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대폭락의 전조
“다섯 배가 올랐습니다. 덕분에 매우 큰 이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슬슬 이익 실현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언제쯤 매도하는 것이 나을까요?”
8월로 들어서며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들의 가격은 전반적으로 폭등하고 있었다.
유진에게 암호화폐 투자를 권유받은 몇몇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유진에게 연락을 해 오며 처분 시기를 묻고 있었다.
대체로 비트코인의 가격이 1,000달러 선일 무렵 권유를 해 왔기에 그때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다섯 배의 수익을, 그리고 조금 기다리다 2,000이나 3,000달러 선에서 진입한 사람들도 두 배 이상씩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뛰어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전문가들 말로는 앞으로 적어도 열 배는 더 오를 거라 하던데요.”
그리고 모두들 암호화폐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투자를 하고 있던 사람이나, 혹은 아직 머뭇거리던 사람이나 암호화폐의 광풍이 일으키는 혼돈 속으로 점점 더 빠져들고 있었다.
적절한 청산 타이밍을 묻는 사람보다는 지금이라도 투자에 나서는 게 어떻겠냐 묻는 이들이 많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현시점에서 가장 투자에 정통한 사람인 유진의 의견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은 대개 유진의 권유로 투자를 시작해서 벌써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에 와서는 저도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암호화폐에의 관심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면에서는 아직도 상승의 여력은 충분합니다만, 너무 단시간 내에 올랐기 때문에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미 전고점에 비해 네 배 이상 올랐습니다. 슬슬 걱정되기도 합니다.”
유진은 암호화폐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에게 투자 권유보다는 경고의 말을 전했다.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굉장히 무섭게 떨어질 겁니다. 버블이란 것이 대개 그렇듯이 말이죠.”
“그렇기는 하죠. 지금의 가격은 확실히 버블이라 보아도 무방하겠어요.”
사람들은 대체로 처음 유진에게 경고를 듣고 나서는 추격 투자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암호화폐 가격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계속 상승하는 모습을 보고는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더욱 가열차게 투자에 나섰다.
“우리는 암호화폐 투자에 나서지 않나요?”
요안나가 슬쩍 물어 왔다.
유성이 관리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미 전체 암호화폐 발행량의 10%에 육박하는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요안나와 윌리엄이 담당하고 있는 운용사에서는 아직 암호화폐 투자에 발을 담그지 않고 있었다.
“올해까지는 그냥 넘기도록 하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만으로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에, 추가 투자는 허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암호화폐 투자는 사실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에 가깝기에, 자칫 잘못하면 아주 커다란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로 주력인 운용사에서는 아예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만일 유진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면, 지금이야말로 적절한 투자 시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유진의 영향으로 암호화폐 가격의 예측이 불가능해진 이상 굳이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그의 중요한 몇몇 고객에게도 지금까지 암호화폐로 얻은 수익으로 만족하도록 수시로 경고했다.
정말 이제부터는 투자가 아닌 투기의 관점에서 보아야 했다.
“우리 쪽에서는 투자 금액을 10억 달러로 늘릴 생각입니다. 사실은 초반 투자에 너무 적은 금액을 넣었다고 전하께 꾸중을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다. 유진이 처음 투자를 권유했을 때, 정말로 암호화폐 가격 상승이 이렇게까지 엄청나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연하게도 초반 투자 액수는 보잘것없기 마련이었다.
대개는 몇백만 달러, 혹은 많아야 천만 달러 수준이 전부였다.
하지만 암호화폐 가격의 상승은 너무나도 드라마틱했고, 몇 달 만에 400%의 수익을 보게 되자 모두들 눈이 돌아가고 있었다.
“사실 여기서부터는 꽤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상부의 압력이 너무 크군요.”
장시웨이도 머리에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가 말하는 상부라는 것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으니,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10억 달러면 꽤 위험하군요. 물론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청산 시점을 잘못 잡으면 꽤 곤란해질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쪽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군요.”
장시웨이는 단순히 권력자의 자금을 관리하는 대리인이 아니다.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정부 최상위 요인과 어떤 특별한 혈연적인 관계가 있는 모양이다.
그런 장시웨이조차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위쪽에서의 압박이 상당히 심한 모양이다.
“우리 쪽 디렉터들도 지금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장시웨이의 아래에는 월스트리트에서 제법 능력을 보이는 매니저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장시웨이가 느끼고 있을 곤혹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강 회장님이시라면 적절한 타이밍을 아실 거라 생각했었는데 말이에요.”
“지금 시장 상황은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한시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벌써 투자자 수가 1억을 넘어서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을 정도이지요. 1억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심리를 어떻게 읽고 대응할 수 있겠습니까? 주식이나 채권이라면 차라리 실적이나 경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예측 가능하겠지만, 이쪽은 전혀 아닙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 다른 어떤 지표와도 괴리되어 있으니 예측이 불가능하죠. 사실 그 이야기도 올렸습니다. 완전히 망나니 같은 시장이라고요.”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그럴 때일수록 더더욱 크게 작용하는 법이다.
