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6화
PBS 공개 홀이 와이드 샷으로 잡히면서 방송이 시작됐다.
조명이 환하게 비추는 스튜디오 정중앙.
턱시도에 안경을 쓴 MC가 등장했다.
-반갑습니다, 관객 여러분. 하승주의 뮤직카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카메라 화면이 객석을 비춘다.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젊은 남녀 관객들.
오프닝 멘트가 끝나고 방송은 녹화된 그대로 흘러갔다.
최근 홍대에서 핫한 인디 밴드 버스터에서 조유리 밴드까지. 우리보다 앞선 네 팀의 공연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으, 이제 나오겠다.”
막내가 발을 동동 구르면서 ‘엄청 떨려여’ 하며 중얼거린다.
-자, 이번에는 새로운 팀을 모셔 보겠습니다. 요즘 이분들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듣는다죠? 대한민국 국민 모두와 썸을 타고 있는 콜라보레이션 팀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행사장에서 불렀던 Something의 전주가 노트북 모니터에서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우와.”
우리의 첫 반응은 감탄이었다.
현장에서는 제법 괜찮았다고 생각한 무대였는데, 편집을 거치고 나니 엄청 근사하게 바뀌었다고 할까.
가수를 찍는 각도부터 객석과 무대의 장면 전환까지.
오늘의 주인공이라는 걸 과시라도 하듯 세세하게 공을 들인 연출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어우.”
자기 얼굴이 클로즈업 될 때마다 리혁이가 고구마 말랭이로 눈을 가린다.
새하얀 피부와 달리 귀 끝이 벌게져 있었다.
“왜 그래?”
“TV에 자꾸 얼굴이 나오잖아요.”
“야, 연예인이 관심받는 걸 부끄러워하면 어떡하냐?”
어이가 없으면서도 리혁이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긴 했다.
TV에 나오는 우리 얼굴이 낯설고 신기했으니까.
한 달간 매일 음방을 나가면서 매번 모니터링을 하긴 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라고 할까.
진짜 연예인이 된 기분.
행사장에서 노래를 부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생들이 썸씽의 후렴구를 따라 부를 때도 노래의 인기에 감탄할 뿐, 우리가 연예인이 됐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여전히 우리 마음은 오랜 시간에 걸친 연습생 생활에 못 박혀 있었으니까.
그런데 TV, 그것도 방송에 나오는 우리 얼굴을 보니 진짜 연예인이 됐다는 게 실감이 났다.
갑작스런 현실감에 발이 붕 뜨는 것 같다.
“……우리 진짜 연예인 됐구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가 어떤 짓는 표정을 짓고 있는지 거울을 볼 필요도 없었다.
우리 모두 다 똑같은 얼굴이었으니까.
이윽고 첫 무대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토크가 시작됐다.
화면 속에 보이는 우리 모습은 근사했다.
첫 예능이라 엄청 떨었던 것 같은데 피디님이 편집을 잘해 줘서 그런지 풋풋한 느낌으로 나왔다.
물론 내가 만족한 건 다른 이유도 있었다.
“형, 진짜 잘생겼네요.”
비주가 흐뭇하게 웃었다.
왜 얘가 흐뭇해하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내 얼굴이 마음에 드는지 노트북 자판에 캡쳐 버튼을 연달아 누른다.
중현이가 동감한다는 듯 맥주를 들이키며 말했다.
“우주 형이 잘생기긴 했지.”
“그러게요. 화면빨 엄청 잘 받네.”
리혁이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근데 잘생기면 뭐 해요. 평소에 꾸미고 다니지를 않는데.”
“야, 나도 꾸밀 때는 꾸며.”
“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누가 연습실 가는데 꾸미고 가냐?”
…라는 말에 멤버 전원이 나를 돌아본다.
정확히 말하자면 위아래로 추리닝을 입고 있는 나를.
“우리는 맨날 꾸미고 다니는데…….”
“자기는 잘생겼다 이거지. 냅둬요, 비주 형. 보통 저렇게 얼굴만 믿다가 훅 간다니까.”
“형, 방금 형이 우리 연예인이라면서요.”
“맞아여. 형도 좀 꾸미고 다녀여. 옷도 좀 사구. 화장품도 좀 사구. 비비도 좀 바르고.”
뭐야. 왜 갑자기 분위기가 선우주 스타일 성토 대회가 되는 건데.
황당하지만 딱히 반박할 말은 없었다.
사실이긴 했으니까.
