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6화
가끔 살다 보면 굉장히 어이없는 일을 겪기도 한다.
바로 지금처럼.
데뷔하고 열흘 가까이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던 사람이, 그것도 사이가 좋지도 않은 이가 다가와서 10만 원을 내민다.
이걸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잠시 동안 ‘응답 없음’이 뜨는 컴퓨터처럼 멍한 표정을 짓던 나는 신사임당과 상대를 번갈아 봤다.
“받으라고요?”
“네.”
한조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거 잃어버리시지 않았어요?”
뭔 소리야 하고 있는데 그제야 눈에 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폐 밑에 깔려 있던 지갑이었다.
우리에게 몹시 익숙한 낡은 지갑.
얼떨떨하게 받아드는 나에게 상대가 설명했다.
“선배님들께 인사드리려고 지하에 내려갔다 오는데 복도에 떨어져 있었어요. 내용물을 보니까 민증에 ‘김중현’이라고 써 있어서… 돌려 드리려고 대기실에 갔는데 안 계시더라고요.”
“아… 감사합니다.”
“혹시 빠진 게 없는지 확인해 보시겠어요? 돈도 잃어버릴까 봐 이대로 빼서 들고 왔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나는 상대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요. 그렇지 않아도 이거 잃어버린 친구가 지금 돌아다니고 있거든요.”
왜 매점을 간다는데 김중현이 빼나 했지.
잔소리를 들을 게 뻔하니 몰래 동갑내기 친구만 데리고 나선 게 분명했다.
지금쯤 티격태격하고 있을 지갑 원정대를 떠올리며 웃었다.
“저희가 뭐라도 사례해야 할 것 같은데.”
“아뇨, 괜찮아요.”
한조가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불현듯 그 얼굴 위로 쇼케이스 때의 디스랩이 겹쳐 보인다.
하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니까.
샌드위치라도 하나 사 주겠다고 제의하기도 전에 상대가 재차 손을 저었다.
“인사 받으려고 한 일도 아닌데요, 뭐. 그보다 저희…….”
저희?
한조가 멀찍이 구석진 테이블을 바라보자 우리도 그를 따라서 시선을 옮겼다.
아, 깜짝이야.
여덟 쌍의 부리부리한 눈.
힙합 콘셉트 의상에 금목걸이를 걸친 스트릿 보이즈가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뭐지.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등을 돌린다.
뭐야.
비주얼만 보면 우리가 숨어야 할 것 같은데 왜 니네가 숨어.
꼭 범죄 현장에서 경찰에게 발각된 도둑들 같다. 아니, 도둑보다는 갱단이라고 해야 하나.
한조가 헛웃음을 흘리더니 손짓했다.
“기원아, 이리 와.”
기원이라 불린 이가 누군지 찾을 필요도 없었다.
일곱 명이 동시에 한 명을 돌아봤으니까.
뭔가 마임극을 보는 것 같다.
지목당한 멤버의 얼굴이 순식간에 벌게지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리 오라니까.”
잠깐 동안의 밀당이 끝나고, 상대는 주저하듯이 다가왔다.
무슨 영문인가 싶어 지켜보는 우리에게 한조가 멤버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장소원 선배님 라디오에 저희 둘이 게스트로 나가거든요. 같이 멘트도 하고 그럴 텐데 그때 가서 인사 나누면 어색할 것 같아서요. 미리 잘 부탁드린다고…….”
쉽게 말해 방송 전에 미리 안면 좀 틔워 놓겠다는 이야기였다.
속마음이야 어쨌건 나도 웃어 주었다.
여전히 서늘한 낯빛의 우리 메인보컬을 소개시켜 주면서.
“저희는 이렇게 둘이 나와요.”
말없이 고개를 꾸벅하는 인사가 오갔다.
그걸로 대화는 끝이었다.
지갑 때문에 말을 트기는 했어도 서로 살갑게 이야기를 나눌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한조와 기원은 눈인사를 하고는 멤버들이 있는 테이블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다가 동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제야 잊고 있던 것도 떠올랐다.
아. 맞다. 중현이.
전화를 하려는데 이미 지호가 뭐라고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반대편에서 안도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는 동안 내 시선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리혁이에게 향했다.
“리혁아, 왜 그래?”
“쟤 있잖아요.”
“누구.”
