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7화
[실시간 검색어 1위 ‘뉴블랙’은 누구..?]
[연예IN = 오소희 기자]
뉴블랙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이 검색어 순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지난 2월 공개된 장소원과의 콜라보 음원 Something이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한 이후로 불과 2개월 만이다. 아직 데뷔도 정식으로 하지 않은 신인 그룹으로선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이 화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인 이유는 어제(10일) 방영된 PBS ‘하승주의 뮤직카페’ 출연이다.
해당 방영분에서 뉴블랙은 Something의 무대와 함께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 특히 멤버 우주의 피아노 연주와 Between 퍼포먼스는 모든 멤버들의 매력을 골고루 살려 내며, 그동안 비주얼에 가려 있던 실력파 보이 그룹다운 면모를 강하게 드러냈다.
MC 하승주의 극찬을 받았던 해당 무대는 방송이 끝나고 뮤직카페 클립 조회수 전체 10위 안에 들 정도로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해당 음원 또한 잠깐이나마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해당 방영분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리더 우주의 개인사였다.
빼어난 비주얼과 장소원과의 작곡 일화로 매력을 뽐내던 해당 멤버가 토크 도중 부친이 선명주임을 밝힌 것이다.
해당 회차에서 관객들은 모두 놀라움에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90년대 한국의 전설적인 스타였던 선명주를 기억하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반응이었다.
이 사연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며 더 큰 화제가 되었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썸씽 부른 애가 선명주 아들이었다니, 헐 대박’, ‘작곡까지 한 걸 보니 아빠한테 재능 물려받은 듯’, ‘저작권료 대박이겠네. 부럽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소속사 측은 “방송 이후 뉴블랙과 멤버 우주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어서 조심스럽다.”면서 “대중들이 보여 주는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저희 모두 노력하겠다.”라는 코멘트를 덧붙였다.
또한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으며, 행사 같은 스케줄을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뉴블랙은 활동을 종료한 상태다.”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뉴블랙은 올해 6월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소속사 측은 “데뷔 앨범 또한 멤버 우주의 자작곡이 포함될 것”이라며 “보내 주시는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밝혔다.
* * *
Between의 순위에 들떴던 것도 잠시.
출근 시간대가 끝나자 음원 순위는 수직으로 하락했다.
1위에서 9위로, 9위에서 23위로.
그래도 여전히 일간 차트의 상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성적에 우리는 마냥 기뻤다.
썸씽으로 이미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기도 했고, 뮤직카페는 활동을 마무리하는 성격에서 출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중 누구도 거기서 뭘 더 얻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본래 목적이었던 ‘대중에게 뉴블랙의 실력을 보여 주기’란 것도 충실하게 달성했다.
뮤직카페 시작하기 전에만 해도 ‘어라? 뉴블랙 쟤네 메인보컬만 노래 부르네? 나머지 애들은 화음만 넣고. 알고 보면 준비도 안 된 애들 아니야?’했던 의문 섞인 댓글들은 쏙 들어갔다.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이 바로 그런 분위기를 보여 줬다.
일례로 가장 조회수가 높은 ‘실시간 검색어 1위 ‘뉴블랙’은 누구..?’라는 연예IN 기사의 댓글이 그랬다.
-진짜 잘하더라ㅋㅋㅋ 그동안 존나 억울했을 듯
-토크할 때 애들 계속 떠는 거 보여서 좀 그랬는데 무대는 인정. 우주인가 확실히 걔한테 눈이 많이 가긴 했네요.
-어제 방송 보다가 깜놀;; 얘네가 썸씽 부른 애들인지 처음 알았네
-실력으로는 요새 나오는 신인 중에 탑급인 듯
-확실히 레몬이 실력파 그런 거 겁나 좋아하긴 하는 듯. 스칼렛도 그렇고 공들여 만들었네.
대부분 뉴블랙의 보컬 실력을 칭찬하는 댓글들이었다.
추천순으로 정렬해도 우리에게 호의적인 분위기가 대다수였다.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일이었지만, 우리 아빠를 추억하는 댓글도 많았다.
-선명주.. 국민학교 다닐 때부터 좋아했던 사람이었는데... 요새 어린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진짜 imf 때 힘들었을 때 큰 힘이 된 사람이었습니다. 그 마지막이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었는데, 이렇게 아들이 번듯하게 커서 방송에 나오니 참 좋네요.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주길 ^^
-우리 엄마 어제 보면서 눈시울 붉히더라.
-아버지가 보시면서 이목구비가 진짜 닮았다고 신기해하시던데.
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한 댓글들도 많았다.
물론 모든 댓글이 다 호의적인 건 아니었다.
100명 중 30명이 좋아한다면, 70명 정도는 무관심했고, 냉담한 반응도 더러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악플에 가까운 것들.
포털 기사란에서는 비공감을 맞고 사라졌지만 여러 커뮤니티를 돌아보니 그런 글들이 꽤나 보였다.
