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328화 (328/363)

328화 장대한 계획

“유명한 사람? 우리 말고 또 누가 있는데?”

“저커버그.”

“저커버그? 그게 누구야?”

이 배를 타고 브라질로 향하고 있는 보이 그룹 멤버 중에는 아쉽게도 상식이 조금 모자라는 멤버도 있었다.

“메타 회장 몰라?”

“메타? 그건 또 뭔데? 하나도 안 유명하잖아?”

“하, 진짜. 페이스북 말이야. 그리고 인스타그램도 있다.”

“아! 페이스북 유명인?”

“아니. 페이스북하고 인스타그램 회사 사장 말이야!”

“어? 진짜?”

거기까지 말해 주고서야 비로소 원했던 반응이 나온다.

“어. 저 선미 쪽에 그 사람 객실이 있다나 봐.”

“와! 근데 페이스북이면 진짜 유명한 거 맞는데, 그렇게 큰 회사는 아니지 않아?”

“무슨 소리야? 메타가 얼마나 큰 기업인데? 몇 년 전에는 제일 그룹 전체보다 두 배는 컸어.”

“몇 년 전에는? 그럼 지금은?”

“지금은…… 뭐. 영 아니지. 3분의 1쯤으로 줄어들었을걸?”

2021년 메타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과 아마존을 이어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시가 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그 해를 기점으로 메타의 기업 가치는 점점 줄어들어 23년에는 2500억 달러로 1/4 토막이 나 버렸다.

그 뒤로 조금 회복하기는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제일 그룹의 주력사인 제일전자에 비견된다고 말할 정도는 되지 않았다.

“3분의 1? 뭘 하다가?”

“코로나가 끝나면서 대기업들 주가가 잔뜩 떨어졌잖아. 뭐, 그것보다는 회사의 이름까지 메타로 바꾸며 메타버스에 올인한 행보가 그리 신통치 않은 결과만 보여 준 탓에 시장이 기업의 미래를 그리 밝게 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

막내인 수창은 이 자리에 모인 또래 중에서 세상일에 가장 밝은 편이었다. 아마도 그의 오타쿠 기질이 발휘되는 분야가 군사나 함선 분야만은 아닌 덕분이리라.

“메타버스는 또 뭐야?”

그리고 다른 열 명이나 되는 젊은이들은 수창을 마치 손쉽게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인공지능처럼 편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이나 게임처럼 현실에서의 상호작용을 가상 공간에 적용한 걸 말하는 거야. 음.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도 메타버스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지. 우리 그룹이 가진 컨셉이나, 우리 멤버들의 역할 같은 거 말이야.”

수창은 열심히 메타버스에 대해 설명을 해 봤지만, 다른 멤버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듯했다.

* * *

“솔직히 말해 메타버스에 해 온 투자가 헛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같은 배의 다른 장소에서는 저커버그가 이 배의 주인에게 자신이 걸어온 요 몇 년 동안의 행보를 설명하고 있었다.

다른 거대 IT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메타 또한 유진이 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니, 저커버그는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지금처럼 가던 길로 가 주세요.”

“다행이로군요. 다른 주주들이 유진 당신처럼 아주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요.”

“하하. 걱정하지 말아요. 앞으로 더 힘든 일이 있다 해도 난 계속 마크의 편일 겁니다.”

유진은 메타의 고난이 아직도 몇 년은 더 이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몇 년이 지난 뒤에는 그만한 결실을 수확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물론 지금 마크가 생각하고 있는 종류의 결실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룰라 대통령이 상파울루에서 면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한동안 저커버그와 환담을 나누던 유진에게 모니카가 다가와 중요한 소식을 전한다.

유진의 일정을 책임지는 것은 여전히 홍보 담당인 모니카의 역할이었다.

달리 기업에 소속되지 않고 개인 비서 역할을 하고 있는 모니카는 미디어를 다루는 출중한 능력을 인정받아 어지간한 대기업이나 투자 회사 CEO 이상의 대우를 받고 있었다.

벌써 10년 동안이나 유진과 함께해 온 모니카의 팀원들은 어느덧 대기업 홍보실 이상의 규모로 성장했다.

이 요트 내에서만 해도 무려 백여 명에 달하는 팀원들이 각자의 객실에서 정신없이 업무를 이어 가고 있었다.

유진 한 사람을 홍보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유진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장기적으로 형성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이 인원으로도 결코 여유 있다 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한 나라마다 담당하는 직원이 한 명 이상은 필요하고, 그들은 각자가 해당 국가의 언론사 수십 개를 대상으로 하는 업무를 보고 있다.

물론 그걸로도 모자라 각국에 현지 직원을 채용하거나 홍보 대행사에 업무를 맡기기도 한다.

그런 아주 많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각 국가의 언론사는 다양한 대가를 받고 유진에 관한 호의적인 기사를 내보내고 있었다.

사실 한 사람의 기업가가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비용이 드는 행위이다.

하지만 유진이 거느리고 있는 기업들이 세계 각국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 투자 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유진의 이름이 가장 중요한 브랜드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런 투자는 오히려 당연하다 할 수 있다.

당장 지금 배가 향하고 있는 브라질의 경우만 해도 유진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열 곳이 넘고, 무엇보다도 몇 년 전 생긴 투자법인은 브라질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커다란 수익을 내고 있다.

만일 브라질에서 유진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가 부상되면, 그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에도 타격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상파울루까지 직접 오겠다고?”

