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174화 (174/363)

174화 펀드 발행

그렇게 처음엔 개발자들 사이에서 시작된 미국 취업 열기는 점차 다른 분야에까지 번져 갔다.

- 이번에 난 공고 봤어? 강 회장님 뉴욕 투자 회사에서 한국에서만 1,000명 이상 채용할 계획이래.

- 지금 우리 학교 재학생들 난리 났음. 특히 상경계 다니는 학생들은 다음에 어떤 발표가 나올지만 기다리고 있음.

- 월가 신입 연봉이 최하 10만 달러라고 하더라. 나 같아도 지원하고 본다.

- 미국은 세금도 많고 뉴욕은 집세도 비싸서 크게 의미 없음.

- 의미 없으면 너나 가지 마. 능력도 안 되면서 말만 많은 사람이 꼭 있음. 강 회장님 투자 회사에 근무하는데 월세가 문제겠냐?

재학생들은 물론이고 이미 재직 중인 사람들도 유진의 회사에서 나온 공고에 관심을 보였다.

유진이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을 받아들일 계획이라 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진은 단순히 공고를 내는 데에서 멈추지 않았다.

뒤를 이어 서울을 비롯한 전국 10개 대학과 스폰서십을 맺었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2학년부터 미국의 주요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교육하고, 3학년이 되어서는 미국 기업에 인턴으로 일정 기간 취업할 기회까지 제공한다고 했다.

이는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인턴십 제도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소요되는 경비는 전부 유진이 부담하기로 했다.

- 우리 대학교도 포함된다고 하더라. 지방소재 대학까지 그렇게 도움을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 벌써 내년 우리 학교 입결 높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 강 회장님이 경비는 진짜 확실하게 밀어준다고 함.

- 우리 학교도 포함됨. 아, 진짜 미국 기업에 취직하는 건가?

- 한국 대기업 다니는 거보다 낫겠다.

- 우리 학교는 포함 안 되는데 어쩌지? 나 3학년인데 지금이라도 학교를 옮길까?

- 어쩌면 그게 나을 수도 있지.

유진의 행보는 이제 대학 입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가 뽑은 10개 대학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며, 고등학생들부터 학부모까지 스폰서십을 받지 못한 학교는 그다지 진학하고 싶지 않은 곳으로 여겨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소외되는 학교의 재학생이나 졸업생 중에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었지만, 이미 대세는 유진이 선택한 10개 대학에 넘어가 버렸다.

거기다 졸업생을 위한 추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는 발표까지 이어지자, 모두의 기대감만 높아질 뿐이었다.

“이래서야 대선은 완전히 물 건너 갔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처럼 재미없는 대선도 있었나 싶어요.”

5년에 한 번 찾아오는 대통령 선거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가장 큰 이벤트이다.

선거가 열리기까지 몇 달 동안 대선에의 관심이 모든 이목을 빨아들인다.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대선과 관련을 시키고,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라면 뉴스에서 다루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데 이번 대선은 무척 특이했다. 선거를 이제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선거에 관심이 없다.

물론 각자가 생각해 둔 후보자에 대한 지지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어떤 말을 하건, 유권자들의 이목은 오로지 태평양 건너편의 유진에게 쏠려 있었다.

“아무래도 정권 교체는 무리인 모양입니다.”

“다음 선거를 노려야겠어요.”

“다음에 이기려면 무엇보다 강 회장의 복심을 잡아야 합니다.”

“맞아요. 지금부터라도 강 회장과의 네트워크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강 의원, 제대로 좀 해 봅시다.”

야당에서는 이미 이번 선거를 포기하고 차기 국회의원 선거에 대비하려는 의원들의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세상 누구보다 민심의 흐름에 민감한 것이 바로 정치인들이다. 그들은 이제 대세를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대선에 나선 당사자로서야 어이없는 일이지만, 의원들로서는 자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다음 선거에서 자기들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

- 강 회장 덕분에 한국의 경제가 활황이고,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미국에서 취업하게 되었으니, 세상에 애국도 이런 애국이 없다.

- 미국 취업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는 급여 인상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더라.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미국에 취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우리 쪽은 그래도 꽤 오를 거 같다.

여론은 대체로 유진의 행위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그의 영향력은 단순히 한국의 젊은 사람들에게 미국에서의 취업 기회를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적지 않은 인재들이 미국으로 빨려갈 것을 대비해 각 기업들도 무언가 대책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관련 분야에서는 벌써 내년부터 임금 수준이 획기적으로 인상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혜택을 받게 된 분야의 종사자들은 자연스레 유진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 강 회장의 할리우드 저택에서는 매일 톱스타를 불러 파티를 연다더라.

- 어제는 라이언 고슬링이 초대되었다더라. 그날 파티에는 한국의 유명 여배우도 있었는데 서로 뜨거운 눈빛을 교환했다더라.

- 라이언 고슬링은 유부남인데 무슨 헛소리냐?

- 유부남 아님. 파트너 관계임.

- 라이언 고슬링은 강 회장이 무척 아끼는 배우라고 함. 강 회장이 라라랜드에 거의 단독으로 투자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둬서 감독이랑 고슬링이랑 엄청 아끼는 사이임.

그리고 하필 유진이 할리우드에 머무르고 있는 관계로 전혀 엉뚱한 소문도 쉴 새 없이 생산되고 있었다. 그만큼 그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의미였다.

