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7화
잠이 확 깬다.
작업실에 들어오는 동생들의 모습이 현실감 없게 느껴질 만큼.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질문을 하며 바닥에 널브러진 리혁이를 일으켜 세웠다.
평소 같았으면 먼지가 묻었네, 하여간 나쁜 형이네 하면서 툴툴 댔을 녀석도 멍하니 입만 뻐끔거리는 중이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1위 후보라고?”
“네.”
“우리가?”
“네.”
비주의 옆에 서 있는 다른 두 녀석을 바라보자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중현이 표정을 보니 맞는 것 같다. 쟤 거짓말 진짜 못하거든.
멍하니 리혁이를 바라보았다.
“우리 1위 후보라는데?”
“그러게요.”
“…….”
“…….”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우리는 와악! 고함을 지르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강강술래도 한번 추고.
모닥불을 둘러싼 개코원숭이들처럼 한창 열띤 환호를 하며 얽히고설켰던 우리는 한참이 지나고서야 차분함을 되찾았다.
“형들, 모처럼 기쁜 날인데 우리도 축하주 먹어여.”
“그래, 마시자.”
“이거 냉장고에서 볼 때마다 마시고 싶었는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작업실 냉장고에 있는 포도 주스를 오픈했다.
BMI 수치 나빠질 때마다 스쿼트 한 세트 추가라고 겁주던 PT쌤 때문에 손도 못 대던 물건이었는데.
이런 날이 아니면 언제 마시겠어.
달콤한 주스를 한 모금 들이켜고는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이야?”
“이런저런 상황이 겹쳤어요.”
비주가 우리에 1위 후보에 오르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쇼타임.
매주 화요일 상암동에서 녹화를 진행하는 쇼타임은 케이블 음악 방송이다.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쇼타임에는 특이한 제도가 하나 있다.
당일 출연하지 않는 가수는 1위 후보에서 누락시킨다는 것.
“지금 태풍 때문에 피해가 크잖아요.”
“태풍?”
그거랑 1위 후보랑 무슨 상관이지.
“태풍 때문에 가을소녀가 활동을 조기 종료한대요. ‘끝나지 않는 계절’에 ‘소낙비가 내려서 네 마음을 휩쓸어’, 그런 가사가 있잖아요. 소속사 측에서 논란이 될까 봐 걱정했나 봐요.”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창에 가을소녀를 검색했다.
진짜네.
-현재 3주 연속 음악 방송 1위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가을소녀가 태풍 ‘족제비’를 이유로 활동을 조기 종료했다. 소속사 SNH 엔터 측은 ‘현재 피해를 입은 분들이 많은 상황에서 노래 가사가 부적절한 것 같다’고 밝히며…….
뒤이어 한 멤버가 피해 지역 출신이라, 복구 작업을 위해 봉사활동을 떠난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댓글 반응도 좋고.
기사를 읽고 나니 어떤 연유로 1위 후보가 비었는지 이해했다.
보통 일반적인 음악 방송은 그날 출연을 하지 않아도 점수가 되면 1위를 주거든.
음방 엔딩에서 가끔 허공을 보며 축하합니다! 하는 때가 이런 때다.
음원 차트 순위도 좋고, 음반 판매량도 좋아서 아마 이번 주도 쇼타임을 제외한 지상파 3사나 K-Net에는 가을소녀의 노래가 후보에 오르게 될 거다.
목요일에 컴백하는 데이드림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겠지.
그래.
여기까지는 이해를 했다.
“우리가 1위 후보에 올라갈 성적이 돼?”
“아슬아슬하게 걸쳤어요.”
비주가 말했다.
“직캠 덕분에 주말에 뮤비 조회수랑 음원 순위가 확 뛰었잖아요. 홍보팀 분들이 그러는데 그게 반영이 된 것 같대요.”
“아…….”
결국에는 돌고 돌아 그날의 행사였다.
처음에는 황당했다가 이내 납득이 갔다.
1위가 빠지고 주말에 반짝 치고 올라온 우리가 3등으로 들어갔다는 거구나.
“우리가 1위 후보…….”
불현듯 실감이 되기 시작했다.
가슴이 들뜨고.
목과 뺨을 타고 기분 좋은 소름이 올라왔다.
1위 후보라니, 당장이라도 동네방네 퍼뜨리고 싶은 기분이다.
얼른 김덕순 여사에게 전화를…….
그런 상념을 이어 가고 있을 때, 뺨을 씰룩이며 기쁨을 표현하던 리혁이가 뭔가를 떠올린 듯 움찔했다.
“어.”
“왜 그래?”
왜 포도 주스를 사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쳐다보는 거지.
“그, 있잖아요. 우리가 지금 까먹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잊고 있던 거?”
