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8)화 (4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8화

레몬 엔터의 공식 SNS에 사진이 업로드됐을 때, 우리는 모두 연습실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막 연습이 끝나고 쉬는 시간.

내 허벅지에 머리를 뉘였던 막내가 벌떡 일어났다.

“형들! 이거 봐여, 지금 막 올라왔어여!”

“진짜? 봐 봐.”

미어캣처럼 다섯 명이 스마트폰 앞에 모였다.

지호가 띄운 화면에는 레몬 엔터의 공식 SNS 계정에 올라온 우리 사진들이 띄워져 있었다.

하나씩 넘길 때마다 탄성이 이어진다.

“와, 우리 같지 않구 다른 사람들 같아여.”

막내의 말대로 정말 다른 사람들처럼 보였다.

사진 속에 있는 건 우리가 아니라 다른 세계의 미청년들 같다.

빨간 헤어밴드를 하고 해맑게 웃고 있는 지호.

얼굴에 물감을 묻힌 채 시크한 표정으로 바다가 그려진 캔버스 앞에 앉아 있는 리혁이.

노란 꽃을 손에 쥐고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비주.

느긋하게 누워서 초록 사과를 한입 베어 먹고 있는 중현이.

각자의 컬러를 잘 살려 낸 컨셉 샷은 내가 아이돌 팬이라면 당장 누군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근사했다.

“사진 진짜 이쁘다. 이거 이따가 엄마한테도 보내 주고, 아빠한테도 보내 주고, 누나들한테도 보내 줄까 봐여. 제가 근 몇 년 동안 이렇게 잘 나온 인생 샷은 처음 본다니까여.”

“왕지호, 난 어떠냐. 잘 나온 거 같아?”

“완전 잘나왔는데여? 이건 인정.”

“그래?”

“지금은 되게 피라루쿠 같은데, 사진 속에 있는 형은 막 시크한 미소년처럼 보여서 좋아여.”

화기애애하던 막내 라인의 분위기는 리혁이가 피라루쿠를 검색하면서 난장판으로 변해 버렸고.

“난 잘 나왔네. 너는?”

“괜찮은 거 같아. 사실, 나보다 우리 애들 어떻게 나올지 걱정 많이 했거든. 그날 촬영장 분위기 엄청 살벌했잖아.”

“다들 욕 엄청 먹었지.”

형 라인은 다행이라는 듯 담담하게 웃고 있었다.

“어? 마지막으로 우주 형 거랑 단체샷 같이 올라왔어여!”

“뭐야, 뭔 사진이 이렇게 많아?”

“올라왔구나!”

방금 내 컨셉 샷과 단체 샷이 올라왔다.

그리고…….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내 개인샷은 정말이지 최고였다.

“와…….”

동생들이 입을 떡하니 벌리고 사진을 바라본다.

화면 속에 있는 나는 보라색 폭죽들이 삐죽 나와 있는 상자 위에 걸터앉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싱그러운.

보기만 해도 청량해지는 듯한 미소를 보자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저거 연습하려고 별짓 다 했지.

잡지 화보부터 시작해서 비키니를 입은 모델들이  짓던 표정들까지.

확실히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촬영장에서도 쩐다고 생각은 했는데 진짜 대박이네여.”

“신기하게 자꾸 보게 되네, 이거.”

“그니까요. 이런 표정은 대체 어떻게 짓는 거지?”

따라해 보려고 안면 근육을 괴상하게 움직이던 리혁이가 헛웃음을 짓는다.

나는 왠지 부끄러워서 화제를 돌렸다.

“우리 사진 반응은 어때?”

“아직은 좋아요 누르는 정도? 우리 팬들도 아직 모르나 봐요. 올린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아직은 팬들이 눌러준 좋아요가 10개 정도밖에 안 됐다.

“이따가 인터넷에 퍼지면 어떨지 되게 궁금하다. 우주 형 사진 가지고 막 떠들 거 같지 않아여?”

“그러게. 기대된다.”

