 생각하면 이 멋진 스테이크도 모래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진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어. 나가서 좀 걷자. 저 꼴을 보고 있으려니 열불이 난다.”

유성도 형에게 벌어진 일을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 나가서 햄버거나 사 먹자.”

“어. 그편이 훨씬 더 낫겠다.”

형제는 스테이크 하우스를 나와 잠시 거리를 걷다가 사람들이 뜸한 어떤 로컬 버거 가게로 들어갔다.

느끼한 치즈가 잔뜩 흘러내리는 버거와 콜라를 시켜 놓고 두 사람은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햄버거를 크게 한 입 베어 물고 씹으며 유진은 윌리엄에 대해 생각해 봤다.

* * *

지난 삶에서 유진과 윌리엄은 상당히 친밀한 사이였다.

나이도 비슷했고, 추구하는 삶의 방향도 비슷했고, 무엇보다 비슷한 아픔을 겪은 사이였다.

적어도 뉴욕에 살고 나서부터는 베스트프렌드 중 하나로 꼽을 만했다.

자주는 아니라도 때때로 둘이, 혹은 셋이 술집에 모여 위스키 한 병을 시켜놓고 수다를 떨고는 했었다.

“대체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 모르겠어.”

함께 위스키 반병쯤을 비우고 나면 윌리엄의 넋두리가 시작됐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다 해 줬어. 그녀가 날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런데 왜 그런 거지?”

한참 블랙록에서 일하며 바쁘던 때. 윌리엄의 그녀는 어떤 백인 남자와 사랑에 빠진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는 새 사랑을 찾아 떠나가는 대신, 윌리엄과의 결혼을 선택했다.

그리고 결혼하고 채 1년이 되지 않아 그녀는 눈동자가 파란 아이를 낳았다.

“충격이었어. 설마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

“그러니까 말이야.”

윌리엄의 말을 들을 때마다 유진은 아이가 태어나고도 몇 년씩이나 조금도 의심하지 못했던 자신과 윌리엄 두 사람 중 누가 더 불행한지에 대해 잠시 고찰을 해 보고는 했다.

“너지. 멍청아. 크크크.”

윌리엄과 함께 취할 때면 함께하고는 하던 테렌스가 깔깔대며 웃으며 말했다.

“넌 속으면서도 두 사람을 사랑했던 거잖아. 몇 년 동안이나.”

“그래. 네가 이겼다.”

윌리엄이 술잔을 들고 유진에게 내밀며 말했다.

“빌어먹을 놈들. 내가 호구의 왕이다.”

술잔을 들어 올려 윌리엄의 잔에 부딪히고 단숨에 비워 내며 유진이 말했다.

“그래서 넌 그 지경이냐?”

그리고 테렌스에게 물었다.

“나? 나야 그래도 애들은 내 새끼들이거든…….”

하지만 테렌스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지독한 우울뿐이었다.

테렌스도 유진이나 윌리엄과 마찬가지로 아내의 불륜으로 인한 고통을 받고 있었다.

더군다나 테렌스는 현재진행형이었다.

테렌스는 아이들 때문에 차마 이혼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북(타이페이)에 있는 아이들이 고통을 받을까 두려워서라는 이유였지만, 진실은 오직 그 자신만이 알 것이다.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 테렌스는 미국 지사로 자원해 버렸다.

차라리 멀리 떨어져서 그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물론 사실을 외면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만을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이제 2년만 지나면 둘 다 대학 졸업한다. 그리고 나면 지금까지보다 더 볼 일이 없겠지. 그 녀석들 돈이 필요할 때가 아니라면 아빠한테 전화 한번 안 한다니까…….”

솔직히 말해서, 유진과 윌리엄은 테렌스야 말로 진짜 우승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 아픔을 시간의 저 멀리로 조금이나마 털어 버릴 수 있었지만, 테렌스는 기약 없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는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이혼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윌리엄도 유진도 그 말을 믿지 못했다.

한 번 외면해 버린 사람은 언제까지고 진실을 직시하기를 두려워하는 법이다.

“빌어먹을 패배자들…….”