얘들 하는 거에 비하면 난 안 꾸미고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군대에서 하던 대로 깔끔하게 샤워, 세수, 선크림의 반복일 뿐.
그에 반해 우리 애들은 기본 준비가 1시간이다.
고양이급으로 청결에 예민한 리혁이는 말할 것도 없고, 가장 느긋한 중현이도 매일 어떤 스냅백을 쓸지 5분은 고민하니까.
나는 잔소리를 퍼붓는 동생들에게 백기를 들었다.
“알았어. 다음부터는 좀 꾸미고 다닐게.”
그제야 팩도 좀 해라, 수분 크림도 발라라, 하는 잔소리들이 끝났다.
근데 끝나고 보니 뭔가 억울하다.
“얘들아, 그래도 내가 추리닝은 매일 다른 색으로…….”
다시 한번 극딜이 시작되려는 조짐에 나는 소심한 항변을 그만두었다.
그동안 뮤직카페에선 토크가 한창이었다.
저화질 스피커를 통해 관객들의 웃음이 울려 퍼졌다.
토크 중에 노잼인 부분은 다 덜어내서 그런 건가. 화면에 나오는 우리 멤버들의 모습은 평소보다 더 재치 있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이제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그런데 이런 음악적 재능은 타고나신 건가요? 물론 본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예술이라는 게 재능도 중요한 거잖아요?
이윽고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료 화면으로는 아빠가 카네기 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영상이 흘러나오고, 당시 미국 대통령과 찍은 사진, 엄마와 같이 서서 공항에서 기자 회견을 하는 모습 등이 나왔다.
이제는 잘 기억도 안 나는 아빠 얼굴을 자료 화면으로나마 되새길 때였다.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동생들이 조용했다.
안 보는 척하면서 내 쪽으로 눈을 데굴데굴 굴린다.
“괜찮아, 신경 안 써 줘도 돼.”
그렇게 말했는데도 여전히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다.
그런 분위기는 장소원 선배에게 마이크가 넘어가기 전까지 계속됐다.
다행히 토크가 바뀌자 애들 표정도 바뀌었다.
어쩔 줄 모르는 얼굴에서 편안한 얼굴들로.
중현이는 다시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키기 시작했고, 비주는 다시 과도로 사과를 깎았고, 리혁이는 봉지를 뒤적여 고구마 말랭이를 꺼냈다.
이번에는 막내가 초긴장 중이다.
“쟤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안 나온다, 안 나온다라는데요? 야, 왕지호. 지금 네가 빈다고 그게 안 나오겠냐?”
“조용히 해여. 소원 비는 중이니까.”
기우제를 지내는 원시인처럼 중얼대는 막내를 보며 모두 웃었다.
이윽고 모두가 기다리던 장면이 나왔다.
장소원 선배의 슬픈 인생역정이 한참 이어질 때, 화면 속에 있는 막내가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그냥 눈물이라면 괜찮은데 콧물 두 줄기가 포인트였다.
젖살이 남아 있는 앳된 얼굴 위로 홍조와 함께 콧물이 어우러지니 시골 똥강아지 같다.
아니면 눈물 젖은 찹쌀떡이라든가.
“코 푸는 건 나오지 마라. 코 푸는 건 나오지 마라…….”
막내가 애타게 기도했지만, 이윽고 티슈를 건네받은 막내가 시원하게 코 푸는 소리가 PBS 공개홀을 울린다.
MC는 물론이고 화면에 나오는 관객들 모두 뒤집어져서 웃는다.
“푸하하하!”
막내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내 무르팍에 쓰러지는 동안, 형들은 모두 자지러지고 있었다.
“아, 이게 뭐냐구!”
내 무르팍에 쓰러진 막내가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기분은 최고조였다.
음방 이후로 한 달 동안 얘한테 수플레 놀림 들었던 거 생각하면 사이다를 들이키다 못해 원 샷은 한 것 같다.
나는 캡처 버튼을 누르며 웃었다.
이걸로 앞으로 한 달은 우려먹어야지.
* * *
천재 피아니스트의 아들이라는 사연 덕분에 우리의 토크 분량은 게스트 중에 가장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토크는 부수적인 요소일 뿐, 뮤직카페의 메인은 무대였다.
그랬기에 우리는 지금부터 나올 무대에 집중했다.
화면 위로 ‘장소원X뉴블랙 - Between’이라는 타이틀 제목이 떠오른다.
피아노 선율이 들리는 전주.
중현이의 랩으로 노래가 시작됐다.
첫 무대와 마찬가지로 편집이 잘된 무대였다.
