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3화
참말로, 일진이 사나운 날이었다.
김덕순 여사는 옷장을 뒤적이면서 투덜거렸다.
별일이 다 있는 하루였지.
“뭔 놈의 월세를 또 올린다고.”
두터운 이불을 탁 바닥으로 내리면서, 조만간 백반집의 월세를 올리겠다는 상가 주인을 욕하고.
“그냥 주는 대로 처먹을 것이지.”
시큰거리는 허리를 두드리면서는, 간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된장찌개를 다섯 번이나 다시 끓여달라고 한 진상을 욕하고.
“언제부터 지들이 절간 주인이 됐다고.”
이불이 있었던 자리 뒤에 처박힌 라디오를 발견하면서는, 자주 가던 절의 사무소 직원들을 떠올리며 분개했다.
손자 잘되라고 치성 드리러 갔는데.
요즘 들어 액수가 줄어들었다고 영 태도가 불친절했다.
모든 게 오늘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재수가 옴팡지게 없어서 일이 꼬인다 싶으면 하루 종일 꼬이는 것이다.
고집스러운 입매가 일자를 그렸다.
‘그냥 내가 대신 액땜한다 쳐야지.’
손자가 있었다면 무슨 말도 안 되는 미신이냐며 투덜댔겠지만 김덕순 여사는 진심이었다.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면 손자의 액운을 대신 받아 가는 거라고.
그랬기에 금세 분을 삼켰다.
이렇게 일진이 사나울 때면 손자한테 좋은 일이 생기곤 했으니까.
우주가 처음 그 뭐시기 차트에서 1위를 했다며 신이 나서 떠들었을 때도, 이상한 빵 이름을 수상 소감으로 말했던 음악 방송 때도 그랬다.
아침부터 달걀을 실수로 떨어뜨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랬지.
그렇다면 오늘도 좋은 일이 있다는 게 아닐까.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가 옷장 안을 들여다보았다.
“…….”
구석진 곳에 낡은 라디오가 있었지만 선뜻 손을 뻗지 못했다.
키가 작거나 손이 안 닿아서 그런 건 아니었다.
물건의 주인 때문이었다.
‘명은이가 참 애지중지했는데.’
오래된 라디오는 시집가기 전에 딸이 썼던 물건이었다.
고것이 쓰던 물건을 꺼내자니 괜스레 가슴이 갑갑하다.
그냥 우주가 알려 준대로 핸드폰에 프로그램을 깔아야 하나.
하지만 스마트폰은 도무지 익숙하지 않은 미지의 세계였기에 그녀는 결국 라디오를 꺼내기로 결정했다.
“어휴, 먼지 좀 봐라.”
물티슈로 먼지를 삭삭 털어 낸 김덕순 여사는 코드를 연결했다.
그러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전원을 눌렀다.
하도 오래된 물건이라 안 켜지면 어쩌나 했는데 살짝 치직거리는 걸 빼면 멀쩡히 작동했다.
주파수를 맞추자 시원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셨나요? 자, 그럼 장소원의 원더풀 나잇 시작합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손자와 한 달 내내 방송에 같이 나왔던 처자였다.
인상이 굉장히 사나워 보였는데.
손자 말로는 엄청 착하고 좋은 선배라고 했다.
‘아직 나오려면 한 시간이나 남았구먼.’
듣기로는 다른 가수들이랑 나온다던데.
별말이 없었으니 나쁜 놈들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모르는 일이었다.
워낙 그런 부분에 대해선 말이 없는 놈이니까.
초등학교 때였나.
반에서 인기가 많은 손자를 질투한 어떤 미친 것이 시비를 걸다가, 마지막에는 엄마, 아빠 없지 않냐며 도발한 사건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한바탕 싸웠을 때도, 이윽고 그 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생난리 부르스를 출 때도 조용히 있던 게 손자였다.
그 어린 나이에도 할머니 걱정시키는 게 싫었다고 하던 놈이 나이를 먹은 지금은 오죽할까.
손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진다.
딴따라들 세계는 엄청 더럽고 치사하다던데, 저 바닥에 처음 들어간 어린 것한테 얼마나 힘든 일이 많겠어.
