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149화 (149/363)

149화 중국으로 가는 길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 차이나는 현재 총 마흔다섯 개의 주요 도시에서 영업하고 있습니다. 홍콩과 싱가폴,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도 매장을 열었으니 모두 쉰 곳이 넘어가지요. 올 한 해 동안에만 중국 내 마케팅 비용으로 모두 2억 달러가 집행될 예정입니다. 아마 조만간 중국 최고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진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중국의 미디어는 철저하게 중앙정부에 귀속되어 있다.

한국 언론들이 대기업에 종속되어 있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정부가 시책을 만들면 언론에서 종일 떠드는 것이 당연한 곳이다.

그리고 마침 중국 정부는 새로 미국의 리더가 된 트럼프의 딸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한다.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이 불공정하다고 언급하면 할수록 중국 정부는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그 때문인지 중국 주요 도시의 중심 상권을 차지하고 런칭한 이방카 트럼프 패션 몰은 쉬지 않고 매체에 오르내리고 있다.

각 도시의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열 때마다 지역 방송국에서 취재를 오고, 연예인들이 방문해 옷을 구매하는 모습이 수많은 패션 잡지에 실리고 있다.

심지어 연예인들조차 자발적으로 이방카 트럼프 패션 몰에 찾아와 사진을 찍어 SNS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버렸다.

미국이나 한국의 연예인이라면 상상도 하기 어렵지만, 그곳에선 연예인들이 늘 당과 정부의 눈치를 살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 이방카 트럼프 패션의 옷을 구매하는 것은 연예인들로서도 결코 손해 볼 것이 없다.

이방카 트럼프 패션에서 판매하는 옷들은 서민들도 약간만 무리하면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대로 구성되어 있다.

셔츠라면 만 원대에서 시작했고, 고가라고 할 수 있는 외투도 10만 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중국의 연예인들은 사치를 자랑하기로 유명하다. 베이징이나 휴양지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고가 주택을 구매하고, 수십억짜리 장신구를 서슴없이 장식하고 나온다.

한국과 달리 부자들의 사치에 관대한 시선을 지니고 있는 중국이지만, 점차 빈부격차가 심해지며 때때로 한도를 넘어서는 연예인들의 사치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형편이기도 했다.

이런 때에 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방카 트럼프 패션의 옷을 구매해서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게 되자, 연예인들은 사진 몇 개 올리는 것으로 서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와 시류를 놓치지 않는 세련된 감각 두 가지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 가장 핫한 이방카 트럼프라는 이름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굳이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해도 자발적으로 이방카 트럼프 패션 몰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유명한 연예인들이 이방카 트럼프 패션의 상품을 공짜로 홍보해 주고, 미디어에서 쉬지 않고 비추니 중국 인민들의 관심이 모이는 것도 당연했다.

지금까지 그네들이 구매하던 저가 의류에 비해 약간 더 지불하는 것으로 미국 대통령 딸이 만들고 입고 다니는 옷을 자신들도 직접 입어 볼 수 있으니, 당연히 끌리게 되기 마련이다.

“지난주에 오픈한 충칭 2호점의 오픈 때에는 사람들이 하루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일에도 매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매장 주위를 둘러싸고 멀찌감치서 구경만 하다 돌아갔다고 하네요.”

“굉장하군요. 솔직히 이렇게까지 성공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유진이 보내 준 이방카 트럼프 패션의 흰색 정장을 입고, 마찬가지로 이방카 트럼프 패션에서 판매하는 샤넬과 무척이나 닮은 검은 핸드백을 들고 있는 이방카 트럼프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중국의 의류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약 1조 8,000억 위안, 그러니까 대략 2,700억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올해는 3,000억 달러는 무난하게 달성할 예정이고요. 이미 3년 전에 미국 시장을 추월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되었지요.”

“굉장하군요.”

“더 놀라운 것은 중국 시장이 이제 겨우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5년 뒤에는 대략 3,500억 달러에 달할 겁니다. 10년쯤 뒤를 생각하면 얼마가 될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이지요.”

부친처럼 이방카 트럼프 또한 수치에 민감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유진은 트럼프 일가와의 대화에서는 숫자, 특히 아주 큰 숫자를 잘 활용했다.

“경제 규모에 비해서는 부유층이나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직 적은 편이라, 이방카 트럼프 패션 차이나의 성장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한하다고 할 수 있지요.”

사실 유진의 지난 삶을 돌아봤을 때 유진이 관여하지 않았어도 이방카는 부친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 중국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트럼프가 정말로 대통령이 될 거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은 탓에 중국 진출은 때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트럼프 당선 이후 부랴부랴 사업을 추진하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건 앞으로 1년이 훨씬 지난 뒤의 일이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중국과 미국의 사이가 꽤 벌어진 뒤였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도 없었고, 트럼프라는 이름에 대해 중국인들의 호감도 높지 않았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는 딱 절호의 기회였다. 트럼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구애가 한창 절정일 때에 이방카 트럼프 패션 차이나는 세를 넓혀가고 있다.

이렇게 한 번 시장에 안착한 다음이라면, 중국과 미국 사이가 멀어져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비난을 한다 해서 이방카 트럼프 패션에 대해 딴지를 걸고 나서는 일은 하지 못할 것이다.

설령 그런 일이 생긴다 해도 큰 상관은 없다. 유진에게 이방카 트럼프 패션 차이나는 어디까지나 방편에 불과하고, 그때를 대비한 계획도 충분히 세워 놓았다.