“지금 인사했던 애요. 윤기원이란 애.”
신나게 통화하는 막내를 흘깃거리던 리혁이가 목소리를 낮췄다.
“방금 기억 났어요, 쟤가 누군지.”
* * *
그날,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조규환 이사님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라디오 스케줄 때문이었다.
다른 때라면 면담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번 라디오에서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었다.
그것을 위해 혹시 몰라 상담을 요청한 것이었다.
“나 왔어.”
밤 10시의 작업실.
소파에 누워 노래를 듣고 있던 리혁이가 이어폰을 빼고 몸을 일으켰다.
“뭐래요?”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시던데. 나쁘지 않은 계획이라고, A&R팀 직원분들한테도 미리 말씀해 주시겠대.”
“뭐. 잘됐네요.”
노트북을 켜고 작업실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 리혁이가 바퀴 의자를 밀면서 다가왔다.
“그럼 노래부터 골라 볼까?”
이사님에게 말한 계획은 간단했다.
-이번 라디오 프로그램에 라이브 코너가 있다고 했거든요. 거기서 제가 작곡한 노래를 선보여도 될까요?
이유를 묻는 이사님에게 나는 오늘 낮에 연예IN의 오소희 기자와 나눴던 인터뷰 한 꼭지를 들려줬다.
불꽃놀이가 성공을 거두면서 나타난 부작용.
노래가 좋아도 너무 좋은데, 이런 곡을 아이돌 멤버가 썼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언젠가 그런 의문은 사그라질 테지만.
기왕 내 능력을 보여 줄 기회가 있다면 굳이 사양할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것이 내 논지였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이사님도 흔쾌히 승낙했다.
한 가지 조건을 걸면서.
“셀프캠은 왜 켜요?”
“이사님이 시키시던데. 자작곡으로 라디오 나가는 거 허락할 테니까 우리가 작업하는 과정을 기록해 두래.”
“나 찍히는 거 싫은데.”
“너 연예인이야, 리혁아. 연예인이 찍히는 걸 두려워하면 써?”
“누가 무서워해요. 아니, 잠깐. 그쪽은 왜 자꾸 화면 밖으로 피하는데?”
들켰네.
노트북 각도를 일부러 리혁이 위주로 조정하는데, 눈치 빠른 녀석이 그걸 알아채 버렸다.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화장을 지웠더니 좀 자신감이 떨어져서…….”
“맨날 추리닝 바람으로 다니면서, ‘난 겉모습에 굴하지 않아.’ 하시던 분은 어디 가셨대요.”
“팬분들이 내 쌩얼 보고 실망하시면 안 되잖아.”
“저기요. 당신 쌩얼이 우리 메이크업한 거랑 비슷하다는 거 몰라요? 이 야심한 시각에 자꾸 사람 화나게 하네.”
“예전부터 느끼지만 우리 리혁이 말 참 예쁘게 해.”
흥, 하며 코웃음을 치던 리혁이가 후드 티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검은 마스크를 건넸다.
“이거 써요.”
“오…….”
“감동한 표정 짓지 말고 걍 써요. 다시 가져가기 전에.”
“새 거네. 내가 깨끗하게 쓰고 돌려줄게.”
“가져요.”
맞다. 얘 남이랑 물건 같이 안 쓰지.
대충 중현이가 흘리고 간 야구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셀프캠을 보니 그럴듯하다.
이렇게 보니까 되게 프로 아이돌 같은걸.
곁에 앉아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그럼 노래를 골라 보자.”
라디오 생방송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노래 하나를 만들기는커녕 그 뼈대가 되는 비트 하나 제대로 쓰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하지만 내가 자신감 있게 지를 수 있는 이유는.
“아니, 무슨 노래 깎는 노인도 아니고. 도대체 소스랑 멜로디를 몇 개나 만들어 놓은 거예요?”
폴더 안에 가득한 노래 파일들.
그걸 보고 질려 하는 리혁이에게 설명했다.
“불꽃놀이 만들 때 스트레스 엄청 받았거든. 그거 풀려고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까 이렇게 됐어. 학교에서도 보면 그렇잖아. 시험 공부할 때는 공부만 아니면 다 재밌고. 그런 이치로 만든 거지.”
“대단하다. 대단해.”
“그치?”
“그러니까 그때 눈이 그렇게 퀭하고 그랬지.”