“솔직히 우리가 봐도 이 정도면 뭐…….”

동생들이 한마디씩 하는 가운데 나 역시 기대감을 품었다.

내가 봐도 잘 나온 사진.

과연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보고 뭐라고 댓글을 남길까?

*   *   *

레몬과 DNS가 컨셉 샷을 올린 뒤, 아이돌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진들이 올라왔다.

-[스압] 6월달 데뷔하는 보이그룹 컨셉샷 모음

게시글에는 뉴블랙, 스트릿 보이즈와 그외 2개 그룹의 컨셉 샷들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다.

-레몬애들 청량 컨셉으로 나오나 보네?

-둘 다 컨포 잘 뽑았네

-갈색 머리 누구임?? 이쁘다ㅠㅠㅠ

-혼신의 필터 빨 아닌가.. 음방에서 뉴블랙 봤을 때 저렇게 안 생겼음ㅇㅇ

-오 괜찮은데?

-이런 건 나와 봐야 알지ㅋㅋㅋ 프사기 한두 번인가

-근데 비주얼적으로 다 튄다. 레몬이 배우 기획사라 그런가 확실히 개성 있는 애들로 잘 뽑아

-얘네 언제 데뷔한대?

-야. 근데 니들 왜 뉴블랙만 얘기하냐 스트릿 보이즈 서럽겠다

-이렇게 후려치는 니가 더 나빠

-스트릿 보이즈 애들은 컨셉 세서 좀 무서움.. 다들 눈도 부리부리하고 좋아하려면 돈 내야 할 거 같음

-벌써부터 얼빠들 납셨네 ㅅㅂ ㅋㅋㅋ 퍼포를 봐야지

비슷한 게시글들이 올라왔지만 대부분 레몬에서 올린 컨셉 샷에 대한 호평이 가득했다.

뉴블랙의 판정승이라고 할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힙합 전사 컨셉인 스트릿 보이즈의 강렬한 컨셉보다는 뉴블랙의 청량한 컨셉이 더 다가가기 쉬울뿐더러, 뛰어난 포토그래퍼가 찍은 사진인 만큼 더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갈색 머리 존나 내 취향.. 이름 뭐임?

-갈색 머리가 한둘이냐?

-척하면 척 알아들어야지 눈치 없음? 여기서 말하는 갈색머리는 하나자너

-the 갈색 머리

-정관사는 왜 붙이냐고 ㅁㅊ ㅋㅋㅋㅋㅋㅋㅋ

이름을 묻는 댓글부터.

-애가 되게 묘하게 생겼다.. 자꾸 시선이 감

-ㅇㅇ 표정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자꾸 시선이 가는 듯

-와.. 표정 보소. 신인 느낌 전혀 안 나는데? 뭔가 짬바가 있음

-사진으로도 이 정도면 무대 하면 볼만하겠다

표정에 대한 칭찬까지.

하지만 어디에나 예리한 사람들은 있었다.

-근데 되게 뭔가 익숙한데

-자꾸 보게 돼서 신기해서 틈틈이 보는 중인데 나 이거 뭔지 알 거 같음

-?

-그 짤이랑 왠지 느낌 비슷한데. 이거.

(수영장에서 모델이 미소를 지으며 워킹하는 짤.gif)

-어? 이거다

-ㅋㅋㅋㅋㅋㅋㅋ뭐야 왜 비슷하냐고

-완전 다른 거 같은데

-입 모양이 비슷하긴 함

-비슷한 느낌은 있음. 약간 여름에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그런 느낌? 컨셉 잘 잡은 거 같은데

-내가 본 아이돌 컨셉 샷 중에 최고로 청량함

-ㅋㅋㅋㅋㅋ위에 저 짤 본 다음부터 언니라고 불러야 할 거 같아. 자꾸 오버랩되는 기분

-걸그룹으로 나왔으면 아재들 난리 났을듯ㅋㅋ

-인정ㅋㅋㅋ 왜 이러케 청초해ㅋㅋㅋㅋ

-그렇지 않아도 남초에 글 몇 개 올라옴

게시글에 달린 댓글대로, 신인 남자 아이돌 멤버의 컨셉 샷은 남초 커뮤니티에도 진출해 있었다.