내색은 안 해도 늘 걱정되는 것이 부모 된 마음이다.
“……괜히 일찍 틀었구먼.”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에 몸을 일으켰다.
마음이 복잡해지면 일을 한다는 선우주의 철학을 누가 물려준 것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아침에 쓸었던 방을 한 번 더 쓸고, 걸레질도 하고, 요즘 들어 뺀질나게 놀러 오는 길고양이한테 밥도 좀 주고.
바쁘게 일하기를 잠시.
마침내 9시가 되었다.
혹시 안 들릴까 봐 선풍기도 꺼놓은 채, 라디오 앞에 앉아 손자의 목소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힘찬 인사에 박수가 오간다.
-저는 그룹에서 리드보컬과 리더를 맡고 있는 멤버 우주고요.
-메인보컬, 리혁입니다.
반가운 목소리들이 속속 들린다.
그때.
열어 둔 문틈 사이로 뭔가 슬금슬금 들어왔다.
“으이구.”
들어오던 고양이가 머뭇거린다.
“저 옘병할 거 또 들어왔네.”
퉁명스럽게 나가라며 손을 휘휘 저었지만, 오히려 고양이는 자신감을 얻고 뻔뻔하게 들어왔다.
방금 닦은 장판에 거뭇거뭇한 발자국이 묻어난다.
욕이라도 한사발 퍼부어서 내쫓으려고 할 때.
야옹.
뽈뽈뽈 다가와 벌러덩 배를 보이는 통에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거리던 그녀가 이내 라디오를 가리키며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요것 때문에 너 내가 오늘은 봐주는 겨. 담에는 국물도 없으니까. 우리 나비는 오늘 하루만 들어오기로 이 할매랑 약속하는 거여, 알겄어?”
야옹.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냉큼 우는 고양이를 내버려 둔 채 그녀는 라디오에 집중했다.
별것 없는 방송이었지만 김덕순 여사에게는 그야말로 힐링 타임이었다.
라디오로 듣는 손자 목소리는 또 얼마나 좋고 따뜻한지.
오늘 하루의 피로가 싹 녹는 듯했다.
얌전히 드러누운 고양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그녀는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3부가 이어지는 동안 정신없이 웃었다.
귀로만 들었기에 모든 상황을 짐작할 순 없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생생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홍시가 된 리혁이도 그렇고.
군대 때문에 손자가 망측한 표정을 지었다고 할 때는 그게 어떤 표정일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방송을 즐길 때였다.
막 라이브를 앞둔 손자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품에서 자랐거든요.
밤바다라는 노래를 어떤 기억을 배경으로 만들었는지 설명하는 손자의 말에 그녀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나 들으라고 노래를 만든 겨?’
어쩐지 계속 라디오 들으라고, 안 들으면 나 삐진다고 얘기를 해 대서 왜 그러나 했더니만.
저런 이유 때문인 모양이었다.
뿌듯한 기분을 느끼는 한편, 누군가 지켜보는 것도 아니건만 입가를 씰룩이며 표정을 관리했다.
‘뭐, 나를 위해서 노래까지 만들었대.’
하지만 이어지는 손자의 이야기에 절로 웃음꽃이 피었다.
옛날 기억이 정말 새록새록하다.
잠이 안 온다며 칭얼거릴 때마다 손자를 무르팍에 눕혀 두고 재웠던 기억.
‘어렸을 때는 엄청 귀여웠지.’
생각만 해도 입가에 함박웃음이 걸렸다.
지금이야 징그럽지만 저것이 어렸을 때는 얼마나 귀여웠는지.
동네에 있는 누나란 누나들이 학교 갈 때마다 할머니, 제가 우주 학교 데려다줄게요 했을 정도였다.
-그럼 광고 듣기 전에 할머니에게 한마디 남겨 보실까요?
김덕순 여사는 침을 삼켰다.
손자가 뭐라고 말할지 기다리면서 귀를 쫑긋 기울였다.
-어, 우리 김덕순 여사. 엄청 애정하고요.
어이구.
그 말에 어색하다는 듯 양 주먹을 꼬옥 쥐는 그녀를 고양이가 빤히 바라본다.
그러기를 잠시.
