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2)화 (8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2화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꾸민 로비.

그 속에서 난 한 무리의 동물을 관찰하고 있었다.

동생들이라는 학명을 지닌 동물들이었는데 주요 특징은 잘생긴 얼굴과 길쭉길쭉 뻗은 팔다리였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우와앙 하는 울음소리를 낸다는 것.

“우와아, 형들 저거 봐여.”

무리에서 가장 서열이 낮은 개체가 호들갑을 떨며 멀리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엘리베이터가 세 개나 있어여. 세 개.”

“저기 봐, 분수도 있어.”

“동전 넣고 소원이라도 빌까?”

“형, 우리가 무슨 놀이공원에 놀러 온 줄, 어… 저 아주머니가 쓰시는 청소기 완전 최신형인데…….”

그리고 이 바보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지성인은 바로 나, 선우주밖에 없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물었다.

“이게 이렇게 신기할 일이야?”

곧바로 대답들이 돌아왔다.

“네.”

“당연하죠.”

“형은 안 신기해요?”

비주마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6년 동안 다닌 곳이지만 저희한테는 신기해서요. 말로만 들었지, 대형 기획사 안에 들어와 보는 거 처음이에요.”

“그러냐. 난 그냥 졸업한 학교에 다시 돌아온 느낌인데.”

한류 열풍을 선도하는 기획사의 입구답게 근사하게 꾸며져 있었지만 내 눈에는 그닥이었다.

질리도록 많이 오기도 했고.

마지막에 그다지 좋지 않게 나왔으니 공간 자체에 대한 인상도 유쾌한 편은 아니었다.

“우와아.”

이번 우와아는 또 뭘지, 웃으면서 동생들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이내 뭘 보고 그러는지 깨달았다.

벽에 걸린 화보들이었다.

이른바 회사의 간판이라고 할 만한 수십 명의 연예인들의 사진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가장 눈에 잘 뜨이는 곳에는 단연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TNT 멤버 8인의 화보가 각각 붙어 있었다.

느끼한 미소를 짓는 한태현을 중심으로, TNT 멤버뿐만 아니라 익숙한 얼굴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아이돌이 되진 못했지만 배우, 모델, 가수 등으로 진로를 바꿔서 활동하고 있는 선후배 연습생, 그리고 동기들.

아이돌 외길 인생만을 추구한 나와는 다른 길을 가는 이들을 보며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어? 저기 빈자리 봐여, 형. 사진 새로 걸려나 봐여.”

“어디?”

“저기여. TNT 선배들 다음으로 제일 잘 보이는 곳.”

지호가 가리킨 벽 아래에 커다란 액자가 기대어 있었다.

그걸 보고 궁금해하는 동생들에게 내가 설명해 주었다.

“아마 오늘 누가 계약을 하러 오기로 되어 있을 거야.”

“네?”

“TJ에서 연예인을 영입할 때 하는 행사거든. 로비에서 만나서 화보 걸리는 거 한번 보여 주고, 그다음 사장실로 올라가서 계약서에 도장 꽝 찍고 회사 한 바퀴 투어시켜 주고. 뭐,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건데.”

“우와아.”

“아니, 대체 여기서 뭐가 신기한 거야?”

결국에는 또다시 우와아로 귀결됐다.

이제는 저 사진의 주인공이 누굴지 동생들이 호기심을 불태우는 동안, 석환 형이 방문 일지를 작성하고 돌아왔다.

“얘네는 뭘 보고 또 이렇게 신이 났어?”

“오늘 누구 계약하나 봐. 저기, 사진 준비하고 있잖아.”

“아.”

화보가 걸릴 위치를 흘깃 바라보던 석환 형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꽤 큰 계약인가 보네. 위치 보니까.”

“그치, 누굴까?”

“글쎄다. 저렇게 잘 보이는데 걸릴 만한 가수는 현재 없고, 배우일 텐데. 요즘 FA 시장에 매물이 하도 많아야지.”

그 말과 함께 석환 형이 입을 다물었다.

엘리베이터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기 때문이었다.

방송국에서 그러했듯 말을 아끼는 모드로 돌아갈 때였다.

“형.”

화보들을 빤히 바라보던 비주가 내게 물었다.

“만약에 저희 사진이 걸리게 된다면 어디쯤 될까요?”

“글쎄.”

지금 우리 급이면 걸리지 못했을 거라는 답이 혀끝에 맴돌았지만, 굳이 입밖으로 얘길 꺼내진 않았다.

동심은 지켜 줘야지.

그랬기에 웃으며 적당한 곳에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 어딘가쯤 될 거야.”

