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1)화 (7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1화

“비가 온다고?”

“네.”

중현이가 뺨을 긁적이면서 설명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시골에 살아서, 밭에 나가는 어른들이 날씨 얘기하는 거 많이 들었거든요. 직접 경험하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 공기의 냄새도 좀 그렇고. 바람 부는 것도 좀…….”

뭐라고 설명을 하고 싶은 듯 큼지막한 손이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본인도 말이 잘 안 나와서 갑갑한 듯했다.

“이게 비 엄청 쏟아지기 전에 느껴지는 그런, 뭐 그런 건데.”

“리혁아, 아까 네가 날씨 검색하지 않았냐.”

“했죠.”

리혁이가 핸드폰을 두드리더니 화면을 보여 주었다.

“여기 봐요. 오늘 날씨 ‘맑음’이라고 되어 있잖아요. 며칠 동안 비가 온다는 말도 전혀 없고요.”

“태풍 때문 아니에여? 지금 태풍 온다면서여.”

“그거 오려면 며칠 더 있어야 돼.”

지금 올라온다는 태풍도 최소 하루 이틀은 더 걸려야 남부 지방에 들어온다고 들었다.

그런고로 중부 지방인 이곳은 태풍의 영향권과 거리가 멀었다.

거기다 기상청에서 비가 안 온다고 했고.

아니, 기상청 말이야 솔직히 못 믿지만, 눈앞에 보이는 맑은 하늘만 봐도 비가 온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문제는 중현이가 한 말의 무게감이었다.

늘 실없는 말을 하는 녀석이지만 진지할 때는 누구보다 맞는 말 대잔치를 하는 녀석이니까.

내가 뮤직카페에 나가서 아빠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했을 때도, 팬 사인회 전에 팬들을 보면서 진심어린 말을 했을 때도.

물론 이런 일기 예보는 별개의 일이지만 중현이가 진지하게 말할 때는 대부분 귀 기울여 들을 만한 이야기들이었다.

그걸 알았기에 모두 미간을 모았다.

“민기 형, 중현이 말대로 비가 엄청 오는 거면 말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글쎄다. 이건 좀.”

민기 형이 난처한 얼굴로 뒷머리만 긁적였다.

당연했다.

주최 측한테 가서 ‘지금 날이 맑고, 기상 예보도 좋은데 그 우리 애가 비가 올 것 같다고 하네요.’라고 어떻게 말해.

“일단 내가 실장님한테 가서 말씀은 드려볼게. 너희끼리 먼저 들어가 있어.”

민기 형이 윤석환을 향해 걸어가면서 덧붙였다.

“비가 많이 오면 큰일이니까.”

그 말대로였다.

야외 행사에 있어 비는 상당히 치명적인 요소다.

특히 가수한테는 더더욱.

동선이 적은 발라드 가수도 비바람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판에, 숨 가쁜 안무가 기본인 아이돌은 말할 필요도 없지.

그 철벅거리는 무대 위에서 발을 굴러야 한다고 생각하면…….

으.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아이돌 가수들의 꽈당 영상을 떠올리며 걱정하던 때였다.

“이거 믿어도 되는 거예요, 중현이 형?”

재차 확인하듯 묻는 리혁이에게 중현이가 흐음 하며 말했다.

“나도 백 프로라고는 못하지만 느낌은 확실히.”

“아, 뭐지. 진짜 비 오는 건가?”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마. 예감이 좋으니까.”

“형, 우리 그 말은 안 쓰기로 했잖아여.”

“아냐. 우주 형 때문에 징크스가 깨졌어.”

“형이 마지막으로 그 드립 쳤을 때 갑자기 음향 사고 나지 않았어요?”

고개를 젓더니, 도움을 청하듯 그 순박한 눈이 내게 향한다.

“중현이 말이 맞아. 세상에 미신이 어디 있냐.”

아무도 공감해 주지 않았다.

중현이와 내가 슬픈 어깨동무를 하며 걷는 동안, 앞서 가던 쪼꼬미들이 걱정스러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물론 걱정스러운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현실감이 없을 뿐.

왜냐하면 지금 하늘은 무척이나 맑거든.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서 나도 재차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중현아, 비가 오면 느껴져?”