테렌스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술잔을 비웠다.

세 사람이 함께 모이던 것은 직업상 만남이 잦았다는 것도 있었지만, 그런 비슷한 아픔 때문이 컸을 것이다.

흔한 일은 아니리라. 아내의 불륜으로 고통을 받아 본 남자가 셋이나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은.

설혹 그런 일이 있더라도 보통은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이 남자들이다. 하지만 어쩌다가 술자리에서 아내의 불륜 이야기를 꺼내 버린 테렌스를 위로하기 위해 윌리엄이 먼저 물고를 터트렸고, 유진의 과거 또한 나오고 말았다.

과거로 돌아와 생각해 보니, 정말 지독하게 자조적인 모임이었다.

윌리엄이나 테렌스나 인간적으로는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었지만, 젊은 시절 겪었던,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겪고 있던 그 고통은 세 남자의 정신을 작게든 크게든 갉아먹고 있었다.

“만약에 내가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여자한테 물어보고 싶어. 왜 내 잘못이라고 책임을 돌린 건지.”

윌리엄이 정말로 상처받은 부분은 그런 거였다.

“내가 너무 소홀했기 때문이라더군. 밤에 집에 들어오면 잠만 자고, 아침에 눈을 뜨면 보이지 않는 생활이 너무 싫었다더라고. 그래서 자기한테 신경을 써 주고, 다정하게 대해 주는 사람에게 끌렸었다고 했어. 대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대체로 바람을 피운 사람들의 변명은 똑같은 모양이야.”

테렌스가 거의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아내도 똑같은 소리를 하더군. 내가 자기한테 너무 무신경했다고. 내가 뭘 얼마나 더 했어야 한단 말이야?”

그러고 보면 테렌스의 말이 맞다.

그런 사람들은 늘 책임을 상대에게로 돌린다.

마치 상대의 흠결이 자신의 부도덕을 정당화해 준다고 믿는 듯했다.

유진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당신 때문이야.”

유진은 아내가 했던 말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내가 흔들릴 때, 당신이 잡아줬어야 했어.”

표독한 눈으로 유진을 바라보며 그녀가 원망의 말을 내뱉었다.

“내가 뭘 어떻게 했었어야 한다는 거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어야 해. 당신은 나한테 어울리는 남자가 아니었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물어보았어야 했다.

하지만 유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랑하던 여인이 자신을 배반했고, 사랑했던 아이가 사실은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남자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받은 충격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운이 좋아서인지 과거로 돌아온 유진은 그녀에게 물어볼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 보았다.

대체 다른 사람과 관계를 하고 난 뒤에도 어떻게 결혼할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하지만 그게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는 그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 * *

“잘된 거겠지?”

버거 하나를 깨끗이 해치우고 유성이 물었다.

윌리엄의 일을 묻는 것인지, 아니면 유성의 심정을 묻는 것인지 애매하다.

“잘되었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음, 아냐. 잘된 일이야.”

유성도 자신의 버거를 해치우고 말했다.

“이제 좀 괜찮아?”

“어. 그럼. 괜찮지. 지나고 나면 다 괜찮아.”

하지만 어떤 상처는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그런 상처를 치유하려면 오직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

되갚아 주는 것이다.

세상은 늘 그렇다.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을 가볍게 떨쳐 버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늘 고통받는 것은 피해자뿐이다.

그러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해자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유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변호사한테서 연락이 왔어.”

버거 가게를 나서며 유진이 말했다.

“무슨 일 생긴 거야?”

“어. 공판이 열렸는데, 그쪽 변호사가 나한테 당사자본인신문을 신청했다네.”

“어? 당사자…… 뭐?”

“당사자본인신문. 그러니까 원고가 피고를 불러 증언을 하라고 요청하는 거야. 법정 드라마에서 나오는 증인 신청 같은 거 있잖아.”

“증인 신청? 아…… 근데 뭐 하러? 뭘 물어보겠다는 거야?”

유성의 얼굴에는 혐오감이 드러나고 있었다.

“날 법정에 세워 놓고 망신을 주고 싶은 모양이지.”

