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5)화 (7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5화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비를 많이 맞아서 그런가.

머리도 멍하고, 뭔가 눈앞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내 뇌가 그걸 못 따라가는 기분이다.

왜 그런 거 있잖아.

잠이 와서 몽롱한 상태로 영화를 보는데 내용이 손에 잡히지 않고 모래처럼 스르륵 빠져나가는 느낌.

장면은 계속 흘러가는데 TV 앞에서 눈만 깜빡거리는 나.

아니.

눈은 깜빡거리면서, 손은 움직이고.

“자녀분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도연이요, 이도연.”

“따님 이름이 되게 예쁘네요.”

“아들이에요.”

“…….”

괜히 헛기침을 하면서, 우람한 팔뚝을 자랑하는 남자분이 내민 종이에 열심히 사인을 그려 주었다.

추위 때문인지 손이 달달 떨린다.

고마워요, 하고 그분이 떠나는데 이번에는 여자분이 와서는 사진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네, 당연히 되죠.”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넘기고는 그분과 셀카를 찍었다.

노래 잘 들었다고 말하며 떠나는 이에게 꾸벅 인사를 하면서 숨을 골랐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마찬가지로 동생들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30분 전의 일이었다.

펌프 수리가 끝나고 차량으로 돌아온 우리는 옷을 갈아입고 경기TV와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그걸 마치고 떠나려는데 곧바로 다른 이들에게 붙잡혔다.

하나는 시장님이 꼭 뵙고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으니 잠시만 기다려줄 수 있냐고 묻던 시청 직원분이었고.

다른 하나는.

“시발, 존나 늦었네!”

…라는 대사와 함께 등장한 곱상한 미소년들 되시겠다.

우리가 움찔하고 있을 때, 금갈색 머리를 한 멤버가 다가와서 따로 사과를 하고 싶은데 시간이 되냐고 물었다.

당연히 된다고 했다.

나쁜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는 동안 숨이 넘어가라 행사장 쪽으로 뛰어가는 틴스피릿 멤버들이 내뱉은 욕만 하나, 둘… 서른 개는 됐던 것 같다.

그런고로 우리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30분 정도 기다리기로 결정을 내린 상황이었다.

문제는 약속한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축제가 끝나고 내려오는 관객들과 마주칠 걸 몰랐다는 거지.

누군가 시작한 ‘어?’라는 소리는 곧바로 ‘아!’하는 탄성으로 바뀌었고, 그다음부터 삽시간에 사람이 불어났다.

얼떨떨한 일이었다.

팬들이면 몰라도 일반인들이 다가와서 말을 건 적은 별로 없었거든.

다들 되게 신기하다는 듯한 눈빛을 하고는, 반갑게 다가와 웃으며 인사를 했다.

노래 좋았다, 몇 살이냐, 이름이 뭐냐 물으시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잘생겼다거나 노래 좋았다고 칭찬하는 분에게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뭐라고 웃는 사람에게는 같이 웃어 주고, 사인을 원하면 사인, 사진을 원하면 같이 사진도 찍어 주고.

몹시 피곤했지만 좋은 인상을 심어 줄 기회였기에 우리는 최대한 성의 있게 행동했다.

슬슬 한계가 오는 것 같지만…….

눈에 힘이 풀리고, 손에 든 매직도 자꾸 떨어뜨리자 조용히 지켜보던 석환 형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죄송합니다. 저희 아이들이 곧 스케줄이 있어서요. 사인이나 사진은 여기 계신 분까지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민기 형도 동참해서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을 해산시키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는 열댓 명 정도만 남기고.

불평을 내뱉고 떠나는 이들에게는 몰래 사인 CD도 찔러 주고.

하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건 여전해서, 결국 버티다 못해 인적이 드문 장소로 이동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한적한 곳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비에 젖은 옷과 땀 냄새로 난장판이 된 차량을 벗어나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니, 동생들도 내 곁에 옹기종기 모였다.

엉덩이가 축축할 뻔했는데 리혁이가 통 크게 휴대용 돗자리를 펼쳐주었다.

대체 이런 건 왜 들고 다니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돗자리 위에 앉아 숨을 고를 때였다.

“우아아.”

뒤에 앉아 내 어깨에 팔을 두르던 지호가 하늘을 가리켰다.

“형들, 하늘 봐 봐여. 미쳤다. 제가 최근에 본 것 중에 제일 예뻐여.”

누나들에게 보여주겠다며 폰카로 열심히 찍는 녀석을 보며 웃던 우리도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호 말대로 정말 근사하다.

검푸른 밤하늘에 총총 박힌 별들.

비가 그쳐서 그런가.