“아뇨. 그건 아닌데요. 가끔 기상청에서도 비 안 온다고 하고, 날도 맑을 때가 있는데 하우스로 나가는 어른들이 ‘중현아, 오늘 저짝에 포대기 좀 씌워 놔라’하실 때가 있거든요. 그런 날은 꼭 비가 오던데…….”

“그래?”

“네. 오늘이 그런 날이랑 좀 비슷해요.”

진짜 비가 오려는 건가.

노을로 붉게 물든 하늘을 보며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형. 근데요.”

“어.”

“괜히 제가 이상한 소리를 한 건 아닐까요. 다들 걱정하고, 저 때문에 민기 형도 실장님한테 가게 된 것 같은데…….”

복잡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인다.

꽤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자기 딴에는 별 뜻 없이 한 말이었는데, 하필이면 행사를 앞두고 있어서 다들 과하게 반응을 하니까.

평온한 얼굴과 달리 눈동자에서 여러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게 보였다.

뭐라고 말을 해 줘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진지한 목소리가 날 다시 불러냈다.

“형.”

“응?”

“제가 이렇게까지 말을 했는데…….”

했는데?

“비가 안 오면 어떡하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안심도 되고.

이래야 김중현이지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뭐가 이상한 거지?’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녀석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어떡하기는, 바보야. 안 오면 좋은 거지.”

*   *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리허설을 앞두고 다시 밖으로 나온 우리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었다.

다른 가수, 공연 팀도 똑같이 하늘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이거, 심상치가 않은데.”

누군가 중얼거린 말처럼 하늘의 상태가 범상치 않았다.

검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멀리 서쪽에서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넓은 들판 위로 서서히 진군하는 먹구름의 기세는 절로 침을 꿀꺽 삼킬 만큼 흉흉했다.

이윽고 출연자들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행사장을 뒤덮기 시작했다.

“야. 이거 장비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어떡해, 언니. 우리 안무 고쳐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순서는 어떻게 된대? 당겨 달라고 해야 될 것 같은데.”

락 밴드는 고가의 장비가 비에 젖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기색이었고, 보이그룹이나 걸그룹은 안무 수정을 논의하고 있었다.

가장 사색이 된 건 풍물놀이 패였다.

미끄러운 바닥에서 점프하며 얼씨구절씨구 할 것을 상상하는지 다들 심각한 얼굴들이다.

걱정이 들불처럼 번지는 한편, 현장 스태프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야, 막내야! 방수포 남은 건 이게 다야?”

“케이블 타이 여분 좀 가져와서 여기 선 정리 좀 해 놔! 내가 이런 것까지 일일이… 어어, 야, 야! 천막을 거기다 세우면 어떡하냐, 인마!”

“펌프! 지금 배수펌프 설치하러 갑니다!”

행사 연출을 맡은 총감독의 일사불란한 지휘 아래 스태프들이 사방팔방으로 뛰고 있다.

보면 볼수록 대단한 광경이다.

가끔 TV에서 공사 현장을 보여 주면서 빨리감기로 빌딩이 올라가는 장면을 보여 주는데, 그것과 비슷했다.

눈을 깜빡였다 뜨면 저기 천막이 세워져 있고.

다시 깜빡거리면 방수포가 깔끔하게 뒤덮여 있는 식이었다.

걱정은 덜어도 되겠다.

무대 위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구석구석까지 확인하는 스태프들의 모습을 보니, 무대 외적인 요소에 대한 걱정은 줄어들었다.

한편.

안무 수정이나 의상 문제로 언성을 높이는 다른 팀이나 정신없이 뛰는 현장 스태프와 달리 우린 제법 차분한 편이었다.

“안무는 아까 수정한 그대로 하는 거 다들 이해했죠? 이렇게. 평소처럼 끌듯이 발을 회전시키지 말고, 툭툭 털어 내는 식으로.”

조교처럼 발동작을 시범으로 보이는 비주에게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하듯 몇 번 더 연습을 했다.

“비주 형, 제가 안 되는 건 아닌데. 이게 동작이 좀 이상한 것 같아요.”

누가 봐도 본인이 이상하고, 본인만 안 되는 동작이었지만 비주는 아무 말 없이 리혁이에게 1대1 교습을 해 주었다.

