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혼보다 파혼이 낫더라-352화 (352/363)

352화 궁전 상파울루

“선물은 고마워.”

브라질을 떠난 유진의 요트가 다시 뉴욕에 도착할 무렵, 유성과 화상 통화를 하는데 녀석이 고마움을 표시한다.

“뭐. 아무래도 안전한 게 제일이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크네. 상파울루 팰리스 호텔이라니, 생각도 하지 못했어.”

유진은 상파울루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을 통째로 구입해 동생에게 선물했다.

시 중심부에 위치한 30층짜리 빌딩을 통째로 사용하는 최고급 호텔로, 가장 저렴한 방도 1박에 1,000달러 이상을 받아 빈부 격차가 유별난 브라질에서도 유산 계급들이나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개조하려면 한 반년은 걸릴 테니, 아직은 그다지 쓸모가 없을 거야.”

유진이 뉴욕에서 그러했듯이, 호텔의 절반을 거주용의 콘도로 바꾸고 나머지 절반은 지금처럼 일반 고객을 받는 호텔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중 가장 상층부의 5개 층은 유성의 개인적인 공간이 된다.

호텔을 전부 개조하고, 또 특별한 보안 설비를 갖추기 위해 미국에서 사람들이 대거 보내졌다.

여섯 달에 걸친 공사가 끝나면, 상파울루 팰리스 호텔은 치안이 좋지 않은 브라질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가 될 전망이다.

“마리아가 무척 좋아하더군. 전부터도 팰리스 호텔을 자주 이용했었다나 봐. 그곳 식당이 꽤 괜찮나 보더라.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거기서 일식 요리를 먹었는데, 꽤 정통 일식이더라고.”

“음식 쪽도 인식이 괜찮다니 다행이네. 앞으론 한식당이 메인으로 들어갈 거야.”

이 역시 동생에게 주는 선물이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목적도 있다.

우선은 이 브라질 최고의 호텔을 찾는 VIP들에게 한국 요리를 알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식당을 여는 것이다.

물론 유성도 찬성했다. 뉴욕에서도 일주일에 일곱 번은 한국식 음식을 찾는 유성이니 오히려 반길 지경이다.

식당의 운영은 지금도 뉴욕에서 성대하게 한국 요리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가 맡기로 했고, 특별히 선별한 요리사들이 파견되기로 되었다.

“여기 한인 타운의 한국 식당들도 나쁘지는 않은데, 경영진들이 여기서 뿌리내린 사람들이라, 완전히 한국식 음식이라 보기는 조금 어려운 경우가 많더라고. 갈비 구이를 시켰는데 어쩐지 슈하스코랑 비슷하게 나오고, 초밥과 돈까스가 더 잘 팔리기도 하고. 나야 불만이 없지만, 브라질 사람들에게 한국 요리는 이런 거라고 소개하기에는 정체가 조금 불분명하더라.”

“뭐, 어느 나라든 비슷하지.”

해외의 한국 식당들은 대개 한식에 일식과 중식을 적당히 가감한 경우가 적지 않다.

거기에 현지 사람의 입맛에 맞는 요리도 추가되고, 그때그때 유행하는 요리도 추가되다 보니 정통 한식이라기보다는 퓨전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다면 출장 나온 사람들을 위해 한국의 서민 식당처럼 장사하거나.

어느 쪽이건 유진의 지향점과는 다르다. 유진은 현지 사람들이 비싼 돈을 지불하며 한국 식당만의 아주 독특한 경험을 얻기를 원한다.

한국 요리가 다른 나라 요리보다 대단히 우수한 요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나라 요리이건 그 나름의 장단점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문화로서 한국 요리를 즐기는 것이 고객들에게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의 시간이 된다면, 한국 문화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호의적인 감정을 더하게 될 거라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세계 각국 수도의 최고급 호텔에 한국 식당을 하나씩 늘려가는 것은 유진에게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지금은 대부분의 고급 호텔에 프렌치 레스토랑과 중국식 요리점, 그리고 값비싼 일식집이 있는 것처럼 한식을 하는 음식점이 각국의 상류층을 끌어들이는 시기가 오기를 원하고 있었다.

“식당 영업이 시작되면 적어도 하루 한 끼는 거기서 해결할 생각이야.”

뉴욕에서도 유성은 플라자 호텔 1층에 영업 중인 한국 식당을 자주 이용했다.

아무래도 유진의 손길이 닿은 만큼 유진과 유성 형제의 입맛을 고려한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같은 팀이 파견되는 만큼, 유성도 더는 브라질에서 마음에 드는 한국 요리를 맛보기 위해 고생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마리아도 꽤 좋아하더라고. 한국 요리엔 반찬이 많아 좋대.”

한국 요리가 다른 나라 음식들과 비교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그 다양한 종류의 반찬 문화였다.

물론 일본이나 중국 요리 역시 몇 가지 반찬이 곁들여지기는 하지만, 그 다양성이나 화려함 면에서는 한식에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무에 한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이 가볍게 한 끼 식사를 시켰는데 열 가지나 딸려 나오는 반찬에 놀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종종 연출되고는 한다.

유진은 호텔급 한식 요리 식당 프로젝트에서 이런 면을 강조하도록 요구했다.

다양하고 화려하면서도 하나하나가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반찬을 준비하는 것은 여간 성가시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니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아 프레지턴트 스위트를 써 봤는데, 전망이 정말 좋더라고. 인테리어가 조금 낡은 경향이 조금 있지만, 그건 이번 공사로 바꾸면 될 테고 말이야. 그 정도면 어느 나라 정상이 방문해도 부끄럽지 않겠어.”