-대체 선명주가 누군데 그러지? 저만 모르나요?;;
-요새 신인은 부모님 안 팔면 홍보 못 함? 어제 보다가 감성 팔이 너무 하는 거 같아서 꺼버림
-아직 데뷔도 안 한 애들이 언플은 존나 하네요
-자꾸 불쌍하다, 불쌍하다 하는데 뭐가 불쌍합니까?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지ㅋ 저작권료로 수십억 땡겼을 애가 뭐가 불쌍하다는 건지 모르겠네. 우리 인생이 제일 불쌍하지.
하지만 우리를 옹호하는 사람도 있었다.
-선명주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있네요; 좀만 검색해도 알게 되는 걸 내가 모르니 듣보라는 건 뭔 심리? 미국 대통령도 님이 모르면 듣보예요?
-솔직히 음악 재능은 아빠한테 물려받은 게 확실한데 그걸 숨기는 건 더 웃기지 않나? 얘네가 그걸로 언플하고 싶었으면 진작에 언플했겠죠. 썸씽도 이제 끝물인데.
-별생각 없었는데 까는 댓글 봐서라도 응원해 줘야 할듯
-자기 인생이 안 풀리는 거 가지고 애한테 화풀이 하네;;
이런 식으로 말싸움들이 띄엄띄엄 오가고 있었다.
악플들이야 일부 반응이라 여기긴 했지만 보다 보면 은근히 열받는 것들 투성이라 애들이 스마트폰을 볼 때마다 주의를 줬다.
괜히 우리 애들 멘탈에 금이 가면 손해니까.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건 좋은 징조였다.
장소원 선배와 함께 썸씽으로 음방을 돌 때는 싫어하는 사람조차 없었으니까.
뉴블랙은 뭐라고 할까.
장소원 선배가 케이크 위의 딸기라면 우리는 생크림 같은 존재였다
존재감이 너무 없어서 뮤직카페에 출연할 때까지 우리가 썸씽 노래의 가수인지 몰랐다는 사람이 대다수였을 정도.
하지만 이번 계기로 우리 이름 석 자는 확실히 각인시킨 것 같다.
Between의 음원 추이에서 볼 수 있듯 우리에 관한 관심은 순식간에 사그라들 테지만, 나중에 ‘아, 뉴블랙이란 애들이 있었지.’ 정도의 기억은 남을 테니까.
연예인에게 가장 무서운 건 무관심이다.
미움을 받으려 해도 이름이 알려져야 받을 수 있는 거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미워하는 사람보다 우리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고.
“형!”
막내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스마트폰 화면을 가리켰다.
“왜 그래?”
“이거 봐여. 우리 팬카페 인원이 어, 엄청 늘었어여! 보여여? 어제까지만 해도 200명도 안 됐거든여. 근데 지금은…….”
“팔백 명?”
가입인사 게시판에 ‘new’라는 꼬리표가 달린 글들이 주르륵 올라왔다.
등업 게시판도 반짝거리고.
망해가는 놀이동산 같았던 팬카페가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다가 와악! 하고 환호했다.
마치 한 무리의 미니언즈처럼.
조 이사님 말이 맞았구나.
가수는 무대로 팬을 끌어모으는 게 가장 쉽다는 말이 바로 이런 건가 싶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어떤 식으로 팬을 늘려야 되지? 하면서 군대 예능이라도 나가야 되는 건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일이 이런 식으로 풀릴 줄이야.
팬카페의 가입자는 서서히 늘어서 1200명 정도에 이르렀다.
그 이후로 유입이 멈추기는 했지만 이것만 해도 엄청난 유입이었다.
정말이지 믿기 힘든 일이었고, 그 때문에 그날 하루는 정말 축제 같았다.
회사에서도 마주치는 사람마다 우릴 축하해 줬고, 각자의 가족들 또한 주변에 자랑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듯했다.
중현이네 아버님은 옆 마을에도 사인을 돌려야겠다며 ‘윤길도 님, 손병옥 님’ 같은 어르신들의 이름이 담긴 명단을 보내기도 했다.
선명주 아들 사인도 꼭 있어야 한다는 바람에 나도 함께 사인을 해야 했다.
하루아침에 인기가 확 오른 상황.
하지만 우리는 자만하거나 게을러지지 않았다.
이미 한차례 겪어 본 일이기에 알고 있었다.
관심이라는 게 얼마나 빨리 식는지.
이제 겨우 한 걸음 내딛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리고 다음 발걸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바로 우리의 데뷔 앨범 수록곡, ‘Untitled’로.
* * *
나는 중현이에게 뮤직카페를 보면서 떠올렸던 방법을 말했다.
뉴블랙의 음악적 컬러를 알기 위한 방안.
우리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비교해 보자는 내 아이디어에 중현이는 적극 동참했고, 우리는 며칠 밤을 꼬박 새워 결국 계획을 완성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뿐이었다.
마침내 월요일.
공식적으로 우리가 쉬는 날인 만큼 작업이 용이했다.
굳이 말하자면 쉬는 날이라기보다는 스케줄이 없는 날?
Between이 소소한 성공을 거두면서 스케줄이 늘어나자 회사에서 우리를 불러 모아 의견을 물었다.
하루에 스케줄을 몇 개까지 소화할 수 있는지.
휴식은 얼마나 필요한지.
