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326화 (326/363)

326화 위험한 남자

“브라질이라고요?”

“상파울로 근교에 있는 생명과학 연구소에 아주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유진의 투자는 정말 나라를 가리지 않는군요.”

“저야 돈이 된다면 어디라도 상관을 하지 않으니까요. 생각 외로 브라질의 생명과학 연구 수준이 범상치 않더군요. 틀림없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유진은 자신이 마치 자본주의의 첨병이라도 된 기분으로 말했다.

“아마존의 신비라니. 정말 효과가 있는 건가요?”

“제가 듣기로는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나도 한때는 아가리쿠스를 먹고는 했었지요.”

“난 우리 딸 아이가 카무카무를 자주 보내 주고는 해요.”

건강에 특별한 효능이 있다는 브라질 출신의 다양한 슈퍼 푸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인들의 큰 관심을 받아 왔다.

소위 아마존의 신비함을 곁들인 브라질너트, 아사이베리, 아가리쿠스, 그라비올라, 카무카무 같은 슈퍼푸드들은 대부분 실제로 대단한 효능을 지니고 있다기보다는 기업의 홍보 과정에서 상당 부분 과장된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소위 슈퍼 푸드라는 것들이 대개 건강에 특별히 해롭지는 않고, 패스트푸드보다야 건강에 월등히 나을 것이니 그런 열풍이 꼭 나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의 그런 슈퍼 푸드랑은 조금 궤를 달리합니다. 사실 천연 원료의 함량은 그리 높은 편이라고 하기 어렵지요.”

“그런가요?”

“예. 주성분은 한국의 진생이고, 카카오닙스에서 추출한 성분이 조금 들어가 있습니다.”

이 노인들에게 선물한 건강식품의 원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카카오닙스 추출물이다.

특히 카카오 중에서도 브라질에서 주로 재배되는 아멜로나두(Amelonado)라는 종에서 추출한 것으로, 그 성분이 증명되면 세계적으로 카카오닙스에 대한 열풍이 불게 될 것이다.

“사실 그런 천연 원료보다는 연구소에서 개발한 라파마이신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하지만 말이지요.”

유진의 입에서 라파마이신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세 노인의 눈이 반짝였다.

“설마?”

“라파마이신 계열의 신약인 겁니까?”

“예. 제법 큰 성과가 있었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70대 이상의 노인들이 노화를 극복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진은 그 실험이 이루어진 곳이 북한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노인들 역시도 그걸 물어보지는 않았다.

“부작용은 없습니까?”

“기존 라파마이신의 부작용은 전부 덜어 냈다고 합니다. 적어도 10년 동안의 연구 결과는 그렇습니다.”

“과연…….”

“흐음…….”

세 노인은 그들이 받은 선물이 건강식품을 가장한 노화 방지 약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직 유진을 통해서만 이걸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그렇다면 벌써 상품화가 된 건가요?”

조셉 굿맨 비서실장이 유진에게 받은 건강식품의 패키지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한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모 자양강장제와 비슷한 액상이 들어 있는 자그마한 유리병이 꽤 고급스럽다.

누가 봐도 약품이라기보다는 제법 고가의 건강 음료로 보인다.

“아마 브라질 보건부를 통과하는 것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와 비교해 제삼세계 국가들에서는 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인허가 절차가 훨씬 더 간소한 편이다. 특히 어느 정도 로비가 통하는 나라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과연 브라질에 투자할 만하군요.”

“미국에서라면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겠지요?”

“지금은 미국 FDA에 신청 중이니 앞으로 다시 10년쯤 뒤면 미국 내에서도 시판이 가능할 겁니다. 피부 노화는 물론이고, 치매 예방에도 아주 놀라운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10년이라는 말에 세 노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미 80의 고비를 넘긴 노인들에게 10년이라는 세월은 거의 영원과도 비슷한 아주 먼 훗날의 일이다.

그 10년 뒤에도 그들이 살아 있을 확률에 더해 여전히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을 확률을 계산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세 노인은 거의 동시에 머리를 끄덕였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10년을 기다렸다가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뒤에나 그걸 챙겨 먹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모양이다.

“이거, 백악관에서는 꺼내면 안 되겠군요.”

굿맨 비서실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유진이 생산하는 제품이라 해도 FDA의 승인도 받지 못한 건강식품을 대통령이 복용할 수야 없는 일이다.

그러니 결국 이 선물은 적어도 백악관에서는 자신만이 복용해야 할 판이다.

“그 어른은 대통령이 된 게 억울하겠어요.”

멀로니 위원장도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이미 80대 중반을 넘어서는 대통령은 자리에서 내려올 때까지 이 멋진 약을 구경도 못 할 것이다.

“그럼 조금 더 있으면 브라질에서는 이걸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굿맨 비서실장이 다시 물었다.

“글쎄요? 그렇게 되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조금 전 브라질의 보건부를 통과하는 게 어렵지 않으리라고 한 말을 잊기라도 한 것처럼 유진이 엉뚱한 대답을 했다.

그리고 이내 세 노인은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상품으로 내놓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유진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말이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군요.”

