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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65화 (65/363)

65화 셀러브리티 혹은 인플루언서

다음날 포브스 인터넷판에 유진의 기사가 실렸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1년 만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돈이 많은 부자가 된 사람의 말이다.

그 어떤 학자나 엔지니어가 말했다고 해도, 유진이 한 말처럼 커다란 반향을 이끌어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당장 인터넷이 폭스바겐 사태로 뜨거워졌다.

더 많은 기자들이 유진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폭스바겐과 환경보호국에 질의서를 보냈다.

유진은 그 뒤로 두어 개의 TV 뉴스에 출연해 동일한 주장을 반복했고, 추가로 들어오는 인터뷰는 다른 직원들에게 미루었다.

“클린디젤이라는 사기 행위에 연관된 기업은 폭스바겐뿐이 아닙니다. 메르세데스, 르노, 적지 않은 자동차 회사들이 지금도 미국에서 디젤차를 팔며 환경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유진은 몇 번이고 디젤 때문에 미국인들이 유독가스를 마시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미국인들의 안전에 대한 강박관념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노린 것이다.

“그렇다면 유진 캉의 공매도는 폭스바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군요?”

“물론입니다. 디젤 자동차를 미국에 팔아 온 기업들 전부 혐의가 벗겨질 때까지 전수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만일 조금이라도 이 사기 행각에 관여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모든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공매도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말 대신,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강조했다.

돈을 버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미국인이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가 중요하다. 이게 유진이 끝까지 밀고 가는 요지였다.

“오늘은 훨씬 더 나아졌어요. 온종일 연습한 보람이 있네요.”

모니카의 코칭 덕분에 유진의 방송 인터뷰도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그보다 화장부터 지웠으면 좋겠어.”

카메라에 잡히는 인터뷰를 위해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화장이란 것을 했더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렇게 힘들면 우선 지워 드릴게요. 레이첼.”

모니카가 지시를 내리자 최근 고용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다가와 얼굴을 만지기 시작했다.

유진의 주변을 둘러싼 스텝은 모니카와 레이첼뿐이 아니다.

모니카의 요구로 고용된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헤어 디자이너가 상시 대기하고 있었고, 1층의 방 하나에는 새로 영입된 스타일리스트가 임의로 구매한 의상이 옷가게 몇 개를 차릴 만큼 가득 차 있었다.

처음 모니카를 고용할 때까지만 해도 유진은 이렇게까지 번잡스러워질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 계통의 전문가인 모니카를 거액으로 스카웃했으니, 그녀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기로 했다.

“보스의 주장이 시장에 반영되는 모양이네요. 이틀 동안 5%가 떨어졌어요.”

유진의 인터뷰가 나간 지 이틀 만에 벌써 폭스바겐 주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이제 시작이지.”

유진은 적어도 40%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폭스바겐에서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나?”

“네. 조용해요. 보통 이렇게 공격을 받으면 어떤 식으로든 대응이 나오기 마련인데요.”

“그쪽 법무팀에서 연락이라도 한 번 올 줄 알았는데 말이야. 지금쯤 뭔가 방안을 마련 중일 수도 있지.”

유진은 오히려 아쉬웠다.

폭스바겐에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테고, 그러면 유진이 미디어에 나설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이해는 간다. 지금 폭스바겐으로서는 유진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쯤이면 환경보호국에서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으면 신차의 출시를 허가하지 않겠다며 압박을 넣고 있을 것이다.

해명 요구라기보다는 오히려 사기 혐의를 인정하라는 압박에 가까웠다.

그 주 동안 미국은 폭스바겐 사건으로 뜨거웠다. 유진에게는 다양한 인터뷰가 몰려왔고, 최대한 많이 응하며 열기를 띄웠다.

단순히 거대 기업의 사기라는 점만으로도 화제였는데, 단 1년 만에 엄청난 거액을 벌어들인 유진의 스토리 또한 그에 못지않은 화젯거리였다.

그런 두 가지 놀랄 만한 화제가 합쳐져 굉장한 시너지를 냈다.

처음에는 유진의 홍보팀이 네트워크를 이용해 다양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잡았지만, 갈수록 많은 취재 요청이 들어왔다.

일주일이 채 가기 전에 유진은 이미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람이 되고 말았다.

“아마도 이렇게 단시일 내로 미국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민자는 여태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다시는 없을 거예요.”

모니카가 흡족스러운 얼굴로 평가를 내렸다.

