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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61화 (61/363)

61화 포커스

류성규가 경찰에 잡혀가던 그 순간, 이태원동의 대양 그룹 회장 자택에서는 한 시간도 넘게 계속된 노 회장의 불호령이 끝나고, 가족들이 앞으로의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명성과는 어찌되었느냐?”

“상당히 불쾌해하고 있습니다. 다들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은 천지차이가 있으니까요.”

성규의 부친은 더 이상 문제가 된 아들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에 조금은 안도하며 대답했다.

“그래서 그걸 가지고 우리랑 붙어 보겠다?”

노인이 같잖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꼭 그럴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공표가 되어 버린 이상 덮어 둘 수만도 없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성의 표시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의 표시라…….”

“네. 지난번에 논의하던 맥스 편의점 문제 말입니다. 근석이 결혼이 무산되면서 그 일도 접었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그걸 원하는 것 같습니다.”

대양과 명성은 매물로 나온 일본계 편의점 체인의 입찰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였는데, 대양 그룹 회장의 막내아들 류근석과 명성전자 딸의 혼사가 오고 가며 맥스 편의점 사업은 명성에 양보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었다.

대양 회장의 막내아들을 어떻게든 명성 그룹 사위로 만들고 싶은 회장 부인의 의사가 반영된 일이었다.

하지만 류근석이 미국에서 거하게 사고를 치면서 혼사는 물 건너가 버렸고, 다시 맥스 편의점 체인 인수를 두고 두 그룹이 경쟁에 들어간 상태였다.

“딸도 안 주고, 맥스는 집어삼키겠다? 흥! 그 녀석이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노인이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니 그걸 포기하고 명성과 더 이상 척을 지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장남이 끼어들어 의견을 내놓았다.

“맥스가 없으면 사실 꽤 곤란합니다.”

그때, 편의점 사업을 맡고 있는 대양유통의 사장인 둘째 사위가 입을 열었다.

“맥스를 인수해야 지금 하고 있는 편의점 사업에 수익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편의점 업계에서 4위에 불과합니다. 지금 편의점이 포화 상태라 더 이상 출점할 자리를 만들기도 쉽지 않고요. 맥스를 인수하면 점포 수가 두 배로 늘어납니다. 포기할 수 없습니다.”

사위가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

“우리 근석이 결혼이 물 건너가서 기대가 컸던 모양이네.”

둘째 아들이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시끄럽다들. 지금 안에서 쌈박질이나 할 때더냐?”

노인의 목소리에 다시 노기가 서렸다.

사위와 아들이 금세 고개를 숙였다.

“한번 잘 교섭을 해 보거라. 맥스는 넘겨 주지 않고 화해할 방법이 있을 거다.”

노인도 손해 보는 짓이라면 딱 질색인 사람이다.

“지금 맥스 따위가 문제가 아닙니다. 그 유진이란 자가 우리와 싸우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으니,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첫째 사위가 입을 열었다.

“녀석이 정말로 그렇게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그걸 무기 삼아 우리와 척을 지겠다면, 상당히 곤란해질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녀석과 싸움을 피할 방법은 있고?”

노인이 물었다.

“우선 성진정밀과의 소송이 문제입니다. 어차피 승산도 별로 없고, 그 소송으로 인해 그룹 전체의 이미지에 커다란 해가 되고 있습니다.”

“그걸 말이 되는 소리라고 하고 있어?”

첫째 아들이 퉁명스레 사위의 말을 힐난하며 나섰다.

“여기서 소송을 포기하고 합의하면 뭐라고들 하겠어? 우리 쪽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는 꼴이잖아?”

“형님 말이 맞소. 차라리 1심에서 져도 항소로 넘어가는 편이 낫지, 절대 이쪽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면 안 되지.”

“다른 건 몰라도 소송을 포기할 수는 없어요. 지금은 피해를 논할 때가 아니에요. 어차피 소송은 몇 년이고 이어질 테고, 그때가 되면 사람들이 이번 일을 기억이나 할 것 같습니까? 매형이 잘못 생각하고 있소.”

세 아들이 거의 동시에 딴지를 걸었다.

“너희들 말이 맞다. 당장의 화를 피하자고 섶을 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일은 없어야지.”

노인도 마찬가지였다.

