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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67화 (67/363)

67화 모여드는 사람들

“사라 델비안과 친구라고 들었는데?”

“네. 가족끼리 알고 지내는 사이라서, 어려서부터 함께 놀고는 했어요.”

“가족끼리 알고 지낸다면?”

요안나의 가족은 네덜란드의 국왕 가족을 말한다. 한 나라의 왕가와 어울릴 정도라면 역시 그만한 배경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머니가 영국의 백작 가문이에요. 엘리자베스 여왕의 친척이기도 하고요. 부친은 런던의 은행가예요. 로이드 그룹의 이사이기도 하고, 왕실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이기도 하죠.”

역시 생각대로이다. 평범한 사람이 네덜란드 왕실과 친분이 있을 리 없으니.

미국에 살아보니, 여기는 인맥이 전부인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사기업에 취직하는 것은 당연히 인맥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공무원이 되는 것도 인맥, 심지어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인맥이 동원됐다.

저기 어디 사람들이 이름도 모르는 3류 대학이 아니라 하버드에 들어가는 것도 인맥으로 해결이 가능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었다.

물론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고, 학교에 적당한 수준의 기부를 한 졸업생의 자식에 대해서는 입학 티켓을 주는 방식이다.

당장 트럼프의 사위인 쿠슈너도 그런 식으로 하버드에 입학했다는 의심 아닌 의심을 사고 있다.

한국이었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대학교나 공무원은 커녕 중견 기업 입사에 인맥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온 국민의 비난이 쏟아지는 나라이다.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공정을 따지는 나라가 한국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런데 유럽은 미국보다 한술 더 뜬다.

인맥은 그래도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지만, 그곳은 아예 혈연에서 비롯된 계급으로 많은 일들이 결정된다.

프랑스 같은 몇몇 나라 말고는 여전히 귀족이 존재하고, 그런 귀족들이 국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여 국가 경제를 좌우한다.

어지간한 귀족들은 전부 어마어마한 부동산을 가지고 있고, 가족 기업으로 은행을 소유하거나 대주주로 있는 등 혈연으로 맺어진 인맥으로 다양한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사라가 이번에 뉴욕에서 열리는 패션쇼에 참가하기로 했어요. 오는 길에 한 번 만나기로 했는데, 그녀가 보스한테 관심을 보이더군요.”

요안나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라 델비안은 유럽에서 패션모델로 커리어를 시작해, 할리우드에 입성한 배우이다.

여전히 모델로서 상당한 입지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는 모델보다는 배우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단한 흥행작에 출연한 경험은 없지만, 그녀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마스크는 영화 성적과 관계없이 벌써 수많은 팬을 양성하고 있었다.

할리우드의 여느 미녀 배우 못지않은 미모와 완벽에 가까운 몸매 때문에 적어도 외적인 면에서는 비견될 여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연기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영광이로군. 개인적으로 사라 델비안의 팬인데 말이야.”

“정말이에요? 그럼 잘됐네요. 이번 파티에 초대해도 괜찮죠?”

“물론이지.”

유진도 개인적으로 그녀에게 관심이 있다.

물론 매력적인 여자로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그녀의 행보 때문이다.

앞으로 몇 년 뒤 그녀는 배우로서 크게 성공한다. 드디어 운이 트였는지 작품성 있는 영화에 주연으로 나와 몇 개의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받으며, 드디어 연기자로서 인정을 받고, 그 뒤로는 몇 개나 되는 블록버스터 영화도 성공시켜 명실상부한 할리우드 대표 여배우 명단의 앞자리에 설 것이다.

하지만 셀러브리티로서, 그리고 스캔들 메이커로서 사라는 적지 않은 파문을 남긴다.

특별히 남자들과의 염문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슈를 만드는 것은 항상 필터를 전혀 거치지 않는 것 같은 그녀의 입이었다.

“굉장히 멋진 분이시네요. 유진 캉처럼 잘생긴 동양인은 처음 봐요.”

처음 만난 사라는 유진이 알고 있던 망나니 같은 여자는 아니었다.

어깨가 드러난 이브닝드레스를 차려입은 사라는 귀족 가문의 영애답게 우아한 행동과 언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특히 강한 영국식 악센트의 발음이 너무 잘 어울린다.

“항상 사라의 팬이었습니다. 특히 튜더 스캔들에서 앤은 인상적이었지요.”

“제 몸매가 인상적이기는 했었지요. 뒷모습만 나와서 아쉬우셨죠?”

사라가 윙크를 하며 물었다.

역시 듣던 대로 감추는 게 없는 여자가 맞는 모양이다.

“아쉬움이 남아야 갈망이 더 커지는 법이지요.”

