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42 2022-08-26
74화 서로를 노리는 칼날들
어느새 북반구에 겨울이 왔다. 하지만 유진이 머물고 있는 LA에서는 추위가 오지 않는다.
서울과 뉴욕이 흰 눈으로 뒤덮여 있을 때도, 벨에어에 있는 유진의 저택은 한국의 초가을 날씨였다.
그러니까 파티를 즐기기 딱 좋은 날씨들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유진은 하루가 멀다 하고 파티를 즐겼다.
LA는 영화 산업의 중심지였고, 벨에어와 옆 동네인 베벌리힐스에는 세계적인 스타들이 발에 채일 만큼 많이 살고 있었다.
영화를 찍을 때 말고는 한가한 시간투성이인 할리우드의 스타들은 늘 재미있는 자극 거리를 찾았고, 새로 이사 온 동양의 거부가 여는 파티는 나름 신선한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유진의 파티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어느 사이엔가 영화계의 큰손으로 올라서고 있어서였다.
뉴욕에 있을 때 벌써 스무 개가 넘는 영화에 5억 달러를 투자했고, LA로 온 뒤에도 여러 제작자를 만나며 계속해서 투자 계약을 맺고 있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모두 50편이 넘는 영화에 10억 달러의 투자를 성사시켰으니, 당연히 제작자들이나 배우들이나 유진에게 어떻게든 눈도장이라도 한번 찍으려 했다.
심지어 거물급 감독들도 유진의 초대라면 결코 거절하는 일이 없었다.
LA에 온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벌써 유진은 할리우드 영화계의 거물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하비 와인스틴에게서 만나고 싶다는 요청이 왔는데요.”
어느 날 모니카가 무서운 말을 했다.
“와인스틴? 그 제작자 말이지?”
뻔히 누구인지 알면서도 유진은 덤덤하게 되물었다.
“네. 와인스틴 컴퍼니의 설립자이죠. 아마 최근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 보스한테 투자를 받고 싶은 모양이에요.”
하비 와인스틴은 한때 할리우드의 거물로 불리던 영화제작자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미니-메이저 배급사인 미라맥스를 설립해서 수십 년 동안 작품성 높고 흥행력 있는 영화들을 제작 배급해 오다가 월트디즈니에 넘기고, 자신의 배급사인 와인스틴 컴퍼니를 만들어 계속 영화를 제작해 오고 있다.
“그 사람을 만날 생각은 없으니 그렇게 전해 줘.”
유진은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단칼에 거절의 메시지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와인스틴의 명성이야 여전히 대단하지만, 앞으로 몇 년 뒤에 그의 악행이 밝혀지며 벌어질 엄청난 대소동을 생각하면, 그와는 조금도 얽히지 않는 편이 낫다.
와인스틴뿐이 아니다. 유진은 생각난 김에 몇몇 위험한 인물의 리스트를 모니카에게 넘겼다.
케샤라든지…… 케샤라든지…….
세상에는 정말 만나면 위험한 사람들이 있다.
모니카는 어떤 이유에서 그들을 초대 명단에 절대 넣지 않는지 묻지 않았다. 보스의 취향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그들의 업무는 아니다.
그렇게 유진은 개인적인 블랙리스트를 제외한 다양한 사람들을 매일같이 부르며 부지런히 인맥을 넓혀갔다.
그리고 유진의 명성에 이끌려 찾아오는 다른 종류의 사람들도 있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셰이크(Sheikh)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얀의 대리인 무함마드 알 카심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고가의 슈트를 입고, 백만 달러쯤 되는 파텍필립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는 잘생긴 아랍인이 유진을 찾아와 인사했다.
솔직히 이름과 직위를 듣기 전에는 아랍인이라기보다는 이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틴계의 미남 배우라고 생각할 뻔했다.
“아부다비투자청에서 헤드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귀한 손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앗살라무 알라이쿰!”
유진은 아랍식으로 손님을 포옹하며 맞이해 주었다.
남자끼리 껴안는 행위는 한국에서라면 결코 익숙한 인사는 아니지만, 아랍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예절이다.