“우리 팬사인회 때 기억나요? 1위 후보 공약 걸었던 거, 인형탈 쓰고 명동에서 춤추기로 했잖아요.”
아. 맞다.
“…….”
다들 눈을 깜빡거렸다.
“…….”
머릿속에 빠르게 생각들이 스쳐 간다.
한여름.
바깥 날씨 33도.
통풍도 안 돼서 덥고 습한 인형탈.
인파 많은 명동.
어떤 지옥도가 펼쳐질지 머릿속으로 그리던 우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가기 시작했다.
“…….”
잠시 침묵이 이어지던 때,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단 기뻐할까?”
“그, 그래요. 형. 좋은 날이니까.”
“맞아여, 망하는 건 지금의 우리가 아니라 미래의 우리잖아여.”
필사적으로 화제를 돌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되찾았지만, 이미 우리의 머릿속에는 인형탈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 * *
다음 날.
HBS 상암 타워에 출근한 우리에게 반가운 인사들이 날아들었다.
“1위 후보 축하드려요!”
“진짜 좋겠다.”
“어때요, 1위 후보 되니까? 저희도 같이 체험해 볼래요.”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연차가 비슷한 신인 가수들이 축하한다며 말을 건네 왔다.
“감사합니다, 저희도 정말 정신이 없네요. 활동 막바지에 갑자기 1위 후보에 오르게 되어서요.”
평소보다 우리를 주목하는 시선이 두 배는 더 많았기에, 언행에 있어 네 배는 더 신경을 기울였다.
특히 1위 후보들 앞에서는 더더욱.
오늘 쇼타임에서 우리와 함께 1위 후보에 오른 선배 가수들은 걸그룹 미스티와 솔로 가수 조애나였다.
이쪽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3주 연속으로 트로피를 쓸어 간 가을소녀가 없고, 2위였던 발라드 가수 정운형도 활동을 종료하면서 쇼타임의 1위는 무주공산이었으니까.
평소였다면 3위였을 이들이 유력 1위가 된 것이다.
1위에 대한 갈망이 어떠하든, 갑작스런 행운에 다들 기뻐하는 듯했다.
그렇게 한 바퀴 인사를 쭉 돌고 돌아왔더니 진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나마 1위 후보라고 평소 때 나눠 쓰던 대기실을 혼자 쓰게 되어서 편하게 쉴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할까.
곧 있을 사전 녹화를 위해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우리는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끼며 매니저를 찾았다.
“민기 형, 실장님은 언제 온대여?”
“지금 바쁘시대.”
“계속 일하시는 거예요? 어제부터 안 보이시는데, 혹시 일이 잘 안 풀리고 있다거나…….”
“너무 걱정하진 마.”
로드 매니저가 핸드폰을 보며 웃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전해 들었는데 분위기가 좋은 것 같더라고.”
어제부터 우리의 실장님이 보이지 않았다.
말로는 영업을 뛰고 있다는데, 요 근래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운 적은 없었는데 말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출연할 만한 예능이 있었나?
무슨 예능을 만들어 오는 것도 아니고.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막내가 민기 형을 보며 물었다.
“그게 뭔지 안 알려줄 거예여?”
“확정될 때까지 함구하라고 하셨거든. 나도 알려주고 싶은데 내 선에서 얘기하기에는 좀… 저녁까지만 기다려 봐. 그때 되면 윤곽이 잡힐 거야.”
막내가 집요하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지만 매니저는 고개를 저었다.
추측하건데 실무 선에서는 이야기가 끝난 것 같고 이제 윗선에서 딜이 오가는 상황만 남은 듯했다.
과연 한 달간 공을 들인 우리 실장님의 프로젝트가 뭔지, 오늘 저녁에 듣게 될 이야기가 궁금하다.
“아, 설렌다.”
막내가 기지개를 켜면서 웃었다.
“기분이 넘 좋아여. 실장님 일도 잘 풀리고 있고, 우리도 일이 술술 잘 풀리고.”
“어제는 죽상이더니. 얼굴 폈네, 우리 막내.”
“이제 마음을 비웠거든여.”
우리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 하루 내내 형들을 쫓아다니면서 ‘우리 낼 1등 될까여?’, ‘1등할 수 있겠져?’, ‘2등은 할 수 있을까여?’하면서 귀찮게 굴었던 막내였다.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메이크업 쌤들이 마무리 화장을 해 주는 가운데, 리혁이가 진저리가 난다는 듯 혀를 찼다.
“진짜, 어젯밤에 얘 때문에 잠을 설쳤다니까요. 자고 있는데 옆에 굴러 들어와서 1위, 1위, 1위 속삭여서 무슨 귀신인 줄 알았어요.”
“어제는 그만큼 욕심이 컸거든여.”
“지금은?”
“완벽하게 마음을 비웠어여.”
내가 픽 웃으며 말했다.