멀로니 위원장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그렇네요. 확실히 신은 무자비한 분임이 틀림없어요.”

유대인이지만 불신자로 널리 알려진 로버트 쉬머 의원도 멀로니의 말에 동의했다.

“솔직히 말해 유진 당신은 굉장히 위험한 남자예요.”

쉬머 의원이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사상 그 누구도 당신처럼 엄청난 부를 모은 사람은 없었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쉬머 의원의 말에 옆에 있던 두 노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동의를 표했다.

“마치 세상의 모든 부를 집어삼키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만일 당신이 미국인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익을 지켜 주는 존재가 아니었다면 상당히 불쾌했을 거예요.”

“다행스럽게도 유진 당신은 이제 우리에게 필수 불가결한 사람이지요.”

멀로니 위원장이 쉬머 의원의 말끝을 이어받았다.

“당신이 우리 미국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큰 공헌을 해 왔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어요.”

“다행이군요.”

유진은 세계에서 모아온 수익의 무려 절반가량을 미국을 향해 사용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미국 정관계 유력 인사들의 자금을 굴려 매년 아주 풍부한 수익률로 돌려주고 있기도 하다.

쉬머 의원과 멀로니 위원장의 말대로 유진은 이제 미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파워피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위험천만한 무기까지 손에 넣었군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노화 방지약이라니, 무섭네요.”

쉬머 의원의 무섭다는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이는 다른 두 노인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상상해 보고는 일면에서 두려움까지 느끼고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전 세계 수십억에 달하는 장년층 이상의 사람들이 모두 유진의 이 건강식품을 탐낼 것이 틀림없다.

적어도 다른 의약 기업에서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낼 때까지의 몇 년 동안은 그럴 것이다.

어쩌면 십 년쯤 될 수도 있고, 그게 상품화되어 다시 미국의 FDA를 통과할 때까지의 시간을 생각한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 건강식품이 시중에 나왔을 때 얼마나 커다란 인기를 얻게 될지야 물어볼 필요도 없다.

가격이 얼마가 되든 사람들은 반드시 이걸 손에 넣으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유진은 그걸 상품화하기까지의 시간을 아주 길게 잡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당연하다. 구하기 어려운 물건일수록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분간은 이걸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유진의 시혜를 받는 사람에 한정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유진에게서 이걸 받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대가라도 충분히 치를 것이다.

특히나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세 노인처럼 저 앞에서 죽음이 아른거리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세 노인은 신은 불공평하다고 말했고, 유진을 위험한 남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세상을 손에 쥐고 흔들 수 있을 정도의 돈을 지닌 남자는 이제 노인들의 생명줄을 손에 쥐고 흔들게 되었다.

“이건 라파마이신 크림입니다. 꾸준히 발라 주시면 여섯 달 이내로 피부가 몰라보게 젊어진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도저히 유혹을 거부할 수 없군요.”

유진은 작은 화장품 병을 멀로니 위원에게 건넸다.

이미 80을 넘어선 데다가 어느 남자보다도 더 당당하기로 소문난 멀로니 위원장이지만 조금의 주저도 없이 유진이 건네주는 크림을 받아 드는 걸 보니, 그녀도 여자인 것은 틀림없는 모양이다.

“예전에도 이런 상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녀의 말대로 한때 라파마이신이 함유된 크림이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자그마한 병 하나에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놀랄 만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그걸 손에 넣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그때도 약간의 효과는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랍니다. 두 달째부터는 확실히 효과가 나온다는 모양이더군요. 여섯 달쯤 되면 적어도 10년은 젊어진다고 하고요.”

“굉장하군요. 이건…… 여자라면 어떤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손에 넣고 싶은 제품이에요. 우리 딸 아이가 무척 좋아하겠어요.”

멀로니 위원은 자신이 아니라 딸을 위해 가져가고 싶은 모양이다. 그녀의 딸도 이제 벌써 환갑이 가까워져 가고 있으니, 어쩌면 그녀보다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생산량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멀로니를 위해서라면 조금 더 준비를 해 보도록 하지요.”

유진은 흔쾌히 멀로니 위원장의 딸을 위한 선물도 준비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다른 두 노인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이거야 원, 도무지 당할 수가 없구려.”

굿맨 비서실장이 다시 한번 머리를 가로저었다. 이날 벌써 몇 번째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유진은 인류가 그토록 원하던 보물을 손에 넣었다. 바로 노화와 미모를 위한 솔루션 말이다.

물론 이건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유진은 북한에서 온 이런 선물 말고도, 인류의 건강을 위해 탄생할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사실 그 위대한 발명품의 상당수는 이미 손에 넣었다.

그중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하고 노화와 피부 미용에 매우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브라질의 연구소로 모으고 있었다.

이유는 두 가지, 한 곳으로 모아 두어야 관리가 편하다는 것과 상품화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이다.

이런 상품들은 언제 팔아도 유진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 줄 테지만, 팔지 않는 것으로 얻어 낼 수 있는 수익이 더 크다. 바로 지금처럼.

미국의 정치계를 쥐고 흔드는 거물들이 유진이 건넨 선물에 정신이 팔린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의 선물을 받게 될 다른 노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눈에 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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