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0)화 (4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0화

노래가 끝나고.

나는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기괴한 침묵을 경험했다.

왜들 저러는 거지?

“…….”

나는 A&R팀 직원들의 면면을 살폈다.

음원을 조율하는 엔지니어도 있고, 작곡가도 있고, 그 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도 있다.

각양각색의 개성을 자랑하는 사람들.

그런데 지금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모두 똑같았다.

노래 시작될 때부터 그러던데.

마치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본 듯한 얼굴들이다.

당장이라도 동작모방능력을 이용해서 저 표정을 복사해 보고 싶다. 그러면 저게 어떤 감정에서 나오는 표정인지 알 텐데.

내가 이 자리에서 읽어 낼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은 동생들이 느끼고 있는 당황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입술을 뗐다.

“저… 어떠셨나요?”

“음?”

그 말에 직원들이 눈을 깜빡거린다.

“어, 그러니까…….”

“이게…….”

그런데 다들 말을 하려다 만다.

자신들이 예상했던 상황이 아닌 걸까. 직원들이 적당한 반응을 고민하듯 눈매를 좁힐 때였다.

“잘 만들었어.”

상석에 앉아 있던 조 이사님이었다.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잘해 줬네. 뭐, 수정은 좀 해야겠지만 처음 작곡을 한 것치고는 정말 잘했어. 이 정도면 데뷔 앨범에 수록곡으로 실어도 손색이 없을 거 같네.”

“아, 감사합니다.”

“곡에 대한 피드백은 지금 이 자리에서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것 같고. 나중에 따로 전달해 줄게. 우리 팀원들 의견도 들어 봐야 하니까.”

조규환 이사의 시선이 옆자리에 앉아있는 A&R팀장에게 향한다.

잠시 두 남자 사이에서 무언의 시선이 오갔다.

A&R팀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우리의 프로듀서가 입술을 뗐다.

“자, 그러면…….”

평범을 가장한 말투였지만 나는 그 안에 뭔가 있음을 느꼈다.

“고생 많았고, 뉴블랙은 먼저 들어가 봐. 이제 회의 들어가는데 아무래도 민감한 얘기가 오고갈 것 같아서.”

*   *   *

뉴블랙 멤버들이 불안한 얼굴로 나서자, 회의실은 다시 침묵에 휩싸였다.

선우주가 그 분위기를 읽을 수 없는 건 당연했다.

그건 긍정과 부정 모두를 포함하고 있었으니까.

긍정적인 측면을 보자면 노래가 너무 좋았다.

앨범 제작 업무를 하다 보면 매일 작곡가들이 보낸 곡들을 평가하고 검토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곡이 좋은 곡인지, 가수에게 잘 어울리는 곡인지 누구보다 잘 알게 된다.

그들의 눈에 불꽃놀이는 원석이었다.

잠재적 팬을 끌어들인다는 우주의 목적처럼 곡은 이지 리스닝의 의도하에 철저하게 쓰여졌다.

듣다 보면 즐겁지만 무엇보다 귀가 편한 노래였다.

게다가 후렴구가 중독성이 있다.

기존 소스를 최대한 살려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뜯어 고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걸 그대로 살려 보려고 애썼다면 선우주도 선배 작곡가들과 똑같이 실패를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솜씨 좋은 요리사처럼 그걸 소재로 아예 다른 멜로디를 썼다.

파스타에 들어간 말린 고추처럼, 기존 소스의 형태는 흐물흐물해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알싸한 향처럼 그 중독성은 남아 있었다.

지금도 몇몇은 귓가에 맴도는 후렴구 멜로디를 떠올리면서 다시 한번 듣고 싶다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이지 리스닝에 중독성이 강한 노래.

여름 시즌 송으로는 이보다 더 제격인 곡이 있을 수 있을까?

