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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59화 (59/363)

59화 플랜 B

“유산한 아이가 사실은 대양 그룹 회장 손자분의 아이였다는 주장이 있었는데요!”

- 자리를 피해! 기자들과 한마디도 하지 마!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소리에 여자는 달려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었지만, 기자들이 던진 몇 개의 질문만으로도 얼추 짐작은 할 수 있었다.

무슨 증거인지 모르지만, 본부장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거기다 성진정공과 명성상사의 기밀을 알아내려 했다는 사실, 그리고 정말로 숨겨야 할 비밀까지도.

곧 법원 앞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정신없이 뛰어가고, 카메라와 노트북 따위를 든 기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

아쉽게도 공판이 전부 끝난 뒤에야 법원을 나선 유진은 그 장면을 지켜볼 수 없었다.

“오늘 법정에서 증거로 제출하신 내용이 전부 진짜입니까?”

법정을 나서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유진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네. 전부 진실입니다. 사실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약혼녀를 배반했다고 비난을 받아 왔는데, 지금까지 진실을 밝히시지 않으셨습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런 비난을 감수하신 이유가 뭡니까?”

“서로를 위해서라도 덮어 둘 수 있다면 최대한 덮어 두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도저히 버틸 수 없었습니다.”

“지금 심정이 어떠신가요? 한채아 씨는 그간 강유진 씨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가 유산을 했다고 주장했었는데, 오늘 밝히신 증거로는 대양 그룹 회장 손자의 아이였다는데요.”

“그 일은 저로서는 더는 거론하고 싶지 않습니다.”

유진은 다시 한번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대양 그룹 측에서 유진 씨를 이용해 명성상사의 기업 비밀을 유출하려 했다는 증거도 내놓으셨습니다. 또 대양 그룹에서 유진 씨 부친이 운영하는 성진정밀공업을 탈취하기 위한 계획도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겁니까?”

“명성상사 쪽은 이젠 제 관할이 아니니 언급을 하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양중공업의 성진정밀 탈취 계획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입니다. 대양중공업은 성진정밀에 무리한 공장 확충을 요구했고, 감당하기 어려운 양의 원자재를 억지로 떠안긴 후에 느닷없이 거래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일부러 운영을 악화시켰다는 겁니까?”

“성진정밀을 부도에 이르게 한 뒤 헐값에 인수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지금 그 사건으로 성진정밀과 대양중공업 사이의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대양 그룹측은 간단하게 끝날 수 있는 소송을 질질 끌며 성진정밀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만일 제가 충분한 재력이 없었다면 성진정밀은 틀림없이 대양중공업에 넘어갔을 것입니다.”

유진은 미리 준비한 말들을 차분하게 꺼내 놓았다.

“그렇다면 성진정밀과 대양중공업 사이의 소송이 결국 성진의 승리로 끝나리라 보시는 건가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소송이 대개 그렇듯이 우리 측의 승소로 끝날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언제 대기업이 순순히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 적이 있던가요?”

“그렇다면 법정 소송은 계속 이어지겠군요.”

“만일 평범한 중소기업이었다면 분명 이런 소송 중에 자금난으로 쓰러졌을 겁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제겐 대양 그룹과 끝까지 싸울 충분한 자금이 있네요.”

유진이 처음으로 씩 웃으며 대답했다.

“듣기로는 강유진 씨의 자산이 20조 원을 넘어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자금으로 대양 그룹과 전면전을 하실 예정이신가요?”

“만약에 필요하다면 그래야죠. 제가 가진 돈이 비록 대양 그룹 전체에는 미치지 못할지 모르지만, 대양 그룹이 제대로 반성할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그렇다면 그 막대한 자금으로 대양 그룹의 인수에 나설 의향도 있으십니까?”