“단지 유명해진 것뿐 아니라 호감도가 굉장히 높아요. 우선 스토리가 좋아요. 메가밀리언에 당첨된 것으로 짧은 시간 안에 굉장한 부를 쌓아 올린 것은 그야말로 현대판 알라딘이나 다름없지요. 사람들은 유진을 이국에서 온 왕자님처럼 생각해요. 더군다나 유진은 마스크도 좋고, 피부도 하얗고 깨끗해서 더 그런 면이 있고요.”

이국에서 온 엄청난 부자 왕자님의 이미지는 사실 모니카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다.

다양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거나 기사를 실을 때, 은연중에 그러한 느낌이 나는 단어를 사용하고, 상대하는 인터뷰어에게도 특정한 단어를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보스의 사생활이 전부 드러나도 상관없지요?”

“뭐든지. 필요하다면 다 팔아먹어도 돼.”

“그러면 약혼녀와의 파탄도 써먹지요. 그것도 꽤 흥미를 끄는 스토리에요. 사람들이 좋아할 거예요. 팜므파탈로부터 탈출한 남자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니까요.”

모니카는 작정하고 유진의 스토리를 풀었다.

그녀의 말처럼 전 약혼녀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일련의 스토리는 미국의 대중들에게도 먹혔다.

[유진 캉에게 가장 큰 행운은 1년 동안 500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도, 메가밀리언에 당첨된 것도 아닌, 그 무서운 여자에게서 탈출한 것이다.]

신문 가판대에는 유진의 풀 스토리가 실린 타블로이드 신문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이제 유진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부자 중 한 명이 됐어요. 미국인의 72%가 유진을 알고 있어요.”

철저하게 계산된 행보이기에, 모니카의 팀은 여론조사 기관을 고용해 매일 유진의 인지도를 확인했고, 그에 대한 호불호까지 파악하며 한 발 한 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었다.

“환경보호국이 폭스바겐의 부정 소프트웨어 사용을 확인했다는 발표를 했어요.”

9월 18일, 요안나가 기다리던 소식을 전했다.

이미 유진의 공격적인 언론 플레이로 이 사태에 대한 주목도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환경보호국의 발표와 함께 주가는 기다렸다는 듯 폭락을 시작했다.

“20%까지 떨어졌어요.”

장이 마감한 뒤 요안나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오늘 하루 동안의 수익만 최하 50억 달러에요.”

물론 공매도만의 수익은 아니다. 풋옵션과 기타 파생을 포함한 예상 수익이다.

이날 하루 폭스바겐의 주가가 250억 달러나 날아가 버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야말로 기록적인 폭락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지 무섭네요. 사람들의 분노가 여간 거센 것이 아니에요.”

“그럴 테지. 클린디젤이라고 광고만 하지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배신감을 느끼지는 않았을 거야.”

“뭐. 클린디젤이란 소리가 없었다면 나도 안 샀을 거예요.”

요안나의 얼굴도 그리 좋지는 않다.

“환경보호국 발표로는 유해 가스를 기준치의 40배나 배출한다더군요. 나쁜 자식들.”

요안나뿐 아니라 폭스바겐을 구매한 미국인들 대부분이 그런 배신감과 불쾌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폭스바겐 구매자들이 소송을 준비한다고 하더군요. 저도 참여할 생각이에요. 본때를 보여 줘야 해요.”

그녀의 태도만 보아도 이번 투자가 얼마나 성공적인지 느낄 수 있었다.

폭스바겐에 대한 분노는 주가의 하락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폭스바겐은 앞으로 미국에서 다시는 장사를 못 할 거 같아요.”

“그건 다른 문제지.”

유진은 폭스바겐이 이 사태를 아주 훌륭하게 해결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여하튼 나라면 다시는 폭스바겐과 산하 브랜드 제품은 사지 않을 거예요.”

요안나를 비롯한 많은 양심적인 미국인들은 폭스바겐의 사기에 넘어가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역시 과감한 세일에는 당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메르세데스나 다른 독일 메이커도 비슷할걸.”

“어? 아, 그럼……. 미국산은 좀 그렇고…… 다산 자동차나 살까요?”

요안나가 웃으며 물었다.

그녀는 유진과 다산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굳이 그럴 필요야. 전기차를 사는 게 어때? 아예 이번에 결산이 끝나고 나면 다들 테슬라 모델 S 한 대씩 선물할까?”

“보스는 전기차가 의미 있는 성장을 할 거라 생각하시나요?”