껴안고 서로의 체취를 나누는 인사는 단순한 악수보다 훨씬 더 친밀감을 나누는 행위이다.
명성상사에 다니던 시절, 그리고 뉴욕에서 건설사에 있으면서도 여러 번 아랍 쪽 업무를 보아온 경험 때문에, 그쪽 사람들을 대하는 예식은 어느 정도 익숙했다.
더군다나 이날 찾아온 알 카심은 단순히 셰이크 만수르의 대리인이 아니라 국왕의 친척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대접에 소홀함이 없었다.
“멋진 저택이군요. 저도 이쪽에 저택을 하나 구해 볼 생각인데, 참고가 될 것 같아요.”
단순한 사모펀드 중역이 할 법한 발언은 아니었다.
“저 아래쪽으로 제법 괜찮은 저택이 하나 나왔다고 하던데, 한 번 구경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유진은 손님을 데리고 자택을 구경시켜주며 몇 시간이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아랍 사람들은 대화를 좋아하고, 예절을 중시한다. 상거래 관계로 만났다고 해서 처음부터 거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처음에는 날씨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같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차를 나누어 마시며 식사를 하고, 서로의 친분을 돈독히 하고 나서야 비로소 거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정석이다.
“차로 할까요? 아니면 커피가 좋으신가요?”
자택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카심에게 물었다.
“여기는 본국이 아니니…… 가능하다면 샴페인이 좋겠군요.”
알 카심이 씩 웃으며 솔직한 요구를 말했다.
많은 아랍 상류층이 그러하듯 알 카심도 이슬람의 율법은 꼭 필요할 때에만 지키는 모양이다.
“셰이크 전하와 저는 이곳 LA에서 학업을 마쳤습니다. 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죠.”
그리고 알 카심의 주군인 셰이크는 산타바버라 커뮤니티 칼리지 출신이다. 세계적인 거부는 그리 공부를 잘한 편은 아닌 모양이다.
“그러면 저보다 이쪽 사정은 훨씬 잘 아시겠군요.”
“놀기 좋은 곳이라면 제법 잘 알고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언제 한 번 모시도록 하죠. 지금도 여기서 지낼 때 생각이 가끔씩 떠오르고는 합니다. 본국에서는 아무래도 여기처럼 편하지는 않으니까요.”
알 카심은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한참이나 늘어놓았다. 아랍 사람다운 입심이라, 유진도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저녁 식사까지도 계속되었다.
다시 술을 곁들인 식사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본론에 들어갔다.
“셰이크께서는 유진 캉의 투자 실적에 아주 감탄하고 계십니다. 아마도 역사상 유진 캉처럼 단시일에 그만한 업적을 세운 이는 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 말씀하셨지요. 물론 저 또한 셰이크의 말씀에 조금의 이견도 없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해서 제게 유진과 친분을 쌓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로서도 유진과 이렇게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기쁘군요.”
언제나 그렇듯 본론에 들어가서도 대화는 한참을 멀리 돌아갔다.
“아부다비투자청을 책임지고 계신 셰이크께서는 유진의 사업에 동참할 기회가 있을지 궁금해하십니다.”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아랍에미레이트 연합의 수장국인 아부다비의 국가 재산을 운용하는 사모펀드로, 자산 규모에서 세계 3위권 수준의 국부펀드이다.
알 카심은 그 국부펀드의 자산 일부분을 유진에게 위탁하고 싶다는 요청을 밝혔다.
서양 사람이었다면 서로 만나고 늦어도 십 분이면 나왔을 이야기이다.
“제가 하는 사업 중에 최대한 안전하면서도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운용사가 있습니다.”
왕가의 개인적인 자산이라면 좀 더 공격적인 펀드를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부펀드라면 규모가 보통 큰 것이 아니다.
유진은 그걸 윌리엄의 자산운용사에 맡겨 볼 생각이다.
제대로 된 수익을 낼 투자에 끼워 줄 필요는 없지만, 자산운용사에 넣으면 적당한 추가 수익을 얻으며 아부다비 왕가의 호의도 받을 수 있으니 나쁠 것은 없다.