“그러면 그 갈망 풀어드릴까요?”

사라가 자신의 드레스 윗부분을 살짝 내리며 물었다.

“언제고 기회가 된다면 저야 환영이지요.”

유진은 사라의 농도 깊은 농담에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재미있는 분이시네요.”

사라가 손을 내리고 깔깔 대며 웃었다.

“정말 궁금했어요. 어떤 사람인지 말이에요. 지금 할리우드에서 유진이 얼마나 화제가 되고 있는지 아세요?”

“그랬나요? 할리우드에는 가 본 적이 없어서요.”

“올해에만 벌써 스무 개가 넘는 영화에 거액을 투자하셨다면서요? 그것도 전부 대단히 이슈가 될 만한 영화들로요.”

“영화 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라 양은 당분간 영화 출연 계획이 없는 모양이더군요.”

“아쉽게도 불러 주는 사람이 없어요.”

사라가 살짝 울상을 지었다.

“컨택 오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고요.”

“혹시 관심 있는 작품이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제가 꼭 투자하고 싶군요.”

“정말이죠?”

사라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참!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저희 아버지가 오늘 내가 유진을 만난다고 하니, 언제 한 번 꼭 뵙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사라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녀의 방문 목적은 이것인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진에게 만남을 요청하는 투자자와 은행가가 수도 없이 많다.

물론 유진은 그걸 전부 받아들일 만큼 한가하지는 않았고.

사라의 부친은 요안나를 통해 유진과 만나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사 양의 요청이라면 언제 한 번 시간을 내 보도록 하죠.”

물론 유진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린 마누엘 미란다에게 연락이 왔어요. 리처드 로저스 씨어터에 한 번 들러 달라는군요. 날짜 알려 주면 좌석을 마련해 놓겠다고요.”

“그러고 보니 해밀턴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고 가 보지 못했네. 적당한 날짜 잡아 연락해. 참! 모니카는 해밀턴 공연을 봤나?”

“아직이요. 그거 티켓 구하기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인 거 모르시죠?”

8월에 드디어 브로드웨이로 올라온 뮤지컬 해밀턴은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 이미 반년 치 이상의 티켓이 매진되어 버렸고, 공연이 있는 날 극장 앞에는 혹시라도 캔슬 티켓을 구할 수 있을까 하고 새벽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온종일 길바닥에 앉아 기다리고도 막상 공연 시간에 취소 표가 나오지 않으면 허탕을 쳐야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열성 팬들이다.

“암표도 최하 1,000달러부터예요. 괜찮은 자리는 2,000달러는 줘야 하고요. 둘이 가면 5,000달러가 사라진다고요.”

고액의 연봉을 받는 모니카에게도 부담이 갈 정도인 모양이다.

“나도 가고 싶은데요.”

해밀턴 이야기가 나오자, 요안나가 어디에선가 나타나 끼어들었다.

“그러면 요안나도 같이 보러 갈까? 음······ 몇 자리나 구할 수 있으려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투자자니 신경을 써 줄 것 같았다.

어차피 오라고 초청한 것은 그쪽이기도 했고.

“그럼 제가 한 번 물어볼게요.”

모니카가 갑자기 신이 나서 전화기를 들고 말했다.

“오케이! 네 자리까지는 확보했어요. 그럼 한 자리는 누가······.”

신이 나서 말을 하던 모니카는 사무실의 모든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모습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래도 네 자리 갖고는 모자라겠네.”

유진도 사람들의 눈이 이글거리는 모습을 보고 멈칫하고 말았다.

“이렇게 하죠. 다들 해밀턴에 관심이 많은 것 같으니, 모두를 위해 표를 구해 보도록 할게요.”

“와아!”

“역시 보스!”

“진짜지요? 꼭이에요!”

유진이 즉석에서 직원들을 위한 선물을 선언하자 즉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어쩐지 보너스 지급보다 더 좋아하는 듯했다.

“물론 언제가 될 거라고 기약은 못 하겠네요. 그래도 가능하면 올해 안으로 한 사람당 두 장씩은 구해 보도록 노력하죠.”

다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가능한 거 맞지?”

유진은 처음으로 자신 없는 말을 하고 말았다.

“아······ 아무리 보스라도 그건 힘들지 않을까요?”

모니카가 회의적으로 말했다.

“안 되면······ 암표라도 사야지.”

그 주 금요일 저녁, 유진은 세 사람을 대동하고 리처드 로저스 씨어터에서 해밀턴을 감상했다.

“오늘 공연도 멋있었어요. 브로드웨이 첫 공연에 오지 못해서 미안해요.”

