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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139화 (139/363)

139화 솔라시티와 스페이스X

“100억 달러는 꽤 도움이 될 겁니다.”

일론 머스크가 활짝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마도 지금 그는 자신이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게 된 당사자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에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사촌 동생이 창업했고, 그 자신도 대주주로 있는 태양광 발전 업체인 솔라시티를 무려 26억 달러라는 거액을 주고 테슬라에 인수시키며 적지 않은 논란을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테슬라는 아직 부진한 사업 성과로 허덕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실상 부도 상태나 다름없는 솔라시티를 회사 자금을 사용해 인수한 것이니 배임 행위나 다름없다는 비난이 줄을 이었고, 심지어 소송까지 들어가게 된 상황이다.

물론 이 소송은 몇 년이나 시간을 끌고, 일론 머스크가 적지 않은 돈을 내놓고 합의하며 끝나게 되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일론 머스크에게 꽤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 때에 유진이 10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하고, 신주를 발행해 25%의 지분을 받기로 했으니 일론 머스크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었다.

100억 달러는 한참 동안 테슬라의 운영자금으로 쓰기 충분하고, 주주들에게는 유진의 투자를 받아 냈다는 성과를 보여 줄 수 있으니, 일론 머스크에게는 유진이 백마 탄 기사나 다름없었다.

더군다나 앞날이 유망해 보이는 암호 화폐 시장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으니, 무척이나 기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즐거운 것으로 말하면 유진이 더할 것이다.

아주 먼 미래는 몰라도, 앞으로 5년 내로 테슬라의 주식이 벌어 줄 수익을 생각하면 벌써 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다.

이 시점에서 테슬라의 주가 총액은 500억 달러를 오가고 있었다. 그리고 4년 뒤에는 1조 달러를 가볍게 넘어선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이번에 신주 발행으로 획득한 주식을 그때 처분하면, 지금 유진의 총자산만큼을 벌어들일 수 있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의 100억 달러는 그야말로 헐값이나 다름없다.

“암호화폐를 기초로 하는 파생 상품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일론 머스크는 벌써 암호화폐로 꾸려나갈 수 있는 사업에 대해 구상이 있는 모양이다.

“적절한 레버리지를 제공한다면 짧은 시간에 급성장할 가능성이 있을 듯해요. 게다가 가장 매력적인 것은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거죠.”

실물 경제를 기반으로 한 파생 상품이 그러하듯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파생 상품 또한 일반 거래에 비해 훨씬 더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으니, 사람들은 적은 비용으로 큰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도박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당연히 훨씬 매력이 있다.

“암호화폐의 시장 규모가 아직은 그리 크지 않기에, 파생 상품을 내놓는 것에 무리가 있을 겁니다. 적어도 1만 달러 이상은 올라 주고, 사람들의 관심이 모여야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암호화폐 관련 파생 상품이 나오는 것은 비트코인이 2만 달러를 찍고 난 뒤의 일이다.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과연 1만 달러가 가능하리라 생각하십니까?”

“늦어도 1, 2년 안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군요. 정보가 퍼져 나가는 추세를 분석하면, 올 말쯤에는 폭발적으로 관심이 쏠릴 겁니다.”

“과연…… 그렇다면 지금쯤 사놓으면 1년 뒤에 적어도 몇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겠군요. 만일 유진이 직접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면 절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일론 머스크는 유진의 이름값이면 암호 화폐 시장의 활성화에 충분하다 판단하고 있었다. 그가 발 벗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리라.

“암호 화폐에 대해서는 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군요?”

유진이 슬쩍 물었다.

“몇 년 전 천 달러를 오르내릴 때부터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가치도 없는 비트의 묶음이 천 달러까지 올라간 것은 놀랄 만한 일이었죠.”

“그렇죠.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어요.”

“그때부터 암호화폐 시장엔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어요. 하지만 해킹 사태로 폭락하고 나서는 쉽사리 손댈 만한 것은 아니라 생각했었죠. 유진이 거래소에 투자했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머스크는 그 외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조만간 유진의 말대로 일반인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때를 대비해 적당한 아이템을 활용할 계획을 열심히 꺼내 놓았다.

“암호 화폐에 대한 투자도 좋지만, 테슬라 운영에 차질이 없어야 할 겁니다. 내가 소송을 제기하면, 평범한 주주들의 소송과는 차원이 다를 겁니다.”

유진이 경고했다. 일론 머스크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물론이지요.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유진의 투자에 오점이 될 생각은 없어요.”

일론 머스크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유진은 테슬라에는 반드시 일론 머스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테슬라가 이익이나 미래 가치 등에 비해서도 월등한 주가를 달성할 수 있던 데에는 일론 머스크의 쇼맨십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진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외에 다른 페이팔 마피아들의 기업에 대한 지분도 넉넉히 차지했다.

이것들은 당장에 큰 수익을 낼 수는 없지만, 조금 멀리 본다면 역시 테슬라 수준의 수익은 충분히 넘어설 것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암호 화폐 거래소의 지분을 나누어 준 것에는 그다지 아쉬운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차피 처음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은 팔아치울 생각이었다.

암호 화페 거래소도 적당한 경쟁과 다양한 참여자가 있는 쪽이 낫다.

또 모든 거래소를 유진이 지배하고 있다면, 후일 암호화폐 폭등, 폭락 사태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몰릴 수도 있다.

유진은 처음부터 시장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50% 수준만 보유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세르게이와 래리를 만났었는데, 두 사람도 유진에 대해 말을 하더군요.”