[선명주 아들 데뷔한다는데 비주얼 대박이네요 ㄷㄷㄷ]

-이 정도면 과탑 가능?

-완전 가능이죠

-전국탑이죠.. ㅋㅋㅋ 주변에서 저렇게 생긴 사람 본 적이 없어요

-지방 중소 도시 탑정도. 광역시 레베루는 애매

처음에는 이 외모가 상위 몇 퍼센트인지에 대한 것으로 논쟁이 벌어졌다가 금세 화제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어우.. 근데 표정이 되게 이런 말 하면 좀 그런데.. 좋네요

-형님들 얘가 이렇게 웃으면서 번호 따면 줍니까?

-줘야죠

-뭔 말들을 하고 있는 거야;;;

-여기선 질색팔색하는데 막상 눈앞에서 보면 좀 흔들릴 거 같음

-ㅋㅋㅋㅋㅋㅋㅋ 댓글들 왜 이래

-표정 때문에 그런 듯. 화보 사진이 여자였으면 낭심 여럿 울렸을걸요

-남심 아니에요?

-엌ㅋㅋㅋㅋㅋ

과연 이렇게 생긴 애가 번호 따면 주냐는 논쟁으로 댓글이 만선이 되면서 게시글은 베스트까지 올랐다.

이런 일이 생긴 이유는 바로 선우주의 표정 때문이었다.

청량함을 가득 담은 미소는 애초부터 남녀 가리지 않고 매력적인 부분을 모아 만들었기에, 그 효과 또한 성별을 가리지 않았다.

남자가 봐도 묘하게 시선을 끈다고 할까.

여러모로 당사자로서는 생각하지도 못한 부작용이었다.

*   *   *

을왕리 해수욕장.

뮤직 비디오 야외 파트를 찍기 위해 나온 가운데, 나는 때 아닌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엇! 저기 모래사장 위에 누군가 있어여.”

“어엇, 빨려 든다.”

“이야, 저거 마성의 남자 선우주 아닙니까?”

“어? 도망친다. 잡아!”

내가 달음박질로 뛰는 동안, 미니 캠을 든 동생들이 사냥을 나온 하이에나 떼처럼 쫓았다.

“얘들아! 다치니까 뛰지 말고 조심해!”

그렇게 말하는 회사 스탭들의 목소리에도 웃음기가 가득했다.

아까 나를 보자마자 한마디씩 놀린 사람들이다.

환장하겠네.

아니, 컨셉 샷 반응이 핫한 건 좋은데.

그게 왜 엉뚱하게 남자들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거냐고. 게다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다시 아이돌 커뮤니티로 역수입되면서 일이 커졌다.

‘남초에서 화제가 된 신인 남돌.jpg’ 이런 식으로.

그다음부터는 뭐 알지 않는가.

회사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놀리지. 매니저들도 깔깔 웃지. 동생들은 아예 미쳐 버리지.

차라리 수플레 때가 나았다.

뉴블랙을 수플레로 발음을 실수했을 때 놀렸던 건 지금에 비하면 거의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친해지는 바람에 두 배나 괴롭다.

“잡았다!”

결국에 잔뜩 신난 삼형제에게 붙들렸다.

“이 악마 같은 것들.”

“헐. 우주 형, 우리 가족 교회 다녀여.”

“어…….”

“근데 전 안 다니지롱.”

깔깔거리는 막내의 모습에 딱밤을 쥐어박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뮤비 때문에 참는다, 정말.

물론 그것보다는 지금 애들의 손에 들려 있는 핸디 캠의 영향이 컸다.

컨셉 샷 반응이 여러모로 핫해지면서 회사에서 우리의 일상을 찍어 올리는 리얼리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헐, 우주 형 또 삐졌다.”