김덕순 여사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만든 노래니까, 잘 들어 주시고… 그리고 어… 전국에 있는 모든 할머님들 화이팅입니다. 손자손녀 키우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하여간 꼭 마지막에 옘병을 한다니까.
지난번에 그 방송에서 나온 빵도 그렇고.
그 실수에 웃으면서도 슬쩍 조마조마한 마음이 든다.
‘이제 노래를 잘혀야 되는데.’
앞선 스 뭐시기가 공연을 잘하고 나갔기 때문이었다.
노래가 요사스러워서 취향에 안 맞기는 했지만 막귀인 그녀가 듣기에도 잘한다고 느껴졌으니까.
혹시 노래를 했는데 걔들보다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서리혁이 허밍을 하자마자 멀리 날아갔다.
누가 봐도 잘하는 실력.
다른 사람이 했다면 왜 경박한 콧노래를 하느냐고 타박했을 텐데, 지금 흘러나오는 허밍은 차분하니 듣기 좋았다.
거기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빠져들게 하는 느낌도 있었다.
청취자가 감성적인 분위기에 젖어 들도록.
10초 같았던 30초가 순식간에 휙 지나가 버렸을 때, 마침내 노래가 시작됐다.
‘꽃놀이인가 하는 건 시끌시끌하더니 이건 잔잔하니 좋구먼.’
정말 손주 놈이 재주가 많긴 많은 모양이었다.
단순히 듣는 것만으로도 노래가 전하는 심상이 눈에 그리듯 전해져 왔으니까.
처얼썩-
오프닝에 삽입된 파도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익숙한 광경이 다시금 떠오른다.
별이 총총 떠오른 여름밤, 마당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 놓고 손자를 무르팍에 재웠던 그때의 기억이.
바로 옆에서 속삭이듯 손자가 나지막하게 노래를 불렀다.
아주 오랜 추억 속 거닐면
녹슨 대문 살랑거리는 꼬리
고이 신발 벗고 문턱 넘으면
보이네요 당신의 무릎이
손자의 파트가 끝날 때까지 김덕순 여사는 미동도 않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가슴이 몽글몽글하다.
낱말 하나하나마다 진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나도 그때가 그리워요, 하는 듯한 목소리.
몸이 후끈해진다.
오늘 하루 동안 쌓였던 응어리는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괜히 애꿎은 천장만 바라보며 눈가를 식힐 때.
서리혁이 노래를 시작했다.
머리를 뉘어 밤하늘을 보면
모든 것이 흔적이네요
이 별은 당신의 향기
저 별은 당신의 손길
허밍을 했을 때와 똑같이 고운 목소리였다.
TV로만 보면 냉하고 뾰족하게 생겼던데, 노래를 부를 때는 어쩜 이리도 목소리가 고운지.
김덕순 여사는 미소를 머금었다.
손자의 목소리에서 그리움이 읽혔다면, 왠지 모르게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고맙다고.
같은 팀에 속해서 그런 걸까.
서리혁의 노래도 친손자 못지않게 살갑게 다가왔다.
누가 들으면 같은 사람을 위해 형제가 부르는 노래로 알 만큼.
그리고,
손자가 노래를 이어받았다.
이제는 별도 예쁘지 않고
어둠도 무섭지 않은 나지만
그러는 동안 리혁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한쪽이 그리움을 노래하는 동안, 고마움을 표하는 듯한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밀려온다.
여전히 생각해요
당신과 바라보던 밤하늘
그때 그 밤바다
이윽고 후렴구에 접어들면서 두 목소리가 한데 합쳐졌다.
그것이 어우러져 한 사람의 목소리마냥 화음이 되었다.
만약 노래에 색깔이라는 게 있다면 지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색은 엄청나게 예쁠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때 그 밤바다
당신의 향기
그때 그 밤바다
당신의 목소리
후렴구가 끝나고 이번에는 우주의 허밍이 기분 좋게 귓가를 간질인다.
김덕순 여사는 괜히 코를 킁 풀었다.
빤한 시선에 내려다보니 동글동글한 것이 바라보고 있다.
“할매 우는 거 아녀. 나비, 네가 털을 날려서 그려.”
따스한 것이 그녀의 다리에 머리를 치댄다.