하루 종일 더웠던 날씨도 시원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밤바람이 풀과 나무를 흔들어 대고, 벌레소리와 함께 바람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를 간질였다.

괜히 감성적인 분위기에 젖어드는 밤이었다.

“…….”

기분이 묘하다.

오늘 있었던 일이 벌써 희미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비가 와서 틴스피릿이 지각을 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땜빵으로 겨우겨우 무대를 이어 나갔던 일은 다시 돌이켜보아도 당황스럽고 믿기지 않았다.

그런 상념에 빠져 있을 때.

불현듯 모든 사건의 시작과 마무리를 장식한 멤버에게 시선이 갔다.

중현이는 하늘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얘도 그러고 보면 참 잘생겼어.

맨날 웃기는 행동이나 엉뚱한 말을 해서 그렇지, 이렇게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잘생겨 보인다.

훈남 운동선수 같다고 해야 하나.

지금 하늘을 보는 구도도 왠지 아웃도어 광고에서 볼 법한 느낌이라 살짝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형.”

“응?”

“저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중현이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배 안 고파요?”

“…….”

“배가 고파서 하늘이 눈에 안 들어오네요.”

다시 와장창 깨진 느낌이다.

방금 전까지 감탄하고 있던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진다고 할까.

한편으론 뭔가 얘답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배고파? 잠깐만, 뭐 있는지 좀 찾아볼게.”

“저 간식 있어여.”

비주가 차에 있는 가방에 손을 뻗을 때,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지호가 과자를 왕창 꺼냈다.

대체 어떻게 숨겨 놓은 거지.

평소였다면 식단 조절 안 하냐고 한 소리 했을 석환 형도 어이가 없는지 웃고만 있다.

매니저들도 출출했는지, 일곱 쌍의 손이 간식에 향했다.

“이야, 왕지호 많이 컸네. 형들한테 과자도 쏘고.”

“그니까여. 얼른 감사하게 생각해여, 형들. 제가 실장님의 눈과 귀를 피해 가면서 숨겨 놓은 보물을 내놓는 거니까.”

“대체 어디다 숨겨 놨던 거야?”

“그건 비밀이에여.”

“뭔 비밀이 그렇게 많아.”

“원래 좀 비밀도 있고, 낯선 모습도 보이고 그래야 매력적인 거예여. 봐여, 오늘도 중현이 형이 그러니까 멋있었잖아여.”

그 말에 뿌듯해하는 누군가의 표정에 우리는 웃었다.

“하여튼 고생 많았어. 중현이도.”

카라멜을 하나 입에 넣으며 동생들을 둘러보았다.

“다들 고생했어. 올라가기 전에 경황이 없어서 말을 못했는데, 갑자기 트로트로 하자고 한 내 말에 따라와 준 것도 고맙고.”

“오, 시작됐다. 오글거리는 말.”

“…….”

“쩝쩝거리지 좀 말고, 다 먹고 얘기해요.”

“…….”

두 동생의 구박에 카라멜을 빠르게 녹여 먹고 다시 말했다.

“아무튼, 갑자기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데도 따라와 줘서 고마웠어. 무대 분위기도 잘 띄워 주고, 비 맞느라 힘들었을 텐데.”

“진짜 고생했죠. 다신 못할 것 같아요.”

“저는 좋았어요.”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뭔가 지나면 추억 같을 것 같기도 해서.”

“저도요.”

“아니, 형들이 그러면 내가 뭐가 돼요…….”

“저도 지금은 되게 좋아여.”

그 말이 끝나고 기분 좋은 침묵이 흘렀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얘네한테도 오늘 있었던 일이 신기하고 특이하게 다가오는 모양이었다.

그런 때 있잖아.

눈이 스르륵 감길 만큼 피곤한데, 나중에 돌이켜 보면 되게 추억처럼 느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때 말이야.

말없이 그 기분을 공유하고 있는데 지호가 화제를 돌렸다.

“참, 추억하니까 떠오른 건데여.”

막내가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냈다.

“지금 하늘도 엄청 예쁘고, 제가 아까 완전 쌔삥하게 나오는 각도 찾았거든여. 우리 인증샷 남기는 거 어때여?”

“인증샷?”

“팬카페에도 소식 들렸을지 모르잖아여. 우리 수플레들한테 잘 있다고 안심시킬 겸 추억 사진도 찍고.”

“오, 그거 괜찮은데?”

서로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우리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윽고 셀카봉을 연결한 막내가 카메라 어플을 켰다.

“…….”

다시 껐다.

“야, 이거 지금은 좀 어렵겠다.”

“그러게요.”

“이 정도로 몰골이 심한 줄은 몰랐는데. 더군다나 누구 때문에 상대적으로 못생기게 나오는 것 같아요.”

“꾸미고 다시 찍을까?”