“안 삐졌다니까.”

“수플레 이후로 이 표정 오랜만이네여. 팬 여러분, 보이시죠? 이게 우리 맏형이 토라졌을 때 짓는 표정이에여. 아, 옆에 있는 리혁이 형은 왜 그러냐구여? 저 형은 원래 표정이 나쁘구여, 으아아!”

리혁이에게 멱살이 붙들린 지호가 카메라를 떨어뜨리자, 중현이가 공중에서 가볍게 낚아챘다.

그러고서는 웃으며 날 찍는다.

“왜, 너도 놀리게?”

“아뇨. 저는 구경하는 걸 더 좋아해서.”

피식 웃던 내게 중현이의 질문이 날아들었다.

“컨셉 샷 반응이 생각보다 좋은데, 기분이 어떠세요?”

“어, 몹시 감사하구요. 그런 쪽으로 이슈가 될 줄은 전혀 몰랐는데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뭐. 아이돌을 좋아하는데 있어서 성별은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형, 우는 거 같은데요.”

“아니야. 눈에 소금기가 들어갔나 봐.”

바다를 배경으로 아련하게 걷는 내 모습을 중현이가 열심히 각도를 바꿔 가며 담아 주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을 때.

여전히 모래사장 위에서는 촬영 장비 설치가 한창이었다.

파라솔 밑에 앉아 있던 비주가 우릴 발견했는지 손을 흔들며 외쳤다.

“얘들아, 우리 손님 왔어!”

“손님?”

“나윤이 누나 왔나 본데여.”

“아, 그 카카오 출연?”

“……카메오요. 중현이 형, 카메오.”

보통 뮤직 비디오를 찍을 때는 카메오를 많이 활용한다.

나중에 언론 기사라도 한 줄 내보낼 용도로.

“다들 오랜만.”

비주의 뒤에서 자그마한 체구의 걸그룹 멤버, 데이지가 나타났다.

새하얀 피부에 눈이 큼지막한 얼굴.

뭔가 귀엽게 생긴 두부 한 모가 손을 흔들고 있는 것 같다.

불꽃놀이의 뮤비 촬영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준 이를 위해 우리는 반갑게 환영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누나 오랜만에 봐여!”

반갑게 안부를 나누는 아이들.

의례적인 인사였다.

화기애애하게 수다를 떨던 데이지는 뭔가 떠올랐다는 듯 이야기를 꺼냈다.

“맞다, 이따 오빠들 먹으라고 초밥도 사 왔는데.”

곧바로 나온 진심 어린 환영에 상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초밥은 중대 사항이었다.

*   *   *

오전 촬영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동안 안무 연습을 미친 듯이 해서 손끝 발끝까지 맞춘 보람이 있게, 감독님도 연신 호평을 내뱉었다.

이 속도면 저녁 전에 끝날 것 같다나.

“고생하셨습니다!”

모든 스탭들에게 일일이 90도로 인사를 하고 나서야 파라솔 밑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카메오 촬영을 마친 데이지도 함께였다.

“와, 누나 돈 진짜 많이 썼네여. 스탭분들이랑 우리까지 포함하면 거의 60명이 넘는데.”

“그치? 내가 좀 부자야.”

하핫, 하며 깨방정스럽게 웃는 데이지는 여전했다.

1월 달에 내가 짐을 날라 주며 봤을 때와 똑같다고 할까.

달라진 건 계절에 맞게 바뀐 옷차림뿐이다.

애들과 수다스럽게 떠들던 데이지가 내 쪽을 바라봤다.

“근데 오빠도 되게 보기 힘드네요. 작업실도 붙어 있고 해서 한 번은 마주칠 줄 알았는데, 나 작곡 막히는 거 물어보려고 몇 번이고 찾아갔는데 그때마다 없더라고.”

“그랬어요? 메모라도 남기지.”

“그 정도로 궁금한 건 아니라서.”

어깨를 으쓱이던 상대가 이윽고 뭔가 떠올랐는지 눈을 빛낸다.