그동안 나머지 셋은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와, 진짜 중현이 형 덕분에 살았어여. 우리도 비 오는 거 미리 알아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엄청 싸우고 있었을걸여.”

“중현이가 큰일 했지.”

우리가 나름대로 여유로운 이유는 내 곁에 서 있는 인간 기상청 덕분이었다.

1시간 전, 행사 대행사와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온 윤석환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안무를 바꾸자고 제안했고.

안 그래도 멤버들이 다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던 나 역시 적극 찬성하면서, 우리는 그 길로 안무가 쌤과 영상 통화를 하며 미끄러지기 쉬운 발동작 몇 가지를 수정했다.

옛날 내가 그러했듯이 그 간단한 동작이 안 돼서 고생하는 메인보컬을 빼면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중현이에게 고맙다고 말하려던 때였다.

“중현아.”

“……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어딘가를 또 유심히 보고 있어서 가슴이 철렁하다.

이번엔 또 뭔가 싶어서.

‘이따가, 멧돼지가 나올 것 같아요’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건 단순히 내 기분 탓일까.

중현이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저기, 스태프분이 잘 못하는 것 같아서요.”

“어디?”

“저 펌프 설치하는 분이요.”

콘서트 장 구석에 배수펌프를 설치하는 막내 스태프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어른들이 저거 쓰는 거 봤는데, 좀 더 수직으로 더 해 놔야…….”

조곤조곤 설명하는 그 모습에 지호와 내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 애지만 가끔 이상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지호가 귓속말로 ‘이상한 형이에여’하고 말해 왔다.

피식 웃는데, 뭔가 깜빡했다는 듯 아 하더니 다시 까치발을 들어 내 귓가에 또 바람을 불었다.

“생각해 보니까, 형이 더 이상해여.”

이게 잘나가다 꼭.

막내에게 눈을 흘기는 동안, 연습이 끝난 비주와 리혁이가 다시 합류했다.

“연습은 잘됐어?”

“네,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리혁이가 잘 따라 줬어요. 무대 올라가선 괜찮을 거예요.”

“……그냥 넘어지면 운명이다 생각할게요.”

비주가 좋게 포장을 해 줬지만, 리혁이의 심란한 얼굴을 보니 묻지 않아도 뻔했다.

뭐라 위로를 해 주려다가 역효과만 날 것 같아 웃어 넘겼다.

비주도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우리 리허설은 언제 한대요?"

“곧 시작한다던데. 가림막 설치한 거 확인하고 한다나 봐. 듣자 하니 순서도 조금 바뀔 것 같고.”

“근데여, 형들. 이제 곧 행사 시작하는데.”

주변을 둘러보던 막내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틴스피릿 선배님들이 안 보이지 않아여?”

“뭐, 다른 행사 끝나고 바로 오겠지. 우리도 썸씽 때 그랬잖아.”

그 정도 급이면 하루에 행사도 서너 개씩 있을 테니까.

으레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동생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때였다.

우르릉-

먹구름 사이에서 천둥 비슷한 소리가 울렸다.

갑자기 싸해지는 정적.

그렇게 크진 않았지만, 그 소리가 내포하는 의미에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얼어붙는 동안.

난 숨이 막히고 있었다.

“아니, 얘들아.”

멀뚱멀뚱 바라보는 눈들을 향해 말했다.

“대체 왜 나한테 달라붙는 건데?”

*   *   *

오후 8시.

경기도 이천시가 주최하는 2014 달빛축제가 마침내 시작됐다.

처음 보는 아나운서 분이 능숙하게 진행을 하는 가운데, 방송국에서 나온 카메라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주로 ‘PBS 경기’나 ‘경기TV’ 같은 마크였다.

내 생각보다 규모가 큰 행사인 모양이다.

특히 VIP석처럼 보이는 천막 아래에 시장 내외와 수행원들까지 자리를 잡은 걸 보면 말이야.

규모 있는 행사답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중에도 객석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들이를 나온 가족도 많고, 어르신들도 많고.

젊은 얼굴도 꽤 있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쓰거나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이돌 팬들이었다.

아마 높은 확률로 틴스피릿 팬들일 것이다.