근본적으로 이 집의 혈통은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면 정말 그자와 싸우자는 말씀들입니까?”

사위들은 그나마 이성적이었다.

“안 될 건 또 뭐야? 돈 좀 있다고 이 한국 땅에서 대양과 맞붙겠다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지. 흥!”

첫째가 코웃음을 쳤고, 다른 아들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위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언제나처럼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당장 급한 것은 그룹의 이미지 재고와 불매 운동을 무력화시키는 겁니다.”

첫째 사위는 소송 문제는 포기하고 다른 위험에 대해 말을 꺼냈다.

“어차피 그것도 오래는 가지 않을 게야. 한 달만 지나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도 않을걸?”

“그렇죠. 불매 운동이야 소송을 걸겠다고 협박해서라도 입을 막으면 그만이죠. 이미지야 어디 다른 이슈 하나만 튀어나와도 그걸로 끝이야.”

“그렇지 않아도 성규가 자기 손이 닿는 기획사에 말을 해 두었다고 합니다. 내일쯤이면 사람들 정신을 돌릴 기사가 하나 뜰 겁니다.”

이때다 싶어 성규의 부친 류근수가 대책을 내놓았다.

“기획사? 그러면 연예 기사?”

둘째 류근일이 물었다.

“예. 탑급 연예인 한 명의 불륜 기사가 뜰 겁니다.”

“여자 연예인이지? 그쪽이 파급력이 높아.”

“물론이죠. 김은비가 유부남과 호텔에서 나오는 사진이 나올 겁니다.”

“그래? 그거 잘됐네. 허, 참. 그 이쁘장한 아이가 어쩌다가 그랬대?”

류근일이 재미있다는 듯 물었다.

“김은비가 기획사와 사이가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소속사를 바꿀 예정이라더군요. 기획사에서 언제고 쓰려고 준비해 둔 건이랍니다.”

“그럼 깽값은 줘야겠네. 흐.”

류근일이 좋은 생각이라는 듯 반색을 하며 말했다.

“그렇죠. 저희 쪽에서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성규 녀석, 똑똑하기는 똑똑하다니까. 흐흐.”

이미 성규가 부친의 눈 밖에 난 사실을 알고 있으니, 칭찬에 야박하지 않았다.

“모두들 이번 사태에 대해 추호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만전의 대비를 하도록 하거라. 지금 진행 중인 사업들을 전부 재점검토록 하고.”

노인이 자식들을 철저히 단속시키고 있을 때였다.

사주 일가의 회의를 지켜 보고 있던 비서실장이 회장의 곁으로 다가왔다.

“회장님. 지금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비서실장이 심각한 얼굴로 회장에게 말했다.

“뭔가?”

“경찰에서 성규 군을 체포했다고 합니다.”

“경찰이? 무슨 일로? 설마 그 산업스파인가 그거 말인가?”

“아닙니다. 말씀드리기 외람되지만…… 강간과 납치 혐의입니다.”

실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쾅!

회장의 손이 탁자를 내리쳤다.

“뭐라고? 또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게야?”

회장의 노한 음성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 * *

“우선 삼호카드와 맥스 편의점 체인 사업 둘 다 파고드는 걸로 하지.”

유진은 한국에서의 사업은 아직 성장 중인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대양 그룹과의 대결,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삼호카드 쪽은 요안나가 데이비드 쪽과 협의를 해 보고, 김 팀장은 서성 쪽에 접근해 봐. 그리고 맥스는…….”

그가 김환을 바라보자 김환이 말했다.

“그것도 제가 맡아야 할까요? 명성상사와 컨택을 하는 거면…….”

맥스 편의점 인수를 두고 대양과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은 편의점 체인 2위를 고수하고 있는 MS 편의점을 운영하는 명성상사이다.

몇 년 뒤에는 유통사업부를 리테일로 분사시키겠지만, 아직은 명성상사에서 운영하고 있으니, 이 문제를 논의하려면 유진과 김환의 옛상사들을 만나야만 했다.

“음. 그건 차라리 오 COO님께 말씀드려봐야겠어.”

명성에서 파트장을 맡고 있던 유진의 상사를 스카웃해서 COO(Chief operating officer) 자리를 맡겼다.