한편, 그걸 지켜보는 내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Between’이라는 노래의 제목을 보는 순간, 잠깐 잊고 있었던 ‘Untitled’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색깔을 보여 줄 수 있을까?
무엇이 뉴블랙의 정체성일까. 그리고 뉴블랙스러운 음악이란 대체 어떤 걸 표현해야 하는 걸까.
그걸 알아야 ‘Untitled’에 제목을 붙여 줄 텐데.
비트윈 무대를 진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애들의 매력 포인트를 점검했다.
비주는 춤선, 리혁이는 목소리, 지호는 표정, 중현이는 리듬감.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다.
연말 평가 때부터 지금까지 퍼포먼스를 구상할 때마다 고려했던 부분들이니까.
굳이 나까지 고려한다면 나는 안정감?
그룹의 균형추라고 할까.
춤은 비주 다음이고, 노래도 리혁이 다음이고, 표정 연기도 지호 다음이고, 리듬감도 중현이 다음인데 다 준수한 편이었으니까.
음역대가 넓어서 어딜 들어가도 자연스럽고, 발동작 하나에도 잔기술이 가득 들어가는 비주와 달리 나는 키도 크고 정석대로 춤을 추는 편이라 보는 사람이 편안하다나.
내 입으로 말하니까 왠지 부끄럽네.
물론 내 의견이 아니라 동생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다.
그래, 나는 안정감이라고 치자고.
이 모든 걸 다 합쳐서 생각하면 뉴블랙스러운 음악이 뭔지 결론이 나올까?
곰곰이 생각했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애들한테 설문지라도 돌려야 하나. 미니 홈피 시절 했던 200문 자문자답 같은 식으로 말이야.
그렇게 눈으로는 비트윈의 무대를 보면서, 머릿속으로는 데뷔 앨범에 대한 생각을 할 때였다.
‘……어?’
문득 노트북을 바라보고 있는 동생들에게 시선이 닿았다. 자신이 하는 무대를 눈에 새기겠다는 듯 집중하는 얼굴들.
그러나 집중할 때 특유의 입을 내밀거나 눈을 부릅뜨는 모습이 아니다.
다들 웃으며 편안하게 음악을 즐기고 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쳐갔다.
좋은 음악이란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 계속해서 흥얼거리고 싶은 음악이 아니던가.
취향은 그 사람이 누군지 정의하는 요소 중 하나다.
그렇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 역시 가수로서의 정체성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머리가 팽팽하게 굴러갔다.
머릿속으로 벌써 몇 가지 방법이 떠오른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그중에 몇 가지는 되는 것 같고.
마침내 비트윈까지 무대가 끝나고 우리 분량이 끝났을 때, 나는 동생들을 불렀다.
“얘들아.”
“……네?”
하지만 나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는 동생들의 표정 때문이었다. 굳이 작업 얘기를 꺼내서 지금과 같은 여운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 애들에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슬슬 테이블 치우고 숙소로 돌아가자.”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동생들.
핸드폰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막내에게 다가가 팔을 둘렀다.
“뭐 봐?”
“인터넷에 우리 반응 올라왔나 보고 있어여.”
“올라온 게 있어?”
“아직은 없어여. 지금 방송 중이라서 뉴스고 뭐고 안 올라왔나 봐여.”
“……뭐, 별거 있겠냐. 나도 수능 날 잠깐 커뮤 글 올라가고 말았잖아.”
“그게 문제가 아니에여.”
뭐가 문제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스마트폰 위로 쉴 새 없이 새로운 톡이 떠올랐다.
대부분 ‘ㅋㅋㅋㅋㅋㅋ’ 같은 웃음이나 ‘왕지호 ㅂㅅ’ 같은 남자애들 톡, ‘지호야ㅋㅋㅋ’ 하는 여자애들의 톡이었다.
아, 맞다. 얘 학교 다니지.
지금도 올라오는 분위기를 보니 내일 장난 아니게 놀림당할 거 같다.
나는 씩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이제야 네가 내 기분을 이해하겠구나.”
리혁이처럼 눈을 가늘게 뜨는 지호를 무시하며, 나도 내게 도착한 할머니의 톡을 살폈다.
킹갓김덕순 [잘해ㅆ어]
킹갓김덕순 [잘했어]
웃으며 쭉 읽어 내렸다.
킹갓김덕순 [아가들 참 곱더라]
킹갓김덕순 [너가 잘 챙기구]
킹갓김덕순 [이모티콘을 보냈습니다]
귀여운 곰돌이가 양손에 응원 봉을 흔드는 이모티콘을 보면서 웃었다.
