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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3)화 (4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3화

암 투병이라고?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에 모두가 일시적인 공황 상태에 빠졌다.

집요하게 추궁하던 리혁이도 멍한 표정이다.

가뜩이나 하얀 얼굴이 지금은 백짓장 같다.

지호는 사레가 들렸는지 연신 기침을 하고 있고.

중현이가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모르는 게 나을 거라고.”

“암 환자면 수술은 끝난 거야?”

“예전에 끝나긴 했죠. 지금은 상황이 좀 애매하게 됐는데.”

“…뭐가 애매하게 됐는데요?”

리혁이의 물음에 중현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여기까지 할게. 자세한 얘기는 김비주랑 하는 게 낫겠다. 내가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문제라…….”

중현이가 테이블에 투박한 구형 스마트폰을 올렸다.

단축 번호 7번을 누르자 비주 번호가 뜬다.

우리 모두 침을 삼켰다.

스피커폰에서 단아한 목소리가 울렸다.

-어, 왜? 음료수 못 찾았어?

“아니, 그… 있잖아.”

-지나가다가 실수로 뭐 부서뜨리고 그런 건 아니지?

“내가 맨날 부수냐.”

-다행이다. 지난번처럼 또 변상해야 되는 줄 알았네.

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중현이는 스마트폰을 시한폭탄이라도 되는 양 쳐다보고 있었지만.

“야, 내가 할 말이 있는데.”

-할 말?

“내가 카페 지나가다가 우주 형이랑 리혁이랑 지호랑 마주쳤거든.”

-어? 다들 병원에 왜 있어? 지호 다쳤어? 아니면 리혁이? 우주 형이 다쳤을 리는 없고.

내가 다쳤을 리는 없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지호가 발목을 조금 삐었대.”

-뭐?!

처음으로 언성이 높아진다.

곧바로 수화기 건너편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중현이가 빠르게 수습했다.

“걱정할 필요는 없대. 하루, 이틀 푹 쉬면 낫는다고.”

-그래도. 애는 괜찮아?

“어, 괜찮아 보이긴 한데. 그… 애들이 왜 우리가 병원에 있냐고 물어봤거든. 아까 우리 있는 걸 봤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혹시 말해 줘도 되나 해서…….”

반대편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중현이의 목울대가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중현아.

“어?”

-너 말했지.

“어? 아니.”

-…….

목소리만 듣고 있지만 왠지 눈앞에서 비주의 환영이 보이는 것 같다. 똑바로 대답하라는 눈빛과 함께 팔짱을 끼고 중현이를 올려다보는.

목울대가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두어 번.

중현이가 입술을 뗐다.

“미안.”

-어쩐지. 아까부터 말투가 이상하더라. 그럼 이거 스피커폰으로 얘기하는 거야?

“어.”

-…….

내가 끼어들었다.

“비주야, 안녕.”

-네, 안녕하세요오오…….

긴 한숨처럼 끝맺는 소리와 함께 비주가 말했다.

-중현아, 잠깐 스피커폰 꺼 줄래?

“어, 왜?”

-따로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스피커폰 끄고 일반 통화로 전환해 봐.

“야, 나…….”

-지금 당장.

지옥의 스위치라도 누르는 것처럼 스피커폰을 끈 중현이가 수화기를 귓가에 가져다 댄다. 음량이 낮아서 잘 안 들리지만 뭔가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쉼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좋은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운동하는 것도 아닌데 중현이의 구레나룻에 식은땀이 맺혔으니까.

“어, 그래. 어, 어, 어. 어. 아니, 내가 말하려고 하던 게… 어, 맞아. 어… 그게, 어.”

부인한테 바가지 긁히는 남편처럼 한참 그러고 있던 중현이가 마침내 통화를 종료했다.

“휴, 살았다.”

중현이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뭐래?”

“상황이 상황이니 이번엔 넘어가 주겠대요. 형이랑 애들한테는 자기가 따로 만나서 얘기할 테니까, 데리러 오라던데요.”

“데리러 오라고?”

“얘 길 잃어버렸대요.”

그 말에 우리 셋의 입이 동시에 열렸다.

“또?”

*   *   *

“찾아줘서 고마워요.”

우리가 비주를 찾은 건 30분이 지나서였다.