“그게 낫기는 하겠네요.”

명성에서도 곧 임원급 승진을 앞두고 있었으니만큼 유진이나 김환보다는 위쪽에 훨씬 더 많은 연이 있을 것이다.

“그럼 당장 급한 것은 이야기가 끝났으니 슬슬 저녁이나 먹을까? 그런데 지금 주문되는 식당이 있으려나?”

회의가 길어져 저녁 시간도 놓쳐 버렸다.

“뭘 먹지요? 요안나는 가리는 음식이 별로 없나 봐요?”

김환이 요안나에게 물었다.

“네덜란드는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연 식당들이 굉장히 많아요. 전통요리 식당보다 이국적 요리를 내놓는 식당이 훨씬 더 많을 정도이죠. 사실 네덜란드 전통요리는 식당에서 먹기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면도 있고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낯선 음식을 먹는 것에 그다지 거리낌이 없어요.”

“그럼 족발 어때요? 이 시간에 배달되는 것 중에는 그게 제일 나을 텐데. 그리고 독일 쪽 손님들은 꽤 좋아하더라고요. 네덜란드도 독일이랑 식성이 비슷한 거 맞죠?”

김환이 유진에게 물었다.

“그런가? 거리야 비슷하기는 하지만…… 뭐, 상관없지 않을까? 괜찮겠어? 아이스바인(Eisbein)?”

유진이 물었다.

“아이스바인을 이 시간에 먹을 수 있어요? 궁금하네요.”

“아이스바인하고는 조금 다르지 않나? 뭐. 딱히 뭐라 설명할 길이 없으니. 그러면 족발로 시키죠. 보쌈하고요.”

김환이 음식을 시키는 동안 유진은 TV를 켰다. 지금쯤이면 뉴스에서도 온통 자신에 관한 이야기뿐일 것이다.

[한 모 씨가 2인조 괴한에게 강제로 차에 태워지고 있던 현장을 마침 출동한 경찰에게 제지당했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거액의 로또에 당첨되어 다양한 투자로 거액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진 강 모 씨의 약혼녀였던 한 모 씨는 경찰에 모그룹 재벌 3세인 류 모 씨를 성폭행으로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흘러나오는 뉴스는 의외의 것이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재벌 3세인 류 모 씨는 1년 전부터 한 모 씨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해 왔으며, 한 모 씨는 강압에 이기지 못하고 당시 약혼자였던 강 모 씨와의 결혼을 결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모 씨는 성폭행의 확실한 증거라며 당시의 녹음을 경찰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납치 또한 류 모 씨의 사주가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이게 뭐야?”

족발과 보쌈을 시키던 김환이 얼빠진 얼굴로 뉴스를 보며 말했다.

“알고 계셨어요?”

“뭘? 성폭행? 납치?”

“뭐든지요.”

“아까 그녀에게 전화를 받았을 때 그런 말을 언급하더군. 그런데 납치는 또 뭔지 모르겠네.”

“하…… 이거 완전히…….”

얼떨떨하던 김환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대양 그룹을 무덤까지 파서 밀어 넣는 꼴이네요.”

“그렇지?”

유진도 꽤 놀랐다. 그녀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이렇게 전격적으로 저지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리고 납치라니……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그때, 유진의 전화기가 울렸다.

“네. 변호사님.”

유진은 번호를 확인하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저 여자가 말이죠…….”

유진이 통화를 하는 동안, 무슨 소리인지 몰라 눈만 굴리고 있는 요안나에게 김환이 대략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한국의 재벌 기업들은 정말 무섭네요. 성폭행에 납치라니…….”

“성폭행은 몰라도 납치는 정말이지……. 요안나가 한국 기업주들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겠네요. 하하.”

역시 남의 집에 불이 난 꼴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그나저나 사실이라면 저 여자도 안 됐네요. 그렇다고 보스한테 저지른 일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요안나는 뉴스에서 전해 주는 사실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두 사람이 잠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유진이 전화를 끊었다.

“송 변이야. 검찰 쪽으로부터 들은 것들을 알려주려고 했다네.”

비싼 돈을 준 값을 한다. 사건이 벌어지자마자 알아서 검찰에 연락해 보고 필요한 정보를 취합해서 바로 알려준다. 물론 앞으로도 잘해 보자는 말이겠지.