*   *   *

7층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TJ 뉴미디어 광고사업부의 회의실로 안내 받았다.

청담동이 한눈에 보이는 대회의실 벽에는 자신들이 찍은 광고가 자랑거리처럼 벽에 걸려 있었고.

우리의 앞에는 안경을 쓴 번듯한 느낌의 남자 둘이 앉아 있었다.

이번 광고를 담당하는 AE 분들이었다.

정확히 뭘 표현하는 약자인지는 모르겠는데, 한국말로 풀이하면 ‘광고 기획자’라는 뜻이었다.

이분들이 하는 일은 광고를 주문하는 광고주와 촬영을 담당하는 프로덕션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담당하고 전반적인 광고 제작을 감독하는 것이다.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PD가 하는 일과 같다고 할까.

그런 유사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째 다들 눈이 퀭하거나 충혈되어 있었다.

오른쪽에 앉은 남자, 김 과장이 멋쩍게 웃었다.

“몰골이 말이 아니죠? 더 멀끔한 모습으로 뵀어야 하는데, 얼마 전 PPM 준비 때문에도 그렇고. 일정이 빠듯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공감이 되는 상황이라 우리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곧바로 미팅이 시작됐다.

“이건 광고 컨셉에 관한 내용이고요. 뉴블랙분들이 중점적으로 보셔야 할 건, 지금 드리는 광고 콘티예요.”

대리님이 콘티를 나눠 주는 동안, 김 과장님이 말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 광고는 TV로 온에어되는 게 아닙니다. SNS 플랫폼을 중심으로 배급을 할 텐데, 미튜브 영상 보시기 전에 나오는 그런 광고들 아시죠?”

“네, 알아요.”

“그런 쪽으로 진행될 거예요.”

곧 내 자리에 콘티가 올라왔다.

갓 인쇄돼서 따끈따끈한 종이 위에 적힌 ‘광고 모델 – 뉴블랙’이라는 문구를 보니 왠지 모르게 흐뭇했다.

그리고 광고 대행사, 프로덕션, AE, AD, PD, CD, CW 등 수많은 직책과 이름이 적힌 콘티 마지막에 이름 하나가 눈에 확 띄었다.

광고주 - KG 인터내셔널

이번에 우리가 모델이 된 교복 브랜드 ‘에버드림’을 소유한 회사였다.

지난번에 광고주 분들과 미팅을 하기 전에 미리 검색을 해서 알아본 결과, 대기업인 KG그룹에서 종합상사 역할을 하는 회사였다.

원자재 무역, 의류, 호텔 운영 등 사업 분야가 굉장히 다양했는데, 우리는 그중에서 의류 사업부에서 진행하는 교복 브랜드의 모델이었다.

물론 매출에 있어서 약소한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였지만 우리 입장에선 대기업이란 이미지 때문에 은근 부담스러웠다.

그런 까닭일까.

콘티를 한 장씩 신중하게 넘기는 동안 대행사 측이 해 주는 설명을 한마디도 빼먹지 않고 집중해서 들었다.

“광고주께서는 그간 브랜드가 지니고 있었던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길 원하세요. 저희가 조사한 결과, 실제로 에버드림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가 대부분 ‘부모님이 골라 주는 교복’, ‘올드함’이었거든요. 그런 선입견에 벗어나기 위해 이번 광고는 지금까지와 달리 색다른 컨셉으로 선보일 거예요.”

그가 설명을 이었다.

“광고의 핵심 타깃이 10대 청소년들인 만큼, 무조건 멋지고 근사하게만 나오는 진부한 CF와는 다르게 갈 겁니다. 드라마타이즈 컨셉으로 그 안에 재밌는 내용을 담는 식으로요.”

“드라마라면 스토리가 있는 건가요?”

“예, 일반적인 광고와는 좀 다르죠. 한편의 짧은 영화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드라마처럼 스토리가 있는 광고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확실히 재미있을 것 같은 컨셉이긴 하다.

문제는 그걸 소화하는 우리의 역량인데.

이 자리에서 연기를 제대로 배운 사람은 지호밖에 없었던 탓에, 나는 조금 걱정스러운 질문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혹시 감정 연기가 필요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왼쪽에 앉은 대리님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저희 쪽에서도 여러분이 신인인 걸 충분히 고려해서, 본격적인 연기가 요구되는 씬은 한두 개 정도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모두 일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이고요. 어디까지나 목표는 광고지, 드라마가 아니니 그 부분에 관해선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다만, 준비를 많이 하실수록 현장에서 감독님과 광고주께서 발휘할 수 있는 재량이 커진다는 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어려운 걸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기왕이면 준비를 겁나 빡세게 해서 와 줬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석환 형이 책임자로서 대신 대답했다.