“참, 작곡하니까 떠오른 건데 불꽃놀이 어때요? 좋아요? A&R팀 찾아가면 언니오빠들 맨날 그 얘기하던데.”

그 말에 대답한 건 동생들이었다.

“기대해여, 누나. 우주 형이 진짜 좋은 노래 만들었어여. 작사도 저희가 했구여.”

“뭐, 인정하긴 싫은데 노래가 괜찮긴 해서. 딱 우리 색깔에 맞게 잘 만들어지기도 했고.”

“나랑 우주 형이랑 그거 만드느라 고생했지.”

“들을 때마다 우리 노래 같아.”

정작 만든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애들이 신났다.

내가 만든 노래에 그 정도로 뿌듯해하고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뭐야. 진짜 좋은가 보네.”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던 데이지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음방 나가면 매일 듣는 얘기가 이거거든. 다른 그룹 애들이 와서 묻는다니까. 너네 후배 그룹 신곡 나온다는데 그거 노래 어떠냐고 막 물어보고.”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이 바닥이 워낙에 소문이 빠르잖아요. 이번에 DNS랑 경쟁하는 것 때문에 다들 관심이 많아요.”

“진짜여? 우리한테여?”

“아니, 너 말고 이 오빠.”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지호를 보며 모두 웃었다.

“이번에 자작곡으로 타이틀이 나온다니까 신기한가 봐요. 얼마나 노래가 좋길래, 혹시 이번에도 썸씽처럼 또 잘되는 건가 하면서. 당장 나만 봐도 궁금해하고 있잖아.”

“다른 그룹 사람들이 그래요?”

“아닌 척하면서 되게 관심들 많아. 어제는 틴스피릿 대기실 인사 갔는데 걔네 은근히 캐묻더라고.”

그녀가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

“자꾸 너네 후배 애들 노래 어떠냐고 묻는데. 속셈이 뻔하지. 노래 잘될 것 같으면 미리미리 잘해 주려고.”

“…….”

“다들 그런 계산인 거야. 뭐. 작곡이라는 게 한 번은 운 좋게 성공할 수 있어도 두 번 이상 성공하면 실력인 거잖아. 신인이라 서러울 때 미리미리 잘해 주면 나중에 어떻게 좋은 노래 하나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지.”

이럴 때 보면 연예계가 참 무섭다니까.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 안 한 애들이 누가 잘나갈지, 잠재력은 어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고 있다.

어떨 때 보면 징그러운 느낌까지 든다.

“남자고 여자고 다가오는 애들 조심해요. 여우들 엄청 많아.”

“괜찮아여.”

지호가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일단 우주 형은 여자 안 좋아하거든여.”

“내가 얘 때문에 미치겠네. 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

“역시 마성의 남자.”

“우주 형, 남자들이 좋아해 주는 게 나쁜 건 아니에요.”

괴로워하는 나를 도와주기는커녕 동생들은 깔깔 웃으며 나를 놀리는데 동참하고 있다.

못 말린다는 듯 데이지가 웃으며 말했다.

“진짜 다들 얄밉다, 정말.”

“그죠?”

“네, 그러니까 저 멍청이들한테 나중에 솔로 곡 주지 말고, 나중에 나나 우리 언니들이랑 작업 같이해요.”

“갑자기 솔깃하네요.”

은근한 제안에 바로 반응들이 날아왔다.

“우리 형 꼬드기지 마여, 누나.”

“그니까. 우리가 얼마나 잘해 주는데.”

“뭐라고 빨리 말해 봐요, 형.”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겠지, 하면서도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는 눈빛을 보이는 동생들을 보며 나는 조용히 웃어 주었다.

“뭐야, 왜 대답이 없어요?”

하루 종일 놀려 댄 녀석들이 불안해하는 걸 보니 왠지 웃음이 나온다.

속이 시원하다고 할까.

초밥을 하나 집어 먹으며 웃었다.

밥이 참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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