“…….”
마우스를 클릭하며 말했다.
“아무튼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작업한 것들이라 대부분 퀄리티는 낮아. 이 중에서 대중에게 내놓을 만한 건 두세 개밖에 없고.”
“그래도 일단 다 들어 볼게요.”
프린터에서 A4 용지를 하나 빼어 든 리혁이가 볼펜을 딸깍거린다.
이윽고 내가 파일을 재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표정이었던 메인보컬이 점점 노래에 젖어든다.
일상생활에서는 표정 변화가 가장 적은 편이지만, 노래와 관련될 때면 리혁이의 표정은 우리 중에 가장 풍부해진다.
타고난 가수란 이런 애를 부르는 말이구나 싶을 만큼.
혼자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처럼 집중한 얼굴로 곡이 끝날 때마다 뭐라고 메모를 적는다.
뭐가 제일 낫다고 하려나?
내가 생각한 후보군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썸씽과 비슷한 미디엄 템포로 가을의 낙엽을 주제로 한 곡, 두 번째는 환상 속의 정원에서 보이는 신비로움을 주제로 한 곡, 그리고 세 번째는 은하수가 보이는 밤바다를 주제로 한 곡.
그중에서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다 들어 봤는데 3개 정도가 그나마 나은 거 같아요. 그런데 그 신비로운 곡은 일주일 안에 절대 준비 안 될 거 같고, 2개 중에 하나인데 난 ‘밤바다’가 더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
“분위기도 서정적이라 라디오에 어울리기도 하고. 그리고 이건 나만 느끼는 걸 수도 있는데…….”
리혁이가 내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거 경험담 베이스로 썼죠?”
“어? 어떻게 알았어?”
“내가 노래 한두 번 불러 봤겠어요. 들으면 견적 나오지. 딱 보니까 제일 신나서 쓴 거 같더만.”
“맞아. 그때 너무 힘들어서 할머니 생각하면서 쓴 곡이야.”
“아.”
리혁이가 눈을 깜빡거리더니 멈칫한다.
껌뻑거리는 리혁이의 눈동자가 꼭 버퍼링 때 빙글빙글 돌아가는 마우스 커서 같았다.
뭔가 이 사람에게 좋은 말을 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보인다고 할까.
문제는 좋은 말이나 칭찬이 우리 애 전공 분야가 아니라는 거지만.
“어쩐지, 그, 마음이 따, 음…….”
“괜찮으니까 신경 안 써 줘도 돼. 그럼 라이브할 노래는 밤바다로 정하는 걸로 하고. 지금부터 너는 나랑 일이나 하나 해 보자.”
“……일? 무슨 일이요?”
“너도 내가 자작곡으로 나가자고 했을 때 직감했을 거 아냐.”
“뭐가요. 그런 직감한 적 없어요.”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지 바퀴 의자를 슬금슬금 물리는 녀석에게 나는 A4 용지를 내밀었다.
“가사 써야지, 리혁아.”
“이건 사기야. 난 동의한 적 없다고요.”
“작사도 돈 많이 나오는 거 알지? 이게 다 형이 우리 동생들 부자 되라는 마음으로 그러는 거예요.”
취직을 한 회사가 알고 보니 다단계라는 것을 깨달은 듯한 표정에 나는 싱긋 웃어 주었다.
미안해.
내가 작사에는 큰 재능이 없어서 말이지.
* * *
처음에는 한숨을 푹푹 쉬며, 원망하는 시선만 보냈지만 막상 작업에 들어가자 리혁이는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아니.
훨훨 날아다녔다고 할까.
불꽃놀이 때도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확실히 애가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작사에 감이 있었다.
물론 나 역시도 쉬는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할머니에 대한 내 개인적인 체험을 담은 곡인 만큼 가사의 뼈대는 내가 마련했고, 리혁이는 중요한 부분이나 내가 쓴 문장을 정갈하게 다듬어 주는 역할이었다.
그 와중에 A&R팀과 작업을 조율하는 것도 내 몫이었고.
“우리 우주, A&R팀 일거리 줄어들까 봐 걱정됐구나?”
“죄송합니다, 제가 죄인이에요…….”
직원분들에게 아메리카노를 돌린 돈만 해도 10만 원은 깨졌을걸.