걱정 마요. 할머니.
할머니가 나한테 해 준 것처럼 나도 얘네 잘 챙길 테니까.
* * *
다음 날 아침, 숙소에서 잠이 깼을 때 나는 말 그대로 식겁했다.
부재중 전화 몇 건, 문자 수십 건, 톡은 수백 건.
뭐야, 이게?
내가 모르는 사이에 뉴블랙 녹취록이라도 유출된 건가. 아니면 잠든 사이 전쟁이라도 일어난 건가.
군복 어디다 뒀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메신저에 들어간 나는 톡 내용들을 살피다가 뭐가 문제인지를 깨달았다.
어제 방송된 뮤직카페가 문제였다.
“어, 뭐야.”
잠에서 깨어난 애들도 저마다 핸드폰을 붙잡고 인상을 썼다.
표정을 보아하니 다들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인터넷에 들어간 나는, 포털 첫 화면에서부터 눈을 깜빡였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
10위. 뉴블랙 우주
한창 출근길에 사람들이 검색을 한 걸까. 내 이름이 반짝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라와 있었다.
“형, 연예 뉴스란 메인에 우리 기사도 떴어요!”
“뭐? 진짜로?”
“그것도 우리 단독 기사로요.”
간간이 음악 방송 1위 소식을 알릴 때를 빼면 우리 이름이 포털 메인에 뜬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뜬다고 해도 장소원의 이름 뒤에 짤막하게 언급되는 정도.
애들의 흥분한 외침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윽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연예 뉴스면을 넘겼다.
……어어? 진짜네?
우리 그룹명이 메인에 떡하니 세 개나 있다.
맨 위에 하나, 중간에 뮤직카페 클립 하나, 맨 아래 한 개.
-뉴블랙 우주 “아버지는 피아니스트 선명주”
-[뮤직카페] 우리 사이 무슨 사이? ‘장소원X뉴블랙 - Between’
-장소원과 뉴블랙, 달달한 콜라보 무대 선보여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 걸까?
지호 졸업식 날, 썸씽의 성공을 알았을 때처럼 우리는 이번에도 그 경로를 추적했다.
시작은 어제 방송이 끝나고 올라온 기사였다.
우리 아빠가 누군지 밝혔던 방송 내용에 관한 기사.
물론 여기까지는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다.
아빠의 행적은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한 내용이었으니까.
그러나 내가 간과한 것은 아버지가 갖고 있는, 피아니스트로서 ‘선명주’의 영향력이었다.
IMF 시절 대한민국의 자랑거리였던 천재 재즈 피아니스트, 그리고 99년도의 비극적인 비행기 사고까지.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안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어제 올라온 기사는 그런 사람들로 하여금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번에 데뷔한 아이돌이 선명주 아들이라고?’
주말을 앞둔 평범한 금요일 아침.
화젯거리 하나 없이 조용한 아침 출근길에 사람들은 연예 뉴스 면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뮤직카페 클립으로 넘어갔다.
조회수가 그걸 증명했다.
보는 사람만 보던 뮤직카페 클립의 조회수가 다른 날에 비해 2배 가까이 뻥튀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했던 ‘Between’ 무대의 퀄리티였다.
별생각 없이 찾아왔던 사람들이 우리의 퍼포먼스를 보고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어놓은 것이다.
-와, 라이브 화음 미쳤네.
-저기 갈색 머리가 선명주 아들임?
-얘네는 아이돌이 아니라 무슨 보컬 트레이너 팀인 줄
-우리나라에 노래 잘하는 애들이 진짜 많네 ㅋㅋㅋ 개신기
-음색 진짜 예쁘다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댓글들, 그리고 거기에 쌓인 추천 숫자를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의도치 않았던 일이 엄청난 화제가 되어 돌아왔다고 할까.
이래서 유명인 아들딸이 내 부모가 누구요 하며 밝히는 건가 싶기고 하고, 여러모로 신기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기한 건 누군가 날 부르는 목소리였다.
“형.”
고개를 돌리니, 리혁이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때가 떠오른다.
Something이 1위가 됐을 때도 이런 표정이었던 거 같은데.
“왜 그래?”
“이거 봐 봐요.”
녀석이 보여준 핸드폰 화면에는 음원 사이트가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거기 있는 Between의 순위를 본 순간, 나도 리혁이와 똑같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1위. 장소원X뉴블랙 - Between
오늘 아침 공개된 음원이 실시간 차트 1위에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