공연이 끝나고 백스테이지에서 이 작품을 만들고, 주연인 해밀턴으로 열연하고 있는 린마누엘 미란다를 만났다.

“천만에요. 이렇게 다시 찾아 주셔서 기쁘기만 합니다. 덕분에 마케팅에 원 없이 돈을 써 봤어요.”

유진은 뮤지컬 해밀턴 공연에 거액을 투자했다.

그때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투자 금액 전부를 합한 것보다 많은 금액이었고, 후 순위인 만큼 훨씬 더 낮은 조건을 붙였다.

뭐. 유진에게 있어서는 약간의 용돈 수준이지만, 뮤지컬 바닥에서는 돈벼락에 가까운 액수였을 것이다.

해밀턴 제작진은 유진의 투자금으로 무대도 업그레이드하고, 마케팅 비용에도 마음껏 할당했다.

“관객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건 유진 강 덕분이에요.”

형식적인 인사였지만, 전혀 도움이 안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럴 리가요. 제가 여태까지 본 가장 훌륭한 뮤지컬이었습니다.”

해밀턴은 현재 가장 핫한 뮤지컬이다. 단순히 히트한 뮤지컬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까지 여겨질 정도였다.

뮤지컬 자체로의 완성도도 물론 대단하지만, 한편으로는 시류에 부합한 덕분이기도 하다.

건국의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당연히 가장 미국적인, 그리고 애국적인 작품이다.

동시에 유색인 배우들이 당시 온통 백인들뿐이던 건국의 아버지들을 연기하며 힙합과 랩 배틀을 벌이며 극을 이끌어가, 현대 미국인들의 구미를 적절하게 만족시키기도 했다.

뉴욕에 들른 외국인이 감상하기에는 그다지 공감도 가지 않고 딱히 재미도 느낄 수 없는 작품이지만, 뉴요커들에게는 그야말로 힙한 작품이다.

특히 정치인들의 해밀턴에 대한 사랑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마치 이 뮤지컬을 보는 것이 미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듯 어지간한 유명 정치인이라면 필수로 감상하고, 한마디씩 남겼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해밀턴을 향한 관심과 애정은 유명하다.

마누엘 미란다가 해밀턴을 초연하기도 전 그를 백악관 행사에 초청해 공연할 기회를 주었고,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에는 딸 말리아와 사샤를 데리고 갈 정도였다.

그리고 최근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를 대비해 다시 한번 해밀턴 공연을 관람하고, 그곳에서 기금 모금 행사까지 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유진의 첫 문화계 투자로 이만한 작품이 없다.

뮤지컬 해밀턴의 대성공으로 수없이 많은 기사가 매체에 오르내리고 있었고, 그때마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스쳐 지나가면서라도 유진의 이름을 거론했다.

배당이 적은 대신 유진이 요구한 것이 그것이었다.

지금까지 몇 달 동안 뮤지컬 해밀턴은 수백 차례에 걸쳐 다양한 언론에 보도되었고, 유진의 이름 또한 적지 않게 나왔다.

더군다나 해밀턴의 인기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앞으로도 해밀턴의 인기가 계속되면 유진의 이름 또한 지속적으로 언급될 것이다.

유진에게 있어서는 뮤지컬 수익을 배분받는 것 이상의 이득이다.

평범한 뮤지컬이라면 그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작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오늘 공연 잘 봤어요!”

미란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뒤쪽에서 발랄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엘리자베스. 오셨군요.”

미란다가 아는척하며 손을 흔든다.

유진도 몸을 돌려 다가오는 여자를 바라본다. 유색 피부의 4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다.

“혹시 그쪽은 유진 캉?”

유진이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상대방이 먼저 알아본다.

“맞습니다. 엘리자베스 슐츠 여사.”

유진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 날 알고 있었나 보네요. 왠지 기쁜데요?”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물론이죠. 뉴욕주에 살면서 슐츠 상원의원을 모르면 말이 안 되지요.”

뉴욕주의 연방 상원의원이며 민주당 정책위원으로 있는 엘리자베스 슐츠는 민주당 젊은 피의 대표 격인 인물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 4년 뒤 민주당 대통령 선거에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나서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엘리자베스와 친분을 쌓을 생각이었다. 마침 아주 잘 되었다.

“이번에 저를 지지하는 사람들과의 사교 모임이 있는데, 정중하게 초청을 드려도 될까요?”

엘리자베스가 먼저 요구해 온다.

“물론이죠. 기쁜 마음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유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 이번 달 특수 홍보비 4억 원 집행됐어.

“그걸로 되겠어? 영어로 작업하는 건데 생각보다 적네?”

세종홍보의 철우로부터 특별한 비용의 청구 요청을 받고도 유진은 오히려 모자라지 않냐 물었다.

