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0화
13장. 나비의 날갯짓이 불러 오는 것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지구 어딘가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그것이 태풍처럼 엄청난 결과가 되어 돌아온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아주 사소한 일이 엄청난 일이 되어 돌아온다는 거지.
바로 지금처럼.
“이런 시가 떠오르네요.”
셀프 캠 앞에서 시를 낭송하는 중현이.
“내가 그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바로 그 이름.”
“수.”
“플.”
“레.”
깔깔거리는 동생들을 보며 해탈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막내가 든 셀프캠이 나에게 향했다.
“형, 좀 웃어여.”
“웃고 있어.”
“지금 되게 슬퍼 보인단 말이에여. 팬분들 이름이 정해진 역사적인 순간인데 그렇게 시무룩하면 써여?”
없앨까, 저거.
카메라만 없으면 당장 제거해 버릴 자신이 있는데.
“맞아요. 정말 뜻 깊은 일이잖아요.”
“비주, 너마저.”
“아저씨, 괜히 비주 형 타박 말고 표정이나 풀어요.”
“웃어야 잘 나와요, 형.”
한마디씩 하며 놀리는 동생들의 뒤로 대기실에 있는 스태프들이 웃음을 참는다.
메이크업 쌤들은 물론이고 매니저 형들까지.
허탈하게 웃다가 막내가 들이미는 카메라에 따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의 전(前) 멤버 우주입니다.”
동생들이 다시 웃음을 터뜨린다.
“당연히 농담이고요. 나비효과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제 실수가 이렇게 되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처음에는 투표 결과를 보고 무척 괴롭고, 수치스러웠는데 지금은 자포자… 아니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중이에요.”
“표정이 전혀 아닌데요?”
“그, 좀 말하는데 가만히 있으세요. 리혁 씨.”
자기들끼리 ‘우주 형 진짜 맘 상했다’하면서 키득거린다.
“사실, 그 이름이 뭐든 팬분들을 불러 줄 이름이 생겼다는 게 기쁜 일 아니겠습니까. 이제 팬분들을 뵐 때마다 ‘우리 수플레’라고 불러드릴 생각을 하니, 참 여러모로 눈물이 나는 것 같아요.”
“당연히 눈물이 나겠죠.”
“…….”
“리혁이 형 말은 신경 쓰지 말구 계속해여. 형.”
“네. 정말로, 불러드릴 이름이 생겨서 기뻐요. 그 기념으로 다 같이 우리 수플레에게 인사해 볼까요?”
동생들과 한데 모여 카메라를 향해 ‘사랑해요, 수플레!’하면서 손을 열심히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인사를 마친 뒤.
카메라를 끄고 멤버들에게 웃어 보였다.
“너희는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대기실 구석으로 도망치는 동생들을 쫓아, 나는 한 마리의 짐승이 되었다.
* * *
한편 그 시각.
아이돌 커뮤니티 ‘그린 룸’의 게시판에는 누군가 정성스럽게 써 올린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한 신인 남돌의 말실수가 불러 온 나비효과.hyogwa]
주어는 바로 이번에 데뷔한 신인 뉴블랙!!
오늘자로 팬덤명 정해졌는데 신나서 글 써 봤당ㅋㅋ
(공식 SNS 사진 캡처)
이번에 팬덤명으로 정해진 ‘수플레’가 뭐냐면 바로 빵임.
찾아보니 프랑스 디저트라고 함.
(사진)
—맛나 보이지? 나도 먹어 본 적은 없음
암튼 팬덤명이 빵이름?? 하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여기에는 사연이 하나 있음.
올해 2월에 뉴블랙이 장소원이랑 썸씽으로 첫 1위를 했을 때, 그때 뮤온 소감에서 리더인 우주가 말실수를 했음ㅋㅋㅋ
(동영상)
—1분 10초부터 ‘저희 수플레…….’
저때 당시 봤던 사람들은 기억이 날 거임ㅋㅋ
가끔 댓글에 짤방으로 쓰이는 TNT 태현 박장대소 짤이 바로 저때 나온 거
(캡처 모음 1,2,3,4)
—신명나게 놀리는 동생들과 괴로워하는 맏형
이건 자체 리얼리티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인데, 저거 가지고 애들이 맨날 우주를 놀림 ㅋㅋㅋㅋ
그러다가 이번에 팬덤명 공모가 있었어
아마 작년에 스칼렛 팬덤명 커튼으로 했다가 난리난거 규호가 의식한 듯?
