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0화
감독님이 원하는 건 간단했다.
“좀 더, 연기를 구체적으로 해 보자. 단순히 광고 콘티에 나오는 배역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너희가 정말 그 상황에 처했다고 상상을 해 보는 거야. 실제로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감정을 느낄지. 그걸 담아서 말이야.”
“…감정 연기요?”
“무리한 부탁처럼 보이겠지만 이거, 잘하면 퀄을 끝내주게 뽑을 수 있을 것 같거든.”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쏙 내려갔다.
마지막 말 때문에.
비록 연기를 배운 적은 없지만 좋은 기회를 주겠다는데 놓칠 수는 없었다.
못하더라도 일단은 잡고 봐야지.
아니. 잘해야지.
“…형, 괜찮을까여?”
막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감정 잡고 연기하는 건 우리 연습 안 했잖아여. 시간이 주어지면 모르겠는데…….”
“알아, 어렵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한 번 해 보자.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 건데 허공에 날릴 순 없잖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살려 봐야지.”
“그러면…….”
지호가 강당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촬영 중인 다른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삼십 분 정도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최대한 속성으로 감정 연기 알려 드릴게여.”
곧바로 강의가 시작됐다.
“일단 한 번 서 보세여.”
“어떻게?”
“편하게여.”
“서 있는 게 편한 사람도 있나.”
“말대꾸하지 말구여. 지금 시간도 없는데.”
“…….”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편한 자세로.
“이제 저랑 아이컨택 해 봐여.”
“이렇게?”
“네, 그 상태로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 봐여.”
내가 아끼고 애정하는 사람들이라면 몇 명이 안 된다.
우리 김덕순 여사. 석환 형.
그리고…….
“뭐야.”
막내가 눈매를 좁혔다.
“떠올린 거 맞아여? 아까랑 똑같은데.”
“왜 똑같겠냐.”
“역시. 전 알고 있었어여.”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제가 제일 귀엽고, 사랑스럽고 그러잖아여.”
“귀엽긴 하지.”
“그져?”
“울면서 떡볶이 먹을 때 귀엽더라.”
“…….”
나를 째려보던 막내가 다시 선생님 모드로 돌아갔다.
“보통 감정을 잡고 연기한다고 생각하면 몸에 힘이 쫙 들어가 거든여. 동작도 부자연스러워지고. 그러니까 선역이든 악역이든 상관없이, 감정 섞인 대사를 칠 때는 이런 식으로 몸을 푸는 게 중요해여.”
“음, 된 것 같아. 다음 단계는 뭐야?”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여. 이건 연기 이론이니까 넘기구, 초보자 선에서 할 만한 건…….”
잠시 고민을 하던 막내가 뭔가를 떠올린 듯했다.
“써 먹을 만한 꼼수가 두 가지 있어여.”
“뭔데?”
“본인이 살면서 겪었던 일 중에서, 대본에 적힌 거랑 가장 비슷한 상황을 떠올리는 거예여.”
“비슷한 상황이라…….”
글쎄.
사라진 교복 재킷을 찾아 돌아다니다 강당에서 그걸 품에 든 전학생이 마주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
그런 상황이 있을 리가 없잖아.
애초에 일반적인 상황도 아니고.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비슷한 게 없었다.
“두 번째는 뭐야?”
“이건 더 난이도가 있는 건데여. 자기가 그 상황에 처했다고 상상을 하는 거예여.”
“그게 연기 아냐?”
“아니에여, 제가 말하는 ‘자기’는 배역이 아니라 형을 말하는 거예여.”
“나를?”
“그니까 보통 연기를 할 때, 배우들은 내가 배역이 된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하거든여. 이 배역이라면 저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거여. 근데 제가 말한 방법은 배역이 아니라 형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거예여.”
“아, 이해했어.”
반장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기분을 느낄지 생각하지 말고, 그 자리에 나 선우주를 넣어 보라는 거였다.
“두 번째 걸로 한번 해 볼게.”
“넵, 그럼 우리 한 번 연습해 볼까여?”
눈을 빛내는 동생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요새 키가 좀 자랐나?
평소에는 한없이 어리게만 보이던 동생이 지금은 그 누구보다 든든하게 느껴졌다.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아까처럼 상황에 맞는 동작이나 표정을 구사하는 데 집중하는 대신, 이번에는 나에 대해 집중했다.
내가 만약에 저 상황이라면 어떤 감정을 느낄지, 어떤 생각을 할지. 그런 포인트에 집중하면서 대사 하나하나마다 감정을 색칠했다.
그러는 한편, 앞에서 가이드를 잡아 주는 지호의 감정 연기를 보면서 감탄했다.
우리 애 혹시 천재 아니야?
연기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여간 잘하는 게 아니었다.
아까처럼 피상적인 연기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감정을 담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캐릭터가 달라 보였다.
정말 ‘전학생’이라는 극중 인물과 대화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그 자연스러움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편으론 배신감도 느껴졌다.
이렇게 잘하는 애가 자긴 연기도 못하는 것 같다고 막 울고 그랬다니.
얘야말로 자기 객관화가 안 되는가 싶다.
