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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2)화 (4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2화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급한 대로 애를 건물 화단에 앉혀 두고 상태를 체크했다. 양말을 내리고 발목 부근을 만지며 물었다.

“정확히 어디가 아픈데?”

“모르겠어여, 형. 저 삐끗한 거 같은데.”

안색이 창백한 걸 보아하니 제대로 삐끗한 모양이었다.

“형, 저 어떡해여. 이거 실장님이 아시면 엄청 혼내실 텐데. 트레이너 쌤들도 그렇고…….”

“지금 그게 중요해?”

이 와중에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막내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이거 어떡해야 되지?

석환 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답이 없었다. 민기 형도 마찬가지였다. 부재중 통화를 잔뜩 남긴 후에 나는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단은 내 임의로 움직여야겠다.

“일단 병원부터 가자. 거기서 엑스레이 찍고 문제 있으면 처방받으면 되니까.”

“형. 저 아파서 못 걷겠어여.”

“내가 부축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막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보다 작은 녀석의 팔을 두르느라 몸을 구부정하게 숙였다.

“아아.”

“조심해서 걸어.”

뼈라도 부러진 건가?

속눈썹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버린 앳된 얼굴이 보였다.

무서워하는 표정이다.

발목이 삐어서 아픈 데다가, 혹시 이것 때문에 데뷔 일정에 차질이라도 생길까 봐. 혹은 연습하는 데 있어서 자기가 형들한테 피해를 줄까 봐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그제야 내가 지금껏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지호가 17살이라는 걸.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려서 내가 제일 챙겨 줘야 하는 동생이라는 걸.

“조금만 참아.”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변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금방 병원에 데려다줄게.”

*   *   *

우리는 대학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공휴일이라 병원이 죄다 휴무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호를 맡은 의사는 심드렁한 말투로 가볍게 삔 거라고 진단했다.

이틀 정도 푹 쉬면 나을 테니 걱정 말라나.

병원비 수납을 마치고 지호와 병원 바깥으로 나올 때였다.

“괜찮아?”

“소염제 먹으니까 좀 괜찮아진 거 같아여.”

아까보다는 훨씬 밝은 안색에 마음이 좀 놓였다.

“진짜 사람 좀 놀라게 하지 마. 너 때문에 엄청 식겁했어.”

“죄송해여.”

다른 때라면 ‘저를 그만큼 좋아해여?’ 하면서 개드립이나 날렸을 애가 순순히 나오니 묘하다.

“형, 근데…….”

지호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른 사람들한테 말할 거예여? 형들이나 트레이너 쌤들한테.”

“말해야지. 당장 내일 아침에 민기 형이 픽업하러 올 텐데 뭐라고 말해. 너 계단 내려갈 수는 있어?”

“잠깐만여.”

일어나더니 몇 번 걸어 보고는 냉큼 앉는다.

“안 될 것 같아여.”

“신경 쓰지 마. 다쳐서 하루, 이틀 쉬는 거 가지고 누가 뭐라고 한다고.”

“혼나는 건 둘째 치고 잔소리도 무섭단 말이에여. 당장 비주 형이 보면 일주일 동안 잔소리할 텐데. 아니, 한 달 동안 계단 내려갈 때마다 베이비시터처럼 따라붙을걸여.”

“긍정적으로 생각해. 그만큼 우리가 널 챙기는 거잖아.”

“저 애기 아니라구여.”

나는 막내의 손에 들린 초코 우유를 빤히 쳐다봤다.

지호가 헛기침을 하면서 화제를 돌렸다.

“그럼 우리끼리 입이라도 맞춰여, 형. 제가 핸드폰 보고 엎어진 게 아니라 부득이하게 사정이 있어서 발목이 삔 걸로여. 예를 들면 춤 연습하다가 부상을 입었다거나.”

“왜 그렇게 싫은 소리 듣는 걸 무서워 하냐.”

“그냥…….”

지호가 얼버무리듯이 말했다.

“누가 저를 실망한 눈으로 보는 게 싫어서 그래여.”

“이런 걸로 아무도 실망 안 하니까 걱정 말래도.”

만약에 문제가 생겨도 내가 책임을 질 생각이었다.

그럴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누가 뭐라고 하거나 그러면 대신 나서 줄게.”

눈이 깜빡거리더니 나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는 막내.

그대로 카피할 순 있지만 해석이 어려운 표정이었다.

지호의 입술이 열리려고 할 때였다.

