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9화
팬사인회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일부러 넉넉하게 대화하라고 꽤 긴 시간으로 기획했다던데, 그 때문인지 에코백을 챙겨 가는 팬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는 광경이었다.
사인 타임이 끝나고 이어질 무대를 위해 음향 체크를 하는 동안, 객석에 있는 팬들의 얼굴을 몰래 훔쳐봤다.
“팬분들이 많이 좋아하시네요.”
“당연하지.”
옆에 서 있던 팬매니저님이 답했다.
“너희가 로션 하나만 줬어도 좋아해줬을걸.”
“에이, 그건 좀.”
“진짜야. 스칼렛 첫 팬사인회 때 떡을 선물로 돌린 적이 있거든.”
“떡이요?”
“멤버 중에 방앗간 하는 집이 있어서. 아무튼, 떡 하나만 줬는데도 팬들이 엄청 좋아하더라. 인터넷 후기 글 긁어 보니까 그날 받은 떡을 곰팡이 필 때까지 간직한 사람도 있고.”
그녀가 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 저 사람들 표정.”
다들 에코백을 끌어안고 환한 미소를 보이고 있다.
“하물며 떡 하나도 그런 반응이었는데, 내 가수가 직접 만든 물건은 말할 필요도 없지.”
그런가.
나는 팬이 아니라 가수라서 잘은 모르겠다.
팬 관련 행사를 전담하는 직원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할 뿐.
그저 팬분들이 선물을 좋게 여긴다는데 감사할 따름이었다.
내심 에코백으로 퉁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마음이 중요하다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 귓가에 불쑥 누군가 속삭였다.
“팬분들이 엄청 좋아하네요.”
“아. 깜짝아.”
“저 중현이에요, 형. 놀라지 마세요.”
“제발, 뒤에서 속삭이기 전에는 예고를 해 줘.”
내가 반사적으로 통제를 해서 다행이지, 신경 어딘가에서 엎어치기가 나올 때 느껴지는 감각이 새어 나왔다.
큰일 날 뻔했네.
슬쩍 째려보자, 허허 웃던 녀석이 미안하다는 듯 내 어깨를 주물러 줬다.
“어우, 시원하다.”
눈을 감고 감탄사를 내뱉는 내 모습에 팬매니저와 우리를 촬영 중인 스탭이 웃는다.
“형, 그런 소리 내니까 우리 할아버지 같아요.”
“오냐.”
“그것도요.”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민기 형과 동생들이 화장실에서 돌아왔다.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너희 무슨 단체로 낮술하고 온 사람들 같아.”
“뭐래요.”
벌건 홍조가 떠오른 리혁이가 코웃음을 쳤다.
“당신도 만만치 않거든요?”
뭐. 나도 마찬가지긴 했다.
사인 타임을 하는 동안, 팬들이 칭찬하거나 좋은 말을 해 줄 때마다 하도 얼굴이 후끈거리더니, 이제는 아예 홍조가 떠올랐다.
지금 우리는 아이돌 5인조보다 누나 볼터치를 잘못 찍어 바른 어린이 5형제 같은 느낌이었다.
막내가 짐짓 거만한 얼굴로 말했다.
“벌써 끝난다니 아쉬워여. 얼마든지 더 할 수 있었는데.”
“더했다간 네 목이 나갔을걸. 야. 왕지호. 넌 그렇게 횡설수설하는데 목이 안 아프냐?”
“그러게여. 형이 할 말까지 다 했더니 그런가 봐여.”
치열한 눈싸움이 전개되는 동안, 비주는 발갛게 달아오른 양뺨에 손등을 댔다.
메이크업 때문에 만지지는 못하고, 씻어서 차갑게 변한 손으로 식히는 모양이다.
웃으며 물었다.
“많이 떨렸지?”
“네, 저 진짜 실수 많이 했어요. 이름 틀리게 쓰고, 막 얘기하다가 헛소리도 나오고.”
“고생했어.”
“그래도 옆에 형이 있어서 좋았어요. 한태현 선배님 말대로 형 하는 거 따라 하니까 도움이 되더라구요.”
“……혹시 다 들었니?”
“네.”
손을 슥 올리더니 ‘월드컵은 저만 알고 있을게요’라고 속삭인다.
그 말에 객쩍은 미소만 지었다.
음향 체크가 끝났다는 소식에 동생들을 돌아보았다.
“갈까?”
다시 팬들과 만날 시간이었다.
* * *
팬사인회는 크게 3가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메인이 되는 사인 타임을 하고, 그다음에는 사진을 찍는 포토타임과 간단한 타이틀곡 무대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토크 타임.