비주는 병원에서 한참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대체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건지 그게 더 신기했다.

라운지에서 기다리던 동생들과 합류하자마자 비주가 지호에게 달려갔다.

“지호, 발 다쳤다면서. 괜찮아?”

“네? 아… 네, 저 괜찮아여. 신경 안 써도 돼여.”

다른 때였다면 엄살을 부렸을 막내가 손사래를 친다. 지금 보니 비주 눈도 못 마주치고 있다.

걸음걸이도 쭈뼛거린다.

문득 7살 때 있었던 엄마, 아빠 장례식이 떠오른다. 식장에 들어오는 유치원 친구들이 딱 저랬었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지둥 대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

그래도 얘는 울지는 않겠지.

“지호 다리 다쳤다고 하지 않았어요?”

중현이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지호의 걸음이 정상적이었다. 아까처럼 절뚝거리는 게 아니라 보통 걸음으로.

“너무 놀라서 그래. 쟤는 지금 자기가 걷고 있는 줄도 모를걸.”

중현이가 성큼성큼 걸어가서 지호를 부축해 줬다.

막내의 입에서 고마워요, 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들렸다.

원래 리혁이가 부축하기로 했는데 얘는 뭐 하고 있지?

두리번거리다가 막내와 똑같이 땅바닥만 바라보고 걷는 사람을 하나 더 발견했다.

지호랑 완전히 정반대인 녀석이 똑같이 그러고 있자니 뭔가 신기하다.

비주가 동생들을 보더니 속삭였다.

“제가 이래서 얘기를 안 하려고 한 거예요. 부담될까 봐.”

“그게 왜 부담이야?”

“다들 연습하고 바쁘잖아요. 괜히 얘기 꺼내서 불편하게 만들기 싫었어요. 애들이 제 눈치 보는 것도 싫고.”

“글쎄다. 눈치는 평소에도 보는 것 같다만.”

비주의 눈동자가 내 쪽으로 스윽 돌아왔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야.”

상대의 입에서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분위기를 편하게 하기 위한 농담이었는데 잘 먹혀든 모양이었다.

비주가 안도한 기색으로 말했다.

“평소처럼 대해 줘서 고마워요. 형까지 그랬으면 진짜 숨 막힐 뻔했는데.”

“나도 너랑 비슷한 일을 겪어서 그런 거지. 안 그랬으면 쟤네랑 별다를 바 없었을 거야.”

“비슷한 일이요?”

“전에 말했던가. 나 초등학생 때, 할머니 암 수술하셨다고.”

“아.”

네 기분이 어떤지 알아,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다. 경험자로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알고 있었으니까.

평소처럼 똑같이 대해 주면 된다.

쭈뼛거리지도 말고, 불쌍하게 쳐다보지도 말고, 쓸데없이 속 편한 위로도 하지 말고.

“지금은 괜찮으신 거죠?”

“당연하지. 10년 넘게 지났잖아. 암이 지독하긴 해도 보통 그렇게 오래가진 않으니까.”

비주가 다시 한 번 웃었다.

“왜 그래?”

“아뇨. 저도 예전에는 형이랑 똑같이 생각했거든요. 암이 그렇게 오래갈 리가 없다고.”

상대의 얼굴에 씁쓸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   *   *

병실에 들어가기 전에 비주는 우리를 불러 모아 상황을 설명했다.

동생의 이름은 김민준.

나이는 10살로 거의 띠동갑 동생이라고 했다.

동생의 병을 처음 발견한 건 지금보다 더 어린 다섯 살 무렵.

정확한 병명은 나도 잘 모르겠다.

뭐라고 설명을 해 주는데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확실한 건 수술을 하고 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고생을 했다는 것.

그 뒤로 5년 동안 치료를 죽 이어 가느라 유치원이나 학교는 가지도 못했으며, 가끔은 입원하기도 했다고.

“며칠 전에 갑자기 열이 끓어올라서 입원을 한 거였거든. 중현이는 원래부터 내 사정을 알고 있어서 같이 와 준 거고. 미리 말하지 않은 건 미안해.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어.”

“아니에요. 그럴 만하죠.”

리혁이가 침을 꼴깍이며 말했고, 지호도 옆에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비주가 웃으며 문 손잡이를 잡았다.