그 감촉에 김덕순 여사는 오래전 손자를 품에 꼭 안아 들고 잠이 들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러고 있자니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
분명히 라디오에서는 가사만 나오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 손자가 하는 말이 들린다고 할까.
고마워요.
그리고 보고 싶어요, 하는.
“…….”
말없이 침만 삼켰다.
이런 때 느끼는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는 이 나이 먹도록 모르겠다. 어쩌면 앞으로도 모를 것 같고.
대견함, 연민, 고마움, 사랑스러움 등의 복잡한 감정이 얽혔다.
그녀의 시선이 라디오에 향했다.
분명 얼굴도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릴 뿐인데 오히려 감정이 더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 같다.
일방향으로 지 할 말만 하는 TV와는 달리 라디오는 마치 양쪽으로 소통을 하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이래서 딸내미가 맨날 라디오를 끼고 살았나 보다 싶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녀의 눈동자가 탁상에 세워 둔 액자로 향했다.
낡고 바랜 사진 하나.
꽃다발을 들고 웃는 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녀가 웃었다.
‘네 아들 참 잘 컸다, 명은아.’
잔잔한 기타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김덕순 여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 밝은 밤.
참말로, 이 야심한 시간에 어울리는 노래였다.
* * *
군산에 있는 누군가 눈시울을 붉히며 노래를 듣고 있을 때.
‘밤바다’의 따스한 분위기는 야심한 시각에 청취자들의 감성을 톡톡 건드리고 있었다.
경기도로 향하는 한 트럭의 운전기사는 노래의 박자에 무의식적으로 운전대를 두드렸고.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던 누군가는 손잡이에 피곤한 몸을 기대며 미소를 지었다.
잔잔한 기타 연주를 듣던 슈퍼 주인은 창밖으로 보이는 달을 바라보며 올 휴가철에는 고향에 내려갈까 하는 생각을 했고.
집에서 문제집을 풀고 있던 학생은 노래 중간에 이어폰을 빼고는 거실에서 TV를 보는 부모님을 찾아갔다.
그런 가운데.
현장에서 ‘밤바다’를 부르고 있는 두 가수를 지켜보고 있는 DJ와 제작진의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기타 현을 마지막으로 튕기고는 노래를 끝냈다.
어우.
눈이 뻑뻑하다.
갑자기 피곤함도 밀려오고.
제정신을 차리자, 다시 라디오 부스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나 노래에 몰입한 건 오랜만인걸.
기분 좋은 탈력감을 느끼면서 내 곁에서 같이 허우적대는 메인보컬과 눈을 마주쳤다.
서로 웃음이 오갔다.
‘잘했어.’
‘잘했어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데뷔 쇼케이스 이후로 이렇게까지 몰입한 건 처음이었거든.
솔직히 노래에 대한 평가가 어떨지는 모르겠다.
A&R팀에서는 좋다고 말을 해 줬지만, 나와 리혁이는 긴가민가했으니까.
일주일 동안 작업하면서 수백 번 넘게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좋은지 나쁜지도 잘 모르게 되거든.
하지만.
굳이 평이 좋지 않더라도 지금은 상관없었다.
연말 평가 때 퍼포먼스를 끝냈을 때, 데뷔 쇼케이스 때 무반주 라이브를 성공적으로 끝냈을 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 간에 통했다는 그 느낌.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리혁이와 한참 시선을 주고받다가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음?”
채팅창이 잠잠하다.
댓글도 안 올라오고, 뭔가 이상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라고 반응하려던 장소원 선배도 댓글 하나 올라오지 않는 채팅창에 눈매를 좁혔다.
그때, 유리창 너머 제작진이 눈에 들어왔다.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들 가운데 의자에 앉아 있는 중년 남자가 엄지를 들어 보였다.
마치 잘했다고 칭찬하는 듯.
우리도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런데 엔지니어님이 그 엄지를 꺾어서 아래로 까딱였다.
뭐지?
무슨 신종 디스인가 싶었는데, 이윽고 그게 모니터를 바라보라는 손짓인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나와 리혁이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
왜 채팅창이 잠잠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렉이 걸린 거였구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용했던 채팅창이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