그리고 역시 뉴욕에서처럼 조금 특별한 목적으로 유성을 만날 VIP들은 상파울루 팰리스 호텔의 스위트룸에 묵으며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편안하게 유성과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도 있었다.

유진과 유성이 남아메리카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는 어쩌면 남아메리카 전체의 경제 상황은 물론이고, 사회 구조마저 바꿀 수 있는 대단한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당연히 거기에서 파생되는 떡고물도 엄청날 것이다.

유진이 뉴욕에 있는 동안은 유성이 이 프로젝트 전부를 지휘하게 될 것이니, 유성과의 만남을 바라는 남아메리카의 유력한 재계 인사나 정계 인사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결국은 마리아에게도 굉장히 도움이 되겠지. 고마워, 형.”

마리아는 브라질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아마도 그녀의 야망의 끝에는 브라질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놓여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호감도 중요하지만, 역시 상류층 사이에서의 평판도 그 못지않게 필수적이다.

물론 그녀는 브라질에서도 유수의 명문가 출신으로, 이미 충분히 상류층 사이에 광범위한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 브라질은 물론이고 남아메리카 전역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플러스가 되면 되었지, 결코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계속 상파울루에만 있지는 못하겠는데?”

“그래? 뉴욕에 무슨 일 있어?”

“아니. 중국. 중국 정부에서 널 초청했거든. 시간 낼 수 있지?”

유진은 페이스북 머니와 관련된 협상과 향후 일정을 대략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중국 정부의 초청이라고? 가 봐야지, 그럼.”

기대와 우려가 반반 섞인 상태로 중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들인 마크 저커버그와 반대로 유성은 아무런 부담도 없었다.

기존의 실물 화폐를 대신할 새로운 암호화폐를 중국에 정착시키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지만, 이미 유진이 물밑 작업을 끝내놓은 이상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앞으로 할 일이 많아질 거다.”

협상은 끝났지만, 진짜 일은 이제부터이다.

페이스북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야 메타 측의 업무라고 해도, 중국 전역에 페이스북 머니 결제 시스템을 깔고 광범위한 업종에서 페이스북 머니를 사용하게 유도하는 일은 정말 많은 인력과 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건 머니 컴퍼니를 책임지는 유성의 몫이다.

“좋은 일이네. 흐흐. 그렇지 않아도 요즘 조금 느슨해진 면이 없지 않았는데.”

“그런데 마리아와 떨어지는 건 괜찮겠어?”

중국과 브라질은 지구 반 바퀴 만큼 떨어져 있다.

유진은 동생이 지금 한창 마리아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기 원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무슨 상관이야. 설마 내가 일과 사생활을 구별 못 할 거 같아?”

그렇게 말하고 있는 유성은 정말 활력으로 넘치고 있었다. 그에게도 중국 시장에의 도전이 기쁜 듯했다.

“남아메리카와 중국 다음에는 인도야.”

남아메리카는 각국의 통화가 불안정하다는 점이 이번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스타트 포인트로서 가장 큰 이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5억이 조금 미치지 못하는 인구에 비해 낙후된 인프라와 경제 불안이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14억이라는 거대한 인구와 점점 늘어나는 중산층의 비율, 그리고 소비력 면에서 큰 장점을 가졌지만,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태도로 볼 때 진출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였다.

물론 유진은 거기에 몇 가지 무척 그럴듯한 꿀을 발라 중국 정부의 수뇌부를 유혹하는 데에 성공했다.

현 중국의 최고 지도자는 정부 내 다른 계파의 지도자들과 함께 머니 컴퍼니의 지분을 거의 동등하게 분배받을 것이다.

그리고 적지 않은 고위 관계자들도 각기 만족할 만한 대가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셰넌의 부친은 셰넌이 중국에서 시작할 차세대 미디어 산업의 지분을 대거 가져가면서 누구보다 커다란 이익을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드라마나 영화와는 사뭇 다른 시스템을 지닌 이 놀라운 사업이 얼마나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될지는 너무나 명약관화하다.

특히나 14억의 잠재 시청자를 보유한 중국의 경우라면 다른 세계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 이상이 창출될 것이다.

어쩌면 중국 법인이 올리는 수익이 다른 세계 전부에서 올리는 수익에 버금갈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오고 있었다.

셰넌의 부친은 자신의 딸과 함께 이 중국 내 합작 기업의 지분을 잔뜩 받아 갈 예정이다.

아마도 여기서 얻어지는 수익은 중국 최고 지도자 부녀를 중국 최대의 부호 반열에 올려놓고도 남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 다음으로는 인도가 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그리고 미국이 서비스하는 몇몇 인터넷 서비스에 있어서 세계 최대의 사용자를 자랑하는 인구 대국 말이다.

비록 인구에 비해 소득과 소비액이 형편없다지만, 언제까지고 인도의 경제가 지금처럼 바닥에 머물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아주 커다란 오류이다.

물론 유진은 단순히 페이스북 머니뿐 아니라, 인도 전체의 경제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에 있다.

15억의 인구를 지니고 있고 지금도 인구 증가가 멈추지 않는 거대한 아대륙 인도가 제대로 된 경제 발전을 시작하고, 그 거대한 시장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남아메리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커다란 이익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남아메리카와 중국, 그리고 인도의 인구는 벌써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 세 개의 거대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면 새로운 미디어와 수십억에 달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국경을 초월하는 화폐 시스템을 모두 손에 쥐고 있는 유진이 지니게 될 영향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인도라. 좋지, 거기도.”

유성은 자신의 일이 늘어나는 것에 너무도 기꺼워한다. 그도 결국 새롭게 자신의 사업을 늘려가며, 성취하는 것에 중독이 되어 버린 모양이다.

“마리아가 아쉬워하겠네.”

“어딜 가든 하루면 오고 갈 수 있는데 뭘.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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