일개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대통령이 수도를 떠나 항구 도시까지 오겠다고 하니, 조금은 황송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시간을 내야지. 그쪽 일정에 맞추기로 하지.”

만일 뉴욕에서의 만남을 요청하는 것이라면 철저하게 유진의 시간에 맞추었을 것이다. 그러나 방문 국가의 국가 원수가 만나자고 하는데 이쪽에서 시간을 정해 줄 수야 없는 일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정을 조절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요. 대륙을 건너와 배에 오르느라 피곤하실 텐데, 오늘 저녁은 편하게 쉬세요.”

“그렇게 할까 봅니다. 어쩐지 피로가 몰려오는군요.”

“객실까지 꽤 먼데, 카트라도 타고 가시렵니까?”

워낙에 커다란 배라, 내부에서는 전기 카트를 타고 움직여야 할 정도이다. 특히 유진이 머무는 주인실과 마크를 위해 준비한 주빈실은 배의 끝과 끝이었다.

“아니. 괜찮습니다. 산책 삼아 슬슬 걸어가며 구경도 하지요.”

카트를 마다하고 걸어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마크를 배웅하고 돌아온 유진은, 거실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유성을 보고 아직 자신의 일은 다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금 연락 받았어. 얼라이언스 코인 발행량이 오늘 자로 6503억 달러가 되었다네.”

유성이 살짝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언제 6천억 달러가 넘었냐? 굉장하네.”

유진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성장이었다.

“아무래도 작년부터 다시 암호화폐 시장이 활성화되는 탓이 커.”

“그렇겠지. 스테이블 코인이야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규모에 따라가는 거니까. 그렇다 쳐도 생각보다도 크다는 거야.”

“뭐. 솔직히 말해 나야말로 얼떨떨할 정도야.”

유성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는 그 큰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세상에, 암호화폐 거래 대금이 세계적인 연기금 수준이라니.”

그리고 그 엄청난 발행 금액에 해당하는 준비금을 운영해야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유성 자신이었다.

물론 그걸 직접 운용하는 것은 투자팀의 일이지만, 최종적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유성의 책임이다.

가치안정 화폐라고도 불리는 스테이블 코인은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코인의 가격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유성이 책임지고 있는 얼라이언스 코인은 1코인이 1달러에 패깅되어, 늘 일정한 가격을 보장한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다른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기준 화폐로 이용되는 스테이블 코인은 지금도 상당히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 보장된 안정성 때문에 대다수의 코인 거래소들은 유성이 만든 얼라이언스 코인을 사용하고 있다.

몇 년 전 이미 2천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로 발행되었던 얼라이언스 코인은 이제는 그 세 배를 훌쩍 넘어서는 6천 500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시가 총액으로 비트코인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발행량에 부합하는 준비금이 은행이나 각종 금융 기관에 유치되어 있기에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자산 감소의 걱정이 없다는 사실도 얼라이언스 코인의 미래를 보장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유성은 지금까지 발행한 6,503억 달러에 달하는 얼라이언스 코인 만큼의 자산을 여러 수단을 통해 운용해 매년 막대한 수입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그 액수는 그가 운영하는 세계적인 암호화폐 거래소 들에서 나오는 수익을 가볍게 초과하고 있을 정도이다.

얼라이언스 코인의 발행과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얼라이언스 코퍼레이션의 기업 가치가 벌써 5,000억 달러 이상으로 계산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본다면 어쩌면 1조 달러 이상으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이다.

“형은 얼라이언스 코인의 활용도가 점점 높아질 거라는 말이지?”

유진과 유성은 이미 이런 흐름에 관한 대화를 나눠 왔다.

어쩔 수 없이 주로 유진이 자신의 생각을 일러 주는 형태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당연하지. 달러에 1대1로 패깅되어 있고, 송금하는데 수수료도 거의 필요 없고, 더군다나 세계 어느 은행보다 믿을 수 있는 금융 기관이 보증하고 있잖아?”

물론 유진이 말하고 있는 믿을 수 있는 금융 기관은 바로 유진 자신을 의미한다.

시티 은행이나 골드만삭스가 쓰러질 수는 있어도, 유진은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점차 세상에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은 단지 지난 10년 동안 유진의 놀라운 투자 실적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 준 모니카와 그녀의 팀원들이 훌륭하게 일을 수행해 낸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형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가 보네? 마크를 데리고 브라질로 가는 거라든지 하는 걸 보면.”

“뭐, 그런 거지. 하하.”

오래전부터 마크 저커버그와 준비하던 사업을 이제는 제대로 시작해 볼 생각이다.

그 창대한 사업의 시작은 아마도 브라질이 될 것이다.

* * *

유성과 일행을 태운 요트는 제법 빠르게 남쪽으로 항해했다.

시속 60km에 달하는 쾌속선만큼은 아니지만, 시속 40km라는 그 거대한 크기에 비하면 놀라운 속도로 항해를 이어 갔다.

유진이 브라질까지의 여정 동안 배에 함께 탄 손님들과 연회 활동 및 끊임없는 대담의 시간을 가지는 사이, 어느덧 목적지인 상파울루에 도착했다.

“와! 엄청난 환영 인파로군요. 설마 우리를 기다리는 건 아니겠지요?”

요트에서부터 저 멀리 가득하게 보이는 군중을 바라보며 배에 함께 타고 온 보이 그룹의 막내가 말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