“그게 비워지냐. 욕심나는 게 당연하지.”
어제 김덕순 여사와 통화하고 나도 잠을 설쳤는걸.
솔직히 욕심이 안 날 수가 없지.
무려 1위인걸.
운이 좋게 후보에 들었다고 하나, 그렇다고 1위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기대도 되고, 혹시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오늘 차를 타고 오면서 다 같이 약속을 하나 했다.
1위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고,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니 오늘 있는 시간을 즐겨 보자고.
활동을 마무리할 시점에 우리에게 찾아온 이 행운을 우리 주변 사람들과 팬분들과 누리자고 말이다.
“얘들아, 팬레터 왔다.”
“오오.”
팬매니저님이 나타나 민기 형에게 뉴블랙 에코백을 건넸다.
우리는 그 안에 든 편지를 꺼내 들었다.
색색의 봉투들.
공방을 보러 온 팬들이 보낸 편지들이었다.
“우아아…….”
팬레터를 읽는 우리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형, 이거 봐여. 어떤 분이 캐리커쳐 완전 귀엽게 그려서 보내 줬어여. 여기 버전도 여러 개 있는데, 흐하핫! 리혁이 형 피라루쿠 버전 봐여. 완전 귀엽다.”
“나도 볼래.”
“나도.”
“보지 마요, 그거 완전 나쁜 분이시네.”
“리혁이 형 홍시 버전도 있어여.”
솜씨 좋은 어느 팬분이 그려 보내 준 캐리커처에 웃기도 하고.
“저 보고 브이로그 찍는 거 어떠냐고 추천하시는데요?”
“뭐?”
“어떤 팬분이 대파나 양파 키우는 브이로그 찍어 보래요.”
“어, 괜찮은데?”
“중현이 형, 어떤 분이 사전 녹화 뜰 때마다 날씨 좀 공지해 달래요. 형이 기상청보다 나은 것 같다고.”
“왜 다들 나한테 쌀을 얼마나 쓰냐고 여쭤보시는 거지…….”
인터넷에는 언급이 적은 케이블 프로그램이지만, 우리 수플레들은 모두 시청을 한 모양인지 중현이 얘기가 많았다.
물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말들은 따로 있었다.
-얘들아, 오늘 1위 후보 된 거 축하해. 그동안 너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으니까, 부담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정말 기쁜 일이잖아.
-PS. 인형탈은 뭐 쓸 거야?
……마지막 추신은 못 본 척했다.
머릿속에서 마지막 PS를 지우고, 팬들의 마음을 음미했다.
꼭 1위를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부담 가지지 말고 오늘 편하게 무대를 하라는 우리 수플레들의 응원을 마음속에 새기면서.
다 같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똑똑.
문이 열리고 그 틈새로 인터컴을 찬 FD가 얼굴을 내밀었다.
“뉴블랙, 준비할게요.”
“네!”
힘차게 대답하면서 동생들을 둘러보았다.
“이제 수플레들 만나러 가자.”
* * *
1위 후보라는 즐거운 일로 활동을 마무리하게 되어 그런 걸까.
오늘 사녹은 평소보다 열정적인 분위기였다.
전주가 흘러나오는 동안 팬들이 우리 이름을 불러 주는 응원법도 쩌렁쩌렁하고, 그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도 평소보다 땀을 몇 배로 흘렸다.
“고생했어요.”
촬영감독님이 웃으며 말했다.
“다음 녹화까지 시간 여유로우니까. 팬들이랑 잠깐 이야기 나눠 봐요.”
평소에도 멘트 시간을 꽤 주는 방송이긴 했지만, 오늘 1위 후보가 되어서 특별히 사정을 봐주는 듯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스태프들을 보며 우리는 팬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다들 기분이 어때요?”
떨린다, 설렌다 같은 반응이 되돌아왔다.
“저희도 엄청 떨려여.”
“전 뭐 그 정도는 아니긴 한데…….”
“형, 지금 눈이 엄청 떨리고 있는 거 알져?”
“조용히 해.”
평소처럼 티격태격하는 우리 동생들을 보며 웃기도 했지만, 오늘은 특히 중현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내일 날씨!’라고 외친 어떤 분 때문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머쓱한 얼굴로 말하는 중현이의 모습에 내 기분이 좋아졌다.
얘가 말수가 막 많은 편은 아니라서, 평소 리얼리티 분량도 그렇고 다른 멤버들에 비해 주목을 좀 받지 못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 걱정을 조금 던 기분이라고 할까.
팬사인회 토크 타임 때 그랬듯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흐르고.
10분쯤 흘러가서 슬슬 세트 교체를 할 시간이 돌아오자, 마지막으로 중요한 화제를 꺼냈다.
“다들 1위 후보 공약 기억하시죠?”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내는 이들.
