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129화 (129/363)

129화 X디벨로프먼트

다음날 오전에는 유진이 기다리던 두 사람이 방문했다.

유진은 구글의 창업자 둘을 환영하고, 2층의 응접실에서 두 사람과 긴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나 그렇듯 처음에는 세상 돌아가는 일을 이야기하고, 구글과 IT기업의 미래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다.

“단순히 친목을 위해서 우리 두 사람을 만나자고 하신 것은 아닐 테지요?”

내내 그다지 말이 많지 않던 래리 페이지가 물었다.

“물론 두 분과의 만남 자체가 내게는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구글이야말로 누가 뭐라 해도 현 시점에서 세계 최대의 기업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구글을 창업해 이렇게 짧은 시간 사이에 세계를 제패한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오래된 소망이었습니다.”

“유진을 앞에 두고 짧은 시간에 세계를 제패했다고 할 만큼 뻔뻔하지는 못합니다.”

지금까지 대화를 주도해 온 세르게이 브린이 웃음을 터트리며 사교적인 수사를 던졌다.

확실히 내성적인 래리에 비해 세르게이가 훨씬 더 비즈니스맨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외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X디벨로프먼트 때문이지요.”

“유진이 구글의 주요 주주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유진이라고 해도 X디벨로프먼트를 건드릴 수는 없어요. X디벨로프먼트는 지금도 충분히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래리가 단호하게 유진의 말을 막아섰다.

유진은 이미 지금 시점에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두 사람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이다.

두 창업주가 일부러 LA까지 찾아온 것도 그 사실에 대한 예의 때문이다.

하지만 X디벨로프먼트에 손을 대겠다는 말에 래리는 당장에 거부감을 드러냈고, 세르게이도 살짝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하다. X디벨로프먼트는 두 사람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실험 기지이며, 미래를 대비하는 연구소이고, 너드들의 놀이터이기도 했으니까.

구글이 알파벳이라는 이름의 지주사 체제로 바뀌기 전, 구글 본사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구글X라는 이름의 연구소가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 연구소는 구글 내부의 직원들조차 정확하게 어떤 곳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비밀에 싸인 곳이었다.

사실 지금도 이 연구소에서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는 대부분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그 존재가 외부에 알려지기는 했지만, 아주 다양한 분야에 걸쳐 10년 혹은 20년을 내다보는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다는 정도만 밝혀졌을 뿐이다.

“아무래도 제 말을 조금 잘못 이해하신 듯하군요. X디벨로프먼트의 축소나 폐지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이지요. X디벨로프먼트는 지금보다 더 충분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유진의 말에 래리의 얼굴이 당장 밝아지며 되물었고, 세르게이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X디벨로프먼트에 대한 두 사람의 애정이 크기 때문이리라.

에릭 슈미트가 구글을 이끄는 동안 래리 페이지는 이 연구소에 출근하며 시간을 보냈고, 래리가 CEO 자리를 맡은 이후로는 브린이 직접 챙겨 왔다.

자신들에 이어 구글의 최대 주주인 유진이 X디벨로프먼트를 지지한다는 것은 두 사람에게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비슷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X디벨로프먼트에서 수행하고 있는 연구에 투입되는 비용 때문에 적지 않은 주주들이 반발하고 있었고, 아직 대단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으니 앞으로도 그러한 반대는 더욱 커지리라 예견되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이 두 창업자는 결코 X디벨로프먼트의 연구를 축소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X디벨로프먼트에서 수행 중인 연구들은 풍선을 하늘에 띄워 올려 전 세계에 인터넷을 공급한다거나, 지열로 발전을 하고, 소금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우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만들겠다는 따위의 허황해 보이는 것들로 가득하다.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은 비즈니스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몽상가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세계 검색 시장과 온라인 광고 시장을 석권한 구글이라는 거대한 IT기업을 이끌고 있으면서도 두 사람은 늘 미래에 대한 도전을 즐긴다.

두 사람은 구글의 검색 엔진 시장 지배가 언젠가는 한계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려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구글에 이어 한 시대를 지배할 만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려 무수한 시도를 하고 있다.

남들에겐 허황되게만 보이는 X디벨로프먼트의 연구들은 성공하게 된다면 충분히 산업 구도를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일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들 모두가 그러한 두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X디벨로프먼트에서 사용하는 예산이 1년에 얼마나 되지요? 지금은 20억 달러쯤 되지요?”

한때는 연구소의 존재까지도 숨겨 왔을 만큼 비밀스럽게 유지되는 기관이니, 관련 예산을 외부에 알리지도 않았다.

“예. 대략 그 정도일 겁니다.”

세르게이가 선선히 인정했다.

