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159화 (159/363)

159화 글로벌 스탠다드

“비트코인 가격이 무서울 정도로 오르고 있어. 전에 형이 말했던 것처럼 2만 달러를 찍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아.”

2년 동안 암호화폐 거래소를 구축하고,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연합을 만들기 위해 정신없던 유성은 이제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유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2만 달러를 넘어 10만 달러까지 상승할 거라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고.”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과 달리, 투자 계통의 전문가들이란 그저 일반인들보다 해당 분야의 지식을 더 많이 알고 있는 것뿐이지, 결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이라면 자신의 손익과 상관없이 대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에 비해, 투자 전문가들은 결코 자신의 투자와 상관없이 객관적인 입장이 될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수많은 암호화폐 전문가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각기 암호화폐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말하고 있지만, 누구도 암호화폐가 대체 언제까지 오를 것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부풀어 오른 풍선은 언제고 바람이 빠지는 것처럼, 암호화폐 또한 끝내는 그런 거품이 꺼지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 또한 절대 말하지 않는다.

주식 전문가라면 늘 주가가 장기적으로 오른다는 소리를 하고, 부동산 전문가라면 부동산이야말로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 대상이라고 말하듯, 암호화폐의 전문가라는 이들 또한 무조건 올라갈 것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암호화폐 시장이 전반적으로 활황이기에 끝을 모르고 올라가고만 있으니, 그들은 전문가라며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있을 수 있었다.

6월로 들어서며 암호화폐의 가격 상승세는 점점 더 가속되고 있고, 언론에서도 점점 이 상황을 다루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언론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다루면 다룰수록, 아직 투자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로서는 자신들은 이런 대박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만들어 투자에 참여하는 사람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언론에서 특정 화폐를 한 번 다룰 때마다 해당 화폐의 가격이 널뛰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리플이 제일 무섭더군.”

오랜 시간 동안 0.4센트에서 0.6센트 사이를 오가던 리플은 이해 3월에 들어서며 갑자기 급등하기 시작했다.

3월 말에는 0.03달러까지 한 달 만에 무려 다섯 배가 올랐고, 다시 5월 중순에는 0.3달러까지 오르며 연초 대비 50배가 넘는 상승을 보였다.

“어제 가격 기준으로 31억 달러야. 지금 팔아도 엄청난 이득이야. 리플 수익만으로 지금까지 거래소 투자에 들어간 돈을 전부 보충하고도 남을 정도야.”

유진과 유성 형제는 모두 100억 개에 달하는 리플을 보유하고 있다.

구매 가격이 겨우 0.006달러이니 6천만 달러로 50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물론 그걸 팔지 않는다면 수익이라 할 수 없겠지만, 이미 암호화폐 거래소를 지배하고 있는 유성으로선 얼마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나 다름없다.

“올해 말까지 갖고 있다가 적당한 시점에서 전부 청산해.”

“리플만? 아니면 다른 화폐들도?”

“될 수 있으면 대부분 청산하는 게 나을 거 같아. 하지만 네가 알아서 판단해”

유진은 이제 더 이상 어느 시점에 매수하고 매도를 해야 할지 말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말할 수 없다가 더 맞을 것이다.

이미 유진의 개입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는 상당히 변해 버렸을 것이다.

그러니 어디가 적당한 가격인지, 혹은 어느 순간이 털어 버리기 좋은 순간인지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원래였다면 비트코인은 이해 말에 2만 달러의 정점을 찍고 화려하게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지금의 추세로 본다면 2만 달러가 끝일지, 아니면 3만 달러 이상까지 오를지 전혀 알 도리가 없다.

어쩌면 오히려 그다지 높은 가격을 찍지 못하고 무너져내릴 수도 있다.

암호화폐의 가격을 지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투자자들의 심리일 뿐이고, 수백만에 달하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유진은 비트코인이 1만 달러 선에 달하면서부터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절반을 차근차근 처분하라는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유진은 암호화폐로 얻을 수 있는 수익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얻어 낼 수 있는 이익이 훨씬 더 크다.

암호화폐 거래에 따른 수수료뿐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서 상장하게 될 수많은 새로운 화폐들의 공급, 그리고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게 되는 암호화폐의 가치 평가 등은 물론이고 다양한 종류의 파생 상품 거래로 얻는 이익도 적지 않다.

“다음 분기까지는 모든 거래소의 가격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거 같아.”

유성이 가장 공들이고 있는 부분이 그 부분이다. 이 해에 들어오면서 유성이 관리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들 외에도 수많은 거래소들이 전 세계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다양한 거래소들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가격은 거래소마다 제각각이어서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가격 차이에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증권의 경우엔 같은 회사의 주식이라면 A 증권사나 B 증권사나 같은 가격에 거래가 되는데, 암호화폐의 경우는 거래소마다 제각각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이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증권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코스닥이나 코스피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암호화폐는 같은 물건을 취급하는 코스닥이 한국에만 수십 개, 그리고 세계적으로는 수천 개에 달하는 현실이었다.