“저희가 한번 생각해 본 건데요. 아무래도 요즘 날씨도 덥고, 다들 불쾌지수도 높은 상황에서 길거리에 인형탈을 쓴 애들이 나타나면 안 좋은 반응을…….”
절레절레.
“그냥 저희가 인형탈 쓴 모습이 보고 싶으신 거죠?”
끄덕끄덕.
“역시, 우리 수플레가 최고다.”
자포자기한 미소와 함께 엄지를 들어 보이자, 다들 웃는다.
나도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갔다.
“사실 1위 후보 공약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건 농담이었구요.”
진심이었다.
“여러분이 보내 주신 편지를 찬찬히 읽어 봤는데, 꼭 1위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라고 해 주신 말들이 너무 좋았어요. 저희끼리야 마음을 비우고 즐기자고 했지만, 혹시 팬분들 실망시키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거든요.”
“제가 어젯밤에 봤는데 진짜예요.”
리혁이가 고자질을 하며 끼어들었다.
“옆자리에서 계속 잠꼬대를 중얼거리는 거예요. ‘어떡하지?’ 이러면서. 제가 ‘아니, 왜 그래요?’ 하니까 ‘큰일났어, 리혁아.’ 하면서 그러더라고요. ‘하늘에서 수플레가…….’.”
“중현아, 끌고 가라.”
메인보컬이 우리 팀 래퍼의 품에 끌려갔다.
“어, 전 궁금한데.”
“저두여.”
비주와 막내를 포함해 팬들도 궁금하다는 듯 아우성을 쳤지만, 난 손을 저었다.
“처음 들어 보는 얘기라서 검열에 들어가야 할 것 같네요. 이해해 주세요. 지난번에 말실수 한번 했다가 팬클럽 이름이 결정된 일이 있어서.”
그 말에 봉기를 앞두고 있던 민초들이 아 하며 납득했다.
멋쩍게 웃으면서.
세트 교체를 위해 녹화장으로 하나둘 들어오는 스태프들을 일별하며, 나는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네, 그러면 남은 이야기는 이따 방송 끝나고 미니 팬미팅에서 함께해요. 리혁이 얘기는 제가 한 번 들어 보고 이따 들려 드릴게요.”
“오늘 고생 많았어요!”
“이따 또 봐여!”
“참, 저희가 준비한 선물이 하나 있으니까, 나가신 다음에 확인해 주세요.”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웃어 주었다.
* * *
하지만 대기실로 돌아왔을 때, 놀라버린 건 우리였다.
“우와.”
꽤 높게 쌓여 있는 상자들을 보면서 눈을 휘둥그레 뜨자, 민기 형과 팬매니저님이 웃으며 말했다.
“팬들이 보내 준 도시락이야.”
“우와아…….”
“원래 서포트는 안 받기로 했는데, 오늘 같은 경우는 예외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 거기서 제일 큰 게 너희 거야.”
그렇지 않아도 뭐 먹을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은혜로운 일이…….
도시락 상자에 우리 단체화보 스티커와 ‘고생 많았어! 앞으로도 응원할게!’라고 되어 있는 글귀가 써 있었다.
우리는 감격에 몸 둘 바를 몰랐다.
“형들 이거 봐여. 도시락에서 빛이 나여.”
버터갈릭 새우구이, 전복구이, 버팔로윙, 돼지갈비찜, 그리고 메인이 되는 삼계탕과 장어구이까지.
그 호화로운 도시락을 보며 감동하고 있을 때.
“그러고 보니.”
중현이가 말했다.
“지금쯤 팬분들도 난리 났겠네요.”
* * *
방송국 바깥으로 나온 팬들은 어디론가 와 달라는 팬매니저의 안내에 한 장소로 향했다.
평소 미니 팬미팅을 하던 곳이었다.
‘뭐지?’
그곳에 도착하니 푸드 트럭 한 대가 서 있었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오늘 공방에 떨어진 팬들이 뒤이어 나타난 사람들을 반겼다.
“얼른 오세요!”
“이게 뭐예… 어?”
익숙하고 고소한 냄새.
점심시간을 앞두고 허기진 사람들의 식욕을 확 잡아끄는 냄새였다.
기름이 자글자글 튀기는 소리까지.
최근 다이어트를 결심했던 몇몇 팬들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내 가수를 볼 때와는 또 다른 설레는 기분.
실시간으로 치킨을 만들어 내는 ‘호호치킨’의 푸드 트럭에 멍하니 바라보던 이들이 감격스러움에 젖어 들었을 때.
누군가 그들에게 중대 사항을 전했다.
“그거 아세요?”
이쑤시개로 콕 치킨을 찍던 이가 말했다.
“이거 순살이에요.”
허, 하는 탄성과 함께 아까보다 더한 감동의 물결이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