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176화 (176/363)

176화 플랫폼의 지배자

“어제 하루 비트코인 거래액만 400억 달러야. 세상 자금이 전부 여기 몰린 거 같다니까.”

암호화폐 거래에 따른 수수료는 거래소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적어도 0.1%에서 많게는 0.5%에 이른다.

거래의 양측에 수수료를 물리기에 거래소에서 얻는 수수료는 실제로는 최대 1%에 달했다.

하루 400억 달러가 움직이면 거래소의 수익은 최하 8,000만 달러에서 최대 4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금액은 비트코인 외의 다른 암호화폐나 코인을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파생상품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그리고 그런 거래소의 대부분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 바로 유성이었다.

“수수료 수익이 무서울 정도야. 하루에 1억 달러의 수익이 나는 업종이 얼마나 되겠어? 형 말처럼 암호화폐 수익보다 거래소가 오히려 더 무서운 거 같아.”

1억 달러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았을 때의 예상 수익이다. 실제로 활황기 얼라이언스 전체에서 얻는 수익의 규모는 그 몇 배를 상회한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이지. 플랫폼을 지배하면 사실상 모든 수익을 지배하는 거야.”

“물론 지금 시장이 너무 과열된 때문이겠지만 말이야.”

“딱히 그렇지만도 않을 거야. 지금이야말로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어 있잖아.”

“그러니까 관심이 줄어들면 거래량도 줄어들겠지.”

당연하지 않냐는 듯한 유성의 말에 유진이 고개를 젓는다.

“관심이 집중된다는 건 투자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거야.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진다 해도 시장 진입은 오히려 더 거세게 늘어날 거야. 암호화폐 시장이 완전하게 몰락하지 않는 이상 그런 추세는 계속될 거고.”

“그렇기도 하겠네.”

“그러니까 보안과 서버 확충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해.”

“그렇지 않아도 그쪽으로는 돈을 아끼지 않고 있어. 벌써 보안 문제로 넘어진 거래소가 몇 개나 되잖아. 그리고 최근엔 서버가 감당 못 해 몇 시간씩 다운된 곳도 나오고 있더라.”

유성이 관리하는 거래소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지금도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거래소들은 아주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폭증하는 트래픽을 감당 못 해 뻗어 버리거나 해킹을 당해 보유하고 있던 암호화폐를 강탈당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나타났다.

물론 정말로 해킹을 당한 것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암호화폐의 폭등으로 많은 이들이 이 시장을 그다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보고 뛰어들기 시작했다.

원래였다면 그런 거래소들이 시장의 큰 지분을 차지할 수 있었을 테지만, 이미 3년 전부터 유진의 완벽한 청사진과 막대한 자금을 배경으로 준비해 온 거래소들과의 경쟁은 쉽지 않았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는 겨우 수수료를 낮추고, 남들은 들어 보지 못한 코인을 상장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물론 개중에는 나름의 성과를 거두는 곳도 나오기 마련이다.

하나 유성이 장악하고 있는 코인 거래소들의 연합인 얼라이언스가 올리고 있는 수익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그나저나 알렉세이하고 장시웨이는 이번에 아주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네.”

알렉세이와 장시웨이는 암호화폐 파생상품에 적지 않은 투자를 이어 가는 중이다.

주식이나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파생 또한 하락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시장에 충격을 줄 사건을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는 러시아와 중국 정부의 핵심층에서는 이 정보로 한몫 벌어 볼 생각이었다.

암호화폐 시장은 다른 현물이나 금융 상품에 독립적이지만, 러시아나 중국 정부의 행정 규제 따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전가의 보도처럼 아무 때라도 사용할 수 있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틀림없다.

유진이 알기로도 적지 않은 거래소에서 가격 하락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이 거래 중이고, 그중 상당 부분이 알렉세이와 장시웨이를 비롯한 몇몇 큰 손들의 쌈짓돈 노릇을 하고 있다.

이번처럼 시장에 충격을 줄 정책 발표 전에 적절한 레버리지로 매도 수량을 잔뜩 잡아놓았다가, 암호화폐 금지 따위의 정책을 터트리는 것으로 시장을 무너트려 이득을 취한다.

이번 한 번만이 아니다. 앞으로도 두 나라에서는 서로 호흡을 맞추어 적절한 시기마다 이런 정책으로 암호화폐 가격을 조정할 것이다.

물론 언제나 악재를 꺼내 놓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암호화폐 시장은 아주 오랫동안 주머니를 불려 줄 수단이니까.

때로는 시장 친화적인 발표로 호재를 만들어 주기도 하면서 양식장의 물고기처럼 암호화폐 시장을 키워 갈 것이다.

“그러겠지.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만큼 무서운 사람은 없으니까.”

미래의 정보를 이용해 짧은 시간 사이에 엄청난 위업을 이룬 유진이야말로 정보의 힘을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유진은 또한 알렉세이나 장시웨이가 특별한 정보로 이득을 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도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짜르와 중국의 지도자들은 그들 아래에 정부 당국이 발표할 특정 정책이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그리고 어떻게 반응할지 최대한 사실에 근접하게 계산할 수 있는 천재들을 데리고 있다.

금융 시장에서도, 그리고 현물 시장에서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정보가 발생할 때마다 자산을 관리하는 사람에게 지시를 내려 충분한 이득을 보게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라면 명백하게 부정부패로 처벌을 받을 행위이지만, 그들에게는 오히려 당연한 재산권의 행사에 불과할 뿐이다.

“알렉세이는 적어도 30억 달러, 그리고 장시웨이는 그 두 배 정도는 벌었을 거야.”

암호화폐 거래량의 절대적인 양을 처리하는 거래소 얼라이언스를 장악하고 있는 유성은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적지 않은 정보를 알아 낼 수 있다.