“서로 아주 친한 사이라고 했었죠?”

“물론이죠. 사실 날 가장 잘 알아주는 사람은 바로 그 두 사람이죠.”

구글의 두 창업주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일론 머스크를 굉장히 신뢰하고 있었다.

2008년의 금융 위기 때는 50만 달러를 공여하기도 했고, 일론 머스크 일생의 프로젝트인 스페이스X에 6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래리 페이지는 만일 자신이 죽는다면 자기 재산을 일론 머스크에게 전부 넘길 생각도 있다는 말을 하기까지 했다.

비슷한 수준의 부자인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 등이 보유한 재산의 상당 부분을 다양한 기부로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데 반해, 래리 페이지는 좀처럼 자신의 재산을 내놓지 않는 구두쇠로 유명하다.

그런 래리가 일론 머스크에 대해서만은 관대한 모습을 보일 정도이니, 구글의 창업주들의 일론 머스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너무나 명확하다.

“편하게 쉬고 싶을 때면 세르게이의 집을 찾아가고는 하죠.”

특히 세르게이와는 연락도 없이 찾아갈 만큼 절친한 사이라 한다.

“X디벨로프먼트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들었어요.”

“X디벨로프먼트는 아주 멋진 놀이 공간이더군요.”

“사실 나도 X디벨로프먼트의 여러 프로젝트에 대해 조언을 하고는 했어요. 세르게이와 페이지는 세상을 또다시 놀라게 할 아주 재미있는 일들을 꾸미고 있지요. X디벨로프먼트에 투자를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물론 X디벨로프먼트 전부를 합쳐도 내 X만큼은 아니겠지만요. 하하.”

X디벨로프먼트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일론 머스크의 가장 큰 꿈은 테슬라가 아니라 스페이스X에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스페이스X는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이다.

“스페이스X도 확실히 엄청난 프로젝트이죠. 나도 언젠가 일론이 화성에 도착하는 모습을 보고 싶군요.”

“그렇게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일론이 슬쩍 유진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 스페이스X에도 관심이 있나요?”

“일론은 다른 건 몰라도 스페이스X의 지분만은 절대 내놓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유진은 페이팔 마피아의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요구하면서도, 스페이스X에 대해서는 아무런 요청도 하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대한 애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렇죠. 하지만 유진이라면 내 이상을 알아줄 거로 생각하고 있어요.”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절대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상장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일론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곳이 일론의 절친인 세르게이와 래리의 구글일 정도이다.

일반 주주들이 끼어들면 단기적인 수익을 얻어 내기 위해 압박을 해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스페이스X를 통해 화성 수송 체계를 이루려는 일론의 소망에 방해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유진의 투자는 결코 단기적인 수익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그런 면에서는 월가의 투자자들과 완전히 다르지요. 당신이라면 믿고 내 지분을 양보할 수 있어요.”

일론은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말했다.

“흠. 그렇다면 원하는 액수와 내놓을 수 있는 지분을 말해 봐요. 아! 물론 그 전에 재무 상태에 대해서도 확인을 해야겠죠.”

유진은 지금 스페이스X에 투자하면 몇 년 안으로 적어도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테슬라의 주가가 꼭대기에 다다르면 엄청난 거부가 될 일론 머스트 본인에게 스페이스X의 지분을 팔아도 되니, 팔 곳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가 정말 200억 달러나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일론 머스크의 제안서를 받아본 유진이 물었다. 일론은 9%의 지분에 대해 18억 달러를 요구해 왔다.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작년에 구글에서 투자할 때보다 두 배 이상의 가치가 올랐다 생각하는군요?”

“작년에 미 공군에서 GPS 발사 계약을 수주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아주 많은 진전이 있었고요.”

“그렇군요. 하지만 이 정도로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군요. 난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아끼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비싼 가격을 주고 들어갈 생각은 없어요.”

“그러면 어느 정도까지 생각하십니까?”

일론은 쉽게 한 발자국 물러섰다. 처음부터 내릴 생각으로 강하게 부른 모양이다. 역시 믿을 수 없는 인간으로는 저커버그 못지않다.

저커버그나 일론이나 자신을 믿어 주는 동업자에 대한 배신을 너무나도 손쉽게 해 버리는 인간들이다.

유진은 미래의 일론 머스크가 세르게이에게 저지르게 될 행동을 떠올렸다.

사실 그 바닥이 그런 면이 있다. 아니. 그런 사람일수록 성공하기 쉽다 해야 할지도 모른다.

“170억 달러까지라면 괜찮습니다. 15억 달러에 9%입니다.”

일론은 유진에게 9% 이상 내 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필요한 자금은 마련하고, 스페이스X에 대한 지배는 보장받아야 한다.

“26억 5,000만 달러에 18%.”

왠지 유진은 일론 머스크를 조금 괴롭혀 주고 싶었다.

“오직 한 번뿐인 제안입니다.”

유진의 말에 일론 머스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건 곤란합니다.”

잠시 생각하던 그가 한참 만에 입을 연다.

“아쉽군요. 서로의 조건이 맞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요.”

유진이 웃음을 지으며 거래의 종료를 알렸다.

일론 머스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대략 78%. 여기서 유진이 18%의 신주를 인수해도 여전히 일론 머스크는 66%에 달하는 지분을 쥐게 되지만, 그런 식으로 지분을 빼앗기다 보면 다음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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