- 어차피 필리핀에서 하는 작업이야. 그쪽 인건비 알잖아?

“그래. 보안은 확실하지?”

- 물론이지. 다들 그쪽 통해 작업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어. 어차피 나나 우리 쪽이 드러나지도 않고, 그쪽은 현지 사업체라 우리나라 검찰 관할도 아니야.

“그래도 가능하면 안전하게 해.”

- 걱정 마. 만일의 경우 내가 다 뒤집어쓸게. 우리 식구들 끝까지 챙겨 주는 거지? 세계 제일의 부자가 뒷배경이니 세상 무서울 게 없네. 흐흐흐.

철우가 농담처럼 말한다.

“그래. 세종기획도 세계적인 홍보회사 한 번 가야지?”

- 그래. 그때까지 눈에 불을 켜고 일하마.

언제나처럼 철우는 기분 좋게 전화를 끊었다.

쾅!

“대체 무슨 일로 미국 판매량이 이렇게까지 떨어지는 거야?”

10월의 어느 날, 대양자동차 대표 사무실에서는 호통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때문에 영향을 받아 그렇습니다.”

대양자동차 미주 담당 부사장이 고개를 숙이며 설명했다.

“다른 자동차사들은 디젤게이트로 오히려 반사 이익을 보고 있는데, 왜 우리는 더 떨어진다는 거야? 말이 안 되잖아! 우리가 미국에 파는 차 중에 디젤차가 얼마나 된다고? SUV 몇 종류에 더 돼?”

“그렇기는 한데······.”

부사장은 좀처럼 속 시원하게 말을 못 꺼냈다.

“그럼 뭐야? 너희들이 일을 제대로 못 해서 그러는 거 아냐? 마케팅 담당자는 뭘 하는 거야? 이럴 때일수록 광고를 화끈하게 질러야 하지 않아?”

“광고 집행도 이전보다 두 배가 넘게 들어갔습니다. 딜러들에게도 프로모션 비용을 늘려 주기로 약속했고요. 하지만······.”

“하지만 뭐?”

“지금 미국에서 대양자동차의 이미지가 너무 좋지 않습니다.”

“대양자동차가 왜? 디젤게이트랑은 상관없잖아?”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대양자동차 사장의 물음에 미주 부사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이번에 디젤게이트를 터트린 게 강유진이라고······.”

“또 그 자식이야?”

“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그 녀석이 미국에서 조금 인기를 끌게 되어서······ 미디어에서 강유진의 개인사까지 기사로 올리고 그러다 보니 우리 대양 이야기도 나오고······.”

“뭐라고?”

대양자동차 사장은 비로소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깨달았다.

“그래서? 불매 운동이라도 한다는 거야?”

“대양자동차뿐 아니라 대양 그룹 전체 이미지가 지금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부도덕한 회사, 뻐꾸기 회사라는 밈까지 돌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이라면 몰라도, 아시아계 자동차 기업이니 그런 이미지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밈? 그건 또······ 아니. 여하튼 그 자식이 그렇게 대단해?”

“동양인으로서 세계 제일의 부자가 눈앞이라고 하고, 또 디젤게이트에서 좋은 이미지를 얻은 모양입니다.”

“빌어먹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양 그룹 제품들과 뻐꾸기 사진을 합성한 사진이 인터넷에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부사장은 자기 스마트폰을 들어 뻐꾸기 그림이 그려진 대양자동차 신차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이것뿐이 아니고 아주 다양한 사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무래도?”

“그냥 유행이라기보다는 작전으로 느껴집니다. 굉장히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고 있고, 또 양도 비정상적으로 많습니다.”

“그 자식이 한 거잖아!”

사장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높아졌다.

“하지만 증거도 없고, 확신할 수도 없어서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대책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정말 곤란해질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뿐 아니라 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쪽이 어쩌면 더 큰 문제가 될 겁니다. 자동차야 어차피 가격 경쟁력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전자 쪽은 하이미들 쪽이라서······.”

“지금 전자가 문제야? 우리 회사! 대양자동차! 어떻게 할 거야?”

불같은 호통에 미주 부사장이 진땀을 흘린다.

“당장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미 그 녀석이 법정에서 한 증언이 잔뜩 퍼져 있어서, 대양 그룹의 이미지를 재고하지 않으면 미국에서의 피해가 막심할 겁니다.”

“그래서? 그냥 두고 보자고? 망할 때까지?”

“그나마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파격적인 할인 판매 정도입니다. 부도덕하다는 이미지가 있어도 가격이 싸면 팔리기 마련이죠.”

“멍청한 새끼! 성규 그 자식 때문에 도대체 손해가 얼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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