비바람에 팍 상해 버린 다섯 아이돌은 곧바로 무선 고데기와 비비크림, 그리고 틴트에 힘입어 자신감을 되찾았다.

아, 뷰티 필터까지 포함해서.

“자, 그럼 찍을게여. 하나둘, 셋……!”

그리고 나온 결과물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중현이를 중심으로.

우리 다섯이 한데 뭉쳐서 환하게 웃고 있었으니까.

*   *   *

2014년 달빛축제가 끝나고 1시간 후.

각 그룹의 공식 SNS에 글들이 올라왔다.

@The_New_Black_Official

오늘 이천시 달빛축제 행사 끝나고 형들이랑 찍은 사진!! ㅎㅎ 오늘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어용!!

#행복 #사랑해요_수플레 #셀카는_역시_막내가_최고 #매니저_형들도_최고 #리혁이_형은_왜_자꾸_최고라_해달래

@TSprit_Love

뉴블랙분들과 함께.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뉴블랙 멤버들끼리 들뜬 얼굴로 찍은 인증샷, 그리고 틴스피릿과 뉴블랙이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행사에 다녀왔던 이들이 찍은 직캠도 하나둘 올라오는 가운데.

“……?”

막 밤샘 작업을 끝내고 기지개를 켜던, 닉네임 ‘우주야 네 얼굴이 복지다’는 팬카페에 접속했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잠깐 애들 얼굴 좀 보고 힐링하려고 들어온 건데.

어째 글이 엄청 많았다.

처음에는 그녀가 어제 그린 룸에 올렸던 ‘수플레’에 대한 영업 글 때문에 그런 건가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곧 깨달았다.

-틴스피릿 팬이 올린 행사 직캠 1080p

-인증샷 또 올라온다네요

-[[캡쳐]] 오늘 행사 지호 표정.gif

-방금 GBS 경기 모닝뉴스에 뉴블랙 잠깐 나왔어요ㅋㅋㅋ

그녀는 눈매를 좁히며 스크롤을 내렸다.

‘뭐지.’

불과 하룻밤 사이에 뭔가 많은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   *   *

그날 축제의 마무리는 훈훈했다.

피날레 공연을 끝낸 틴스피릿은 매니저를 대동하고 나타나 우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존나 고마워요’라는 진심 어린 표현으로.

질풍노도의 10대 소년들이 내뱉는 직설적인 감사 인사들에 뒤에 선 로드 매니저가 사색이 되는 동안 우리는 웃음을 참느라 바빴다.

그 뒤에는 시장님이 수행원들을 데리고 나타났는데 용건은 마찬가지였다.

오늘 행사 마무리를 잘해 줘서 고맙다고.

좋은 일로 보답해 주겠다고 말씀을 해서 감사하다고 했는데, 시청 직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석환 형의 표정이 확 밝아진 걸 보니 뭔가 있긴 한 모양이다.

어쨌거나 그날의 행사를 마무리한 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 우리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중이었다.

“와…….”

음악 방송 ‘인기가수’ 대기실.

비좁은 의자에 옹기종기 모인 우리의 앞으로 레몬 엔터의 미튜브 계정이 떠올랐다.

“조회수 봐여. 되게 많이 올랐어여.”

“숫자 다시 한번 확인해 봐. 잘못 본 걸 수도 있잖아.”

“일, 십, 백, 천…… 맞는 것 같은데?”

불꽃놀이 뮤비의 조회수가 꽤 올라가 있었다.

백만을 찍은 이후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던 그래프가 쭉 꺾어 올라가는 느낌이다.

리혁이가 혀를 내둘렀다.

“진짜 직캠, 직캠 말로만 들었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희한하게 이런 행사 직캠이 레전드가 잘 나온대여.”

옆에서 음원 사이트를 들어갔던 중현이도 보라는 듯 핸드폰을 내밀었다.

“형, 이거 봤어요?”

“뭔데?”

“실시간 차트 순위가 확 뛰었어요.”

이번에는 중현이의 폰 앞에 모인 우리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불꽃놀이와 밤바다의 실시간 차트 순위가 꽤 올라와 있었다.

“이게 뭔 일이래.”

“13위랑 105위? 이게 말이 되나?”

“썸씽 때보다는 그래도 말 되잖아여.”

하긴, 그때 실시간 차트 1위에 있던 거 생각하면 충격이 덜하기는 하지만 얼떨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게 뭔 일이냐, 진짜.

지금 우리가 이런 행복한 일을 겪는 이유는 별게 아니었다.

[직캠] 140718 뉴블랙 - 밤바다/썸씽/그대나와함께하세요 @이천_달빛축제_특설무대

…이라는 제목의 한 동영상 덕분이었다.

