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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163화 (163/363)

163화 모피아

한국 사람들의 암호화폐에 관한 관심이 커져 가며 점점 많은 이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고 있었다.

연초에만 해도 암호화폐 투자에서 한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하반기로 들어서며 미국과 중국, 일본 다음으로 중요한 비율을 차지할 만큼 높아지고 있었다.

점점 더 큰 규모가 암호화폐에 투자되고 있었고, 이제 시골 노인들까지도 암호화폐에 대해 얼추 알고 있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이런 암호화폐 열풍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여러 곳에서 암호화폐의 폐해와 위험성에 대해 역설하며 규제 수단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물론 암호화폐의 규제에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암호화폐는 미래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인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는 결국 한국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최악의 결과만 도출하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사적 재산인 암호화폐를 규제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현행법상으로 암호화폐를 불법이나 범죄로 규정할 아무 근거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법률을 제정해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현실화해야 합니다. 정부는 당장 이 사태를 책임지고, 해당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책임져야 할 정부 당국이나, 국회에서는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는 성명만을 발표하고 있을 뿐, 딱히 제대로 된 규제 방법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한국 국회의원들에게는 전부 200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보냈어. 그리고 5급 이상 공무원 중에서 금융과 재정 관련 업무를 보는 관료들에게는 300달러를 주었지.”

“지금쯤 다들 신이 나 있겠네.”

유진과 유성 형제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논란을 남의 집 불 보듯 즐기고 있었다.

한국의 국회의원과 재정 관련 고위 공직자들에게 보낸 암호화폐의 가치는 현재 가격으로 2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이는 2년 전 당시 한국의 유력자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데 사용한 총액보다 오히려 더 큰 금액이다.

아직 한국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준 선물이니, 법률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형제가 국회의원보다 고위 관료들에게 더 큰 액수를 보냈던 이유는 그들이 실질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재정 관련 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기에,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정상 국가에서는 정치인들보다 관련 분야에 오랜 시간 종사해 온 관료들이 훨씬 더 큰 권한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었다.

국가 재정 업무가 정치 논리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기에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문 관료들에게 일임하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재정 관련 부서의 고위 공무원들은 단순히 행정 관련 공무직뿐 아니라, 민간과 공기업에도 아주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 관료층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특히 금융과 재정 관련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괜히 한국의 재정 당국 관료들을 모피아라 부르는 것이 아니다.

재무부(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인 모피아(MOFIA)는 재정 관료들이 기획재정부 산하의 기관들뿐 아니라 금융계, 경제계를 장악하면서 어마어마한 권력을 지니고, 유착비리를 저질러 왔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들이 퇴직 이후 다양한 관련 기관에 재취직해 요직을 독점하고, 전관예우의 특혜를 받아 가며 각종 사업을 쉽게 따내거나 로비 활동을 통해 자신이 취직한 기업에 다양한 이익을 주도록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일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기획재정부 고위 관리들이 퇴임 후 아예 회사를 차리고 정부에서 발주하는 각종 기획을 독식하거나, 국가 재산을 저렴하게 불하받아 이득을 취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재정경재부의 관리를 받는 공기업의 사옥을 불하받아 다시 해당 공기업에 임대를 주는 것으로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얻는 따위의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고 있다.

이렇게 재정 관련 부처 인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되어온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퇴임 후에 관련 직종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해서, 전관예우를 방지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공직과 높은 관련이 있는 유사 직종의 경우는 아예 재취업을 금지하고, 가능한 경우라도 몇 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최대한 비리를 방지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이유로 공직자윤리법과 이해충돌방지법 따위의 법률이 제정되어 있지만, 유효하게 작동하지는 않는다.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을 때는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대부분 관련 직종에 취업하면서도 그다지 문제없이 심사를 통과하고 있다.

그러니 그렇게 탐욕스러운 관료들이 자신의 자산을 무너트릴 수 있는 암호화폐 규제 수단을 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 실장. 요즘 얼마나 올랐어?”

“이틀 사이에 한 3,000만 원 뛴 거 같아.”

“하, 좋겠네. 조 실장이 투자하는 게 리플이지? 나도 리플 좀 사 볼걸 그랬어.”

“이더리움도 괜찮지 않나?”

오히려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알음알음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가 유행처럼 번져 가고 있었다.

원래라면 그다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을 사람들 또한 얼떨결에 생겨 버린 자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야 안 쓸 수가 없었다.

고위직 공무원들이 수시로 컴퓨터로 자신의 자산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과였고, 개중에는 추가로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많았다.

휴식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비슷한 직급의 공무원들이 조용히 모여 각자의 투자에 대해 논의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참! 장기계획국 이 실장 있잖아? 6월에 한창 오를 때 전부 처분해 버렸다고 하더군. 지금 아주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던데?”