“멤버 분들은 여기 적힌 포스트잇 중에 하나를 골라 주시면 돼요.”
금일 토크타임은 Q&A 시간이었다.
이른바 <멤버들에게 궁금한 걸 물어봐!> 코너라고 할까.
판넬에 붙어 있는 100개의 포스트잇.
각자 순서가 돌아올 때마다 하나씩 골랐다.
“멤버들에게 한 약속이여? 저 그거 있어여. 라디오 스케줄 다음 날, 리혁이 형이 돌아와서 자기 놀렸다고 하루 종일 삐졌거든여. 그래서 제가 로봇 청소기 사주기로 했어여. 네? 아, 알았다구여, 그 청소기 엑스포에 나온 최신 기종. 뭐라구여, 우주 형? 왜 형한테는 아무것도 안 사 주냐구여? 그때 됐다면서여. 넹? 진심이 아니었다구여? 왜 말이 이랬다저랬다 해여?”
“무인도에 데려갈 멤버라. 저는 선우주 씨를 데려갈게요. 뭐? 왜 너는 안 데려가냐고? 몰라서 묻냐. 팬 여러분,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제가 왕지호 얘랑 놀이공원에 갔다가 몸에 사리가 생겼어요. 하루 종일 배고프다고 징징, 기다리는데 발 아프다고 징징, 화장실만 가도 어디 있냐고 톡 보내고 징징. 아니야. 너 그랬거든? 근데 제가 어디까지 말했죠?”
“개인적인 소원이요? 음. 더 성공해서 큰 숙소로 가고 싶어요. 그리고 같이 살았던 친구를 데려올래요. 우주 형, 실장님이 저기서 막 입모양으로 뭐라고 흥분하시는데 뭐예요? 아. 제가 말한 친구는 시골집에 두고 온 햄스터예요. 이름은 햄식이. 수컷인데, 성격이 리혁이랑 비슷해요.”
“되게 좋은 질문이세요. 요즘 빠져 있는 거. 아! 저 그거 읽고 있어요. 해리 포터. 제가 집안일 할 때마다 우주 형이 집요정 도비? 그거 닮았다고 놀려서요. 아니에요, 형. 놀리셨잖아요. 처음에 요정이라고 해서 좋았는데 저 정말 배신감 느꼈어요. 아무튼, 읽고 있는데 아직 도비는 안 나왔어요. 아. 1권이라 그렇다고요? 볼드모트가 죽은 건 나도 알아, 지호야. …부활해서 또 죽는다고?”
대수롭지 않은 질의응답이었지만, 팬들은 우리가 말할 때마다 뭐가 그리 웃긴지 즐거워했다.
눈이 막 반짝거린다고 할까.
고작 30분 남짓한 토크 시간이지만 사인 타임 때부터 이어져 온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었다.
“딱 두 개만 더 하라고 하시네요.”
팬매니저님의 수신호에 따라 내가 말하자, 객석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우리도 아쉽다는 듯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럼 누가 골라 볼까요?”
“저여! 제가 고를래여!”
“아, 우리 막내가 패기가 좋네요. 그래. 지호야, 네가 하나 골라 봐.”
판넬에 다가간 지호가 요리조리 살폈다.
옆에서 뭘 고르라고 조언을 해 주던 리혁이는 ‘형, 진짜 훈수충이네여’라는 해맑은 한마디에 격침당했다.
‘로봇 청소기’를 주문처럼 되뇌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녀석을 보며 웃을 때, 지호가 포스트잇 하나를 슥 떼 냈다.
“어떤 분이 써 준 건데여. 만약에 언젠가 저희 노래로 음방 1위를 하게 되면 공약으로 뭘 할 거냐고 물어보셨어요.”
“오오.”
“의미 있는 질문이네요.”
잘 골랐지? 하는 표정을 짓는 이에게 고개를 끄덕여 줬다.
일단 대답을 하기 전에 미리 전제를 깔았다.
“음방 1위라니, 아직 저희에게 너무 먼 이야기네요. 워낙 가요계에 쟁쟁한 선배님들도 많고 동료분들도 많으시잖아요. 그런 분들을 뚫고 1위가 된다는 건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것 같아요. 정말이지 언젠가, 있을 법한 일이네요. 우리가 1위를 하게 된다니…….”
멀찍이 서서 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석환 형과 팬매니저님에게 눈짓으로 답을 했다.
방금 질문은 좋았지만 조금 위험했거든.