“그렇게 적은 돈으로 어떻게 미래를 위한 투자를 충분하게 이어 갈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적어도 다섯 배, 아니면 열 배쯤의 자금이 투입되면 훨씬 더 놀라운 성과를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웨이모만 해도 충분한 지원이 있었다면, 훨씬 더 빠르게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겁니다.”

딥러닝 프로젝트인 구글 브레인과 함께 X디벨로프먼트에서 만들어 낸 연구 결과 중 가장 성공적이라 알려진 웨이모는 완벽한 무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시도의 산물이다.

물론 이 시점에서는 겨우 비즈니스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사내 벤처로 독립하기 직전인 수준이었다.

“확실히 꽤 많은 사실을 알고 계시는군요.”

세르게이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주주들은 X디벨로프먼트에 이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을 겁니다.”

래리가 말을 자르며 들어왔다. 그는 이상가이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지금의 형태로는 그렇지요. X디벨로프먼트가 구글에 얽매여 있는 한은 최소한의 투자만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이해 구글의 수익은 200억 달러가 조금 안 된다. 수익의 10%나 되는 금액을 끝을 알 수 없는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부담이 된다.

“X디벨로프먼트는 지금도 나름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세르게이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이 하는 말의 의미를 금세 이해한 것이다. 래리 눈에서는 당장 불꽃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구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유진이 충분한 투자를 하겠다는 말을 결합하면, 결국 구글에서 떼어 내서 유진이 챙기겠다는 말로 들린다.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여전히 주주들의 반발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요. 물론 두 사람이 보유한 지분으로 다른 주주들의 저항을 누르기에 충분한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잡음이 나오는 것이 귀찮을 때도 있지요?”

“흐음…….”

세르게이와 래리는 둘이 합쳐 겨우 10%가 조금 넘는 구글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 주식의 10배의 의결권이 있는 B주식을 갖고 있어 실질적으로 50%가 넘는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구글의 지배구조 전반과 의결권 및 지분 측면에서 주주들의 불만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주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방면에서 구글의 지배구조에 대해 시정하라는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

그나마 구글의 주가가 충분히 높고,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충분한 배당금을 지급하며 불만을 잠재우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들이 지금처럼 압력으로부터 버틸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정권이나 다음 정권에서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정치권에서 새로운 정책으로 거대 기업의 창업주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 새로운 세목으로 압박해 올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할 겁니다.”

“새로운 세금이라고요?”

“최근 10여 년간 미국에서는 소수의 부자들에 대한 부의 집중이 점점 정도를 넘어설 정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부의 집중에서 소외된 일반인들의 분노가 언젠가는 정치권을 움직이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이 낸 세금이 얼마나 되지요?”

유진의 물음에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대한 IT기업의 창업주들은 기업이 상장되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천문학적인 재산을 갖게 된다.

하지만 창업주가 주식을 그냥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그다지 높은 세금은 내지 않는다.

더군다나 대개는 그다지 높지 않은 급여를 받는 것으로 회사에 헌신한다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소득이 적다는 이유에서 다시 얼마 되지 않는 세금만을 낼 뿐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 자산 순위 상위권에 해당하는 기업의 창업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비해서는 푼돈에 불과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은, 몇 차례의 금융 위기를 겪으며 자산 가치가 줄어들고 있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고깝게 보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많은 시민들의 분노는 정치권을 자극하고, 정치권은 표를 위해서라도 얼마 되지 않는 거대 기업 창업주들에 대한 압박에 나설 수밖에 없다.

어떤 면에서는 고액의 연봉을 받고, 모든 거래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월 스트리트의 금융가들이 이런 거대 IT기업의 창업주들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충실하게 납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언젠가는 창업주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의 세금을 내라는 정치권의 압박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만일 10%의 세금이라도 내야 한다면 두 사람은 그때에도 충분한 의결권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유진의 계속되는 물음에 두 사람은 명쾌하게 답을 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충분한 지분을 보유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주주들은 당장에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X디벨로프먼트에 대해서도 조치를 하려 할 겁니다.”

많은 주주들이 10년, 혹은 그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한 장기적인 프로젝트보다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훨씬 더 선호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래리와 세르게이 두 사람 모두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두 창업자들에게는 구글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며 미래이지만, 일반 주주들에게 있어서는 수익률에 따라 언제라도 사고팔 수 있는 투자 대상에 불과했다.

1년에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지불해 7, 8년 뒤에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해도, 그때 내가 구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당연히 고비용 저효율의 조직에 대해서는 축소나 폐지를 원할 것이다.

래리와 세르게이가 10배에 달하는 의결권으로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것 또한 주주들의 성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에게 X디벨로프먼트를 넘기면 어떻게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요?”

조용히 듣고만 있던 래리가 입을 열었다.

“아! 약간의 오해가 있었군요. 난 X디벨로프먼트를 갖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X디벨로프먼트에 충분한 예산과 독립성, 그리고 두 사람의 리더십 모두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유진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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