“이런…… 이 실장이 신중한 성격인 건 알고 있었는데, 참 아쉽겠어. 그냥 뒀으면 얼마야? 그게.”

이미 청산해 버린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아직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암호화폐의 가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이지. 여하튼 강 회장 정말 무서운 사람이야. 벌써 2년 전에 지금 사태를 전부 예상했다는 거잖아?”

“그렇지. 어쩌면 지금 상황이 전부 강 회장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고 있는 거 같아.”

“어쩌면이 아니라 틀림없지 뭐. 참, 암호화폐 규모가 조만간 1조 달러가 넘어갈 것 같다고 하더군. 그러면 강 회장이 그 큰 시장을 완전하게 장악하는 거 아냐?”

“그러니까 말이지. 벌써 개인의 영향력이 일개 국가를 넘어서는 게 아닐까 싶어.”

“우리 국장이 시켜서 조사해 봤는데, 강 회장으로부터 암호화폐 선물을 받은 공무원이 적어도 1,000명은 넘는 거 같아.”

그 말은 곧 적어도 1,000명에 달하는 고위 공직자가 유진의 영향력을 받았다는 말이다.

만일 그들이 현재 가치에 해당하는 수억 원을 받았다면 아주 큰 문제가 되었을 테지만, 실질적으로 받은 액수는 겨우 수십만 원에 불과하다.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될 여지는 없지만, 그렇다고 실질적으로 본 이득을 무시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고위직 공무원들은 이제 은연중에라도 유진이라는 존재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야, 그거 무서운데? 그럼 그 사람들이 전부 강 회장한테 빚을 진 거잖아?”

“뭐 자네는 아닌 거처럼 말하고 있네?”

“아? 하하. 그러게 말이야.”

재정 관련 고위 공직자들은 그 어려운 행정고시를 통과해, 국가의 예산과 경제 관련 업무를 도맡는 최고의 엘리트들이다.

그들은 늘 자신들의 머리 위에 올라서 있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늘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재정과 금융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국가의 리더가 되어 이런저런 요구를 해 올 때마다, 다년간 축적된 논리로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자신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청와대의 VIP보다도 오히려 태평양 건너에 있는 유진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벌써 유진이 지니고 있는 영향력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미래에 행사할 영향력에 대해 아주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것도 다름 아닌 그들의 암호화폐 계좌에 표시되고 있는 거액의 숫자로 인해 더욱더 실감 나게 다가오고 있었다.

“참! 태스크포스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대책이 나오기는 했어?”

“늘 그렇지. 다들 크게 의욕이 없어. 규제 방안을 만들려고 해도 좀 그렇잖아?”

“그렇기는 하지. 뭔가 대책을 마련하면 당장 영향이 있을 테니까.”

“언론에서도 보통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게 아니니까. 아마도 당장에 가격이 출렁일 거야.”

“그건 안 되지.”

“안 되지. 안 되고말고.”

그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에 발을 벗고 나서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개중에는 사익과 공적인 책무에 대해 균형을 가지려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대세는 크게 기울어져 있었다.

“1,000명이 넘는다고? 그게 말이 되는 일이야!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들은 전부 그 인간한테 돈을 받아먹었다는 말이지?”

현행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 비서관을 역임하고 있는 오 수석 또한 그런 균형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졸업하기 전에 벌써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동 대학 석사 학위와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오랜 시간을 재정 관련 부처에서 일해 온 오 비서관은 처가가 재계의 유력 가문 출신인 만큼 재정적으로 곤란을 받아온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또한 유성에게 300달러어치의 암호화폐를 받아, 현재 가치로 무려 4억 원에 달하는 평가 금액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4억 원 정도는 그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시 받은 액수로는 얼마 되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당시 액수가 문제야? 지금 암호화폐 때문에 얼마나 문제가 되고 있어? 그런데 그걸 규제할 당사자들이 암호화폐를 손에 쥐고 있으면 일 처리가 가능하겠냔 말이야.”

“그래도 다들 공정하게 처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정은 개뿔! 다들 암호화폐 팔아치우라고 해!”

“그게…… 사유재산을 건드리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문제의 소지가 너무 농후합니다. 누구 하나라도 소송을 걸면 승소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빌어먹을! 이래서야 완전히 식물인간 아니야? 다들 사익에 눈이 멀어서 국가 경제를 좀먹을 도박에 대해 규제를 하지 않는 게 말이 되냐고!”

경제수석 비서실에서는 연신 고함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과열된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 열풍이 국가 재정을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튀어나오고 있었다.

국가 경제의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경제수석 비서관으로서 이는 결코 간과할 만한 사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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