“꼭 나가야 해?”

유성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나가야지. 당사자본인신문에 나가지 않으면 재판관은 내가 그쪽의 주장을 전부 인정한 걸로 받아들여.”

“그럼 나가야겠네. 괜찮아?”

“괜찮지. 그럼.”

유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어제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다음날, 윌리엄에게 전화가 왔다.

“몸은 괜찮으신가요? 많이 안 좋아 보이던데.”

“괜찮습니다. 딱히 몸이 안 좋은 것도 아니었고요. 오늘 저녁에 잠시 뵐 수 있을까요? 어제의 실례를 사과도 하고 싶고, 말씀도 나누고 싶네요.”

“좋지요. 밖에서 뵐까요? 여기로 오시겠어요?”

“제가 방문하겠습니다. 유진 씨 저택의 테라스만큼 멋진 곳도 드물거든요. 하하.”

윌리엄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렇게 하죠. 그럼 저녁 식사나 같이 해요.”

“눈치채셨겠지만…….”

저녁에 유진의 자택에 방문한 윌리엄은 조금 어렵게 입을 열었다.

“몸이 안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거기서 에이미를 보았거든요.”

“약혼하신 분 말씀이시죠?”

“뭐…… 이제는 아니지만요.”

윌리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백인 남자와 함께 들어오던 여자 말입니다. 그게 에이미였어요.”

“어쩐지, 그렇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습니다.”

“꽤 충격을 받아서 말이죠.”

“어젯밤에는 힘겨우셨겠군요.”

“뭐, 대충 그랬습니다. 집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머리를 식히고 있으니 그녀가 들어오더군요. 너무나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하는 바람에 잠깐 내가 뭘 착각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죠.”

윌리엄이 술잔을 비우며 말했다.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저녁에 스파크에서 고객과 식사를 했다구요. 얼굴이 하얗게 변하더군요. 전 말했습니다. 여기쯤에서 끝내는 게 좋겠다고요. 그녀가 변명하더군요. 그냥 학교에서 같이 연기를 배우는 동료라고요. 내가 싫다면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미 전 결심이 서 버린 뒤였죠. 상대를 신뢰하지 못하면서 여생을 같이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윌리엄은 꽤 술을 많이 마셨다. 자신의 치부를 친구라 할 수 없는 사람에게 밝히는 것이 부끄러운 모양이다.

“자기는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나와 헤어지면 학교는 어떻게 다니고, 영주권 신청은 어떻게 하고…… 재미있는 일이지요? 온통 자기 자신에 관한 이야기만 꺼내 놓더군요.”

그가 다시 위스키를 한 모금 홀짝였다.

“그녀에게 며칠 동안 정리할 시간을 주고 집을 나왔습니다. 어제는 호텔에서 잤어요. 그 집에는 다시는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고요.”

“잘 끝나서 다행이군요.”

유성이 우려했던 것처럼 난폭한 일은 벌어지지 않은 모양이다.

“그녀가 올 때까지 많은 것을 생각해 봤습니다.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해 놓았어야 했던 모양입니다. 그녀는 너무 이뻤어요. 그리고 그녀가 내게 원하던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배경이었던 모양이에요.”

“윌리엄은 멋진 사람입니다. 그런 여자 때문에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고맙네요. 하하. 그렇게 말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어쩐지 유진 씨는…… 고객님이지만 무척 친근하게 느껴져서요. 꼭 오랜 친구 사이처럼 말이죠. 아마도 유진 씨가 저를 잘 대해 주셔서 그런 모양입니다.”

유진의 태도가 그랬던 모양이다. 은연중에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친구처럼 대하고는 했었다.

“저도 윌리엄이 친구처럼 느껴져서요.”

다행히 이번 생에서도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어차피 윌리엄도 신문을 통해 보시겠지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요. 왠지 윌리엄의 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만은 않네요.”

유진이 위스키 잔을 비우며 말했다.

“이런…… 그런 경험은 동감하지 않는 편이 훨씬 더 좋은데요.”

윌리엄도 쓰게 웃으며 잔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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