“왕지호!”

복식 호흡에서 우러나오는 쩌렁쩌렁한 고함이 울렸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누군가 서 있었다.

쟤가 왜 여기 있지?

스트라이프 셔츠에 검은 진을 입은, 날카롭게 생긴 미청년이 다급한 얼굴로 다가온다.

“괜찮냐? 다쳤어? 누구야? 누가 그랬어?”

“리혁아, 너가 왜 여기 있어?”

내 물음에 리혁이가 고개를 휙 돌렸다.

“어떻게 된 거예요?”

얘는 왜 이리 과민반응이지.

뛰어왔는지 셔츠 곳곳이 땀으로 얼룩져 있고, 상기된 뺨을 뺀 나머지 부분은 시체만큼 창백하다. 지호를 은근히 챙기는 건 알았지만 다리 삔 걸로 이 정도 반응이 나올 건 아닌 것 같은데.

“얘 다시 못 걷는다면서요?”

“뭐?”

리혁이와 내가 서로 마주한 채로 눈을 깜빡거렸다.

이윽고 뭔가 이상함을 깨달은 우리는 동시에 한곳을 돌아보았다.

막내가 슬그머니 눈을 피한다.

“왕지호.”

“…네?”

“얼른 해명해 봐.”

나와 리혁이가 동시에 팔짱을 낀 채로 의자에 앉은 지호를 내려다보았다.

“그게… 리혁이 형한테 다쳤다고 어디 병원이라고 말을 했는데…. 제가 다시는 못 걸을 것처럼 아프다고 그랬거든여.”

“뻥 치지 마. 네가 나한테 그렇게 보냈냐.”

“그니까 그렇게 보내려고 했는데, 아까 택시에서 쓰다가 아파서 중간에 그만뒀거든여.”

아프다고 칭얼대면서도 택시에서 누구한테 톡을 보내나 했더니 리혁이한테 보낸 거였구먼.

그것도 ‘다시 못 걸을 거’에서 ‘같아요’를 생략하고 말이지.

내가 혀를 끌끌 차는 동안 지호가 리혁이의 눈치를 살핀다. 리혁이는 실시간으로 빡치는 중이고.

“야. 그러니까 지금 발목 삔 거 가지고, 일주일이면 되는 거 가지고….”

“일주일 아니고 이틀이야.”

끼어드는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막내.

“그래서 다리는? 멀쩡한 거야?”

“쪼끔 아파여.”

“그래. 멀쩡하면 됐지. 멀쩡하면 됐어.”

리혁이가 열을 식히며 중얼거릴 때였다.

이렇게 무사히 넘어가나 싶었는데 뭔가를 발견한 리혁이가 눈매를 좁혔다.

“잠깐만, 왕지호. 너 그거 내 옷 아니야?”

“아니에여. 아마두….”

“내 옷 맞는데? 이거 새 옷이라 못 빌려준다고 그랬잖아.”

심증에 확신을 굳힌 리혁이의 고개가 내게로 90도 가까이 돌아갔다.

“알고 있었어요?”

“어유, 난 몰랐지. 세상에, 저게 네 옷이었구나. 왜 그랬어. 지호야.”

알고 있었는데 귀찮아서 신경 안 썼다.

이렇게 만날 줄 알았나.

평소였다면 기억력이 그렇게 좋은 사람이 어떻게 모르냐고 타박했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리혁이의 분노는 막내에게 향하는 중이었다.

여기서 조용히 있으면 무사히 넘어가겠지만 조용히 있을 수 있으면 왕지호가 괜히 왕지호가 아니었다.

“형, 저 지금 환자라서 때리면 안 돼여어어아아악!”

“이 미친 놈이!”

피시방에서 엄마한테 붙잡힌 아들처럼 등짝을 처맞는 막내가 내게 구원의 외침을 던졌다.

“형, 대신 나서 준다면서여, 아악!”

당연하게도.

“아, 실장님한테 전화 왔네.”

상큼하게 무시했다.

*   *   *

-무슨 일이야?

“별일 아니야. 지호랑 잠깐 외출했는데 애가 발목을 삐었거든.”

수화기 건너편에서 정적이 흐른다.

무섭다.

육하원칙에 의거해서 빠르게 상황 설명을 했다.

-상태는 어때, 심각해?

“심각한 건 아냐. 의사 선생님 말로는 염증약 좀 먹고 이틀 쉬면 낫는대.”