“이번 사태에서 궁극적으로 가장 큰 시혜를 보게 될 것은 역시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자동차 업계가 될 거야.”

“그런가요?”

“어. 지금 사람들을 봐. 그 어느 때보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가스에 의한 환경 오염에 대해 우려하고 있잖아?”

요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죠. 디젤이 아니라 가솔린차에 대해서도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에요.”

“그리고 전기차는 그런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지.”

“그렇군요. 하지만 전기자동차의 성능이라든지, 충전 인프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인프라는 판매량만 따라 준다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해. 성능도 나쁜 편은 아니고.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인식이야. 이제 사람들은 점점 더 전기자동차에 호의적인 시선을 보낼 거야.”

“음. 그러면 테슬라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군요.”

요안나는 뼛속까지 금융 투자가였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군. 물론 장기 투자가 되겠지만.”

“그렇군요. 단시일 내로 성과를 보여 주기는 어렵겠지요.”

“벌써 40%까지 빠져 버렸어요. 시장이 패닉에 빠진 거 같아요.”

환경보호국의 발표 이후 3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폭스바겐 주가는 벌써 500억 달러 가까이 사라져 버렸다.

“투자은행과 맺은 계약들은 전부 청산했습니다. 모두 76억 달러의 수익이에요.”

공매도와 옵션은 제외하고, 개별적으로 맺은 파생상품의 수익만 그 정도였다.

게다가 사태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폭스바겐의 CEO인 마르틴 빈터코른이 작금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지난번에 인연을 맺은 포브스 지의 기자가 유진을 찾아와 폭스바겐의 대응에 대해 발언을 요청했다.

“마르틴 빈터코른은 여전히 치팅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지 못한다며 발뺌을 하더군요. 상식적으로 그런 조직적인 사기에 대해 경영진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아마도 형사 처분이 걱정되서 그런 모양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그야말로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쏟아붓는 행위입니다. 뻔뻔스러움이 도를 넘었습니다. 차라리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었다면, 미국 시민들도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었겠지요.”

유진은 이날 평소보다 훨씬 더 과격한 단어들을 쉬지 않고 사용했다.

물론 전부 계획된 것이다.

이날은 스타일도 좀 더 공격적이고 사납게 했다.

모니카는 스타일링 팀에 드래곤과 싸우는 전사의 모습을 요구했고, 유진에게는 거친 언사와 드높은 목소리 톤을 요구했다.

시민들을 대신해 폭스바겐에 분노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유진의 그런 인터뷰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폭스바겐 경영진의 뻔뻔스러운 태도에 미국 시민들의 분노는 다시 한번 타올랐다.

“유진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더 올랐어요.”

다음 날 아침에는 언제나처럼 전날의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었다.

유진은 디젤게이트를 이용해 돈도 벌고, 자신의 이미지도 미국인들에게 확고하게 심어 주는 두 가지 효과 모두를 노리고 있었다.

이번 일 같은 빅 이벤트는 당분간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유진의 데뷔 무대를 가지기에 절호의 기회였다.

“올해가 가기 전에 유진을 이 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하나로 만들겠어요.”

모니카의 포부는 담대했다.

“결국엔 50%까지 빠졌네요.”

10월 2일, 원하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디젤게이트에 투자를 실행하고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원래였다면 40% 수준에서 멈췄을 터이지만, 유진이 거하게 어그로를 끌어 준 덕분에 하락세가 더 거셌다.

폭스바겐 주식을 손에 쥐고 있던 개인이나 기관들은 모두 공황에 빠진 것처럼 들고 있던 주식을 마구 내던지고 있었다.

“이쯤에서 정리를 하지.”

공매도를 청산하려면 팔았던 주식을 도로 사서 돌려 줘야 한다. 그동안 팔아 놓은 주식이 적지 않았던 만큼, 사야 할 물량도 적지 않았다.

“최대한 가격을 올리지 않는 한도에서 청산하겠습니다. 옵션도 전부 청산하지요.”

여전히 매도하려는 물량이 많았기에 청산 절차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폭스바겐의 주가는 며칠 동안 80달러에서 90달러를 오가며 널뛰기를 했고, 요안나의 팀은 큰 무리 없이 숏 커버링을 마칠 수 있었다.

“이번에 폭스바겐 사태로 꽤 크게 한 건 했다면서?”

며칠 뒤 다시 만난 트럼프가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얼마 전 유진의 패밀리 오피스에 투자를 결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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