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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262화 (262/363)

262화 최악의 뉴스

“목표치의 103%를 달성했어요.”

요안나가 뿌듯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전쟁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 무렵, 그녀 휘하의 투자팀은 원하던 목표를 달성했다.

글로벌 200대 기업 중 163개 기업의 주식 30% 가까이를 하락장에서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경제제재로 인해 서방 국가들의 투자가 금지된 중국 기업들과 딱히 큰 성장이 보이지 않는 기업들을 제외하니 그 정도가 남았다.

“현재 해당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40조 달러입니다.”

대략 10조 달러 가까운 자금이 주식시장에 투입되자, 시장은 천천히 반응을 보였다.

그나마 장기적인 플랜에 따라 조용하게 매수한 결과이기에 바닥에서 겨우 30%밖에 오르지 않았다.

“이제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 사정을 지켜볼 차례입니다. 그쪽의 상황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은 반등의 기회를 찾기 어려울 겁니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벌어진 시베리아 전쟁은 어느덧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여유 있게 시베리아의 유전 지대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점령하고 전쟁을 끝내려 했던 중국은,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침략을 막아 냈던 러시아인들의 잠재력을 제대로 맛보아야만 했다.

하루가 지나면 1개 사단이 새롭게 충원되는 전선을 보며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느꼈던 것과 비슷한 공포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총동원령을 선포한 러시아는 첫 석 달 동안 60만에 달하는 병사를 시베리아로 보냈고, 다음 여섯 달 동안은 그 두 배에 달하는 100만 명을 추가로 보냈다.

물론 그 와중에 러시아 젊은 남자들이 겪어야 했을 고통은 이루 말할 길이 없을 것이다.

연구 개발에 투입되어야 할 고급 인력이나 방산업체 종사자들, 심지어 정신에 문제가 있는 장애인까지도 무차별적으로 영장을 받고 전쟁터로 끌려갔다.

물론 중국도 인력 자원이라는 면에서는 러시아에 못지않은 나라이다. 당장 인구수만 해도 러시아의 열 배였다.

당연히 러시아군의 증원에 따라 급하게 병력을 확충하기 위해 자원입대를 장려하며 나섰지만, 중국 젊은 층을 움직이는 건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정권에 충성을 보여 오던 중국의 젊은이들은 막상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나서는 것에는 호응하지 않았다.

시베리아의 유전이 중국의 것이 된다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자기 것이 될 것도 아닌데 스스로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러시아의 유전을 빼앗는 것에 동참할 생각은 없던 것이다.

중국 내 모든 언론사가 총동원된 자원입대 캠페인은 참담한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중국 또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동원령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었다. 누구에게 영장을 보낼 것인지가 문제였다.

북경과 상해, 광주 등 경제적으로 앞선 대도시의 젊은이들을 모집하자니 그들의 부모 층은 대개 여유 있는 사람들이었고 당의 중심부에 연관이 된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동원령 이야기가 나오자 다양한 방법의 로비가 오갔고, 결국 중소 도시와 지방, 농촌의 젊은이들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며 그렇지 않아도 발전에서 소외된 데에 불만을 가져 오던 지방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영장을 받고 군에 입대하느니 차라리 죽어 버리겠다며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한편으로 그나마 경제적 여유가 있던 대도시 주민들 또한 길어져만 가는 전쟁으로 인한 경제난을 견디다 못해 시가지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에 더불어 지난 20여 년 동안 쌓인 부동산 버블이 터져 나가며 막대한 손해를 본 사람들까지 시위대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전 재산을 아파트에 투자했는데, 하루아침에 아파트 건설사가 부도나며 빚덩이 위에 앉은 사람들의 분노는 거칠기만 했다.

상황이 연일 악화되어 가자 그 외에도 다양한 분노를 지닌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영장이 트리거가 된 셈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만으로 가득하던 사람들이 이번 사태를 빌미로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게 된 것이지요.”

“현 상황은 어떤가요?”

“지금 무장 경찰과 군부대를 투입해 막아 보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민의를 누를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수출입니다. 서방의 경제제재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는 질식하고 말 것입니다.”

나탈리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당면한 가장 큰 적은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이었다.

백악관은 중국 정부의 러시아 침략보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얻는 천문학적인 이득과 불공정한 경제 장막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서방 국가들에 대해 자국 경제를 완전하게 개방하지 않는다면 경제제재를 풀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니, 중국 국민들의 경제난은 좀처럼 나아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실 미국이 가진 가장 커다란 힘은 바로 이런 경제제재라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원유 생산 국가였던 베네수엘라나 이란이 지금과 같은 심각한 경제난에 휩싸이게 된 원인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미국이 한 나라를 망가트리고 싶다면, 수십만 명의 군대를 동원하는 대신 경제적으로 교류를 끊고 동맹국들에 같은 정책을 취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미국은 총알 한 개 쓰지 않고도 중국을 끔찍한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을 들어 주거나, 다시 예전처럼 철의 장막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지금의 중국 국민들은 다시 30년 전처럼 숨 막히는 숨겨진 대륙으로 돌아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개방, 개혁의 기조가 이어져 온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인들은 자본주의의 맛을 그야말로 마음껏 누려 왔다.