-다행이다. 어쩌다가 넘어졌는데?

식은땀이 뒤통수에 삐질 흐른다.

“보도 블럭 틈에 운동화가 낀 거지. 뭐, 하여튼 사정이 있어.”

-병원은?

“대학 병원 왔어. 여기 신촌.”

-뭐… 별일 없다니 다행이네. 지호는 괜찮대?

멀찍이 벤치에 앉아 등짝을 얻어맞는 지호가 보였다. (“내가 로봇 청소기 보다가 중간에 나왔다고! 로! 봇! 청소기!”, “저 환자라구여!”)

걱정스럽게 주변을 살폈지만 다행히 아무도 바라보지 않았다.

“지호는 괜찮은 거 같아. 아무튼 쉬는 날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해, 형. 아까 상황이 막 그러니까 누구한테 의지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구.”

-그래. 네가 누구한테 연락하겠냐.

수화기 건너편에서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린다.

-이따가 숙소 들어가면 다시 연락하자. 더 놀고 싶어도 웬만하면 일찍 숙소로 들어가고. 괜히 이런 날 또 나다니다가 다치면 큰일 나. 너희는 몸이 재산인 직업이야. 알지? (“누구야?”)

“알았… 어? 형, 방금 여자 목소리 들린 거 같은데 누구야?”

-데이트 중이다, 인마.

얼른 끊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호기심이 생겼다.

“실존 인물이야?”

-너무하네, 정말.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따 너희 PT 쌤한테 톡 좀 보내야겠어. 애들이 딴 생각 안 들게 운동 좀 빡시게 시켜 달라고.

“아, 저…….”

-그럼 이따 다시 통화하자.

괜히 놀렸다가 본전도 못 찾은 거 같네.

이어서 민기 형에게 톡으로 걱정하지 말라고 보내면서, 애들이 있는 벤치에 다가갔다.

지금은 소강상태였다.

“어때, 리혁아. 분이 좀 풀렸어?”

“풀리기는요. 더 때려주는 건데. 내가 얘 때문에 엑스포에서 로봇 청소기 보다가 중간에 나왔다니까요. 신기술이 적용된 거였는데.”

“그 로봇 청소기 제가 사 주면 될 거 아니에여.”

“아직 시판이 안 된 거라고. 신기술이란 말 못 들었냐? 이번 엑스포에서 처음 시연하는 거였다고.”

분노의 포인트가 납득이 잘 안 가지만 뭐 일단 그런 걸로.

“저 환자라구여. 지금 등짝을 하도 맞아서 등 외과 가야겠어여. 그 뭐져, 우주 형? 등 외과여.”

“정형외과.”

“아, 맞아여. 정형외과까지 가야 될 것 같다구여.”

“정형외과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아저씨, 그 엎어치기 기술 좀 알려 줘요. 지금 써먹게.”

아옹다옹하는 녀석들에게 방금 석환 형과 나눈 대화를 들려줬다.

지호는 혼이 안 났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얼굴이었고, 리혁이는 이렇게 부주의한 애는 혼나야 한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둘 다 공통의 반응을 보인 주제도 있었다.

“석환 형 지금 여친분이랑 데이트 중이래.”

“여자친구? 실존 인물이래요?”

“그래. 나도 그렇게 물어봤거든.”

“뭐래여?”

“뭐라기는. PT 쌤한테 연락해서 운동 빡시게 시킨다고 그러지.”

두 동생의 얼굴에 깊은 원망의 시선이 떠올랐다.

애써 무시하면서 병원 1층에 있는 카페를 가리켰다.

“저기 가서 뭐라도 마시자.”

“그래요. 얘 때문에 정말 속이 타서 뭐라도 마셔야겠네.”

“…제가 사 줄게여.”

벤치에 앉은 지호를 부축하려 다가갈 때 지호가 고개를 저었다.

“리혁이 형한테 부축받을래여.”

“왜?”

“우주 형은 좀 커서여. 작은 사람이 부축해 주는 게 편해여.”

리혁이의 얼굴에 금이 갔다.

*   *   *

카페에서 가장 비싼 조각 케이크를 갖다 바친 후에야 리혁이의 기분은 조금 풀렸다.

“그래서 너는 저 아저씨랑 다니면서 별일 없었냐? 알아보는 사람이라든가.”

“아녀. 하나도 없었어여. 사인 해주려고 사인지까지 준비했는데.”

입을 비죽거리는 막내 옆에서 내가 거들었다.