“그래야 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요. 다른 사람이 피땀 흘려 일구어 온 기업을 빼앗으려 한다면 당연히 자신의 것도 빼앗길 각오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예정 없이 이루어진 인터뷰라기에는 기자와 유진이 주고받는 대화 흐름이 딱딱 맞아떨어진다.

세종홍보 측에서 공판이 끝나기 몇 분 전에 기자들에게 질문해야 할 내용을 보내 주었기 때문이었다.

* * *

유진이 예정된 인터뷰를 하고 있던 순간, 법원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는 쫓고 쫓기던 추격전이 끝나 가고 있었다.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났는지, 남자들보다 빨리 달려 따라오는 기자들을 따돌린 그녀는 가까스로 택시 한 대를 잡아 세울 수 있었다.

“어디로 갈까요?”

택시 기사가 물었다.

“우선 출발해요.”

불과 몇 걸음 뒤까지 따라붙으며 소리치는 기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택시에 올라탄 여자는 정신없이 문을 닫으며 소리쳤다.

택시가 출발하고, 묵고 있는 호텔을 알려 주려는데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 어째서 그런 영상이 남아 있는 거야!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남자의 고함이 들려왔다.

“대체 지금 무슨 소리들인지 모르겠어요.”

- 뉴스 안 봤어? 제길. 그 자식이 동영상을 공개했어. 너하고 나하고 같이 담긴 영상이라는군.

“네? 대체 그걸 어디서?”

- 하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우선 여기 있어서는 안 되니까 밖으로 나가. 공항으로 가서 가장 빠른 표를 구해 어디로든 나가. 절대 기자들과 마주치면 안 돼!

“당신은 어쩌려고요?”

- 난…… 생각해 보지. 우선 너부터 여길 떠야 해. 더 피곤한 일이 생기기 전에.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여자는 침착하게 전화를 끊고는 뉴스를 검색해 보았다.

정말로 온통 자기 이야기로 도배가 되어 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대양 그룹 3세의 숨겨진 내연녀 한 모 씨.

한국 제일의 현금 부자의 아내가 될 기회를 스스로 버린 한 모 씨.

재벌 3세와 한국 제일의 현금 부자를 사로잡은 한 모 양의 매력.

그녀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법정에서 판사가 공판 중에는 기사 송고를 금지했기 때문에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겨우 몇 분 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기사들이 잔뜩 올라온 것은 물론 유진이 내건 미끼에 눈이 먼 기자들이 당장 급하게 기사를 만들어 마구 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종 홍보에게 하청을 받은 어딘가의 작업장에서 열심히 그런 기사들을 눌러 조회 수를 올려 주고 있었다.

동시에 어떤 팀에서는 포털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열심히 검색어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날을 위해 쏟아부은 돈이 적지 않았기에, 이 순간부터 며칠 동안 이 나라 미디어는 온통 이 사건에 관한 이야기뿐일 것이다.

“빌어먹을…….”

자신의 사진이 떡하니 올려져 있는 기사를 보며 여자는 다시금 욕설을 내뱉었다.

“어디로 갈까요?”

택시 운전사가 다시 물었다.

“공항…… 아니, 강남고속터미널로 가요.”

“터미널이요? 알겠습니다.”

택시가 터미널로 향하는 동안, 여자는 비로소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지?

정말로 동영상이 유출된 모양이다.

어디서? 금세 떠오르는 게 있다.

여자는 가방에서 또 다른 스마트폰을 꺼내 안에 숨겨져 있는 폴더를 열고 꽤 많은 양의 동영상들을 훑어봤다.

이중 어떤 거지? 어떻게 이걸 가지고 간 거야?

아!

여자는 유진이 파혼을 선고하던 날을 머리에 떠올렸다.

빌어먹을!

하필 그날…… 거기 있던 메모리 카드에서 꺼내 갔구나…….

여자는 그날 오후 늦게 신혼집으로 가서 메모리 카드를 꺼내 왔다. 보안 카메라 안에 메모리 카드가 그대로 있어서 보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날 그걸 보고 영상만 복사해 둔 모양이다.