절대적으로 연습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만큼 해낸다는 건 재능이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리딩이 끝나고 내가 감탄을 담아 말했다.
“우리 막내 엄청 잘하네.”
“삼 년이나 배웠잖아여. 당연히 잘해야져.”
“아냐, 이건 배워서 잘하는 게 아니야.”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막내에게 칭찬을 건넸다.
“너 진짜 재능 있다니까.”
“…고마워여.”
근데 막내는 영 마뜩잖은 표정이었다.
자잘한 칭찬에도 방방 뛰는 녀석이 왜 그러나 싶었는데, 웬 쌩뚱맞은 질문이 되돌아왔다.
“형, 근데 진짜 연기 처음 하는 거 맞아여?”
“왜?”
“아녀, 형이야말로 뭔가 있는 거 같은데…….”
“아닐 거야.”
짐작 가는 바는 있었다.
감정을 전달하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표정.
내게 동작을 모방하는 능력이 있으니, 표정 연기도 잘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감정 전달도 더 잘된 거겠지.
오해하는 막내를 보며 웃을 때였다.
“다음 씬, 준비 들어갈게요!”
“네!”
다시 강당 중앙을 향해 걸어갔다.
보조 출연자들 틈바귀에서 들어오는 동생들은 진이 빠진 얼굴들이었다. 처음 하는 연기라 부담이 컸던 모양이었다.
멤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교대했다.
조감독님과 동선 체크를 다시 하고, 우리 둘이 스탠바이를 기다릴 때였다.
“형.”
“응?”
지호가 마른침을 삼켰다.
“저 잘할 수 있을까여?”
“왜 네가 걱정을 하냐. 오히려 내가 걱정을 해야지.”
막내를 토닥이며 말했다.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최근에 이렇게 연기 잘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
“에이.”
“진짜야. 내가 리혁이도 걸고 말할 수 있다.”
“설득력이 없잖아여. 비주 형까지 걸어여.”
“맘 같아선 석환 형까지도 걸 수 있지.”
멀찍이서 잘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매니저를 보며 우리는 웃음을 교환했다.
“잘될 거야. 그리고 못하면 어때?”
“개쪽이잖아여.”
“야, 여기서 우리랑 다시 얼굴 마주칠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래? 어차피 한 번 보고 말 분들이야. 당장, 촬영 끝나면 우리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까먹으실걸.”
“그럴까여?”
“그럼. 우리 쪽팔린 건 팬분들만 모르면 돼.”
그 말에 막내가 웃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마음이 안정됐는지 녀석이 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우리 한번 제대로 해 봐여, 형.”
* * *
다시 촬영이 시작됐다.
방금 전 촬영을 끝낸 세 멤버는 모니터 쪽을 향해 다가갔다.
헤드폰을 쓴 감독과 조감독.
연출부 스탭들, 광고 대행사 직원들, 양복을 입은 채 일렬로 주르륵 서 있는 광고주 측 관계자들.
그들은 뒤에서 쭈뼛거리며 소곤거렸다.
“보여요?”
“아니.”
김비주가 까치발을 들고는 고개를 저었다.
“멀리 있어서 잘 안 보이는 거 같아.”
“중현이 형. 보여요?”
“너희는 안 보여?”
“…….”
“너희가 작아서 그런가. 한 명씩 업어 줄까?”
두 멤버가 눈에서 레이저를 뿜어내는 것도 잠시.
그들을 발견한 우 팀장이 자리를 내주면서 상황은 간단하게 해결됐다.
멤버들의 눈에 모니터가 들어왔다.
화면 속에 맏형과 막내의 얼굴이 비쳐졌다.
왕지호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어 잡히는 순간 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잘하네. 우리 막내.’
취조하듯 은근하게 물어 대는 반장에 맞서 전학생이 당황스러움을 숨긴 채 대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쩔쩔 매는 건 아니었다.
초반엔 당황하다가 이내 대답을 이리저리 돌려 가며 피한다.
말주변이 좋은 것이, 현재 연기하는 고등학생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느낌이다.
캐릭터를 잘 살린 연기였다.
실제로, 왕지호가 연기하는 ‘전학생’ 배역은 고등학생의 몸에 성인이 들어간다는 설정이었으니까.
[자기가 보고 있던 웹툰 속 엑스트라에 빙의하게 된 주인공.]
한 대학생이 지하철에서 웹툰을 보고 있다가 그 웹툰 속 마법학교의 ‘전학생’이 되어버린 것을 깨닫고, 좌충우돌 소동 끝에 다시 현실로 되돌아오는 그런 내용의 광고였다.
왕지호의 연기는 그런 캐릭터의 서사를 잘 살리고 있었다.
분명 얼굴은 앳되고 어린데, 보고 있다 보면 스무 살 대학생이 빙의한 느낌이다.
-미안, 너한테 말하기 힘든 사정이 있어.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평소의 왕지호를 아는 멤버들에겐 놀라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경험의 한계라는 게 있으니까.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동생이 대학생의 느낌을 살려내는 모습은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더군다나 그 감정선이 또렷하게 전달됐다.