유진의 벨 에어 저택에서는 정말 하루도 쉬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을 초대하는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다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할리우드의 톱스타들만을 초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셀럽들만큼이나, 이쪽 서부 지역의 유력 인사들을 초대해 친분을 쌓는 일들을 이어 갔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서부 해안 주들의 정치인들은 거의 한두 번씩은 자택을 찾아 환대를 받았고,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들을 포함한 경제인들과의 만남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뉴욕에서는 플라자 호텔의 연회장을 매일 사용했듯이, 서부에서는 자택에서 똑같은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조금 더 특별한 손님을 불렀다.

사실 손님이라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적어도 이날만은 손님이라 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윌리엄의 역할이 상당히 클 겁니다. 제대로 준비해 주세요.”

요안나와 달리 언제나 맨해튼을 지키고 있던 윌리엄을 LA까지 부른 것이다.

유진은 우선 다음 해의 계획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펀드 판매에 대한 준비는 거의 끝나 가고 있습니다. 뮤추얼 펀드와 ETF 상품을 절반씩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진이 한국계 직원을 대거 확충하겠다고 한 것은 그만큼 필요한 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 요안나나 윌리엄이 경영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는 어느 쪽이건 기관 투자자나 초특급 VIP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펀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기로 했기에, 그걸 처리할 만한 인력이 아주 많이 필요했다.

“보스의 이름이 걸려 있으니, 그만큼 많은 수요가 밀려들 거예요.”

윌리엄은 준비가 다 되었다면서도 걱정이 되는 듯했다.

사실 유진에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펀드 상품을 내놓으라는 요구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왔다.

겨우 3년 만에 세계 제일의 부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유진이 내놓는 상품에 관심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우선은 작은 규모로 시작합시다. 2년 내에 AUM 1조 달러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1조 달러요? 음…… 분기당 겨우 1천억 달러를 상회하는 정도라면…… 상품이 나오자마자 바로바로 매진되겠군요.”

윌리엄이 농담처럼 말했지만, 사실 그 정도의 잠재력은 충분히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시가 총액 100위권 기업들의 주주는 블랙록, 뱅가드그룹, 피델리티 등의 자산운용사가 차지하고 있고, 그런 자산운용사들은 각기 적어도 수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1위인 블랙록이 6조 달러 수준, 2위인 뱅가드그룹이 5조 달러 수준이다.

그런 시장에 유진이 끼어들면 얼마나 파괴력이 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만일 제한을 걸지 않는다면 당장에 수위권에 오르는 것도 문제가 아닐 것이다.

사실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그런 자산운용사를 통해 얻을 이익을 기대했기 때문은 아니다.

당장 세계 제1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시가 총액이나 순수익을 보아도 그다지 눈에 띄게 훌륭한 편은 아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자산운용사는 이익보다 안정성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진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이익이 아니라 영향력이다.

수많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세계적으로 팔아, 수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것으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안나가 운용 중인 대기업의 주식은 때가 되면 다시 팔아야 하겠지만, 윌리엄을 통해 운용하는 자산은 늘 일정 규모 이상을 유지해야 하고, 그를 통해 세계적 대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윌리엄의 역할이 매우 막중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현재까지는 요안나가 운영하는 투자사의 규모가 윌리엄의 그것보다 월등히 크다.

아직은 유진이 알고 있는 미래 지식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산을 그녀를 통해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윌리엄에게 전권을 맡긴 자산운용사도 꾸준하게 그 규모를 늘려 가고 있다.

그리고 내년부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판매하게 되면, 윌리엄의 자산운용사는 당장 세계 10대 자산운용사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선물이 너무 대단하군요.”

윌리엄은 거대한 자택을 둘러보며 연신 탄사를 내뱉었다.

유진이 그를 LA로 부른 것은 깜짝 선물을 주기 위해서였다. 사실 유진의 자택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거대한 자택은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했다.

시가 5,000만 달러, 베드가 12개에 욕실이 16개나 달려 있고, 헬리패드와 슈퍼카가 네 대나 포함된 가격이다.

“그럴 만한 일을 해 주었으니까요.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노력해 달라는 의미에요. 그리고 굳이 이렇게 캘리포니아에 마련한 것은 일만 하지 말고 조금 즐기라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유진 덕분에 윌리엄은 자신을 배신하게 될 여인과 헤어졌다. 그 뒤로 윌리엄은 다시는 여자에게 눈을 돌리지 않고 일에만 매달려 오고 있다.

“1년에 적어도 두 달은 휴가를 쓰도록 해요. 여기서 말이죠.”

“하하. 그렇게 노력해 보겠습니다.”

유진의 선물은 윌리엄에게만 간 것은 아니다. 요안나 또한 뉴욕에 비슷한 가치를 지닌 대형 콘도를 선물해 주었고, 직원들도 각기 맡은 위치와 성과에 걸맞은 보너스를 받았다.

유진은 직장에 대한 충성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결국 합당한 보상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상벌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아주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기업의 고용원들에게 벌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직원들이 벌을 두려워해 진취적으로 일하지 못한다면 그 집단은 정체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벌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 그러니까 범법 행위나 부도덕한 행위에 있어서만 명확한 규정과 각 지역의 법률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니 늘 충분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구성원들의 향상심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그를 위해서는 기업이 그만큼 성장을 거두어야 한다. 그리고 유진에게 그건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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