곧이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순서는 원래 마지막이었던 풍물놀이 패였다.

장구 소리, 북 소리, 꽹과리 소리.

흥겨운 소리가 흐르고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

그 뒤로도 이런저런 공연이 이어졌다.

아이돌도 있고, 밴드도 있고, 댄스 팀도 있고.

-와아아아!

하지만 관객에게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사람은 어느 젊은 트로트 가수였다.

송보형이라고 했던가.

이름도 낯선 선배 가수였지만 중년 관객들과 어르신들의 호응도는 오늘 공연 중 최고였다.

물론 가수 본인도 흥을 이끌어 내기도 잘했고.

-어머님들! 박수 한 번씩! 짝짝짝, 아버님들도 같이! 짝짝짝! 네, 그럼 한번 가 보겠습니다!

흥겨운 트로트 전주와 함께 구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때마다 관객석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런 열광적인 리액션 때문인지, 다다음인 우리가 대기를 하는 동안 바로 뒷순서인 스트릿 보이즈는 심란한 얼굴들이었다.

자꾸 우리를 흘깃거리길래 왜 그러나 싶었는데 이내 그 이유를 깨닫고 쓴웃음을 지었다.

맞다.

쟤네 연말 평가에서 우리가 트로트 해서 졌지.

그 트라우마가 떠오르는 모양인지 사기가 저하된 멤버들을 한조가 열심히 토닥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그와 가볍게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우리 역시 몸을 풀면서 무대에 올라갈 준비를 하는 동안 어디선가 카메라 한 대가 나타났다.

경기TV라는 지역방송국이었다.

공연을 앞두고 소감이 어떠냐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을 하면서, 나는 차분히 무대를 기다렸다.

오늘 무대는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   *   *

“이거 비가 점점 더 심해지네.”

스트릿 보이즈가 올라갔을 때부터 점점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쏟아지고 있다.

윤석환은 근심 어린 눈으로 무대를 바라보았다.

곁에서 우산을 들고 있던 서민기가 물었다.

“많이 걱정되세요?”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는 너희는 몸이 재산이니 조심하라고 했지만, 어린 친구들을 챙기는 보호자로서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무대에 올라간 뉴블랙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반응은 의례적이다.

신인 그룹들이 행사에 나오면 나오는 적당하고, 친절한 박수.

곧바로 불꽃놀이의 무대가 시작됐다.

그리고 후렴 부분에 이르렀을 때, 서민기가 허 하며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어!”

미끄러운 바닥 때문인지 안무 도중에 미끄러질 뻔한 서리혁.

“어…….”

그리고 그걸 능숙하게 잡아주는 선우주.

서리혁뿐만이 아니었다.

메인댄서인 김비주도 예상을 웃도는 미끄러운 바닥에 몇 번이고 휘청거릴 정도였다.

그리고 그때마다 스윽 나타난 선우주가 붙잡아 주고는 무대를 이어간다.

자연스럽다.

누가 보면 원래 있는 안무인 줄 알 만큼.

흩날리는 비바람에 의상이 젖는 것도 아랑곳 않고 활짝 웃는 이를 보며 윤석환이 미소를 지었다.

‘하여간, 잘해.’

어쩌다 저렇게 균형도 잃지 않고 몸을 잘 쓰게 된 건지는 아직도 의문투성이었다.

하지만 몸치였던 이가 이제는 멤버들을 능숙하게 이끌어 준다는 사실 자체가 그에게는 굉장히 뿌듯하게 느껴졌다.

상대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그 모습을 지켜봤었기에.

매니저가 멤버를 보는 시선이 아니라, 형이 동생을 바라보듯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무슨 일이지?’

행사장 뒤편에서 대행사 직원들이 심각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게 보인다.

곧바로 다녀온 서민기가 상황을 전했다.

“실장님, 그 틴스피릿 말입니다. 저희 다다음 순서요.”

“어, 걔네, 이 근처까지 다 왔다면서.”

“그게…….”

로드매니저가 난처한 얼굴로 입술을 뗐다.

“빗길에서 접촉 사고가 났답니다.”

“뭐?”

아무 사고가 없다며 안도하던 것도 잠시, 이번에는 무대 밖에서 문제가 터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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