그런데 이제 와 하루아침에 과거로 돌아가라 한다면 그걸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탈리의 말처럼 중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결국 시위대에 대해 좀 더 과격한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권으로서는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대개 전국적인 시위의 요구에는 현 정부 요인들의 퇴진이 반드시 들어 있기 마련이다.

무장경찰이 화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전국의 대도시에서 적어도 수천에 달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뒤를 이어 각지의 군대가 탱크를 몰고 도시로 들어서자 시위는 다시 잠잠해졌다.

물론 중국에서 벌어지는 그 시위의 참상은 서방 세계에 자세하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미 중국은 서구의 기자들은 전부 내쫓은 뒤였고, 대사관 직원들도 신변의 위협을 느껴 대사관 밖으로 나서려 하지 않고 있었다.

하나 그럼에도 존 브래넌과 나탈리는 상당히 정통한 소식을 구해 왔다.

“정권 내부에서 심각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습니다.”

“정권 내부라면?”

“전 주석의 파벌과 현 주석의 파벌, 그리고 각지의 군부와 공산당 유력자들 사이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두고 의견이 심하게 갈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리 존 브래넌이라고 해도, 중국 최상부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일들을 전부 확인하기는 어려운 듯했다.

하지만 정권 최상부에서도 지금의 사태를 그저 시위대를 분쇄하는 것으로 끝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시간이 이어지던 중에, 갑자기 중국과 러시아의 평화협정이 발표되었다.

“솔직히 놀라운 일입니다. 중국 정부는 몰라도 러시아 정부에서조차 전쟁을 이렇게 끝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지요.”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의 전선을 유지한 채 전쟁을 잠시 멈추기로 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완전하게 전쟁을 끝낸다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의 예처럼 전쟁을 멈추는 휴전 협정이다.

“러시아도 이젠 더 이상 전쟁으로 병력을 몰아넣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그쪽의 시위도 점점 커지는 모양이니까요.”

중국도 러시아도 상황은 서로 비슷했다. 국민들은 계속되는 경제난과 전쟁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었고, 그 어디에도 정당성을 찾기 어려운 전쟁에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에 반대하고 있었다.

“다행이로군요. 이 시점에서 전쟁의 종료가 선포되었으니, 당분간 주식시장의 반등세는 확실하게 굳어질 것 같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전쟁이 끝난 것은 누구에게나 희소식이었다.

“이렇게까지 쉽게 전쟁이 끝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지요.”

물론 유진은 어느 정도 짐작하기는 했었다.

그가 겪은 미래에 중국과 러시아는 결국 평화협상에 서명하고 만다. 시베리아의 유전을 각기 일부분씩 차지한 상태로 말이다.

이번에는 유진의 개입으로 몇 년이나 빠르게 전쟁이 벌어졌지만, 중국이나 러시아가 지닌 내재적인 문제가 변한 것은 아니기에 비슷하게 흘러갈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적절한 순간에 휴전이 성립되었다.

중국은 이 전쟁에서 원하던 것을 대부분 얻어 낼 수 있었다.

시베리아 유전 지대의 1/3 정도만을 확보했지만, 석유의 매장량으로는 오히려 러시아에 넘겨준 부분보다 많다.

이는 중국이 전쟁 동안에도 탐사를 이어 오며 매장량이 많은 지역에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해 필사적으로 지켜 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제 여기서만 하루 400만 베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다.

기존 생산량에 더하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의 원유 생산국으로 나설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블라디보스토크를 차지하며 염원이던 동해로의 출구를 차지하게 되며 지정학적인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

“일본으로서는 꽤 가슴 아픈 일이로군요.”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전쟁에서 느닷없는 피해자가 되어 버린 일본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 항구가 중국의 군항이 되면, 일본 전역이 중국의 사거리에 들어가게 된다.

더군다나 이번 전쟁을 통해 중국이 자신의 전력을 외부로 투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으니, 일본으로서는 그야말로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전쟁을 끝냈으니, 중국이나 러시아가 다시 경제를 재건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요안나가 아쉽다는 듯 물었다. 여전히 유진은 중국에 거의 투자를 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게 되기 쉽지는 않을 거야. 일단은 중국 내부의 정치 상황이 안정되어야 하는데, 당장은 그렇지 못할 것 같다는군.”

존 브래넌의 보고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권력 투쟁은 현재진행형인 듯했다. 게다가 미국의 경제제재도 아직 해제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오히려 전보다 더 가혹한 요구 조건을 내놓으며 중국 정부를 압박하는 중이었다.

시베리아의 유전을 차지했다뿐이지, 중국 정부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외의 세계는 전쟁의 종식으로 경제가 안정될 거라는 희망에 싸여 있었다.

휴전 소식이 전해지며 나스닥 지수는 하루 사이에 10% 가까이 상승했고, 세계적으로도 대다수 주식시장이 숨 가쁘게 상승의 표시를 나타내고 있었다.

글로벌 기업들에 10조 달러의 지분을 지닌 유진으로선 하룻밤 사이에 거의 1조 달러에 달하는 평가 이익을 본 셈이다.

그러나 그건 겨우 며칠만의 일일 뿐이었다.

“맙소사! 핵이 터졌어요!”

며칠 뒤, 유진과 요안나는 함께 식사하던 자리에서 모니카가 들려주는 끔찍한 뉴스를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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