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4화
8월 초.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가운데, 스튜디오는 에어컨 덕에 서늘한 공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촬영 현장에 있는 스탭들은 왠지 모를 열기를 느꼈다.
“미쳤다, 얘네.”
“저 신인 화보 촬영하면서 이렇게 빨리 진행되는 거 처음 봐요. 이래도 되는 거 맞아요?”
“근데 척 봐도 보이지 않아요? 찍었다 하면 죄다 A컷에, 못해도 B컷이잖아요. 포토그래퍼도 아쉬워하고 있고요.”
스튜디오 세트장은 학교처럼 꾸며져 있었다.
실제 교실을 그대로 본 딴 것처럼 책상, 의자까지 꼼꼼하게 소품이 준비된 곳.
곧바로 수업을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현실감이 넘쳤다.
하지만 그곳에 서 있는 이들의 외모는 현실감이 없었다.
“와…….”
“어쩜 얘네는 다들 이렇게 생겼지?”
“원래 저기가 배우 소속사라잖아요.”
“저 얼마 전에 잡지 화보 촬영하면서 이견우 실물로 봤는데, 둘이 비교해도 크게 안 꿇리는 거 같은데요?”
“에이, 그건 오버다.”
하지만 뉴블랙 멤버들이 빼어난 미모를 지녔다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오케이! 좋아, 좋아. 하늘 보고! 그렇지!”
처음에는 말수가 적었던 포토그래퍼도 지금은 신이 나서 디렉팅을 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광고 촬영 현장은 모델을 띄워 주는 편이다.
그래야 광고 모델이 더 편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추임새에 진심이 듬뿍 담기고 있었다.
“좋아! 좋아!”
그 결과 나온 사진은 절로 탄성이 나오는 것들이었다.
“저기 봐요.”
누군가 옆 사람을 쿡 찔렀다.
“광고주 저 사람, 여기 오고 나서 웃는 거 처음 봐요.”
“웃기도 하는구나.”
“웃을 만하죠. 나 같아도 모델 잘 고른 거 같아서 뿌듯할 것 같은데.”
수군거리는 가운데, 개인 컷이 끝날 때마다 현장 사람들은 모니터 앞에 모여 사진을 감상했다.
신발 한 짝을 손에 들고 장난스런 미소를 짓고 있는 왕지호.
안경을 쓴 채 차분한 얼굴로 책을 읽는 서리혁.
옆구리에 축구공 하나를 끼고 다른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씩 웃는 김중현.
꽃가루를 날린 뒤 그걸 보며 환한 미소를 보이는 김비주.
그야말로 A컷의 향연이었다.
혀를 내두르던 프로덕션 직원 하나가 흡족하게 웃고 있는 매니저에게 말을 걸었다.
“실장님. 이 친구들은 무슨 모델 하다 왔대요? 포즈 취하는 게 보통이 아닌데?”
“자기들끼리 연습을 많이 했어요.”
“누가 붙어서 가르친 게 아니에요?”
“예, 멤버들끼리 해 본다고 해서 내비 뒀습니다. 연기 쪽과 달리 이쪽은 저희가 코칭할 스태프도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멤버 중에 표정이랑 포즈 가르쳐 주는 선생 같은 애가 있거든요.”
“그게 누군데요?”
윤석환 실장이 웃으며 답했다.
“곧 나올 겁니다.”
그 말에 스탭들은 누군가 한 명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얘네 5인조였죠.”
“누구 남았지? 아! 여기서 제일 잘생긴 친구 있었잖아요. 그중에서 제일 눈에 확 띄었던 그… 은하 맞나?”
“우주예요, 우주.”
“이제 나올 시간이 된 것 같은데. 분장 시간이 은근히 걸리네요. 다른 애들은 보통 이쯤이면 끝났잖아요.”
이윽고 분장실 문이 열리고 선우주가 걸어 나오자, 모두 그 딜레이의 원인을 눈치챘다.
‘제대로 삘 받으셨구나, 메이크업 쌤.’
그럴만했다.
풀 메이크업을 마치고 돌아온 선우주의 얼굴은 놀랄 만큼 달라져 있었다.
눈코입은 똑같았지만 인상이 확 다르다고 할까.
메이크업이 없을 때는 곧고 번듯한 이미지였는데, 화장을 하고 나니 이목구비가 굉장히 수려해졌다.
“아까, 이견우랑 실물 비교해서 안 꿇린다고 한 사람 누구였죠?”
“나.”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소소한 웃음이 도는 가운데 선우주가 동생들에게 둘러싸였다.
그가 우아아 하면서 폰카로 찰칵거리는 동생들을 위성처럼 달고 걸어왔다.
