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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233화 (233/363)

233화 불효 형제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 부양 정책은 미국 내뿐 아니라 세계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유럽이나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지지 않겠다는 듯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며 통화량을 증가시켰고, 코로나가 아직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와중에 세계 각국의 증시는 끝을 모르고 올라가고 있었다.

물론 유진의 자산 또한 그만큼, 아니 그 이상 늘어나고 있었다.

일반적인 자산운용사와 달리, 헤지펀드의 성격이 강한 요안나의 자산운용은 적게는 3배, 그리고 많게는 수십 배까지의 레버리지를 이용한다.

주식의 경우라면 이제 그 규모가 너무 커진 탓에 10배나 되는 레버리지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적어도 다섯 배까지의 레버리지는 기본이다.

주가가 10%만 올라도 다섯 배의 레버리지면 50%의 수익이다.

코로나 쇼크 때와 비교해 나스닥은 거의 두 배, 뉴욕 지수는 80%가량 올랐다.

당연히 요안나가 운용하는 투자회사는 하루가 다르게 쌓여 가는 수익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유진이 투자를 시작한 이래 최고의 활황기이다. 이 시점에서 세계인들은 주식을 사놓기만 하면 오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모두가 돈을 싸 들고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당연하게도 자산 대부분을 주식으로 보유하는 미국인들은 주식 시장의 활황에 환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활황이 영향을 미치는 곳이 또 있었다.

“대체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겠어. 정말 이번에는 10만 달러를 넘어서는 게 아닌가 싶어.”

한동안 침체를 겪었던 암호화폐 시장도 날로 경신되는 최고가에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한때 5,000달러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이 벌써 8만 달러를 넘나들며 모두 10만 달러가 바로 눈앞이라 생각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무려 1조 7천억 달러에 이르렀고, 언제 2조 달러를 돌파하는지를 놓고 모두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한편 다른 암호화폐들도 비약적으로 선전하며 암호화폐 전체의 시가총액은 비트코인의 두 배인 3조 5천억 달러에 달했다.

실물 경제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끔찍할 정도로 거대한 허상이 탄생한 것이다.

“거래소를 사 간 사람들 모두가 만족하고 있어.”

유성이 조금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유성은 지금까지 운영해 오던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상당수를 팔아치웠다.

물론 전부 제값을 받았지만, 이렇게까지 암호화폐들이 오르니 헐값에 팔았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얼라이언스 코인만 잡고 있으면 돼. 지금 얼마나 되지?”

“대략 8,000억 달러.”

암호화폐 시장의 기축 통화라고 할 수 있는 얼라이언스 코인의 발행량은 암호화폐 거래가 증가하며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발행량이 전부 유진 형제의 자산은 아니지만, 발행량만큼의 달러를 고스란히 이자 없이 사용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얼라이언스 코인 발행량만큼의 달러를 다양한 투자기관을 통해 예치해 놓았고, 그중 대부분은 경제 활황기의 주식 투자에 이용되었다.

그러니 이런 대호황에서 얼라이언스 코인 예치금으로 벌어들인 수익만으로 적어도 수천억 달러 이상이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투자한 코인도 적지 않잖아?”

“그렇기는 하지.”

유성은 암호화폐 시장이 불황에 들어간 시점부터 다시 규칙적으로 암호화폐를 매집해 왔다.

이때 즈음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규모는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15% 수준으로, 환산 가치는 대략 5천억 달러에 조금 못 미쳤다.

투자한 액수는 겨우 10%에도 미치지 못하니,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4천억 달러가 넘는 돈을 암호화폐에서만 벌어들인 것이다.

물론 아직 매도하지 않았으니 실제 가치를 측정하기는 이르지만 말이다.

거기다 아직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몇 개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거래량을 자랑한다.

이건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얼라이언스 코인의 시장 지배를 위해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이미 이 거래소 몇 곳의 가치로 다시 2천억 달러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하긴…… 더는 욕심도 나지 않아.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 솔직히 말하면 이 이상 돈을 버는 게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어. 천억이라는 숫자를 보고 있으면 머리가 이상해지는 거 같아. 천억 원도 상상도 하기 어려운 금액인데, 천억 달러야. 그리고 지금 가진 걸 전부 팔아치우면…….”

유성이 푸념 아닌 푸념을 해 왔다. 암호화폐의 수익의 1/3을 자신의 몫으로 배정받은 덕분에 유성은 이미 유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부자에 올라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는 하지만, 삼위와는 꽤 큰 격차가 있다. 만일 유진이 없다면 유성의 보유 자산만으로도 역사상 최고 부자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전부 암호화폐만을 통해 얻어 낸 부이다.

“그렇게 벌었으면 조금 쓰고 다니지 그래?”

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 그랬지? 하긴, 돈을 쓰는 것도 있었네?”

누구의 동생 아니랄까 봐 유성도 자신을 위한 지출에는 너무나도 인색했다.

안전을 위해 커다란 집과 튼튼한 차량, 그리고 보디가드를 거느린 것 말고는 좀처럼 돈을 쓰는 일이 없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돈을 소비한다는 개념조차 없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유진은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모니카를 통해서 이런저런 소비를 하고 있지만, 암호화폐계의 은둔자 소리를 듣고 있는 유성은 좀처럼 남의 앞에 나서는 일도 없었고, 사교 활동 자체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여전히 너드처럼 사무실과 자택을 오가며 일에 열중하는 생활이 전부였다.

“슬슬 결혼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어?”

“아! 결혼…… 글쎄.”

유성이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너라도 결혼을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어?”