“머리만 쓰다듬지 마. 그거 제일 싫어하거든.”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습한 가습기 냄새와 함께 병실의 전경이 드러났다. 의자에 앉아 있는 중년 부부와 침대에서 책을 읽고 있는 꼬마.

“엄마, 저 왔어요.”

자리에서 일어난 중년 부부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비주가 우리도 병문안을 온 거라고 둘러댔다.

“그래요. 잘 왔네. 우리 친구들이랑 만나는 건 처음이네요.”

아버님은 차분한 인상이었다.

말투도 조곤조곤해서 교수님 같은 분위기였는데, 실제로도 예전에 대학 교수셨다나. 부자가 어찌나 똑 닮았는지 비주한테 안경을 씌우고 30년 정도 숙성시키면 딱 저럴 것 같다.

“다들 과일 좋아하니? 사과 깎아 놨는데.”

어머님은 반대로 말투부터 활발하셨다.

주변에 보면 그런 사람들 있지 않은가. 그냥 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인물들.

비주네 어머님이 딱 그랬다.

예의상 사과를 한 조각씩 받아 들었을 때, 어머님이 침대에서 책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아이를 불렀다.

“민준아, 형들 왔어.”

“여기까지만 마저 읽고요.”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환자복을 입지 않았다면 총명한 동자승이 떠오를 법한 인상이었다.

과학책을 빠르게 속독하던 민준이가 책을 덮었다.

“중현이 형. 아이스크림 사 왔어요?”

“당연하지.”

중현이가 씩 웃으며 봉투에서 내용물을 꺼내자,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병실을 밝혔다.

그러더니 이내 우리를 돌아보더니 아! 하고 소리를 낸다.

“방송에서 봤던 형들이다. 맞죠?”

“그래.”

비주가 기특하다는 듯이 웃으며 뺨을 톡톡 두드렸다.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채로 민준이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비주가 민준이에게 소개를 해 주었다.

“여기 있는 형이 우주 형이야. 우리 노래 만들어 준 형.”

“이름 예쁘다. 저 우주 엄청 좋아해요.”

“나도 좋아해.”

미소를 짓는 나에게 민준이가 손을 내밀었다. 뭔가 싶었는데 악수를 청하는 듯했다.

귀여워서 손을 맞잡아줬다.

“여기는 리혁이 형이야. 그룹에서 노래 제일 잘해.”

“안녕하세요.”

리혁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받아주었다.

“여기는 지호 형이야.”

“지호요?”

“응, 지호 형.”

“아.”

그러면서 손을 거둔다.

손바닥을 자기 무르팍에 슥슥 비비기에 손에 땀이라도 닦나 했더니 그게 끝이었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고, 지호만 황망한 표정으로 비주를 돌아보았다.

“제 얘기를 어떻게 한 거예여, 비주 형?”

“난 아무 얘기도 안 했는데.”

“…….”

“쪼끔?”

비주가 조심스럽게 말하다가 자기도 웃겼는지 픽 웃어 버렸다.

그러고는 자기 동생에게 말했다.

“민준아, 지호 형한테도 악수해 줘야지.”

“알았어요.”

툴툴대던 민준이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밥투정 좀 그만하고 우리 형한테 잘해줘요.”

지호가 망부석처럼 눈만 꿈뻑이는 동안,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어쩜 속눈썹도 길고 이렇게 예쁘게 생겼을까. 자자, 먹어.”

“감사합니다.”

비주네 어머니가 내민 포크를 받아 들었다. 사과를 여섯 조각째 집어 먹으며 웃으며 응대했다.

“우리 비연이가 연말 평가 때 다녀오더니 그렇게 칭찬을 하더라니까. 동생도 동생인데 새로 들어온 친구가 엄청 잘한다고. 이 이랑 나도 동영상 찍은 거 보고 진짜 감탄했어요.”

“감사합니다.”

“비주 쟤가 가끔 집에 올 때나 전화할 때 그렇게 칭찬을 해대요. 오늘은 우주 형이 뭐 했다, 이 형 덕분에 다 잘 풀리고 있다고…….”

“엄마. 아, 해요. 아.”

비주가 말을 끊고 어머님의 입에 사과를 먹였다.

“지난번에 방송 처음 나갔을 때는 뭐라고 했느냐면.”