그 모습에 스탭들이 웃었다.
“최근에 촬영장 분위기 이렇게 좋은 거 오랜만이네요. 처음에 옷 입고 올 때부터 예상을 했어야 했는데.”
그때, 누군가 걱정된다는 듯 물었다.
“근데 괜찮을까요? 화장이 잘 먹기는 했는데, 저러면 얼굴이 너무 눈에 띄어서 교복이 눈에 안 들어오잖아요.”
“그러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외모가 튀는 건 좋지만, 광고 제품보다 튀는 건 지양해야 할 일이었다.
광고주와 대행사 측도 그 때문에 걱정하는 듯했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자 모두 평정심을 되찾았다.
‘자세를 기가 막히게 잡네.’
모델이 스스로 돋보이려고 하는 포즈가 아니라 교복을 입은 태가 잘 부각되도록 움직이고 있었다.
그 첫 컷을 찍었을 때였다.
누가 봐도 A컷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때.
“아!”
포토그래퍼가 짜증난다는 듯 비니 속에 손을 넣어 머리를 긁적였다.
“왜 저러지?”
“괜찮았는데…….”
이윽고 그 원인이 밝혀졌다.
포토그래퍼가 아이돌 멤버의 팔을 붙잡고 시계를 팡팡 치기 시작한 것이다.
“우주야, 이런 이상한 시계는 빼고 나와야지. 사진 다 망쳤잖아.”
“엇, 깜빡했어요.”
“아으… 사진이 A컷인데 시계가 이래 버리면…….”
“죄송합니다. 제가 군대에서부터 맨날 차고 있던 거라서…….”
문제는 선우주가 차고 있던 시계였다.
끈이 해져서 덜렁거리는 낡은 디지털시계.
첫 사진이 어지간히 잘 뽑힌 모양인지 포토그래퍼는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한편, 다시 이어진 촬영은 성공적이었다.
멤버들에게 자세나 표정을 가르쳐 줬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포즈 하나 하나가 살아 있었다.
사소한 동작이나 표정에도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 현장 스탭들에게도 생생히 전달되어 왔다.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던 광고주는 이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굉장히 적게 찍네요. 이따 단체컷까지 찍고 나면, 역대급으로 일찍 끝날 수도 있겠는데요?”
그 말에 모두가 기대감을 품을 때, 어느덧 개인컷 촬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자, 그럼 광고 컨셉 ‘즐거운 학교생활’에 가장 어울리는 느낌으로 가자. 아무거나 네가 자유 포즈로 해 봐.”
“소품 써도 되나요?”
“아무거나 가져다 써.”
책가방을 하나 집어 온 선우주가 한쪽 어깨에 걸쳐 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날 나온 최고의 컷이었다.
“됐어! 수고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탭들이 가볍게 손뼉을 쳐주는 동안,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하던 선우주에게 KG인터의 우희선 팀장이 다가갔다.
만족스럽게 웃던 그녀가 질문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찍을 때 왜 그런 포즈를 했어요?”
“광고 기획서 보고 저희끼리 연구를 많이 했거든요. 컨셉이 ‘즐거운 학교생활’이라서, 이걸 어떤 식으로 전할지 고민을 하다가 미리 구상한 거였어요.”
이어진 대답은 자리에 있는 모두를 납득시키기에 충분했다.
“학교 다니면서 제일 신이 날 때가 학교 끝났을 때잖아요. 그래서 책가방을 챙기는 포즈를 시도해 봤어요.”
이윽고 동생들에게 다시 둘러싸인 선우주가 대기실로 돌아갈 때.
TJ뉴미디어의 김 과장이 윤석환 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기대 이상이네요. 이 정도로 잘할 줄 몰랐는데. 특히 우주, 그 친구는 표정이 범상치가 않던데요.”
“예, 진짜 많이 연습했어요.”
“원래부터 표정 연기가 잘되는 친구인가요?”
“예, 뭐 연습을 한 것도 있고. 여러 요소가 있는데…….”
뉴블랙 멤버의 뒷모습을 쫓던 윤석환의 눈동자가 이내 부드럽게 휘어졌다.
“제 생각에는 그냥 교복을 입어서 신이 난 것 같네요.”
* * *
나는 기분이 좋다.
몹시 좋다.
최근에 이 정도로 기분이 좋았던 건 오랜만이다.
그동안 연습했던 걸 쏟아부을 때 느끼는 쾌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의상의 영향이 컸다.
찰칵-
눈두덩이에 브이를 한 손가락도 올려도 보고.
찰칵-
타이머를 맞춰 두고 양손 꽃받침도 해 보고.