직캠.

흔히 방송이나 행사장을 다니면서 각종 공연을 고화질 카메라로 담은 영상을 부르는 말이다.

보통 이런 직캠러는 두 부류로 나뉜다.

전문적으로 다니면서 여러 가수들의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이거나, 한 그룹의 팬이라 해당 그룹 위주로 찍어 올리는 사람들.

우리 동영상을 올린 이는 그중에 후자였다.

목록에서 8할이 틴스피릿이고, 그중에 2할이 가끔 가다 행사장에서 찍은 타 그룹 영상이었다.

정확한 설명이 없어서 모르지만 아마 그날 틴스피릿을 기다리다가 시간이 남아 찍어준 게 아닐까 싶다.

그런 것치고는 엄청나게 고퀄리티지만.

화질이 어찌나 좋은지 빗속에서 우리가 웃는 얼굴이 적나라하게 보일 정도로 선명했다.

구독자가 많은 직캠러가 올린 영상이다 보니 조회수도 많고, 그에 비례해서 댓글도 많았다.

단연 화제가 된 부분은 마지막에 불렀던 트로트 곡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래보다는 태도였다.

-비 오는데 다들 웃으면서 하네;;

[email protected]:38 ㅋㅋㅋㅋㅋ 귀여워

-신인답지 않고 다들 무대 잘하는 듯. 처음에 밤바다랑 썸씽이랑 그냥 쭉 보다가 트로트 쪽에서 보고 감탄함요.

-프로정신도 정신이지만, 조명 꺼지고 넘겨주는 거 센스 있다

지호가 하트를 그리는 장면도 평이 좋지만, 송보형 씨에게 넘어갔던 그 무대 연출이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그거 아시나요. 저거 급조한 무대예요

-??

-설명) 저날 틴스피릿 접촉사고 나서 쟤네가 선 건 땜빵 섰어요

-저게 급조한 거라고??

그 뒤로는 댓글 흐름이 바뀌어서, 이날 무대가 급조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놀라는 반응이 한가득이다.

뭐.

어떻게 이 직캠이 불꽃놀이의 뮤직비디오까지 이르게 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했으니까.

틴스피릿 팬들이 직캠 보러 왔다가 본 걸 수도 있고, 이걸 본 누군가 다른 사이트에 링크를 올린 걸 수도 있고, 아니면 그날 행사장에 왔던 누군가 입소문을 퍼뜨린 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금요일에 우리가 섰던 땜빵 무대가 좋은 일로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잠깐만, 홍보팀이랑 전화 좀 하고 올게.”

윤석환은 흐뭇한 얼굴로 대기실을 나섰다.

활동의 마무리를 장식할 호재가 나타나 상당히 기쁜 표정이었다.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허어, 이거 봐여. 형. 우리 수플레들이 좋아서 날뛰고 있어여.”

“형, 무대 연출 관련해서 칭찬이 많아요. 센스 있다고. 그래서 제가 방금 형이 한 거라고 댓글 달았어요.”

“오, 랩 잘한다. 이거 좋아요 눌러 줘야지.”

“뭐야. 왜 왕지호 얘기밖에 없는 거야. 노래는 내가 했는데.”

어제 하루 동안 감기약을 먹고 골골대던 얼굴들은 어디 갔는지, 다들 웃으면서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팬카페 게시글들을 보니 우리 수플레들도 좋아하고 있고.

모두가 행복하니 나도 행복했다.

단지 그 기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건 그날 너무 긴장하고 힘들었기도 하고, 오늘 아침 콧물약을 먹어서 머리가 몽롱하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활동을 근사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생각을 할 때, 지호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아, 곧 있으면 그거 할 시간이에여.”

“그거?”

“있잖아여. 우리 나온다고 한 거 뭐였더라. 아! ‘현장으로 간다’ 그거여.”

우리 모두 ‘아’하는 소리를 냈다.

직캠에 정신이 팔려서 잊고 있던 일이었다.

그날 경기TV에서 찍어갔던 촬영분이 남아 있었구나.

해당 영상이 같은 방송국의 생활정보 프로그램으로 넘어갔다고 했지.

과연 어떻게 나올지 기대… 에, 에.

“에취!”

코를 훌쩍이며 으슬으슬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리혁이가 질겁을 하며 내게서 떨어졌다.

중현이가 휴지곽을 통째로 건네주고, 비주가 따뜻한 보리차를 따라주는 동안 나는 막내님이 탁자에 세팅한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DMB 화면으로 주택청약 광고와 보험 광고가 지나간다.

과연 어떻게 나오려나.

모두가 기대감을 품은 가운데.

이윽고 ‘현장으로 간다’라는 로고가 사라지면서 방송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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