다행히 불꽃놀이의 성공 덕분인지, A&R팀은 말로는 투덜거렸지만 나와의 작업에 즐겁게 임해 주었다.
무엇보다 이번 곡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전문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손 댄 노래’보다는 ‘조금 어설퍼도 확실하게 스스로 만든 듯한 노래’가 컨셉이었기에 큰 손길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작곡: 우주], [작사: 우주/리혁]의 <밤바다>는 빠른 속도로 모습을 갖추어 갔다.
이미 거의 완성된 노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복병이 튀어나왔다.
“흐음…….”
원더풀 나잇 게스트 방송을 3일 앞두고 있던 날.
작업실에서 리혁이와 라이브를 연습하던 나는 상대의 노래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리혁아.”
“네?”
“너 이거 정말 부를 수 있겠어?”
“부를 수 있냐니, 그게 뭔 소리예요?”
정확하게 콕 집어서 말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내 느낌일 수도 있긴 한데, 너한테 이 노래가 좀 버거워 보여서.”
“네? 내가 뭐 실수했어요?”
“아니, 그런 기교적인 측면을 말하는 게 아니야. 보컬 트레이너 쌤들이 늘 말하잖아. 노래를 부를 때는 진실성이 중요하다고. 노래에 깃든 감성을 느끼고, 공감하고,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진실성.
노래는 내가 말하는 감정을 너도 느껴 보라며 전달하는 매개체다.
그러므로 관객에게 불러 주기 전에 내가 이미 그런 감정을 몸소 담고 있어야 표현할 수 있다.
“지금 네 노래에서는 그런 게 안 느껴지는 거 같아.”
“…….”
“솔직히 노래는 네가 나랑 비교도 안 되게 잘 부르지. 근데 2프로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우리 둘이 밤바다를 만들면서 참고한 경험이 있잖아. 어린 시절에 할머니 무르팍에 누워서 잠이 들었던 내 경험. 따뜻한 손길 아래 자라났던 어린 시절의 추억, 그걸 주제로 삼았는데…….”
리혁이의 노래에서 그런 게 안 느껴진다.
약간 날선 지적이라 말을 하면서도 눈치를 살폈지만, 리혁이는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
“일 관련해서는 진짜 귀신같네요.”
“나한테 말해 봐. 무슨 문제야? 지금이라도 안 되겠다 싶으면 솔직히 말해. 다른 거 준비하면 되니까.”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다 있는 기성곡이라면 3일 정도면 그럴싸하게 준비가 가능하다.
“솔직히 말해서 감정 잡는 게 너무 어려워요.”
“어떤 면에서?”
“밤바다는 주제가 어릴 적에 날 따스하게 대해 줬던 사람을 추억하고, 그 시절을 그리워하잖아요.”
“그렇지.”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난 그런 기억이 없거든요.”
이거 반응 잘해야 할 거 같은데.
“친가나 외가랑 원래부터 왕래가 없기도 했고. 뭐, 가족끼리도 개인 사정이 좀 있어서.”
“음… 그렇구나.”
“그런 표정 짓지 마요. 불쌍하게 쳐다보라고 한 얘기 아니니까. 그냥 객관적으로 나는 이렇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그러면, 좀 의지했던 사람은? 있어?”
“없어요.”
“정말로?”
“괜찮은 보컬 학원 쌤이 있긴 했는데.”
했는데?
“나 나가고 나서 몇 년 뒤에 음주운전으로 구속됐대요. 그런 사람을 떠올리면서 아름다운 밤바다~ 할 순 없잖아요.”
“그, 그렇지.”
머릿속을 굴리던 내가 물었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 보자. 네가 그런 보호자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보살펴 줬다거나 하는 경험 말이야.”
“없어요.”
“너무 빨리 대답하는 거 아니냐.”
“진짜 없으니까 그러죠.”
“너 여동생 있잖아.”
“음. 그건 또 경우가 달라서.”
난감해하는 내게 리혁이가 말했다.
“난 누가 날 케어해 주는 것도 싫지만 반대도 별로라서요. 여태까지 한 번도 좋은 꼴을 못 보기도 했고.”
“그러냐.”
“지난번에 말했던 거 기억 안 나요?”
리혁이가 혀를 차며 말했다.
“스트릿 보이즈의 윤기원, 내가 걔 도와주다가 회사에서 잘렸다고 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