“안전하면서도 높은 수익이라…….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그저 농담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카심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투자라는 것이 늘 그렇듯 어느 정도의 위험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렇다해도 유진이라면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카심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게 믿어 주시면 고맙지요.”
“우선 50억 달러 정도의 운용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편하신 시간을 정해 계약을 추진하지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카심은 괜히 고개를 좌우로 돌려 보았다.
“셰이크 전하의 개인적인 자산을 유진 칸의 특별한 펀드에 포함시켜 주실 수 있는지도 여쭤보셨습니다.”
카심이 아주 은밀하게 물었다.
“어디서 들으셨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솔직히 말씀을 드려야겠죠? 런던입니다.”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 솔직히 완벽하게 비밀이 지켜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밀이 지켜져야 할 이유도 없고.
“흠. 사실 쉽게 대답드리기 쉽지는 않군요.”
이미 결정을 내렸지만, 유진은 뜸을 들여 본다.
“물론이죠. 그저 유진에게 친구로서의 호의를 기대할 뿐입니다.”
“며칠의 말미를 주시지요. 사흘 뒤에 다시 한번 방문해 주시겠습니까?”
한국인들은 아랍인과 상거래를 할 때면 그네들의 시간관념에 아주 질색한다.
언제라고 명확히 대답도 하지 않고, 잡담만 하다 시간이 흘러가는 상황은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고역이었다.
아랍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일 해도 되는 일은 철저하게 내일로 미루자’라고.
유진도 현지에서 그런 일은 몇 번이고 겪어 보았다.
딱히 방법은 없다. 그들과 많은 대화를 하며 일이 저절로 무르익기를 기다릴 뿐이다.
사실 그 시간은 아랍인들이 외부인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고민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아주 중요한 시간들이다.
아랍인들과 거래를 맺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대신 한번 거래가 성사되면 그 뒤로는 수월해진다. 한 번 마음을 내준 뒤로는 쉽게 관계가 무너지지 않는다.
유진은 이번에는 반대로 해 볼 생각이었다.
기다리는 쪽은 상대방이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다시 초대해 주신다면 기쁠 뿐이지요.”
유진의 하루는 여전히 바빴다.
LA에 머무르는 동안 파티만 즐긴 것은 아니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뉴욕의 사무실의 직원들과 화상 회의로 그날그날의 업무 지시를 내리거나, 중요한 일이 있으면, 직접 자택으로 불러 논의를 했다.
주로 유진과 독대하는 것은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였다.
데이비드의 팀은 보통은 유진이 정해 주는 신생업체에 접촉해서 넉넉한 투자금을 내놓고 지분 투자를 하는 일을 했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양 그룹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미국 내 사모펀드와 기타 기업에 대한 조사였다.
“맥스웰 그리피스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인 NT소머셋의 소유주인 사모펀드 유나이티드 엑셀런트에 대한 조사 결과입니다. 20년 전에 설립된 유나이티드 엑셀런트는 초기에는 동양계, 그중에서도 한국계 인사들 위주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창업 1세대는 거의 물러나고 백인 위주의 사모펀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첫 CEO의 영향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데이비드는 적어도 자신이 받는 만큼의 일은 해내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해서인지 외부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정보까지 알아냈다.
“펀드의 운용 규모는 대략 40억 달러 수준이며, 샌프란시스코의 기업들에 대한 투자나 아시아 부동산 투자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도 주로는 한국이지요.”
유진은 데이비드가 유나이티드 엑셀런트 내부의 인사까지 포섭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잘하면 대양 그룹과의 관련성을 입증할 증거를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데이비드가 조금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물론 비용은 꽤 들어갈 것 같습니다. 최소한 7자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증거라면 그정도쯤이야 무리 없지.”
대양 그룹이 맥스웰 그리피스를 통해 불법적인 이익을 얻었다는 증거만 찾아낼 수 있다면 100만 달러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러한 증거들 하나하나가 대양 그룹 사주 일가를 구렁텅이로 떠밀어 넣을 것이다.