“예, 걱정 안 하시도록 단단히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콘티를 넘기기 시작했다.

뭔가 신기하다.

방송 활동을 하면서 예능에 쓰는 대본 등은 봐 왔는데 이건 완전히 다른 종류였기 때문이다.

직관적으로 바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만화처럼 그려져 있었다.

장면 하나하나마다 ‘#1’ 같은 식으로 구분을 해 놓고, 거기에 지문으로 어떤 대사가 필요한지 쓰여 있었다.

보고 있다 보면 광고가 머릿속으로 그려질…….

잠깐만.

이거 뭔가 내용이 좀 특이한데.

눈으로는 쉽게쉽게 보고 있는데 머릿속으로 이게 뭔 내용이지 하면서 입력이 잘 안 되는 느낌이었다.

병맛이라거나 망가지는 내용은 아니었는데, 교복 광고 하면 떠올릴 만한 전형적인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재가 굉장히 특이한걸.

“특이하죠?”

상대측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저희도 경쟁 PT를 준비하면서 여러 아이디어를 제공해 드렸는데, 광고주 측에서 이걸 고르실 줄은 몰랐어요.”

그럴만했다.

보수적으로 유명한 대기업이 이런 내용의 광고를 골랐다는 거니까.

내용을 다시 살펴본 후에 물었다.

“그러니까, 콘티에 있는 얘네가 마법사라는 설정인 거죠?”

“네, 마법학교 학생들의 이야기. 그게 이번 광고의 컨셉이에요.”

본격적인 미팅에 들어가기 전에 한번 쭉 살펴보라는 말을 들으며, 콘티를 차분히 넘겼다.

조용한 회의실에 종이 넘기는 소리가 울린다.

광고 내용은 간단했다.

마법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마법을 배우다가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짧게 그린 내용이었다.

특히 초반 도입부가 인상적이었다.

미튜브에 광고로 올라오면 잠깐 동안 스킵 버튼에 손을 올리려다 멈칫하게 될 만한 내용이라고 할까.

가볍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처음에 그 내용을 편하게 훑어보던 우리의 눈빛이 점점 진지해졌다.

나 역시도 집중해서 살피는 중이었다.

한번 쭉 봤다가, 거꾸로도 한 번 훑어보고. 대충 어떤 내용일지 머릿속으로 그리며 감을 잡는 동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뭔가 느낌이…….

“어떠세요?”

광고 내용이 어떠냐는 AE의 물음에 우리가 다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낱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종이가 살랑거리는 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모두 시선을 돌렸다.

창가에 들어오는 햇살을 배경으로.

우리 막내가 굉장히 낯선 표정으로 콘티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처럼 생각 없이 헤벌레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진지한 얼굴로.

중요한 시험을 보며 OMR 카드를 몇 번이나 체크하는 사람처럼 지문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그걸 살펴본다.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다.

왠지 방해하면 안 될 듯한 분위기라서 회의실에 있는 이들이 그게 끝나길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지호가 마침내 첫장을 다시 덮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 모습에 두 AE가 아까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어떠세요?”

“재미있긴 한데여. 이거…….”

곰곰이 생각하던 막내가 마침내 입술을 떼고는, 우리가 느꼈던 바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했다.

“광고로 두기엔 너무 아까운 것 같아요.”

*   *   *

지호가 했던 그 말이 광고 기획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극상의 칭찬으로 들린 모양이었다.

그다음부터 분위기가 확 밝아져서 우리는 화기애애한 공기 속에서 미팅을 마칠 수 있었다.

“예, 그럼 촬영일에 뵙겠습니다.”

서류를 정리하며 각자 떠날 채비를 하고 있을 때.

소매 단추를 풀며 숨을 돌리던 과장님이 할 말이 있다는 듯 다가왔다.

“참, 이건 노파심에 미리 말씀을 드리는 건데요.”

“아, 네.”

누가 듣는 것도 아닌데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이번에 KG인터내셔널 측에서 임직원분들이 바뀌시면서, 사업 부문에 대해 많이 검토를 하시는 것 같아요. 여러 부분에 대해서 꼼꼼히 살펴보시는 분위기였거든요. 특히 이번 광고 맡은 담당자 분이 열정이 대단하셔서, 디테일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위치상 말을 아끼는 듯했지만, 완곡하게 돌려 말하는 내용을 풀이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저쪽 회사 수뇌부가 라인업이 바뀌어서 지금 하는 일이 돈이 되는지, 잘 굴러가는지 살펴보고 있다.