“어디까지나 행사는 부수적인 부분이야.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려는 것도 있고, 너희 돈 많이 벌게 해 주고 싶어서 잡는 거기도 하고. 하지만 우선 순위를 따지자면 데뷔 앨범이지. 그러니 어느 정도로 소화할 수 있는지 우리가 알아야 계획을 짤 수 있어.”
윤석환 실장의 주도 아래 우리는 의견을 제시했고. 결국 대표님 선에서 허가가 떨어졌다.
하루 스케줄은 최대 3개. 일주일 중 월요일은 휴식.
뭐, 진짜 휴식은 아니다. 스케줄을 일부러 안 잡는 것이니 연습 빡시게 하라는 거지.
그래서 빡세게 했다.
동생들이 학교를 간 사이, 땀에 찌든 추리닝을 입은 세 남자는 초췌한 몰골로 식당에 자리 잡았다.
“으어, 빡세.”
중현이가 티셔츠 가슴팍을 잡고 펄럭펄럭 흔들며 땀을 식혔다.
우리가 자리를 잡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주인아주머니가 물수건과 주전자를 들고 왔다.
“어이구, 우리 뉴블랙 왔네.”
“이모님. 저희 불백 정식이요.”
“동생들은?”
“걔네는 좀 있으면 올 거예요. 학교에서 오는 중이라.”
오늘도 푸짐하게 밑반찬을 챙겨 준 아주머니가 성큼성큼 주방으로 다가갔다.
그러면서 힐끔 나를 보시는데.
뭐라고 해야 되지, 소년 가장을 보는 듯한 눈빛이다.
뮤직카페 출연 이후로 일어난 변화인데 나를 무슨 천애고아처럼 짠하게 바라보시는 것 같다.
사실 괜찮다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아주머니가 아련한 눈빛으로 밑반찬은 물론이고 식사도 푸짐하게 챙겨 주셨거든.
“형, 이거 봐요.”
“뭔데?”
“아부지가 보내 줬어요.”
중현이네 아버님이 보낸 MMS 문자다.
‘경축! 김중현 군 뉴블랙 입단 후 첫 방송!’이라는 현수막 앞에 어르신들과 아저씨들이 파이팅을 외치는 사진이다.
왜 내 공감성 수치가 도지는 기분이지.
그런데 당사자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턱을 쓰다듬으니 잘된 것 같다.
“형, 저 그거 같아요. 금 목걸이 쓰고 귀양 가는 기분.”
“꽃목걸이에 귀향이야, 중현아. 리혁이가 들었으면 또 뭐라고 했겠다, 야.”
우리 래퍼는 태평하게 웃었다.
그러곤 식당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애들 왔네요.”
딸랑 소리와 함께 문이 힘차게 열린다.
마치 ‘지호 와쪄요!’하는 걸 온몸으로 어필하는 듯한 열림이라고 할까.
뭔가 칭얼거리는 막내와 귀를 후비적거리며 듣기 싫다는 티를 팍팍 내는 메인보컬이 들어왔다.
자리에 앉는 리혁이에게 물었다.
“얜 또 왜 이래?”
“몰라요. 관심도 없고. 그냥 뭐가 불만이래요.”
“우주 형, 리혁이 형 좀 보고 뭐라고 해여. 제가 험한 일 당했다고 하소연하는데 들은 척도 안 해 준다니까여.”
“안 들린다. 안 들려. 내 것도 불백으로 시켰죠?”
하지만 내 관심은 다른 데 가 있었다.
험한 일이라는 키워드에 삽시간에 형들의 표정이 험상궂어진다.
뭐야. 어떤 놈이 우리 애 괴롭혔어.
그런 눈으로 바라보니 막내가 말을 한다.
“애들이…….”
애들이?
“콧물 가지고 자꾸 놀려여!”
아, 뭐야.
듣자 하니 학교에 가자마자, 주말 동안 기다렸던 온갖 놀림이 날아들었다는 모양이다.
사교성 좋은 막내는 거의 전교생과 친구 사이었다.
그 말인즉 놀리는 사람의 숫자도 수백 명이 넘는다는 거지.
뭐야. 별거 아니었네.
웃어넘기면서 막 따끈따끈하게 나온 불백 정식과 푸짐한 밑반찬에 감사하다고 말할 때였다.
……뭔가 이상한데?
평소와 다른 위화감이 느껴졌다.
뭔가 어긋난 느낌.
퍼즐 조각이 다 맞춰졌는데 어딘지 어그러진 듯한 감각이 들었다.
그게 뭔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분명 인원수는 다섯인데 아까부터 오디오가 하나 빈다.
중현이도 말하고, 리혁이도 말하고, 지호도 말하고 있는데 오늘따라 한 명이 말이 하나도 없다.
비주가 왜 그러지?
평소 같았으면 미소를 지으며 애들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 주거나 지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을 녀석이 말이 없다.
음식이 나왔는데도 반응이 없다.
분명 눈은 음식을 보는데 초점이 안 맞는다고 할까. 분명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근데 쟤 표정 어디서 본 것 같은 표정인데.
고운 선이 도드라지는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모방능력으로 따라해 보니 금방 기억이 났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