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195화 (195/363)

195화 무역 분쟁

“이번 거래에 대해서도 무척 만족하고 계십니다. 특히 이렇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신 것에 유진 회장님의 관대한 마음 씀씀이에 대해서는 언제고 보답할 일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월가에서 퍼시픽 인터내셔널이라는 평범해 보이는 자산 관리 회사를 운영하는 장시웨이가 유진의 오피스에 들러 중국에서 이루어지는 대형 거래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장시웨이는 주어를 생략했지만, 유진은 그가 누구를 거론하고 있는지 잘 알았다.

“예 서기에게는 좋은 거래였다고 말씀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직은 중국의 최상위 지도자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회의 일원에 불과하지만, 유진은 그가 현 지도자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사람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중미 관계가 정상화되면 한번 방문하셔서 만나 뵙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유진이 좀처럼 미국을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쉬워하며, 장시웨이는 초청 대신 기약 없는 만남을 다짐했다.

장시웨이와의 거래는 언제나처럼 깔끔하게 끝났다. 유진도 상대방도 원하는 것을 얻어 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번 거래의 다른 한 축에 유진이 얼마나 큰 손해를 보았는지 알리는 일이다.

다음 약속은 바로 다음 날로 잡혔다. 좋은 소식이라는 말에 이방카와 쿠슈너 부부가 뉴욕으로 건너왔다.

그들은 수시로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머무르며 일을 처리하기에 이번 방문이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

한편 유진도 여전히 트럼프 타워의 자택을 종종 이용하고 있어서, 트럼프 일가와의 만남은 다른 사람의 눈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에만 다시 100개의 신규 매장을 낼 예정입니다.”

“놀라운 성장세로군요. 대형 매장을 한 해에 그렇게나 출점할 수 있다니, 중국 시장은 확실히 굉장히 매력 있는 곳이에요.”

중국에서 날아온 유아라 사장의 설명을 듣고 이방카 트럼프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중국의 소매 시장은 하루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 최대의 의류 시장인 미국을 넘어서 확실하게 세계 최고의 시장으로 안착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치열한 시장이기도 하지요. 세계의 주요 패스트패션 기업은 전부 진출해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하고 있으니까요.”

유아라는 세계 제일 권력자의 딸과 사위 앞에서 열성적으로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의 성장에 대해 피력했다.

“아직 상장을 추진하지는 않고 있지만, 올해 말까지의 성적만으로도 적어도 1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할 겁니다. 그것도 겨우 시작에 불과할 뿐이지요. 몇 년 안으로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은 세계 시장에서 유니클로와 자라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패션 기업으로 손꼽히게 될 겁니다.”

“외부의 분석도 그렇더군요. 유아라 사장이 아주 훌륭하게 해내셨습니다.”

유진은 유아라가 자신의 기대 이상으로 해낸 것을 연신 치하했다.

“중국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럼 오늘 남은 하루는 편하게 쉬도록 하세요. 플라자 호텔에 두 분을 위한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 주시고요.”

브리핑이 끝나고 유진은 유아라 부부를 돌려보냈다. 이제부터 진짜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

“하아! 안타까운 일이네요.”

유아라 부부가 나가자 이방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면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호전시켜야 하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방법이 없어. 지금에 와서 중국에 대한 제재를 없던 일로 하면 정국을 이끌어 갈 힘이 사라지고 말 테니까.”

이방카와 그녀의 남편은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이방카 패션 그룹이 중국에서 너무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커다란 이익을 안겨 주는 기업이 무럭무럭 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때문에 부친인 트럼프가 정책을 펼쳐 나가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었다.

“대중 무역 제재는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조만간 그렇게 결론을 내려야 하지요.”

쿠슈너가 난처한 표정으로 유진에게 입장을 알려 왔다.

“국가의 정책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정책에 따라 기업은 이익을 볼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지요.”

그리고 유진은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편안하게 그들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었다.

사실 그로서야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해 온 사실이니 이제 와 걱정할 이유는 없었다.

2018년으로 넘어오며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는 무척 삐그덕거리고 있었다.

점점 커져 가는 중국의 영향력 때문에 이제는 중국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견제와 제재를 시작해야 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미국의 시민 사회와 정치권에서 공론화된 지도 벌써 몇 년째의 일이다.

더군다나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미국의 국익을 위해 보호무역을 주장해 왔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견제를 늦출 수도 없었다.

특히 트럼프의 가장 큰 지지자들인 러스트벨트의 노동자들이 중국에 대한 무역 제재를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집권 2년 차로 접어드는 트럼프로서는 이런 유권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일정에도 큰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미국 내 상황은 중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수입국인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중국의 무역 상품에 대해 제재를 시작하면 중국 정부에 커다란 타격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 때문에 중국 정부에서는 트럼프의 딸인 이방카와 사위인 쿠슈너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로비를 해 오고 있었지만, 쿠슈너와 이방카도 유권자들의 염원을 뒤엎을 수는 없었다.

이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제재의 규모가 상당할 겁니다. 중국 정부에서도 어떤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쿠슈너와 이방카는 자신들의 이익과 부친의 정책 결정 사이에서 크게 번민하고 있었다.

그들이 애국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미 쿠슈너를 비롯한 트럼프 일가는 국가 경영과 사익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지속적으로 받아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그들과 관계된 기업 때문에 제대로 된 대중 정책을 펼치지 못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자칫 여기서 좌초하게 될 수도 있다는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하나 미국 정부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를 시작하면 중국 정부 또한 그에 걸맞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지금 한창 선전 중인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 차이나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은 눈에 보듯 뻔한 일이었다.

“우리 쪽 피해는 조금도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국가 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렇기는 하지만…….”