그것도 겁나 빡세게.

그 분위기 때문에 광고 담당자도 사소한 거 하나하나 신경이 곤두서서 난리를 치고 있으니 너희도 조심하라는 이야기였다.

석환 형과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 준비할게요.”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미팅을 마치고 우리는 회의실을 나왔다.

혹시 분실할까 봐 콘티는 모아서 석환 형에게 건넸는데, 우리 막내는 굉장히 아쉬워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으아아, 넘 재밌었는데.”

“그렇게 재미있었어?”

“형들도 그런 생각하지 않았어여? 저 완전 집중해서 봤는데.”

그랬었지.

아까 봤던 장면을 떠올리니 기분이 좀 이상하다.

맨날 헤헤헷 하고 다니는 우리 애가 갑자기 조용해져서는 콘티를 뚫어져라 살피고 있는 장면은 너무 낯설었으니까.

“저 보면서 막 이것저것 상상했거든여. 뒤에 덧붙일 만한 얘기가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약간 프롤로그 느낌?”

“그랬나. 난 그냥 재미있다 하는 정도였는데.”

내 감상에 다른 동생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광고로만 두기에는 소재가 아깝기는 한데, 뭐 그 정도까지인지는 잘 모르겠던데.”

“저도요. 그냥 해리포터 짝퉁 아닌가.”

“난 뭔 내용인지 아직도 모르겠더라. 재밌긴 했는데.”

“아, 답답해. 이거 되게 뭔가 있는 느낌인데…….”

무지한 형들이 답답하다는 듯 우리 막내님이 말할 때였다.

광고대행사 사무실을 나와 로비로 나왔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데스크에 있던 직원들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앞에 사람들이 모여 시끌시끌 떠들고 있었다.

“대박이다. 진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생겼지?”

“오늘 그럼 계약이 된 거야?”

“그런 것 같은데, 이사님이 지금 쭉 데리고 다니면서 회사 내부 안내해 주는 거잖아.”

우리가 왔을 때만 해도 덤덤한 얼굴로 왔냐 하던 직원들이 지금은 눈을 반짝거리며 속닥거리고 있었다.

심지어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까지 나와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우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왔나?”

“아까 1층에서 화보 걸려고 했던 그 사람 아닐까요.”

“아.”

그 사람인가 보네.

처음에는 사람들이 다시 해산될 때까지 기다릴까 했는데, 다음 스케줄 시간을 고려해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할 때였다.

몰려 있는 사람들의 뒤로 반쯤 돌아갔을 때, 눈앞에 보이는 인물의 모습에 우리도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우와아.”

오늘 들어 열세 번째 듣는 우와아였다.

이번에는 그럴만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인사하고 있는 인물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톱스타 중 하나였으니까.

배우 이견우.

작년에 퓨전 사극에서 공주를 사랑하는 호위 무사로 나와서 빵 떴다가, 올해 초에는 초능력을 지닌 화가라는 인생 배역으로 한류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였다.

거의 매일 연예면에 얼굴을 비추었던 인물이다 보니 우리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거기다 외모까지.

“와…….”

근래 저 정도로 잘생긴 사람은 처음 봤다.

머리도 엄청 작고, 눈코입이 비현실적으로 붙었다고 해야 하나.

TV는 진짜 실물을 못 담는가보다 싶었다.

하지만 그 감탄도 잠시뿐.

이견우의 옆에 있는 사람의 모습에 뒤통수를 긁적였다.

저 사람도 있었구나.

명품 정장을 걸치고 금테 안경을 걸친 차분한 인상의 중년 남자.

TJ 엔터를 떠났을 때, 내게 데뷔조 방출 통보를 알렸던 한영준 총괄이사였다.

나쁘게 헤어진 기억은 아니었지만 괜히 묘한 기분이 든다.

중현이가 물었다.

“아는 분이에요, 형?”

“응.”

“인사를… 어, 좀 힘들겠네요.”

인사라도 하고 갈까 했는데 둘러싼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 것 같았다.

내 존재를 알리겠다고 저 백화점 바겐세일 현장 같은 인파를 헤집고 들어가는 것도 좀 그렇고.

“다음 스케줄 늦겠다. 얘들아.”

“네, 실장님.”

인사 타이밍을 기다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복도를 빙 돌아서 지나갈 때였다.

인파 속에 있던 누군가 우리를 발견했는지 먼저 불렀다.

바로 한류 스타 이견우였다.

“어? 뉴블랙이죠?”

저분이 우릴 어떻게 알지?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하려고 할 때였다.

그 옆에서 한영준 이사가 나를 알아보고 눈을 크게 떴다.

“……선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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