괜히 말 잘못했다가 다른 아이돌 팬들한테 트집이 잡혀서 ‘얘넨 데뷔 전에 장소원 빨로 1위 한번 했다고 우스워 보이나?’ 혹은 ‘쌩신인이 건방지네.’ 같은 반응이 나올까 봐.
그랬기에 미리 선수를 쳤다.
나중에 이런 발언으로 우리나 우리 팬들이 욕을 먹지 않도록.
“워낙 먼 일이기도 하고 엄두도 안 나서 잘 안 떠오르네요. 솔직히 1위는 너무 큰 목표라서요.”
“형. 그러면 1위 후보는 어떨까요?”
중현이가 말했다.
“1위 공약이 아니라, 1위 후보 공약이요.”
“어, 그거 좋네.”
“저도 괜찮은 거 같아여.”
고개를 돌려서 객석의 반응을 보니 1위 후보가 됐을 때 뭘 하겠다는 공약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그럼 각자 떠오르는 걸 하나씩 얘기해 볼까?”
왠지 모르게 내가 MC가 된 것 같다.
우리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방청객이고, 내가 아끼는 동생들이 게스트로 나오는 그런 방송의 진행자.
막내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술을 뗐다.
“저는 명동에서 하고 싶어여. 거기 막 명동 가면 유명한 거리 있잖아여. 거기 한가운데서 프리 허그? 아니면 공연? 그런 거 할래여.”
“팬분들이면 모를까. 전 모르는 사람이랑 껴안기 싫어요.”
리혁이의 단호한 대답에 팬들이 웃는다.
“저는, 그때 1위 후보가 되는 곡을 여자 키로 부를게요.”
“그게 돼?”
가뜩이나 불꽃놀이도 음이 높아 죽겠는데.
놀란 눈으로 보는 우리에게 메인보컬이 거만한 미소를 보였다.
“왜 이래요. 나 뉴블랙 메인보컬이야.”
팬들이 보내는 장난스러운 감탄사에, 리혁이가 어깨를 으쓱였다.
“저기, 리혁아.”
“네?”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같이 미천한 형들에게는 너 같은 성대가 없어.”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진짜였다.
당장 떼창 파트에서도 목소리가 튄다고 빠지는 중현이도 있는 판에, 여자 키로 부르는 건 정말 오버였다.
그럴 거면 왜 물어봤냐고 투덜거리는 녀석을 일별하며 중현이에게 시선을 돌릴 때였다.
“그거 해 보고 싶어요. 텔레토비 옷 입고 춤추기.”
“걔네 네 명이잖아.”
“아. 저는 청소기 할 거예요.”
두 손으로 코끼리 코를 만들고 ‘슈루룹’ 하는 소리를 내는 통에 웃음바다가 됐다.
아. 진짜.
자존심이 상해서 안 웃으려고 했는데, 결국 나도 웃음을 터뜨리곤 한참 끅끅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럼 비주는?”
“저는 파트 바꿔 부르기? 그런 거 해 보고 싶어요.”
“역시, 우리 비주가 최고다.”
“형이 랩하는 거 보고 싶었어요.”
“취소할게.”
왜 팬들도 아쉬워하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TJ에서 오디션으로 뽑힐 때 랩으로 뽑혔다고 말해 주려다가 괜히 일이 커질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그때 했던 랩, 듣기만 해도 공감성 수치가 오르거든.
“명동 프리 허그, 여자 키 부르기, 인형탈, 파트 바꿔 부르기. 정말 다양한 게 나왔네요. 뭘로 할까요? 민주시민답게 한번 투표로 정해 볼까요? 프리 허그 한번 손 들어 주세요.”
결과를 종합하니 인형탈과 파트 바꿔 부르기가 공동 1위였고, 프리 허그가 맨 마지막이었다.
멤버들까지도 투표를 시켰는데 다 자기 거에만 투표해서 결과는 반반이었다.
결정권은 이제 나에게 왔다.
무난한 파트 바꿔 부르기를 고르려다가, 눈을 빛내는 비주를 보고 급격하게 방향을 선회했다.
“저는 인형탈로 고를게요.”
“어, 왜요.”
“너 때문예요. 너.”
장난스럽게 비주를 쿡 찌르면서 팬들에게 말했다.
“그런데 저희가 저작권 때문에 아마 그런 캐릭터는 힘들 거고요. 만약에 된다면 다른 귀여운 걸로 한번 고민을 해 볼게요. 그때까지는 계속 기대해 주셨으면 해요.”
뭐.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슬슬 마지막 질문을 하고 스케줄을 마무리하라는 신호에 내가 팬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았네요. 이번에는 제가 골라보려고 해요. 아까부터 눈에 띄었던 게 하나 있었거든요.”