“중국의 20여 개 방송국에서 올 하반기에 어프렌티스를 방영할 예정입니다. 그것도 큰 도움이 되겠지요.”

“시리즈가 꽤 기니까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네요.”

“아직 확실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려워도, 올해 안으로 기쁜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진과 친구가 된 것이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행운이로군요.”

이방카 트럼프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처음 유진이 이 일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섰을 때만 해도 그저 약간의 가외 수입 정도로만 여겼는데, 이제는 그녀에게는 최우선 수위가 되어 버렸다.

“역시 백악관보다는 여기가 훨씬 마음이 편하네요.”

낯익은 트럼프 타워의 펜트하우스를 둘러보며 이방카가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백악관보다 자신의 트럼프 타워가 훨씬 낫다고 말했고, 트럼프 타워를 찾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정말로 트럼프가 백악관보다 트럼프 타워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트럼프 타워와 트럼프 브랜드를 선전하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대통령 자리조차도 자신의 사업을 위한 수단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다.

그 탓에 졸지에 피곤해지는 것은 트럼프 타워의 주민들이었다.

미국의 대통령이 수시로 드나드니만큼 트럼프 타워에 대한 보안과 경비를 시크릿 서비스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도널드가 트럼프 타워에 머무를 때면 수백 명에 달하는 시크릿 서비스 요원들이 트럼프 타워에 상주하고, 평시에도 트럼프 타워를 드나드는 사람들의 신원을 검색했다.

당연히 여기 소요되는 비용 또한 막대해서, 하루 수십만 달러가 지출되는 실정이다.

이렇게까지 민폐를 끼친다면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중할 터이지만, 도널드와 그의 가족의 경우는 오히려 이걸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방카 트럼프 또한 트럼프 일가의 훌륭한 일원이다. 유진이 보내 주는 다양한 종류의 이방카 트럼프 패션 의상을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입으며 아주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유진이 슬쩍슬쩍 보여 주고 있는 청사진만으로 이방카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는 당장이라도 미국 부자 순위 상위에 들어갈 것 같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었는데도 미디어들의 태도는 변함이 없네요.”

하나 모든 상황이 그네들의 편은 아니었다. 선거 전과 마찬가지로, 미디어에서는 연일 트럼프 일가에 대한 비판의 소리를 싣고 있었다.

당장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백악관에 합류한다는 것부터 반발의 목소리를 높였고, 심지어 딸인 이방카까지 백악관에 들어간다 하니 더욱 크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방카가 그렇게나 열심히 자신의 브랜드의 옷을 입고 홍보에 나서는 것을 언론에서 모를 리 없다.

당장 중국의 이방카 트럼프 패션 사이트에 들어가면 이날 이방카가 입고 있던 옷이 가장 위에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큰 홍보 효과를 얻기 위해 이방카의 일거수일투족을 화려한 패션 화보처럼 촬영해 사이트는 물론이고 SNS에 올려놓고 판매 페이지로 연결되게 해 놓았다.

더군다나 지금은 트럼프의 기세가 한창 치솟고 있을 때이니, 부친의 선임 보좌관으로 재임 중인 이방카가 뉴스에 나오는 것 또한 굉장한 빈도를 자랑한다.

이방카 트럼프가 나오는 미국의 방송은 그날 저녁이면 중국의 방송에서도 비추어졌고, 중국의 인민들은 앞을 다투어 이방카가 입은 옷을 구매하기 위해 이방카 트럼프 패션 몰을 찾았다.

미국의 언론이 보기에 이방카의 이런 태도는 국가를 자신의 사업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만 보일 뿐이다.

이날도 뉴욕타임즈에서는 이방카 트럼프가 자기 옷 선전을 위해 하루에 다섯 번이나 옷을 바꿔 입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방카가 골이 나 있는 것은 이 때문이었다.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어요.”

“아뇨. 무리하는 것도 아니고, 그자들의 눈치를 볼 생각도 없어요. 내가 어떤 옷을 입건 그건 내가 주체적으로 판단할 일이지, 그들이 관여할 게 아니에요.”

물론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내 물건 내가 입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의미이다.

“올해 아시아 순방이 무척 기대돼요.”

이방카는 금세 기운을 차리고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순방이 올해로 결정된 모양이군요?”

“네. 적어도 겨울까지는 방문할 생각이에요. 미스터 프레지던트도 중국 방문에 무척 관심이 많아요.”

유진이 귀에는 도널드도 이방카 트럼프 패션 차이나의 성장에 관심이 많다는 말로 들렸다.

“아시아의 많은 지도자들과 언론들이 아버지를 환대할 거예요. 이 나라의 빌어먹을 언론들과 달리 말이죠.”

“당연하겠죠. 아시아 사람들은 미스터 프레지던트에 대해 아주 커다란 호감을 가지고 있답니다. 자수성가해서 세계적인 부를 쌓고, TV쇼 진행자로 놀라운 성공을 했고, 마침내는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에 올라섰으니, 모두의 귀감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일본에서의 인기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아! 일본. 맞아요. 일본 사람들은 참 예의 바르고 귀여워요. 일본에서의 사업도 잘되고 있는 거죠?”

“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에는 유니클로나 GU처럼 시장을 선점한 브랜드가 충분히 많아 중국에서 같은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차라리 그럴 역량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쪽이 낫지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타일랜드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성장에도 큰 기대가 되는군요.”

자신의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이방카는 연신 눈을 빛내며 쉬지 않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진이 의도했던 이상이다.

그녀가 유진에 대해 거는 기대만큼, 그녀와 그녀 가족들의 유진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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