물론 허술한 튠 조정, 엉뚱한 악기 사용이나, 다소 촌스러운 브릿지 파트는 당장 공사가 들어가야겠지만 뼈대 자체는 몹시 훌륭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문제였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이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선우주가 만들어 온 노래의 퀄리티가 너무 좋기 때문이었다.

좋은 건 좋다.

문제는 너무 좋아서 계획이 어그러진다는 거였다.

A&R팀은 뉴블랙이 장소원과 음악 방송에 선 날부터 어떤 앨범을 만들지 내부적으로 기획 회의를 했다.

그래서 대강의 얼개를 잡고 있었다.

지금 그들이 테이블 위에 올린 서류들은 전부 그런 내용을 담고 있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결정된 상황.

조 이사와 A&R팀이 우주에게 자작곡을 맡기기로 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적인 이유가 컸다.

선우주에게 작곡 실습을 시키는 것도 목적이기는 했지만 그것이 주된 목적이 될 수는 없었다.

기획사는 엄연히 돈을 버는 곳이다.

막 작곡을 시작한 초보 작곡가가 좋은 노래를 만들 확률이 얼마나 될까?

처음부터 기대치는 0이었다.

어차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썸씽에 이어 데뷔 앨범을 홍보하는 데 필요한 ‘작곡돌’의 이미지였으니까.

그랬기에 곡은 어찌 되든 좋다, 하는 너그러운 반응이었다.

솔직히 수록곡이야 제대로 들어 주는 사람도 별로 없을뿐더러, 타이틀은 따로 유명 작곡가에게 외주를 줄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선우주가 자작곡이라고 들고 온 이 불꽃놀이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노래가 쓸데없이 너무 좋아.’

그들이 기대한 건 나중에 리스너들이 ‘뭐, 나쁘지 않네’ 정도의 반응을 낼 만한 곡이었다.

스무스하게 앨범에 어울리는 그런 곡.

그런데 지금 가져온 불꽃놀이는 좋기도 좋지만, 노래의 색깔이 뉴블랙에 찰떡처럼 어울렸다.

그리고 강렬하다.

수록곡으로서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주연 배우보다 더 잘생긴 배우를 단역으로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면 결론은 세 가지였다.

1. 따로 디지털 싱글로 낸다.

2. 그대로 수록곡으로 간다.

3. 지금까지의 계획은 폐기하고 앨범을 재구성한다.

A&R팀 직원들의 마음은 1번 쪽이었다.

두 달 가까이 공들여 온 계획을 수포로 돌리긴 싫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해 버리면 ‘작곡돌’ 이미지로 홍보를 하겠다는 홍보 계획이 어그러져 버린다.

그렇다고 2번을 해버리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당장 앨범을 들은 팬들이 ‘회사 미침? 왜 이걸 타이틀로 안 밀고, 엉뚱한 걸 미는 거지?’ 같은 반응을 보일 테니까.

모두가 말없이 고민에 빠져있을 때, A&R 팀장이 한숨을 쉬었다.

“얘는 수록곡을 만들어 오랬더니, 타이틀을 만들어 오네요.”

그 말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모두 똑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가장 먼저 입술을 뗀 것은 윤석환 실장이었다.

“일단 제가 듣기에는 노래 퀄리티도 좋고 애들 컬러랑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만… 아무래도 앨범 기획에 있어 A&R분들이 지난 몇 달 동안 고생한 만큼, 곡의 거취도 직접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뭐, 지금 상황이 애매해져서…….”

A&R팀장이 조 이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사님이 매듭을 지으시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네요. 전례를 보면 늘 옳은 결정을 내리시기도 했고.”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몬 엔터에서 성패를 가르는 주요 결정에 있어 조규환은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내는 선택을 하곤 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다리를 꼬고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프로듀서에게 모두의 시선이 향했다.

그러기를 5분.

마침내 조규환 이사가 자세를 고쳤다.

“아무래도…….”

프로듀서의 시선이 테이블 위의 기획서에 닿았다.