팬사인회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발견했던 포스트잇이었다.
—Q. 뉴블랙에게 팬이란?
방금까지 신나게 웃던 분위기가 사뭇 침착하게 가라앉는다.
“아마도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을 포함해서 많은 팬분들이 궁금하실 만한 질문일 거예요.”
모든 관계는 기본적으로 불안하다.
내 마음은 내가 알지만 상대가 어떤 마음인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팬들은 늘 불안하다.
나는 이렇게 너희를 좋아하고, 뒤에서 응원해 주는데 쟤네는 우리를 그냥 돈줄, 귀찮게 따라다니는 사람 정도로만 여기는 건 아닌가.
이미 한번 VCR로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 주긴 했지만, 마무리를 지으면서 다시 한번 내 입으로 들려주고 싶었다.
“아이돌과 팬의 관계는 딱 정의할 수 없다고 봐요. 100명이 있다면 100명의 다른 생각이 있을 거고요. 그래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말도, 그 하나의 생각에 불과할 거예요.”
진지한 눈빛들을 향해 마이크를 잡았다.
“가끔 저희끼리 농담으로 우리는 5인조가 아니라 7인조라고 할 때가 있어요. 그게 무슨 뜻이냐면, 저희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거예요. 노래 부르고 춤 출 줄만 알지,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모르거든요. 저희가 스케줄 잡을 줄 아나요, 운전을 할 줄 아나요, 의상을 고르는 안목이 있나요. 저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회사 분들이 없다면 아무것도 못 했을 거예요.”
팬들에게 하는 얘기인데 어째 직원분들도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리고 그 다른 한 자리가 바로 팬분들의 자리라고 생각해요. 저희를 도와주는 스태프분들과 마찬가지로, 팬분들이 없으면 저희 역시 아무것도 이룰 수 있는 게 없어요. 정말로.”
앨범이나 팬사인회 등 그 과정을 만들어 주는 건 회사지만, 그 뒤에 성과를 만들어 주는 것은 팬들이다.
음방 1위.
그런 거 누가 만들어 주나, 팬들이 만들어 주는 거지.
“매번 우리 멤버들을 보면서 제가 감사한 마음을 가지듯, 팬 여러분을 볼 때마다 저희 역시 늘 든든하고 고마운 팀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저희가 예전부터 드리고 싶었던 말씀이예요.”
당부의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가까이서 응원해 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멀리서도 괜찮으니까, 그저 편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셨으면 해요. 그렇게 바라봐주시면 저희가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네, 이상이고요. 지금까지 뉴블랙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 같이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런데 어째 돌아오는 인사가 없다.
무거운 침묵이 가득한 객석을 보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
내가 말을 뭔가 잘못했나 생각을 할 때쯤.
굉장히 뜨거운 반응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 예상보다 훨씬 더.
* * *
그로부터 며칠 후.
“형들! 형들!”
“왜 또.”
“우리 그거 발표 났대여!”
“뭐?”
“팬 클럽명 투표 붙인다고 했잖아여! 그게 오늘 끝났다나 봐요. 방금 결과 나왔다고 그러던데.”
“아, 진짜? 뭔데?”
“저두 몰라여! 형들이랑 보려구 아직 안 봤어여.”
“얼른 들어가 봐요. 뭐가 됐는지.”
설레는 기분을 품고 스마트폰 앞에 모인 멤버들.
“와, 진짜 떨린다.”
“나도 너무 떨려. 어떡하지, 이제 이름 생기는 거잖아.”
“그니까요. 그동안 팬카페에 얼씬도 안 하길 잘했다니까요. 뭐가 될지 진짜 하나도 모르는 거잖아요.”
“맞아여. 저 지금 게임에서 랜덤 박스 까는 기분이에여.”
“기분이 어때요, 우주 형?”
“엄청 떨리네. 이제 앞으로 팬분들에게 불러 줄 이름이 생기는 거잖아. 우리 누구누구들, 이러고.”
“그렇죠.”
“어! 여기 있다, 결과!”
공지사항에 있는 게시글을 클릭하자, 투표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
모두 한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뉴블랙 공식 팬클럽명 투표!! +3일간 진행하니 꼭 참여할 것]
-최종 결과 보기
1위 : 수플레 (85.2%)
2위 : 팀메이트 (11.8%)
3위 : 태블릿 (2.9%)
4위 : 뉴핑크 (0.1%)
-팬덤명은 수플레로 확정되었습니다~~^^!!
“…….”
침묵이 흐르기를 3초.
이윽고 현실을 부정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연습실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