이미 지난 삶에서 결혼에 실패한 유성은 그 뒤로 다시는 결혼에 대한 욕구가 없었다.

물론 지난 삶에서나 이번에서나 연애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결혼만큼은 아니다.

“그게…… 쉽지가 않더라. 여자를 만날 자신이 없어.”

“뭐가 아쉬워서?”

유성은 여전히 젊고, 무엇보다 엄청난 부자다.

“생각해 봐. 지금의 나한테 접근하는 여자가 어떤 사람일지 말이야.”

“흠…….”

“나한테 호감을 보이는 여자라면 우선 내가 의심부터 하게 되는 거 같아.”

“돈을 보고 다가오는 거 같단 말이지?”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있지.”

“그게 싫다는 거야?”

“그렇잖아. 내 내면이 아니라 내 돈에 매력을 느낀다는 거 말이야.”

생각해 보면 동생은 전부터 순진하기만 한 놈이었다.

“너의 능력이나 재산이 너와 분리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물론 그렇지는 않지만, 따지고 보면 내 능력이라는 것도 사실 형이 있다는 거잖아.”

“나 같은 형이 있는 것도 능력이야.”

“나 참. 하긴 그렇다.”

“그리고 지금까지 네가 이루어 놓은 게 전부 나 때문만은 아니야. 난 어디까지나 방향을 제시했을 뿐이고, 그걸 이루어 낸 것은 네 능력이니까.”

유진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방향 제시만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이루어 낼 수는 없다.

지금도 수많은 창업자가 올바른 방향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그 대부분이 경쟁에서 탈락한다.

물론 유성에게 준 힌트가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객관적으로 보아도, 유성은 자신의 역할 이상을 해내었다.

유진으로서도 동생에게 암호화폐에 대한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어 다른 것들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고마워. 형.”

“너무 외골수로만 생각하지 마.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보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니까. 때로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어.”

“그럴까?”

“그럼. 네 외면을 좋아하면 어떻고, 네 능력을 좋아하면 어때. 사람은 사귀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거니까.”

“사귀어 봐도 알지 못하는 거 아니었나? 흐흐.”

조금 기운이 났는지 유성이 형의 불행을 가지고 농담을 한다.

“맞다, 그래. 살을 맞대고 살아도 알 수 없는 거지. 만사가 어차피 알 수 없는 거잖아? 그러니까 부지런히 마음 가는 대로 만나고 사랑하고 즐겨 봐.”

유진은 조금은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지난 삶에서 유성은 자신의 의지로 주체적인 삶을 살았다.

물론 아주 많은 난관이 있었고 험난한 길이었지만, 유성은 한 번도 의지를 잃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어 갔다.

물론 그 와중에 좋은 사람을 만나 사귄 적도 여러 번이다.

“알았어. 너무 겁먹지 않을게.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결혼도 생각해 보고.”

“그래. 너라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야 두 분이 마음을 놓으시지.”

“꼭 형은 결혼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는 거 같네?”

“그거야…… 미래는 모르는 일이니까. 여하튼 지금은 만족하고 있어.”

유진은 굳이 정말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결혼이라는 굴레에 얽매일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건 유진에게 있어서나 다른 주변인에게 있어 너무나 치명적인 부담이 될 것이다.

“솔직히 나도 잘은 모르겠어. 결혼이란 거 말이지.”

생각해 보면 유진의 지난 삶에서의 유성도 결혼은 하지 못했었다.

그때에도 유진의 실패한 결혼 생활이 영향을 주었던 것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단순히 삶이 고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유진은 동생이 최대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기를 원했다.

가능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항구적인 인연을 맺었으면 한다.

그건 부모님이 아들들의 결혼을 기대하기 때문은 아니다. 마음이 맞는 동반자가 있는 삶이 주는 안락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거짓이었다고는 해도 말이다.

“그런데 형 요사이에는 제니퍼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유진이 사생활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유성은 방송과 뉴스를 통해 형의 사생활을 충분히 접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유진이 20대의 슈퍼스타 가수와 밀애 중이라는 기사를 몇 번이나 볼 수 있었다.

“그런가?”

딱히 사귀는 사이라고는 할 수 없다. 코로나의 와중 몇 번인가 자택에 찾아와 짧은 만남을 가졌을 뿐이다.

하지만 유진의 저택으로 향하는 도로의 입구에는 매일같이 파파라치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다가, 누가 저택으로 들어가는지 열심히 찍어 어딘가의 연예 잡지에 팔아치우고는 한다.

덕분에 어떤 여자가 단순히 집안에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그게 열애설로 둔갑하는 일은 아주 흔한 일이다.

그런 식으로 유진은 벌써 스무 번도 넘는 다양한 슈퍼스타들과 연애설이 났다.

심지어 그중에는 유진이 만났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여자도 있다.

그런 소문에 대해 유진은 철저하게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반면 유진과 열애설이 난 스타 쪽에서도 대충 그렇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부정하지 않는다.

유진과의 연애설은 누구에게라도 도움이 되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렇게 해서 유진은 이제 세계적으로 이름난 바람둥이가 되어 버린 모양이다.

만일 한국에서였다면 매일같이 비난에 시달릴 일이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이곳에서는 미혼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나도 형처럼 살까나? 흐흐.”

“그것도 나쁘지 않지.”

“아무래도 둘 다 효자는 되지 못하겠다.”

“그러겠지? 자식 둘이 다 불효자라 우리 부모님들 불쌍해서 어쩌나? 크크.”

세계 1위와 2위의 부자가 불효자인 것은 참 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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