이윽고 마음을 굳혔다는 듯 망설임 없이 종이를 뒤집었다.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야 할 것 같네요.”

*   *   *

A&R 회의에서 노래를 발표한 지 일주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회사에서는 아무 소식이 없었다.

피드백을 주겠다던 조규환 이사도 감감무소식이었다.

A&R팀을 찾아가서 물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요새 뭔가 바쁘게 회의하는 걸 보니 그럴 분위기도 아닌 것 같고.

석환 형에게 떠보듯 물었지만 뭐가 그리 비밀인지 말도 안 해 준다.

민기 형은 뭐…….

“감사합니다, 정말 잘 먹을게요!”

장소원 선배에게 과자 선물을 받으며 헤벌쭉 웃고 있다.

하여간 저 형.

우리 매니저가 아니라 슈가피쉬 매니저 해야 했다니까.

이곳은 대기실.

오늘의 녹화 스케줄은 바로 <한밤의 음악회>.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방영되는 한밤의 음악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의 장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음악 스펙트럼도 다양해서 트로트 가수와 아이돌 모두 가리지 않고 출연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이어진 PBS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할까.

이번 녹화는 뮤직카페로 얻은 성과기도 했다.

Between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한 담당 피디님이 우리의 섭외를 요청한 것이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뮤직카페 피디님과 하승주 선배님이 적극 추천을 했다나.

원래 보다 더 이전에 녹화하기로 했던 스케줄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으로 밀렸다.

뭐.

어중간한 시기에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간만에 방송국에 나오니 기분이 좋다.

물론 머릿속은 여전히 노래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멍하니 소파에 기대 있자니 눈앞에 비닐에 쌓인 포근포근한 디저트가 날아다닌다.

“형, 이거 봐여. 수플레예여. 수플레~”

“그래.”

“수플레라니까여.”

“맛있겠네.”

“뭐야, 왜 반응이 없지. 수플… 왜여?”

나를 신나게 놀리던 막내가 옆구리를 쿡 찌른 리혁이를 돌아본다.

“냅둬, 요새 이 아저씨 기분 별로야.”

“아.”

그 말에 지호가 납득한 듯 입을 다문다.

그러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강아지처럼 있기를 한참, 민기 형과 수다를 떨고 있던 장소원이 물었다.

“우리 막둥이는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그게여, 선배님. 요새 우주 형이 놀려도 리액션을 안 해 주니까 재미가 없어여. 수플레로 놀리는 게 인생의 낙이었는데…….”

“리더는 왜 기분이 별로인데?”

“저 기분 괜찮아요, 선배님.”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애들이 모함하는 거예요.”

“와, 저 웃는 거 봐. 우리한테는 저렇게 안 웃어 주면서.”

‘저 뻔뻔한 얼굴을 보게나!’ 하는 듯한 지호의 손가락질에 중현이가 빵을 우걱거리며 말했다.

“난 마지막으로 우주 형이 웃어 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야, 김중현, 너까지…….”

“저 거짓말 못하는 거 알잖아요. 형.”

그건 그렇긴 하지.

그런데 내가 요새 표정이 그렇게 안 좋았었나? 주변을 둘러보니 아니라고 해 주는 사람이 없다.

왠지 민망하다.

음료수를 뽑으러 간다고 말하고 대기실을 나섰다.

“저도 같이 가요.”

생글거리는 미소를 짓는 우리 팀 메인댄서와 함께 복도를 걸으며, 내가 질문을 꺼냈다.

“내가 요새 표정이 안 좋았어?”

“그냥 애들이 농담으로 하는 거예요.”

“반은 진담인 것 같던데.”

“음… 사실 형이 작곡 시작한 뒤로 조금 힘들어하긴 했잖아요. 형한테 뭐라고 하는 건 아니고요. 다 그런 거잖아요. 힘들면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그러는 거니까.”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진짜 큰 잘못을 한 것 같은데.”