‘하필이면…….’

그것만 미리 빼돌렸어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여자는 비로소 유진이 갑작스럽게 파혼을 말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 * *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대양중공업 본사 사장실에서는 노기 어린 고함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이게 죄송하다고 될 일이냐? 어쩔 테냐? 이 사태를? 네 녀석 때문에 대양 그룹이 오물을 뒤집어쓰게 생겼어!”

부친의 책망이 이어지는 동안 성규는 한마디 변명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대양이 천하에 둘도 없는 악덕 기업으로 낙인이 찍혔다. 벌써 여기저기서 대양이 붙은 모든 상품을 불매하겠다고 난리들이란 말이다!”

“그건 틀림없이 그 자식이 꾸민 짓입니다.”

성규가 가까스로 한마디 반박을 해 보았다.

“지금 그걸 누가 몰라! 누가 꾸몄던 그게 무슨 상관이냐? 당장 타격을 입는 게 누구야?”

“죄송합니다.”

“그년은? 그 멍청한 년은 지금 어딨어?”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공항으로 가서 구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표를 구해 떠나라 시켰습니다.”

“그래? 음, 그래. 그건 잘했다. 괜히 여기 있다가 기자들한테 또 엉뚱한 소리라도 터트리면 곤란하지.”

“네. 아버지.”

“그래. 당장은 그렇다 쳐도, 앞으로는 어떻게 하겠느냐? 그 멍청한 계집아이의 입을 그냥 둘 수는 없어.”

류근수 사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가운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더는 대양에 누가 되지 않도록 깔끔하게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래. 네가 저지른 일이니 반드시 네 손으로 정리하도록 하거라.”

부자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 * *

같은 시간, 대양 그룹 본사 빌딩의 다른 층에서는 성규의 다른 혈육들이 모여 사태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꼴 좋네. 멍청한 자식.”

성규의 형인 대양중공업 이사 류준규가 비웃음이 가득 담긴 욕설을 내뱉었다.

“언제고 사고 칠 줄 알았다니까. 잘난 척은 엄청 하더니.”

성규의 동생이며 대양케미칼의 차장으로 있는 셋째 현규가 형의 말에 덧붙였다.

“그나저나 큰일이네. 여기저기서 난리도 아닌 모양이야. 불매운동이라니…… 중공업이나 케미컬은 그래도 나은데, 전자나 자동차는 난리가 난 모양이야.”

“지금 법무팀에 지시 내려놨어. 온라인에서 대양 그룹에 안 좋은 글을 쓰는 놈들은 전부 고소하라고. 불매운동? 택도 없는 소리지.”

류준규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지금 고소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안 좋을 텐데? 이런 상황에서 고소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면 여론이 더 나빠질 거야.”

그나마 현규는 조금 신중했다.

“안 되기는 뭐가 안 돼? 지금 빨리 불을 꺼야 해. 어차피 욕먹고 있는데, 차라리 욕을 더 먹더라도 쓸데없는 소리들 나오지 않게 해야지.”

“하아…… 괜찮을까 모르겠어. 아버지한테는 말씀드린 거지?”

“더 위에서 내려온 거야.”

장남이 손가락으로 북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양 그룹의 수장인 그들의 조부의 명령이라는 것이다.

이날의 소식을 들은 류 회장이 가장 먼저 지시한 것이 그것이다.

언론이든 인터넷이든, 대양 그룹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모두 단호하게 대처하라는 지시였다.

“어째 올해는 악재가 겹치네. 말레이시아 테러에, 근석 삼촌 사건에…….”

“그러니까 말이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건 그 새끼 얼굴을 완전히 뭉그러트릴 수 있다는 거 하나지.”

“하기는. 그 정도로 일을 저질렀으면 쫓겨나도 할 말 없을걸? 할아버지도 더는 싸고 들지 못하실거야.”