뭐할까 의견이 많았었는데, 이번주 일요일에 첫 비공개 팬싸 하고 후기랑 동영상 올라온 뒤로 여론이 확 쏠렸어
(동영상)
—애들이 팬싸 선물 준비하는 과정
(동영상)
—8분 13초부터. 덕질하는 사람은 꼭 봐줘! 되게 와닿는 말이 많을 거임
암튼 이 동영상 두 개가 올라오면서 팬카페에서 반응이 확 왔어
다들 라이트하게 파다가 좀 불타오른 느낌?
그래서 팬덤명 공모할 때 뭐 하지, 우리도 뭔가 애정 있게 보답해 줘야지 하다가 누가 딱 낸거임
그 뒤로 이런저런 과정이 있었는데
2월달에 있던 저 발언이 팬덤명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되었음ㅇㅇ
이따 애들 감사인사 올라온다는데 개인적으로 반응 기대중ㅋㅋㅋ
음, 뭔가 거창하게 썼는데 마무리가 좀 허하네;;
글 마무리하면서 우리 애들 사진 올릴게!!
예쁘게 봐줫음 좋겠다!!
(뉴블랙 화보 모음)
[댓글 : 3개]
-왠지 얘네일 것 같았음ㅋㅋㅋ
-영업글 잘 썼네ㅋㅋ 정성추
-얘넨 볼때마다 애들 다 예쁘게 생겼어진짜
처음에는 댓글 몇몇 개가 달렸지만 이윽고 다른 게시글에 밀려서 페이지가 넘어가더니 글에 대한 관심이 뚝 끊겼다.
신인 아이돌의 영업글이 올라오면 보이는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글을 올린 작성자도 반응을 확인하다가 얼마 안 가 시무룩한 얼굴로 핸드폰을 닫고 일상으로 돌아갈 무렵.
어느 순간부터,
해당 글의 조회수는 소리 소문 없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 * *
음악 방송이 끝나고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차량 안.
“어우, 깜짝아.”
평소처럼 팬카페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옆에서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던 비주가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요, 형?”
“팬카페 인원이 확 늘었는데.”
“……진짜요?”
핸드폰 화면을 보여 줬더니 자기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진짜네요?”
“뭐지. 갑자기 확 뛰었는데?”
마지막으로 이런 일이 있던 게 언제였더라.
뮤직카페 방송이 나가고 나서 200명이었던 회원 수가 800명으로 확 뛰었을 때였는데.
지금은 그보다 상승폭이 더 크다.
“어우. 가슴이 벌렁거린다, 야.”
“형. 진정해요.”
비주가 자기 이어폰 한쪽을 내 귀에 꽂아 줬다.
잔잔한 R&B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런 차분한 음악을 배경으로 차 안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꽤 거리가 있는 편이었다.
무슨 만화 속 한 장면 같다.
뒷자리에 앉은 중현이를 중심으로 두 막내가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크게 눈을 뜨고 있었다.
“너희는 또 왜 그래?”
“미튜브 조회수요. 엄청 뛰었어요.”
“진짜?”
확인해 보니까 진짜다.
뭐지.
갑작스러운 기현상에 조수석에 앉은 석환 형까지 검색에 나섰고, 우리는 얼마 안 가 그 원인을 확인했다.
아이돌 커뮤니티 ‘그린 룸’에 팬사인회에 관한 글이 올라온 모양이다.
내용을 보니 우리 수플레가 쓴 영업글이었다.
댓글이 200개가 넘긴 해당 글의 조회수는 만 단위가 넘었다.
그리고, 신인이라 늘 호불호가 반반씩 갈렸던 댓글란이 처음으로 호평으로 가득했다.
-헛,, 우ㅠ리애들이다 룸메들아, 우리 애들 예쁘게 봐줘!!
-발언 봤는데 진짜 괜찮네
-말 진짜 예쁘게 한다 ㅠㅠㅠ
-신인이어서 나올 수 있는 갬성인 듯ㅋㅋ 연차 차면 저렇게 못하지
-회사에서 교육 잘 시킨듯. 팬 귀한줄 알아야 이 바닥에서 오래 살아남지
-그동안 얘네 글 올라올 때마다 좀 애매했는데,, 이거 보고 살짝 호감덕됐음
-ㅇㅇ 나도 자꾸 뮤직카페때나 최근에 밤바다 너무 극찬하고 띄워줘서 과하다 생각햇는데 괜찮아졌음
-말 진짜 잘했다. 자꾸 아이돌이랑 팬덤 관계만 나오면 유사연애 들먹이는 애들한테 들려주고 싶음
-윗댓 22222
-333333
-뉴블랙 흥하자!