얘한테 이런 소리를 들을 정도면 좀 심하긴 했나 보네.

작업실도 생기면서 압박감을 심하게 느끼긴 했다.

내가 이걸 어떻게 얻어 낸 건데 성과를 보여야지, 하면서.

괜히 기대해 주는 사람도 없는데 나 혼자 엄청 스트레스 받았다고 할까.

덕분에 좋은 곡이 나오긴 했지만 그동안 그거에만 몰두했으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말구요. 애들이 그러는 건 반은 농담이고, 반은 형을 걱정해서 그런 거니까.”

“나를?”

“매일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었잖아요. 눈도 퀭하고, 뺨도 야위고. 형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말하겠지만, 조금 그랬어요. 보는 사람이 저래도 되나 걱정될 만큼.”

“…….”

“그래서 곡 작업이 다 끝났을 때, 저희 다 기뻐했어요. 당연히 노래도 좋았지만 이제 형이 평소처럼 되돌아온다는 거잖아요.”

그래야 했는데, A&R 회의 이후로 내가 예민하게 굴고 있다는 거겠지.

비주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며칠 전부터 다들 저한테 가서 말 좀 해 달라고 아우성이에요.”

“무슨 말?”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먹어도 괜찮다고요.”

무슨 뜻이지?

“저희도 위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형이랑 같아요. 근데 형도 충분히 할 만큼 했잖아요. 전에 뮤직카페에서도 말했지만, 어차피 형 없었으면 이 자리까지 절대 못 왔을 거예요. 아직 데뷔도 못 한 지금으로는 이 정도도 충분히 차고 넘치고요.”

“…….”

“그러니 마음을 편하게, 조금 부담을 덜었으면 좋겠어요. 가끔은 여유로워도 괜찮잖아요.”

비주가 웃으며 덧붙였다.

“기왕이면 저희랑도 잘 놀아 주고요.”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환기하는 녀석에게 나는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 말을 뒤에서 대신 하고 싶어 했을 애들한테도.

그러고 보면 내가 요즘 너무 내 생각에만 몰두하긴 했다.

우리 애들 잘돼야지, 하는 생각으로 막 애들을 몰아쳤다고 할까.

TV에 나오는 극성맞은 학부모 욕할 게 아니었네.

어쩐지 그런 뉴스 보면서 뭐라고 할 때, 리혁이가 나를 보며 할 말이 많다는 표정을 짓더라.

“고마워.”

“뭘요. 어, 데자와 있다. 저는 이거 마실게요.”

“아, 그래.”

자판기에 있는 음료들을 눌렀다. 장소원은 블랙커피, 지호는 사이다, 중현이는 소나무 음료.

비주가 손에 음료 캔을 들고 좋아한다.

“방송국에도 이거 파는구나. 이거 찾고 싶은데, 병원 자판기에밖에 없어서 아쉬웠거든요.”

“병원? 무슨 병원?”

비주가 순간 움찔했다.

“……예? 병원이라니요?”

“방금 병원이라며.”

“아, 그 지난번에 잠깐 병원 갈 일이 있었어요.”

뭔가 묘하게 말을 얼버무리는 것 같은데, 물어보려다가 그만뒀다.

좋은 분위기를 망칠 순 없지.

다시 대기실에 들어가면 멤버들에게 웃으며 대해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달칵, 하고 문을 여는 순간 뭔가 호들갑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형.”

중현이가 보기 드물게 상기된 얼굴로 날 불렀다.

“뭐야, 왜 그래?”

“우리 만든 곡이요, 불꽃놀이.”

“어. 그게 왜?”

“그거 회사에서 타이틀곡으로 결정하기로 했대요.”

*   *   *

“그게 진짜야?”

진위여부를 파악하려고 매니저를 돌아보자, 윤석환이 웃으며 내게 받으라는 듯 전화기를 건네주었다.

“여보세요.”