“그러니까 말이야. 어디 외국으로 쫓아 버리면 딱이겠다.”

“어? 이런 씨발!”

대화를 나누다가 잠시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커다란 TV 화면을 본 류준규가 욕설을 내뱉었다.

“무슨 일인데? 아!”

[명성 그룹 관계자는 이날 만일 대양 그룹측에서 명성상사의 비밀 정보를 훔치려는 행위가 있던 것이 사실이라면 법에 의거해서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또한 지금 알려진 사실로만도 수사를 개시하기 충분할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촉구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번 일에 연루된 또 다른 재벌 그룹, 명성이 움직이고 있었다.

[부당경쟁방지법에 의하면 영업 비밀을 부당한 방법으로 취득하는 행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범죄입니다. 이에 따라 검찰에서 수사에 나설 것인지 여부에 시선이 모여지고 있습니다.]

“산업 스파이라니…….”

“끝이 없구만.”

“이러다가 대양 그룹 주가 박살 나는 거 아냐?”

“그러게 말이야.”

두 형제는 말을 하다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시만…….”

“나도 잠깐…….”

그리고 둘 다 각자의 전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 *

법원 앞에서의 인터뷰를 마친 유진은 차에 올라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며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기를 들어 확인하니 처음 보는 번호가 떠 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테지만, 어쩐지 받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네. 강유진입니다.”

“나야.”

잔뜩 긴장해 있는 목소리로 여자가 말했다.

“어. 그래.”

목소리만 듣고도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나 좀 만나. 지금.”

그녀가 다급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야?”

“나 도와줘. 아니. 도와줘야 해.”

잠시 유진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사람, 무서운 사람이야. 나 지금 도망치는 중이야. 잡히면 어떻게 될지 몰라.”

여전히 유진은 묵묵부답이다.

“동영상 더 있어.”

한때 부인이었던 여자는 유진의 무대응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랑 나눈 대화들 잔뜩 있어. 대양 그룹과 싸우는 데 도움이 될 거야.”

그제야 유진은 어째서 보안 카메라에 영상이 들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상대의 약점을 잡기 위해 꾸민 일이었다.

아마도 그날은 그 남자와 함께 나가는 바람에 카메라의 메모리 카드를 챙기지 못한 모양이다.

그리고 지난 삶에서는 유진과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에 그걸 챙겼을 것이다.

그랬었지……

유진은 자신과 한때 부부였던 그녀가 얼마나 영악한 여자였던지를 기억해 냈다.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 여자.

어떤 상황에서라도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 놓고야 행동하는 사람이다.

유진이 내린 판단은 그랬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녀가 일부러 보안 카메라를 작동시키고, 둘만의 밀회를 찍은 것이 전혀 이상치 않다.

“그 사람이 명성상사의 비밀을 알아내라고 시키는 것과 아버님 회사에 대해 지시하는 장면뿐 아니라 훨씬 더 한 것들도 있어.”

그녀는 영악하게도 유진의 부친을 아버님이라 불렀다.

“그리고 이 말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여자가 잠시 뜸을 들였다.

“나. 사실은 그 사람한테 억지로 당했어. 당신한테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어쩔 수 없었어. 그 사람이 날 강제로 범하고, 자기가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는다면 아버님 회사도 당장 도산시키고, 우리 가족 전부를 망쳐놓겠다고 협박했어.”

그녀는 유진이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내 놓았다.

“처음부터 당신한테 말했어야 하는데 말이야. 흑!”

여자는 최후의 필살기를 사용했다.

“전부 내 잘못이야. 미안해.”

“그랬었군.”

유진이 안타깝다는 투로 말했다.

물론 유진은 그녀가 하는 말을 하나도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와 대화를 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틀림없이 지금도 이 대화를 녹음하고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유진에게 불리한 대화가 오고 간다면 그걸로 무슨 수작을 부릴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유진 또한 지금의 대화를 녹음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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