“그럼 저거 전부 사실이랍니까?”

“대충은 그런 모양이야. 녹음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들어 보니 처음에는 대양에 연락했는데, 그쪽 태도가 영 심상치 않아 고민하다 경찰에 신고한 모양이야. 그리고 그쪽 사람을 만났는데, 다짜고짜 차에 집어넣더래. 때마침 경찰이 오지 않았다면 정말 끌려가서 어찌 되었을지 모른다는군.”

유진이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공유했다.

“그런데 정말일까요?”

김환은 의심스럽다는 얼굴로 유진을 바라보았다.

“너무 공교롭지 않아요? 성폭력 이야기야 그렇다 쳐도 하필 오늘 납치를 하고, 그걸 걸렸다니 말이에요.”

“그런 면이 있기는 하지.”

유진은 이 사태가 그녀의 자작극에 가까울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성폭력이 있었다는 것은 그로서도 진위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쩌면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진이 알고 있는 그녀라면 원치도 않으면서 순순히 당해 줄 사람이 결코 아니다.

더군다나 성폭력의 증거인 녹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건 이미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유진은 오히려 류성규가 그녀의 계략에 빠졌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했다.

납치 건도 그렇다. 성규에게 연락하고 나서 경찰을 불렀다는 것은 그녀가 상황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여론이 많이 바뀌겠어요. 단순하게 선배를 배신한 거랑 강간에 협박, 그리고 납치는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요.”

“그렇지?”

역시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계산이 끝난 모양이다. 이번 사태로 류성규가 대양 그룹에서 떨어져 나갈 거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류성규는 회장의 장손도 아니고, 수많은 손자 중 하나일 뿐이다. 더군다나 적자도 아닌 서자 신세이다.

그러니 끝까지 성규와 함께 가기보다 혼자라도 살아남을 길을 택한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그녀에 대한 비난을 거두고, 모든 오명은 류성규가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아무리 막 나간다고 해도 납치라니. 대기업을 등에 업었다고 해도 그런 짓까지 벌인다는 게 납득이 안 돼요.”

“그런 면이 있기는 하지.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

유성은 성규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라 생각했다.

지난 삶에서 류성규의 부친인 대양중공업 사장 류근수가 대양 그룹을 손에 넣는 과정에서 의문의 사고가 두 건이나 있었다.

하나는 대양자동차 사장이 탄 자동차가 덤프트럭에 부딪히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일이었고, 또 하나는 대양중공업 사장의 첫째 아들이 자신의 저택에서 술을 먹고 낙사한 사건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두 사건에 류성규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많은 것들이 납득된다.

“이제 그 류성규라는 사람도 끝이네요.”

요안나가 속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글쎄. 그럴까?”

하지만 유진의 생각은 달랐다.

유진이 겪었던 미래에서 류성규는 서자의 몸으로 셋째인 부친을 그룹 회장으로 만들고, 자신도 그 뒤를 이어 회장에 오른 남자이다.

이번 사건이 그자에게 큰 악영향을 줄 것은 틀림없지만, 이걸로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저 정도면 평생은 감옥에서 살아야 하지 않아요?”

요안나가 이해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

“한국에서 재벌이 가진 힘을 몰라서 그래요. 요안나.”

김환이 그녀에게 말해 주었다.

“흐음. 재벌이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여전히 그녀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그때, 마침 세종홍보의 철우에게 연락이 왔다.

뉴스를 보자마자 협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 이렇게 되면 일이 조금 복잡해지겠어.

철우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포커스가 그녀한테 맞춰질 테지.”

이건 생각지 못한 일이다.

“그래도 사건의 여파가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가겠어.”

대략 1주일 정도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리라 생각했는데, 그보다도 훨씬 더 갈 듯했다.

어찌 되었든 유진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는 상황이다.

“광고비 예산을 늘리도록 하지.”

유진은 지체 없이 결정을 내렸다.

광고비의 집행은, 곧 언론에서 이 사태에 관련된 기사를 다룰 양을 결정한다.

- 대양 측에서 어떻게 손을 쓰지 못하도록 한동안 이 사건에 대한 기사가 끊이지 않도록 할게.

철우도 유진의 의사를 바로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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