“그리고 DL캐피탈 한재덕의 소재를 찾았습니다.”
데이비드는 조금 더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 인수에 참여한 대양 그룹 관련 사모펀드인 DL캐피탈의 한재덕은 그 일 이후로 DL캐피탈에서 사라져 버렸다.
유진은 데이비드에게 한재덕에 대해 알아볼 것을 지시하면서도, 그가 아직 살아 있을 것인지는 반신반의했었다.
솔직히 살인멸구라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에 설마 그렇게까지 했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류성규의 손속을 생각하면 안심할 수는 없었다.
“조지아주에서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더군요. 조용히 접근해 보겠습니다.”
플로리다 북쪽에 위치한 조지아주는 동부에서는 가장 한적한 지역이다.
한때 대양 그룹 회장의 심복이었던 한재덕에게서 쓸만한 증거를 건져낼 수 있다면 꽤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시간과 자금은 걱정하지 말고 최대한 원하는 걸 들어줘.”
프리스케일 사태에 대한 증거라면 어쩌면 단숨에 대양의 목에 칼을 들이밀 수도 있을 것이다.
유진은 한재덕에게 어떠한 재산을 줘서라도 증거를 확보할 생각이었다.
그 시간 태평양 건너편의 대양자동차 본사의 사장실에서는 사장과 그의 둘째 동생 류근수가 뉴스를 보며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저택이 한국의 부호 강유진에게 팔렸다고 합니다. 무려 1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이 저택은 할리우드와 인접한 벨에어에 위치해 있으며…….]
[한편 강유진은 초대형 여객기인 보잉사의 747 최신 기종을 자가용 비행기로 구입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여객기는 주문 제작 비용이 최소한 6억 달러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택과 교통수단의 구입 비용으로 한국 돈 1조 원에 달하는 거액을 사용한 셈인데, 과연 세계 제일의 부호다운 스케일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빌어먹을 자식. 팔자도 좋군.”
대양자동차 사장은 들고 있던 유리잔을 거칠게 집어 던지며 욕설을 내뱉었다.
“뉴스 꼬라지 하고는. 어디 보도할 게 없어서 이딴 걸 기사라고 내보내고 있어?”
“그냥 내보냈겠어요? 그 녀석이 사주한 거지.”
형이 보고 있던 뉴스를 지켜 보던 대양중공업 류근수 사장이 테이블 위에 올려진 리모컨을 들어 TV를 끄며 말했다.
“맥스 인수전에 명성이 SS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결성해서 함께 나서기로 했다더군.”
대양자동차 사장이 동생을 부른 용건을 꺼냈다.
“저도 오늘 소식 들었습니다.”
류근수가 대답했다.
“이게 벌써 두 번째지?”
“그렇습니다. 삼호 카드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명성도 그 자식이랑 손을 잡았다는 말이지? 아버님께서 무척이나 노하시겠군.”
“그러게 말입니다. 지난번 서성은행이 SS파트너스와 협력했다는 말을 들으시고 온종일 화를 풀지 못하셨었죠.”
“그때 서성은행과 거래를 전부 끊어버리라고 난리를 치셔서 한동안 아주 골치 아팠었지.”
대양 그룹 류 회장이 서성은행과의 거래를 끊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단순히 노한 탓은 아니다.
SS파트너스가 대양 그룹에 적대하는 강유진의 회사라는 것은 세상 사람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 SS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대양 그룹이 추진하는 사업에 경쟁자로 나선다는 것은 대양 그룹과의 반목을 감수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사실상 대양 그룹으로서는 서성은행에게 선전포고를 당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여기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 말은 곧 다른 기업들에게 유진과 함께 대양 그룹에 적대하는 행위를 해도 자신들은 감히 어쩌지 못한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테니까.
대양 그룹 사주 일가는 이미 유진의 공격이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마도 그가 이번처럼 국내의 다른 기업과 연합해서 자신들의 사업에 훼방을 놓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러니 다른 기업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라도 보복의 의사를 밝혀야 했다.
회장의 아들들 또한 부친의 의도를 이해했고 충실히 따르고 있었지만, 상황이 난처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