사람들은 늘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500달러 수준이었을 때 투자했다면 벌써 10배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50달러에서 투자를 했다면 100배의 수익이다.
하물며 5년 전 5달러도 안 될 때 투자했었다면 무려 1,000배의 수익이다.
그리고 지금은 비트코인이 언제고 10만 달러를 넘어간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금부터 20배는 오른다는 생각이라면, 10억 달러가 200억 달러가 되는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비트코인 말고 다른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도 나설 계획입니다.”
알렉세이는 한 술 더 떴다.
“이더리움과 리플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더군요. 그쪽에도 어느 정도 투자해 볼 생각입니다.”
알렉세이가 운용 중인 투자회사에서도 지금부터 적어도 수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암호화폐에 투자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중 대부분은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이지만, 일부는 알트코인에 넣는다고 한다.
“알트코인은 꽤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겁니다. 상승 여력이 충분한 만큼, 위험성도 그만큼 높을 테니까요.”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리플이 제일 위험해 보이더군요. 발행수량이 너무 많아요. 이런 종류의 재화는 철저하게 공급량의 통제가 가장 중요한데, 다른 암호화폐에 비해 너무 많은 공급량 때문에 경쟁력이 부족합니다. 그런데도 벌써 연초에 비하면 거의 50배가량 올랐습니다. 이건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버블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 버블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쉽게도 많은 이들이 이해 최고의 수익률을 보여 주게 될 리플에 대해서는 평가가 박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공통되게 꼽는 위험 요인은 비트코인 발행량의 2,000배에 달하는 엄청난 발행 수량에 있었다.
“알트코인의 투자에 대해서는 나로서도 딱히 할 말이 없군요. 사실 몇 년 전부터 알트코인에 대해 투자를 이어 오고 있었지만, 최근 1년 동안은 거의 손을 놓고 있었어요.”
“역시 강 회장님이시군요. 그때 투자를 했었다면 지금쯤 너무나 마음이 편했을 텐데 말입니다.”
장시웨이가 부러움을 가득 담은 눈길을 보냈다.
유진은 자신이 이미 암호화폐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해 놓았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각국의 최상위 개인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
9월에 들어서며 비트코인의 시장가는 7,000달러를 넘어서고 있었다.
원래 이 시점에서 정확히 얼마였던지는 유진도 알고 있지는 못한다. 그저 이해 말의 고점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 유진으로서도 지금의 코인 가격이 어쩐지 훨씬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이상할 것은 없다. 그의 개입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을 것이다.
유진이 개인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해 투자를 권유한 사람들은 대개 평범한 개인이 아니라 적어도 수억 달러에서 많게는 수백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물론 최상위에는 수천억에 달하는 숨겨진 자금을 보유하고 있을 거라 의심받는 이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쉽게 위험한 투자에 뛰어드는 일은 없다.
대개는 개인적인 투자회사를 통해 자금을 운용하거나 업계 최고의 투자 자문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리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수백억, 수천억의 자금을 숨겨 두었다고 해서, 그게 전부 실질적으로 현금인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아주 많은 부동산과 국가 관련 기업의 지분으로 숨겨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금성 자산이라면 총 자산의 몇 % 수준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적지 않은 돈이다.
원래라면 암호화폐 같은 위험한 투자에 유입되지 않았을 그런 엄청난 자금이 유진의 명성으로 인해 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처음에는 그다지 많은 액수는 아니었다. 아무리 세계 최고의 투자자라 해도 암호화폐 같은 예측 불가능한 시장에 위험할 정도의 투자는 하기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몇 달 사이 너무나 큰 수익을 본 것이 그들의 욕망을 자극했다.
그 때문에 그들이 집어넣는 자금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유진의 지난 삶에서보다 좀 더 빠르게 암호화폐 가격은 점점 위험한 수준에 육박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좀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1만 달러에 들어서면서 유진은 더욱 경고를 보냈다.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열 배나 올랐습니다. 지금까지 얻은 수익으로 만족하는 편이 낫습니다. 추가 상승분에 대해 추세를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추가 투자는 너무 위험합니다. 나도 2,000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추가 투자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두 달 사이에 120%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알렉세이나 장시웨이나 유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지금의 추세로 보면 상승세가 점점 더 가속될 것 같습니다. 10만 달러는 무리라도 그 절반까지는 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해 초부터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기 때문인지, 유진의 경고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더군다나 1만 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아예 유진에게 암호화폐의 앞날에 대해 조언을 구하지도 않고 있었다.
그들 자신이 훨씬 더 현명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 번 상승장을 타게 되면 누구나 저 멀리 있는 무지개 너머의 천국을 꿈꾸기 마련이니까.
물론 그런 장미빛 꿈을 꾸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다.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 가격의 폭등은 점점 언론의 주목을 모았고, 더욱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위험한 투기 시장에 뛰어들게 유혹하고 있었다.
이제 시골의 노인들까지도 무슨 코인, 무슨 코인이라는 말을 하며 몰려다닐 정도였다.
구두닦이 소년이 관심을 갖게 되면 시장의 폭락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라는 아주 유명한 격언이 있지만, 정작 그 상황이 오면 늘 그렇듯 무시하기 마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