물론 거래소마다의 가격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재정거래로 이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과 여러 요인으로 인해 차츰 평균에 수렴하기 마련이지만, 단시간 내에 급격한 가격 차이가 생길 경우라면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에 사실상 암호화폐 거래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성은 각 거래소 간의 가격을 하나로 묶어 단일 거래소처럼 역할 하도록 만들려 하고 있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유성이 관리하는 거래소 외의 군소 거래소들은 실질적으로 유성의 거래소에 종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투자자들로서는 암호화폐 거래의 대부분이 거래되는 곳과 심하게 괴리된 거래소를 이용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유성은 그걸 크립토커런시 얼라이언스라고 명명했고, 얼라이언스 내부의 거래 가격을 글로벌 스탠다드라 불렀다.

“페이팔 마피아들과의 협력은 어때?”

“다들 실행력이 뛰어나고, 굉장히 스마트하더군. 그때그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현실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마련하고, 조직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뛰어나. 배울 게 많은 사람들이야.”

유성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이미 각자가 한 분야에서 놀라운 성취를 거둔 사람들이고, 성공에 대한 집착과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다.

만일 유성이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을 완벽하게 손아귀에 넣고 있지 않았다면 그들과 대등하게 협력할 기회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주 다양한 파생 상품을 준비 중이야. 그리고 새로운 종류의 암호화폐도 여럿 나올 모양이고.”

“나쁘지 않네.”

“어. 레버리지 거래 지원도 시작했고, 인버스 펀드도 만들었어.”

“한국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거래를 하지 않는 거지?”

“물론이야. 코인제로에서 자기네도 레버리지 상품을 운용하겠다고 했는데, 한국 금융당국이나 검찰이 무척 보수적이니까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했어. 그쪽에서 무척 불편해하더라.”

다른 나라에서는 큰 문제 없이 시행하는 사업도 한국에서는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생기는 경우는 꼭 암호화폐 사업에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만일 유진이 아니라면 암호화폐 거래에 레버리지를 도입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

한창 성장 중인 회사라면 검찰 조사 정도의 위험은 무릅쓸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그걸 통해 매출을 일으키고, 규모를 키운 뒤에 조사 결과에 따른 벌금을 납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유진과 유성이 결부되어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렇지 않아도 유진에게 적대적인 대기업들이 잔뜩 있는 상황이다.

혹시라도 유진이 투자한 회사가 검찰 조사를 받는다면 언론을 조장해서 문제를 키울 염려가 있었다.

언론계에 제일 그룹과 다산 그룹의 영향력이 상당하다고는 하지만, 다른 기업들의 영향력 아래 있는 언론도 꽤 있다.

언론에서 침소봉대해서 문제를 키우고,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아도 계속 끌어들인다면, 결과적으로는 손해가 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유진은 한국에서의 사업에는 만사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도록 주의를 주고 있었다.

“새로 생긴 몇몇 거래소에서 레버리지를 제공하기로 한 거 같아. 코인제로 사장으로서는 꽤 억울한 모양이야. 기껏 돈을 벌 기회가 왔는데, 먼저 생각해 놓고도 기회를 놓치게 되었으니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 정 하고 싶다면 결별하고 하라고 해.”

“그렇지 않아도 통보해 놓았어. 우리의 가이드 라인을 따르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고. 그런데 어차피 우리 쪽 지분이 워낙 크니까 별 수 없겠지. 그리고 얼라이언스에서 빠져나가면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쫓겨나는 거니까 가장 큰 이점을 잃는 셈이잖아.”

“그쪽에서 알아서 판단하겠지.”

유성이 관리하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한국에만 다섯 곳에 달한다.

그리고 그 다섯 곳의 거래소가 한국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90% 이상을 중계하고 있다.

코인제로가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거래소인 것은 맞지만, 그곳이 빠져도 유성에게는 그다지 감흥이 없다.

어차피 지금 가장 큰 시장은 미국, 일본, 중국 순서이다. 한국은 아직 코인 거래 시장의 변방에 불과하다.

“알렉세이 표도르프에게 러시아 거래소 두 곳을 넘기기로 한 건은 거의 끝나가고 있어. 장시웨이한테도 중국 거래소 세 개를 넘기기로 했고.”

어차피 암호화폐 시장은 각국의 정부와 큰 관련을 가진다.

유성이 관리하는 거래소가 아무리 잘 나가도, 해당 국가에서 제재를 가하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릴 수 있다.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독재 국가라면 말할 것도 없기에, 유진은 각국 지도자와 연관된 사람들에게 적당한 지분을 넘기고 함께 사업을 이어 가기로 했다.

이 거래는 서로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쪽은 그쪽대로 완벽한 비자금을 만들 수 있고, 유성은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대신 운영진은 우리 쪽에서 계속 맡기로 했어. 그쪽도 노하우가 없으니 당장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거야. 길어야 2년이면 그쪽에서 완전히 장악하겠지.”

유진은 그쪽 사람들이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잘 알고 있다.

만일 유진에게 충분한 뒷배가 없었다면 아예 날로 먹겠다고 달려들 인간들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유진에게는 그냥 날로 먹히지 않을 정도의 배경이 충분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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