-어, 나야. 소식이 좀 늦었지?

조 이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막 대표님이랑 회의가 끝나서.

“이사님, 진짜예요? 제 곡이 타이틀곡이 되는 거예요?”

-그렇게 결론이 났어. A&R팀이랑 매니지팀, 홍보팀 의견 다 종합한 뒤에 투표를 했거든. 40대7로 결정 났어. 대표님과 본부장님도 곡을 직접 들은 뒤에 컨펌하셨고.

“…….”

-듣고 있니?

“아, 네. 조금 감격하는 중이라.”

수화기 건너편에서 나지막한 웃음이 들렸다.

-미리 언질이라도 주고 싶었는데 괜히 실망할까 싶어서 말 못 했어. 아무튼 고생했고, 축하한다.

물론 작업이 이걸로 끝난 게 아니고, 앞으로 수정 작업이 어마어마하게 남아 있다고 말했지만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내 곡이 데뷔 앨범 타이틀이 된다니.

언젠가 이 노래를 콘서트나 그런 곳에서 부르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타이틀곡으로 음악 방송 무대에서 선다는 건 전혀 상상도 못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좋은 기분이었다.

작업실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인정받았다고 한참 좋아했으니, 이건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마침내 통화가 끝났을 때, 나는 소파에 털썩 앉아 웃었다.

“형! 축하해요!”

신이 난 동생들이 나를 덮쳤다.

엄청난 무게에 숨이 막히면서도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왠지 가슴이 뻥 뚫린 듯이 시원했다.

*   *   *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리는 왁자지껄한 웃음을 마지막으로 조규환은 통화를 종료했다.

‘오늘 스케줄이 한밤의 음악회 녹화였나?’

분위기를 보니 무대 퀄리티는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다.

멀리 방송국에서 웃고 있을 선우주의 얼굴을 떠올리며 조규환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책상에 스마트폰을 올렸다.

기다란 손가락이 화면을 터치하자, 이윽고 불꽃놀이의 전주가 사무실 안을 가득 채웠다.

‘계속 들어도 좋네. 중독성도 있고.’

그는 눈을 감고 멜로디를 음미했다.

차트 1위라든가 기록을 세울 만큼 히트곡이 될지는 모르지만, 오랫동안 인기가 이어질 노래라는 것은 확실했다.

중독성이 있는데도 쉽게 질리지 않으니까.

아마 기본 베이스로 삼은 소스 때문일까.

문득 얼마 전 선우주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내가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이 노래에서 다른 사람처럼 원래 소스를 응용하지 않고 아예 부수고 새로 만들어버린 거야?

-아, 그게요. 듣다 보니까 좀 이상하더라고요.

-이상해?

-네. 처음에는 다들 묘하다, 묘하다 해서 저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이거 잘만 고치면 엄청나게 잘될 거 같고. 근데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한 거예요. 저만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는데

우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미 다 고친 결과물 같다고 해야 되나. 되게 자기가 사람 손을 안 탄 원석인 척하고 있는데 원석이 아니더라고요. 누군가 보석을 만들려다가 완전 실패했는데, 그걸 다시 원석처럼 보이게 깎은 것 같았어요. 누군지 몰라도 그 소스 만든 사람, 대단하긴 하더라고요. 망한 소스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 일부러 묘하게 만들어 버렸잖아요.

-…….

-이사님, 왜 그러세요?

조규환은 눈을 슬그머니 뜨고는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뭐. 누구에게나 흑역사는 있는 법이니까.

그는 책상 한쪽에 놓인 서류를 바라보았다.

뉴블랙 멤버들의 사진과 인적 사항이 담긴 폴더.

맨 위, 활짝 웃고 있는 선우주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손가락으로 그 얼굴을 톡톡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잘 키워 봐야겠어.’

문득 궁금해졌다.

이 재능 많은 녀석을 잘 키워 놓으면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그는 노래를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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