“자기들 손에 들어간 거래소로는 더 많이 해 먹었겠지.”

“그러니까.”

알렉세이와 장시웨이가 각각 암호거래소, 그것도 꽤 많은 회원을 가지고 있는 거래소를 상당한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필요로 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거래소에서 파생상품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수수료도 얻는다.

더군다나 각국 금융당국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거래소들은 수익이나 지출까지 마음대로 유용할 수 있다.

그들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황금 시장이다.

유진 형제로서도 딱히 나쁠 것은 없다. 알렉세이와 장시웨이에게 거래소 몇 곳을 넘겨 주었다고 해도, 여전히 충분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 덕분에 해당 거래소가 높은 수익을 올리면, 결과적으로 유진의 수익이 올라간다.

물론 그런 수익이 커질수록 알렉세이나 장시웨이는 거래소 지분을 완전히 손에 넣기를 원할 테고, 그렇다면 그때 가서 넉넉한 가격을 받아 내고 손을 털면 그뿐이다.

더군다나 더욱 중요한 것은 러시아와 중국의 지배자들이 이렇게 암호화폐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얻는 동안은, 암호화폐 시장의 수익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쌈짓돈처럼 쌓여 가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 러시아는 암호화폐 시장을 완벽하게 망가트릴 수는 없다.

“알렉세이와 장시웨이가 언제고 보답을 하겠다네.”

지금까지 두 사람은 유진의 호의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물론 그게 그 둘의 자산은 아니지만, 그 와중에 각자가 챙긴 고물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 * *

시장의 붕괴는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2만 달러도 무너졌어. 이젠 진짜 바닥이 보이지 않아.”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한 코인 가격은 좀처럼 회복의 기미도 보이지 못하고 하루하루 떨어져 내려 갔다.

2만 달러가 다시 15,000달러가 되는 데에는 겨우 이틀이 걸렸을 뿐이다.

“리플은 더 무섭네. 열흘 만에 1/4로 떨어졌어.”

이 시기의 리플은 다른 그 어떤 암호화폐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게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한다면 무려 1,000배가 넘게 상승했을 정도이다.

이는 발행 수량이 너무 많아 오랜 시간 동안 겨우 0.005달러를 오갔던 리플의 가격 때문이다.

워낙에 적은 가격이기에 투자자들에게 착시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렇게 많이 오른 만큼 내리막도 무서웠다.

대장인 비트코인이 급락하면서 리플은 그야말로 고층빌딩에서 추락하는 것처럼 급격한 그래프를 그리며 떨어져 내려 갔고, 투자자들의 마음 또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리플이든 이더리움이든 다들 곡소리가 나온다니까.”

유성은 말의 내용과 달리 여유만만했다.

그건 그가 암호화폐 거래소 얼라이언스의 지배자로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진의 지시에 따라 그들도 파생상품에 약간의 투자를 해 놓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유진의 자산을 놓고 본다면 약간의 투자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라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액수이다.

이미 암호하폐 시장의 1차 붕괴를 예측하고 있는데, 투자에 나서지 않을 이유는 없다.

시장이 고꾸라지면 고꾸라질수록, 유진의 주머니는 반대로 두둑해져만 갔다.

“시장은 죽어가는데 파생상품 시장의 크기는 오히려 더 커지네.”

“투자자들이 그만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지. 지금까지 적지 않은 손해를 보았으니, 그걸 만회하려면 전보다 많은 자본을 투자하거나…….”

“아니면 레버리지를 사용해야 하겠지.”

1억을 투자해서 절반이 넘게 손해를 본 투자자는 5,000만 원으로 투자를 이어 가기보다는 차라리 빚을 져서라도 투자금을 늘려 빠르게 만회하려 한다.

그리고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파생상품은 그런 부채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나 단순하다.

언제나처럼 거래에 참여하면서, 그저 가볍게 레버리지 비율을 늘리면 그만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두 배의 레버리지로 시도를 해 본다.

처음 레버리지를 사용해 본 투자자는 해당 투자에서 이익을 보았든, 손실을 보았든 다음 투자에도 레버리지를 사용하기 마련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처음이 어렵지 다음번에는 고민의 과정이 생략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점차 레버리지의 사이즈는 커져 간다.

두 배의 레버리지로 이득을 본 사람이라면, 내가 왜 겨우 두 배만 사용했지? 하는 후회 때문에 레버리지 비율을 높인다.

반대의 경우라면 손실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레버리지 비율을 높인다.

“요즘은 열 배, 스무 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투자자가 엄청나게 늘었어. 물론 그렇게 열 배, 스무 배로 쓰면 수수료도 열 배, 스무 배지.”

결과적으로 레버리지의 사용은 점점 늘어나고, 거래소의 수익 또한 커져 간다.

“백 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솔직히 그건 이해를 못 하겠어.”

백 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하면, 현재 가치의 1%만 투자 방향과 반대로 가도 베팅한 전액을 전부 날려 버리고 만다.

물론 투자자들의 생각은 전혀 반대이다. 1%의 등락만 투자와 맞아떨어져도 투자한 돈이 두 배가 된다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생각처럼 풀리기 어렵다. 처음에는 생각처럼 단 1%의 변화로 자본을 두 배로 불리겠지만, 그런 행운이 계속되리라는 보장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몇 번이고 투자가 이어지다 보면 손실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 한 번의 손실로 그때까지 벌어온 자본의 전부를 날려 버리고야 만다.

“역시 주식이건 코인이건 마찬가지야.”

얼라이언스의 지배자는 그런 투자자들의 행태에 혀를 내두르며 자신은 투자는커녕 복권 한 장도 사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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