-ㅋㅋ얘네 팬싸 후기들도 꼭 봐 진짜 웃긴거겁나 많음
혹시 악플이 있을까 봐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하나도 없었다.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은 그대로였지만 말이다.
팬싸는 일요일이었는데 왜 이제 와서 화제가 된 걸까.
회사 미튜브에 팬사인회 영상이 올라온 월요일에는 오히려 조용하다가, 팬덤명이 정해진 지금 확 불타오른 느낌이다.
이런 건 전혀 예상 못했는데…….
기쁜데, 좀 당황스럽다.
지금까지는 이런저런 화제가 있었어도 늘 무대가 메인이었거든.
썸씽의 첫 무대, 뮤직카페에서 선보인 비트윈 무대,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밤바다의 무대까지.
잠깐 다른 이슈가 있어도, 결국에는 늘 노래나 무대가 주목을 받았는데.
본업 외의 일로 이슈가 된 적은 처음이다.
아니, 나도 이제 연예인이니까 팬 서비스도 본업인 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나와 비주 사이로 찹쌀떡 같은 얼굴이 쏙 삐져나왔다.
“형들, 저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여.”
“뭔데?”
“지호야, 안전벨트 해야지.”
비주의 타이름에 지호가 넹, 하며 풀었던 안전벨트를 다시 찼다.
그런데 그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다.
줄에 묶여 있는데 굉장히 신난 강아지처럼.
“일요일부터 계속 음원 순위가 그대로였잖아여. A&R 팀장님이 내려갈 거라고 그랬던 거여.”
“아.”
“우리 팬분들이 팬싸 이후로 힘을 내시는 거 아닐까여?”
“그럴 수도 있겠네.”
가설이었지만 왠지 그럴싸하다.
그렇지 않아도 월요일부터 음원차트 순위가 이상했거든.
분명 지난 주 회의에서는 팀장님이 예상 차트 추이까지 보여 주면서 떨어질 거라고 했는데, 실제 차트는 그와 달랐다.
[31위. 뉴블랙 - 불꽃놀이]
불꽃놀이는 30위 후반 대에 머물렀다가 슬금슬금 31위까지 오르더니 내려가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인 금요일까지도 그 순위는 쭉 그대로였다.
알박기를 한 것처럼.
곧 팬덤이 강한 데이드림 같은 그룹이 컴백하면 어쩔 수 없이 밀려나겠지만 이해가 안 가는 현상이긴 했다.
어제도 A&R 사무실에서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추이를 보던 직원분들이 ‘우주야, 혹시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뭔 일이 있었니?’하고 물어보곤 했으니까.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중현이가 말했다.
“이러다 우리 1위 후보 되는 거 아닐까요.”
“에이, 너무 김칫국 아니에요?”
“왜 그래여, 형. 불가능한 건 없는 거예여. 그져?”
기분이 업 됐는지 ‘모든 게 가능한 세상~’하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둘을 보며 리혁이가 혀를 찬다.
“1위가 그렇게 쉬운가.”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애들 좋아하게 냅둬, 리혁아.”
“뭐, 알았어요.”
내 말에 리혁이가 투덜거리듯 중얼거린다.
“괜히 기대했다가 다들 실망할까 봐 그러죠. 우리 이제 곧 활동도 끝나는데.”
하긴, 곧 끝날 때가 되긴 했지.
“석환 형, 우리 음방 다음 주 언제가 마지막이라고 했지?”
“수요일 날이야.”
팬카페 인원이 확 늘어난 일 때문인지, 회사와 열심히 문자를 주고받던 이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비주가 내게 말했다.
“진짜 며칠 안 남았네요. 형.”
“그러게.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르냐.”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우리 데뷔 쇼케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활동 종료라니. 뭔가 되게 아쉬운 느낌이야.”
“저도요. 막 뭔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만큼 했으면 된 거죠, 뭐.”
뒷자리에 있던 리혁이가 끼어들었다.
“우리 엄청 열심히 했잖아요. 결과도 진짜 좋고.”
“리혁아, 안전벨트.”
이번에는 내가 한 지적에 리혁이가 손가락으로 전방을 가리켰다.
“다 왔어요.”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우리가 오늘 서게 될 행사장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 *
간만에 나온 행사라 그런지 기분이 좋다.
도시 지역에서는 맡을 수 없는 풀냄새나 벌레 소리가 나서 좋기도…….
“으아아! 나방이야!”
리혁이가 놀라서 뒤로 숨자, 중현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나방을 손으로 휙 낚아챘다.
그것도 날개만 콕.
“잡았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리혁아.”
“으아아! 그거 얼른 치워요! 얼른!”