물론 쿠슈너와 이방카가 유진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돌아올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 차이나는 한국의 SS파트너스 자회사이고, 전적으로 유진 개인 소유의 기업이다.

이방카 트럼프는 중국과 일본에서 나오는 매출 일부를 로열티로 받아 챙길 따름이다.

하지만 그 일부에 불과한 로열티의 규모가 두 사람의 상상보다도 엄청났다.

더군다나 성장 수준으로 보았을 때 미래의 수익이 훨씬 더 크리라는 것은 계산할 필요조차 없다.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 차이나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본의 아니게 의심의 눈초리를 사게 된다는 점은 저도 무척이나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름 방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방도라면?”

“그렇지 않아도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 차이나를 원하는 곳이 있어서 넘길 생각입니다.”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을 팔겠다고요?”

두 사람이 깜짝 놀란다.

“네. 차라리 그편이 두 분이나 나아가 도널드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금 넘기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이 역시 유진의 자산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신들이 받을 로열티 수익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다.

“아깝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그렇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리고 이방카의 수익을 위해서도 말입니다.”

“제 수익이라…….”

이방카가 의문과 기대가 뒤얽힌 표정을 짓는다.

“적어도 5년 동안의 예상 로열티는 전부 선불로 받아 내도록 하겠습니다.”

“적지 않은 액수일 텐데요?”

“물론 그럴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두 분의 계좌를 충분하게 채워 드릴 테니까요.”

유진의 말에 쿠슈너와 이방카 두 사람 모두 그제야 활짝 웃기 시작한다.

그의 말처럼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 차이나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버리고 로열티도 선불로 받아 낸다면, 그들로서는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 대한 부담도 덜고 5년간의 기대 소득도 한 번에 받아 낼 더할 나위 없는 일이었다.

이미 팔아 버리고 난 뒤 미중 간의 무역 분쟁이 시작되면,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 차이나의 실적이 줄어들든 말든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된다.

“하지만 미중 간의 분쟁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 차이나를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있을까요?”

쿠슈너가 의심스럽다는 듯 물어 왔다.

“매수자를 찾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수소문 끝에 찾아냈습니다. 아쉽기는 하더군요. 좀 더 여유가 있었다면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미 자신들의 몫을 챙겨 줄 거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인지, 이방카와 쿠슈너는 짐짓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유진은 사실상 자신이 손해 보는 것은 그리 없다는 사실을 굳이 밝히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우리 측에서 대중 무역 제재를 발표한 뒤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쿠슈너는 신중한 사람이다. 혹시나 생길지 모를 후폭풍도 걱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쪽에서도 미중 간의 갈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걸 고려해서 가격이 책정되겠지요.”

유진이 굳이 유아라와 그녀의 남편을 불러 얼마나 잘 나가고 있는지를 알린 건 그가 매우 큰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피력하기 위함이다.

물론 쿠슈너나 이방카가 그런 의미를 모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알려야 할 것은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합리적인 거래는 최대한 자신의 가치를 상대에게 알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확실히 아쉽네요. 중국 시장에서 그렇게 선전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브랜드를 넘기는 것은 정말 살을 깎는 것 같아요. 이거 우리만 손해를 보지 않는 것 같아 미안하군요.”

이방카도 조금은 염치가 있는지, 자신들에게 최대한 챙겨 주려는 유진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습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이 정도는 각오해야 하니까요.”

금전적으로 유진이 크게 득을 보지는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유진은 상대방에게 더 큰 것을 얻어 낼 수 있었다.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 차이나를 넘기는 대가로 중국 기업들에 좀 더 많은 접근 권한을 얻어 낼 수 있었고, 그렇다고 해서 결코 적은 액수를 받아낸 것도 아니다.

단지 미래 성장 가능성에 비하면 조금 헐하다는 느낌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나 그 미래의 가능성이 당장 이방카의 부친에 의해 망가질 상황이니 강하게 주장할 수는 없다.

물론 매수하는 쪽에서도 결코 손해를 보고 사 가려는 것은 아니다.

유아라의 말처럼 중국의 패션 시장은 점차 커 가고 있었고, 이미 유니클로와 자라에 버금갈 정도로 시장에 안착한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 차이나는 그 브랜드 네임을 제외하고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더군다나 사 가려는 측에서는 조만간 증시에 상장시켜 적지 않은 추가 수익을 얻어 내려 하고 있다. 아마도 유진에게서 사 간 가격의 몇 배 정도를 넘어서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서구의 민주주의 국가들과 일본, 한국 정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의 지도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쉽게는 국가의 재정에 손을 대는 방법도 많이 사용하지만, 조금만 영리한 사람이라면 주로 기업에의 투자를 선호한다.

특정 기업의 지분을 차명이나 가명으로 소유하고 해당 기업을 밀어준 뒤에 적당한 시점에서 상장시키거나, 다른 기업에 높은 가격으로 넘기는 방법 따위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독재자의 비자금 상당 부분은 이런 식으로 점차 규모를 키워 간다.

이란의 하메이니는 비밀스러운 기업 단체인 세타드를 통해 20여 년 동안 최하 1,000억 달러에서 많게는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만들어 정치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겨우 수천억 달러에 불과한 이란도 그 정도 규모의 비자금을 만들 정도이니, 중국 정도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이번에도 유진에게 넘겨받은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 차이나를 조금 더 성장시켜 놀라운 수익을 얻어 낼 것이다.

하지만 유진은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 차이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그 소득이 아쉽거나 하지는 않다.

중국 시장은 완전한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까 때문에, 유진으로서는 해당 이득을 온전하게 취할 방법 따위는 없었다.

처음부터 그걸 알고 있었기에, 유진은 이방카 트럼프 패션 그룹 차이나의 성장에 맞춰 적당한 시점에 넘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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