“얘 연예인 코스프레한다고 선글라스도 챙겼다니까.”

“선글라스? 무슨 관종도 아니고.”

“형도 아침에 챙겨 갔잖아요.”

“…나는 눈 보호를 위해 가져간 거야.”

그렇게 우리는 잠시 수다를 떨었다.

리혁이는 서서히 기분이 풀리는 것 같더니, 이윽고 지호가 선물이라며 직접 산 옷을 줬을 때는 완전히 풀려버렸다.

리혁이가 봉투를 받아들며 입가를 씰룩거릴 때였다.

“어? 저거 중현이 형이랑 비주 형 아니에여?”

막내의 말에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얘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어디서 뮤직카페 재방이라도 해? TV는 안 보이는데.”

“아뇨. 저기 중현이 형이랑 비주 형 있잖아여.”

“뭔 소리야.”

…라고 고개를 돌렸다가 식겁했다.

진짜 비주와 중현이가 멀찍이 서 있었다. 둘이 뭔가를 이야기하다가 비주가 다른 쪽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중현이가 걸어갔다.

“쟤네도 불렀어?”

“아니여. 미쳤다고 제가 비주 형을 부르겠어여. 잔소리만 들을 텐데.”

그러고 보니 중현이는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둘에게 고개를 숙이며 일단 아는 척하지 말자고 말하려고 할 때였다.

지호가 대뜸 일어나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중현이 형!”

느긋한 사자처럼 걷고 있던 중현이의 걸음이 우뚝 멈춘다. 그러곤 우리 쪽을 향해 고개가 돌아갔다.

그러기를 3초.

이윽고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   *   *

“미국의 미식축구 감독이 그런 말을 했대요. 스포츠 팀이든 사무실 직원들이든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곤란해진다. 그리고 랄프 왈도 에머슨은 불신은 대단히 비싼 대가를 치른다고 했고요.”

“…….”

“농구하러 비주 형이랑 나간다더니. 요즘에는 병원에서 농구를 하나 봐요?”

리혁이의 논리정연한 말에 중현이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러곤 나를 바라본다. 뭔가 도와 달라는 표정이다.

얘들은 왜 나만 보면 이런 표정을 짓는 거지.

“중현이한테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

“그러니까, 그게 어떤 사정이냐고요.”

리혁이의 스산한 눈빛에 중현이의 목울대가 올라갔다.

문득 멤버들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 중현이 느낌은 되게 카리스마 넘치는 맏형 같은 이미지였다.

애가 워낙에 훈남 운동선수처럼 생겨서.

그런데 알고 보면 얘만큼 순한 애도 없다.

보통 이런 타입들은 자기 근육이나 힘을 자랑하는데, 나는 지금까지 중현이가 애들한테 장난으로도 힘을 쓰는 걸 본 적이 없다.

물론 썼다면 우리는 이미 다 죽었겠지만.

“중현이 형, 저랑 형이랑 연습생 때부터 만난 세월을 따지면 3년이 넘어요. 이 정도면 서로 신뢰 관계가 형성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리혁아, 이게 사정이 좀 있어.”

“그러니까 그게 뭐냐구요.”

리혁이가 나와 지호를 둘러보며 말했다.

“요새 이상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는데 그냥 넘어갔었잖아요. 비주 형은 정신을 어디다 두는지 매일 멍 때리고. 얼마 전에는 아침밥도 태워 먹었잖아요. 이 정도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면 우리도 알 필요가 있는 거 아니에요?”

중현이는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나를 돌아보았다.

“형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뭐, 애매하게 됐지. 남의 개인사라 말하기 힘들다는 네 입장에 더 공감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이미 너희를 봐 버렸잖아.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기에는 좀 그래.”

여기서 그래, 비주 개인사구나 하고 넘어가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그러고서 숙소에서 서로 아무 일도 없던 척하는 것도 웃기고. 중현이가 말없이 테이블만 내려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거 김비주가 알면 싫어할 텐데….”

나와 리혁이가 귀를 기울였다.

지호는 형들 사이에서 눈만 땡글거리다가 프라푸치노를 들이켰다.

“김비주 동생이 입원해서 보러 온 거야.”

“동생?”

중현이의 얼굴에 다시 한 번 내적 갈등이 엿보였다.

이윽고 무거운 입이 한참 만에 떨어졌다.

“동생이 암환자거든요.”

지호가 마시고 있던 프라푸치노를 도로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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