“리혁이 형, 호들갑은, 으아아! 중현이 형! 그거 저한테서 치워여! 으아, 눈 버렸어, 진짜!”
오두방정을 떠는 두 동생에 머쓱한 표정을 짓던 중현이가 멀리 떨어진 수풀에 가서 나방을 풀어 준다.
잘 지내, 하면서.
무슨 포켓몬을 풀어 주는 트레이너 같다.
“쟤네 때문에 내가 못 살겠다니까.”
비주가 공감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주차장에 차를 댄 우리는 석환 형을 따라 야외 콘서트장 뒤편을 걸었다.
곳곳에 천막이 있다.
아마 가수 대기실일 것이다.
야외에 세워둔 철제 골조,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현장 스태프를 뚫고 가면서 대충 무대가 어떤지 살폈다.
이따가 리허설을 하긴 하겠지만, 혹시 모를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생각보다는 좀 크네.”
오늘 열리는 행사는 여름 밤을 테마로 한 경기도 이천의 지역 축제였다.
객석 규모로 보건대 엄청난 대규모는 아니지만, 무대다운 무대라고 할 만했다.
어르신들만 모인 곳에서 트로트가 끝나고 민망하게 불꽃놀이를 부르던 행사를 생각하면 훨씬 낫지, 뭐.
“행사 대행사 직원이랑 얘기 좀 하고 있을 테니까, 너희는 민기랑 같이 저기 대기실로 가 있어.”
“알았어요.”
대기실처럼 야외에 가설해 둔, 멀리 떨어진 천막을 향해 다가섰다.
후덥지근한 7월의 공기와 벌레소리가 여기가 도시가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알리는 동안 막내가 문득 질문을 던져왔다.
“형. 근데 오늘 누구누구 나오져?”
“음…….”
누구였더라.
내가 알기로 오늘 무대에 나오는 팀은 대략 10팀 정도로 알고 있다.
사물놀이나 전통 음악을 하시는 분도 있고, 트로트 가수도 있고.
그중에서 아이돌은 다섯 팀 정도 되려나.
“스트릿 보이즈랑 우리랑 또 누구 있었더라. 틴스피릿 선배님들 빼고는 잘 모르겠네.”
어차피 오늘 행사는 ‘틴스피릿 +알파’ 같은 느낌이어서 말이지.
틴스피릿.
TNT 다음으로 잘나가는 보이그룹 중 하나다.
비주얼을 중시하는 MOP 엔터에서 내보낸 미소년 그룹으로, 우리와는 2월 달에 음방 활동을 하면서 마주쳤었지.
뭐.
썩 인상은 좋지 않았다.
곱상한 외모와 정반대로 말들이 좀 거칠어서.
대화를 몇 마디 하다 보면, 아 역시 신이 저런 외모를 줄 때는 언행을 밸런스 패치해 주시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그나저나 틴스피릿을 불렀으면 좀 무리한 거 아닌가?
행사 규모상 틴스피릿을 부를 급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런 이유로 우리가 섭외된 게 아닐까 싶다.
적당히 분배를 했다면 어느 정도 네임 밸류 있는 아이돌로 라인업을 채웠을 텐데.
틴스피릿 하나에 돈을 다 써버리는 바람에 남아 있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신인급들을 섭외한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행사 흥행 측면에서 보면 벌써부터 멀리서 찾아온 틴스피릿 팬들이 객석에서 대기하는 중이었으니까.
이따 무대 올라가기 전에 애들한테 언행이나 조심시켜야겠다.
틴스피릿의 컨셉 타깃이 10대 위주다 보니 저쪽 팬덤은 연령대도 그렇고 상당히 까칠한 면이 강하거든.
말을 하려고 동생들을 둘러보는데 한 명이 빈다.
“야, 잠깐만. 중현이 어디 있어?”
그새 또 사라진 애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는데 멀찍이 뒤에서 중현이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우리가 그 근처로 다가갔다.
“중현아, 거기서 뭐 해?”
“…….”
중현이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뭐가 있나?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별로 특이할 만한 점이 없었다.
맑은 하늘이었다.
저녁노을이 아련하게 지고 있다는 점을 빼면 특별히 상기할 만한 점은 없는.
여섯 명이서 그러고 있으니 지나가던 스태프들도 뭐가 있나 싶어서 잠깐씩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에이, 뭐야’하는 표정으로 사라진다.
여전히 미간을 모으고 있는 석상을 향해 내가 재차 말을 걸었다.
“중현아.”
“…….”
다시 물으려고 할 때.
“형.”
고개를 내린 중현이가 나를 향해 말했다.
“이따가, 비가 엄청 쏟아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