찰칵-
중딩 시절 유행했던 소위 얼짱 각도도 해 보고.
“참, 별걸 다해요. 다해.”
“시끄러워.”
“교복 입은 게 그렇게 신나요?”
“너 같은 급식은 모른다. 이 기분.”
“알고 싶지 않아요. 그런 느끼한 표정으로 사진 찍는 기분.”
“꼬옥, 한마디를 안 져요. 아주.”
리혁이를 흘겨보며 셀카를 다시 한 방 찍었다.
그 타이밍을 노려 막내가 풀썩 내 옆에 앉았다.
“저 형 버리고 저랑 같이 찍어여, 형.”
“오냐. 중현이도 이리 올래?”
“전 나중에 찍을래요.”
“그럼, 우리 둘만 찍을까?”
막내랑 간만에 꺄르르 웃으며 사진을 찍어 댔다.
자세도 바꿔 보고, 표정도 바꿔 보고.
서로 손가락질도 해 보고.
세상일 참 모른다더니.
내가 고등학교 때도 안 해 본 우정사진 체험을 스물두 살 먹고 열일곱짜리랑 할 줄이야.
“아주 나잇값 잘한다, 잘해. 사진전 열어도 되겠어요.”
“쟤 오늘 따라 왜 저렇게 삐딱하니.”
“감정 잡는 중이에요. 시크한 이미지를 해 달라고 해서.”
“리혁아, 재수 없는 거랑 시크한 건 다른 거야. 시크한 건 이런 거지.”
내가 시크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리혁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중현이가 눈을 깜빡였다.
“오, 잘한다.”
그에 질세라 막내도 보란듯이 따라 했다.
중현이가 또 감탄했다.
“지호도 잘하네.”
“좀 조용히 해 주세요. 나 감정 잡아야 돼요.”
우리 미운 열여덟 살은 다시 ‘미움 받을 용기’를 펼치고는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와 지호는 얼굴을 맞대고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짙은 군청색 재킷에 빨간 넥타이를 맨 두 아이돌이 웃으며 찍은 사진이 한가득이었다.
“형, 이거 우리 프사로 할까여?”
“너만 잘 나온 거잖아. 이건 어때.”
“형만 잘 나왔잖아여. 저는 무슨 못생긴 호빵처럼 나오고.”
“너 이렇게 생겼어.”
“…….”
“어디 가냐, 아유, 우리 막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지.”
흥, 하며 일어나려는 녀석의 팔을 붙잡아 앉혔다.
다시 앨범을 바라보면서 지호랑 한창 수다를 떨 때, 노크를 하고 들어온 민기 형이 나머지 셋을 불렀다.
“너희 세 명 단체컷 들어간대.”
“네!”
잘하고 오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다시 텅 빈 분장실에 홀로 남아, 방금 찍었던 사진을 다시 확인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얘는 한참을 안 오네.
화장실 갔다 온다고 할 때 누굴 챙겨 보냈어야 하나. 코앞에 있는 데라서 그냥 보낸 거였는데.
하여간 이놈의 길치.
전화를 걸려고 할 때, 문이 달칵 열렸다.
“아, 오른쪽이요? 고맙습니다.”
밖에 있는 누군가에게 감사 인사를 하던 비주가 핸드폰을 들고 들어왔다.
그러곤 나를 비춘다.
저화질인 걸 보니 핸드폰 동영상을 찍는 모양이었다.
“뭐 찍어?”
“아, 팬분들에게 촬영장 보여드릴 겸해서 이것저것 찍고 있어요.”
온화한 미소를 짓던 우리 애가 내 옆에 앉았다.
“비주야, 너 교복 입으니까 되게 반장 같다.”
“어, 저 반장이었어요.”
“진짜?”
“네, 여러 번 해 봤는데.”
“어쩐지.”
그런 태가 난다.
학교에서 보면 그런 애들 있잖아.
남자앤데 조용조용하고 자기 할일 착실하게 해서, 1학기 때는 조용히 있다가 2학기 되면 반장으로 뽑히는 상이 바로 우리 애였다.
폰카를 향해 이런저런 미소를 보이는 비주에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찍고 있는 건 테마가 뭐야?”
“음…….”
고민하던 녀석이 대답했다.
“타임캡슐은 어때요?”
“타임캡슐?”
“네, 나중에 우리가 더 나이 먹었을 때 돌려보는 그런 용도로.”
“10주년 팬미팅 그런 데서 나오는 거?”
“네, 그런 거요.”
“좋네.”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뉴블랙 우주입니다.”
“와아아.”
비주가 한 손으로 다른 손등을 치며 오디오를 채워 줬다.