“엄마, 여기 하나 더 먹어요.”

“얘는. 꼭 비연이처럼 내 말을 끊고 그러니?”

“엄마, 제발…….”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졌다.

늘 우리에게 엄마처럼 굴던 비주가 이런 모습을 보이니 재미있었다.

“아무튼.”

비주 어머님이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앞으로도 우리 애 잘 부탁해요. 내가 우주 씨만 믿을게.”

“예, 열심히 할게요.”

“얘가 생긴 것만 이렇게 착하게 생겼지, 고집이 보통이 아니에요. 자기 아빠랑 판박…….”

“여보, 사과 먹어요.”

이번에는 아버님이 사과를 먹였다.

소녀처럼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어머님도 귀여우시고, 한 몸이 돼서 필사적으로 말을 막는 부자도 귀엽다.

내가 흔히 상상한 환자 가족이랑은 달랐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민준이가 건강해 보인다는 건 아니었다. 표정만 밝을 뿐이지 안색은 좋지 않다.

핏기가 창백하다고 해야 하나.

<소나기>의 ‘보랏빛 입술’이 어떤 건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어머님이 이야기를 했다.

“지금은 열이 많이 내린 거예요. 어제는 열이 펄펄 끓어서 새벽에 의사 부르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애는 울고 의사는 올 생각을 안 하고…….”

“대학병원이 그렇더라고요.”

어머님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민준이를 살폈다.

침대 위에 보드게임 판 같은 거를 올려 두고 넷이서 놀고 있다.

열 살짜리와 세 명의 형들이.

부르마블 같은 종류인데 뭔진 몰라도 다들 지고 있다.

져 주는 것 같은데 리혁이 혼자서 인상을 쓰고 있다.

둘은 몰라도 쟤는 진짜 최선을 다하는 모양이다. 연신 주사위를 못마땅한 눈으로 보는 걸 보면.

지호는 아까보다는 훨씬 편안해진 분위기였다.

간혹 웃기도 하고.

그리고 중현이는 민준이를 계속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끔 토닥여 주는데, 저렇게 상냥한 표정의 중현이를 보는 건 처음이다.

“중현이랑 민준이가 많이 친하네요.”

내 말에 아버님이 대답했다.

“비주가 올 때마다 중현이가 늘 따라와 줬어요. 우리 힘들 때도 같이 밤을 새워 주기도 하고. 가족이나 다름없죠.”

아버님이 중현이를 바라보는 표정은 중현이가 민준이를 바라보는 표정과 비슷했다.

물론 민준이도 마찬가지였다.

까까머리의 꼬마는 중현이가 초딩들이 좋아할 법한 코딱지 농담 같은 걸 하거나 장난을 칠 때마다 좋아서 자지러졌다.

형을 바라보는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저것도 중현이가 사 온 거예요.”

“어떤 거? 아.”

비주가 가리킨 침대 맡 스탠드에는 레고 모형이 있었다. 히어로 영화의 장면을 본 딴 모델인 듯했다.

아침에 중현이가 주섬주섬 챙겨 나갔던 게 저거였구나.

이제야 미스터리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 것도 있었다.

민준이의 투병은 이미 5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비주는 왜 요즘 들어 갑자기 이상 행동을 보였던 걸까?

“비주야.”

비주에게 말을 걸려고 할 때였다.

보드게임이 펼쳐지는 곳에서 앳된 환호성이 들렸다.

민준이가 게임에서 이긴 모양이다.

우승의 상징처럼 보이는 미니어처 트로피를 높이 들어 올리면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오늘따라 민준이가 기분이 좋네요.”

비주의 시선을 따라 열 살짜리 어린이를 바라보았다.

다섯 살 때부터 암을 투병해 온.

세포를 억제하는 항암 치료 때문에 또래보다 왜소하고 머리카락도 없는. 학교는커녕 유치원도 가지 못했을 아이가 오랜만의 즐거움을 누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형, 뭐 물어보려고 하셨어요?”

“아무것도 아냐.”

일단은 지금의 분위기를 망치지 말자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어머님이 상기된 얼굴의 막내아들을 불렀다.

“민준아. 형들 오니까 좋아?”

“네!”

아이가 해맑게 웃었다.

“오늘이 안 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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