그리고 정적.
“근데 이거 타임캡슐이면 언제 오픈하는 거야?”
“글쎄요, 저희가 이십 대 후반?”
“야, 니네가 이십 대 후반이면 난 서른이야.”
비주가 빵 터져서 웃는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끅끅대면서까지 웃던 비주가 카메라를 다시 비췄다.
“음, 그럼 일단 교복을 입은 소감을 말해 주세요.”
“안녕, 미래의 나와 동생들. 난 지금 교복을 입어서 몹시 신이 나 있어. 오늘 기분 정말 좋네.”
“얼마나 좋아요?”
“음, 누군가 큰 잘못을 해도 용서해 줄 만큼?”
“오오…….”
눈을 크게 뜨는 비주에게 물었다.
“비주야, 이거 타임캡슐 컨셉이면 좀 진지한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럼 덕담 한마디 해 주세요.”
“흐음, 뭐 하지. 잠깐만.”
아.
“지금 고등학생인 우리 동생들에게 남길래. 리혁아, 지호야. 보고 있니? 형이야. 내가 그때 너희한테 말했지. 학교생활이 제일 아름다울 때라고. 지나간 시간 정말 소중한 거라고 했는데, 봐. 너희는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어. 내 말 안 들은 거 지금 후회되지? 엄청 슬프지?”
“형, 그게 무슨 덕담이에요.”
하얀 치열이 드러나는 웃음을 비주가 손으로 가렸다.
“이건 어떠세요, 형? 학교 이야기 나온 김에 학생인 팬들한테도 메시지를 남기는 거예요.”
“팬분들?”
그럼 얘기가 달라지는데.
“음, 팬분들…이면. 어, 안녕하세요. 수플레. 우주예요.”
“형, 갑자기 톤이 달라지네요.”
꿋꿋이 무시하며 화면에 비치는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 갑자기 우리 수플레한테 이야기를 하려니 주제가 달라지네요. 방금 제가 동생들한테 했던 얘기는 무시해 주시고요. 어, 학교 열심히 다니고 있는 우리 수플레들 정말 최고예요.”
작위적인 엄지에 비주가 웃었다.
“방금 동생들한테 그런 얘기를 한 건, 쟤네가 학교를 가는 날이 드물거든요. 가수 활동을 하다 보니 어떤 때는 거의 안 나가기도 하고. 그래서 학교생활 좀 소중히 여기라고 한 거였어요. 동생들한테는 방송국이나 촬영장이 일상이고, 학교가 특별한 공간이라서요.”
하지만.
“지금 학교를 다니거나, 혹은 미래에 이걸 보게 될 팬분들한테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학교생활 힘드시죠?”
웃으며 말했다.
“주변에선 마냥 그때가 제일 좋네, 어쩌네 하겠지만 아마 지금 학교 다니는 분들은 힘드실 거예요. 즐거울 때도 있지만, 맨날 즐거운 건 아니잖아요? 친구 관계도 복잡하고, 시험도 많고. 이것저것 많고.”
솔직히 학교생활이 어떤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중학생 때부터 이미 연습생이었고, 본격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던 때는 이미 자퇴를 해버린 뒤라서.
하지만 사람 사는 데는 어딜 가든 다 비슷한 거니까.
내 연습생 시절에 비추어서 우리 팬들의 학교 생활이 어떨지 상상하며 말을 했다.
“그래서, 고생한다, 또는 고생했다 하는 얘기를 드리고 싶네요. 긴 터널을 지나는 거랑 비슷하잖아요. 미래에서 이걸 보고 있을 수플레들에겐 조금 더 고생해 달라고 말해 주고 싶고, 그리고 긴 시간을 지나온 우리 수플레들에겐 잘 버텨줘서 고맙단 얘기를 하고 싶네요.”
“…….”
“비주야, 어때. 나 잘했지?”
그런데 비주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뭔가 머뭇거리듯이.
마치 할 말을 해야 하는데 못하겠다는 듯 울상을 지었다.
“아, 어떡하지…….”
“왜 그래?”
“형, 방금 기분이 좋아서 뭐든 다 용서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근데 왜?”
“형, 이거요, 저는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에…….”
비주가 반쯤 죽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라이브 방송이었어요. 형.”
“뭐?”
비주가 화면을 톡 누르자, 그동안 가려져 있었던 채팅창이 위로 떠올랐다.
* * *
‘야!’ 하는 고함이 분장실을 쩌렁쩌렁 울리는 가운데.
화면 속에서 김비주를 구박하는 선우주를 보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푸하하하!”
바로 손에 핸드폰을 쥐고 있는 멤버와 매니저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