그간 꾹 참고 있었던 사람처럼 시원하게 연기를 하는 이를 보면서 혀를 내두를 때.
그들은 막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를 깨달았다.
‘우주 형이 받쳐 주는구나.’
보통 한쪽이 너무 잘해 버리면 다른 쪽도 묻혀 버리는데, 선우주 쪽에서 든든하게 받쳐 주고 있었다.
물론 느낌은 좀 달랐다.
왕지호가 배역과 하나된 듯 연기를 했다면 선우주는 자신이 그 배역을 연기하는 것 같았다.
정확한 이유는 그들로서는 알기 힘들었다.
다만 잘한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며 뉴블랙 멤버들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감독, 조감독, 광고주, 광고 대행사 직원들.
각기 얼굴은 달랐지만, 모두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서리혁이 핸드폰 메모장을 켰다.
-근데 저 둘은 언제 연습을 했대요?
-그러게
김중현이 어깨를 으쓱이자, 김비주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둘이서 미리 연습하고 그런 거 아닐까?
* * *
한 컷 만에 씬이 끝났다.
“컷!”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씬을 위해 다시 준비가 분주하게 들어가는 가운데, 광고주 측은 슬슬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대행사 측 직원이 따라붙었다.
“어떠셨습니까, 이사님?”
“나쁘지 않네요.”
KG 인터의 전무이사가 멀찍이서 자기들끼리 폴짝폴짝 뛰는 뉴블랙 멤버들을 보며 웃었다.
“지난번 친구들보다 훨씬 낫고. 이대로면 믿고 맡겨도 되겠네요.”
그 말에 광고 대행사 직원들이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하 직원에게 건네받은 외투를 걸치며 전무이사가 강당을 나섰다.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인사를 받던 그가 우 팀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촬영장에는 자네가 남기로 했지?”
“예, 이사님.”
“이번 프로젝트 팔로우 업 좀 잘해 주고. 변동 사항이나 특이 사항 있으면 곧바로 보고해.”
“알겠습니다.”
“참, 이따 방송국에서 촬영 온다면서. 그 사람들 오면 섭섭지 않게 챙겨 줘. 원하는 거 있으면 뭐든 들어주고.”
시시콜콜한 업무 사항까지 일일이 다 지시를 내린 후에야 그는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때였다.
“저, 이사님!”
오늘 CF를 담당한 유건 감독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무슨 용건이냐는 듯 바라보자, 감독이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꺼냈다.
“콘티를 조금 바꿔 보는 건 어떠신가요?”
“…변경을 하자고요?”
“엄밀히 말해서 변경은 아니고요. 기존에 찍기로 했던 초창기 콘티 혹시 기억하십니까?”
“아, 그거.”
프로젝트를 최종 승인했던 입장이기에 전무이사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보세요.”
뒤에서 직원들이 눈치를 살피는 것도 무시하며 유 감독은 꿋꿋하게 설명했다.
사뭇 논리적인 이야기였다.
촬영 기간도 하루나 더 있고, 연기자도 소화할 역량이 충분하고, 몇 가지 대사나 장면이 바뀔 뿐 큰 틀은 똑같다.
그러니 기획 단계에서도 반응이 더 좋았던 원래 콘티로 바꾸자는 말이었다.
그 모든 설명이 끝났을 때.
덤덤한 기색으로 듣던 전무이사의 관심사는 딱 한 가지였다.
“비용은요?”
“대사 몇 가지랑, 씬 한두 개만 교체하는 거라 전혀 차이가 없습니다.”
그 말이 맞는지 확인을 하려고 고개를 돌리자, 재무 담당자가 계산을 하고는 긍정의 사인을 보내왔다.
KG인터의 전무이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결론을 내렸다.
곧이어 유 감독의 표정이 환해졌다.
* * *
점심시간을 앞두고 마침내 오전 촬영이 끝났다.
“야야, 빨리 꽃 좀 뿌려. 우리 대배우님 나가신다.”
“나가신다!”
나와 중현이가 톱스타를 호위하듯 휘휘 주변을 물리며 걷는 동안, 리혁이와 비주가 화동처럼 허공에 꽃을 뿌리는 시늉을 했다.
당사자는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형들, 저한테 왜 그러는 거예여. 저 부끄러워여.”
우린 아랑곳 안 했다.
“야, 우리 톱 배우님 겸손한 거 봐라.”
“안 겸손해도 돼. 지호야. 잘했어.”
“엄청 잘했지.”
“많이 컸다, 왕지호. 떡볶이 먹고 울 때가 엊그제 같은데.”
“엊그제 맞아여. 그리고 이거 좀 안 하면 안 돼여?”
“뭐하냐, 얼른 꽃 뿌려라. 부족하시단다.”
우리는 가상의 꽃길을 만들며 막내를 놀려댔다.
며칠 전 일에 대한 사소한 복수였다.
이렇게 잘하는데 자기 못하는 것 같다고 울고 난리를 쳤다니 다시 생각해도 얄미웠다.
물론 놀리려고만 그러는 건 아니었다.
오전 내내 잘해준 막내에 대한 우리 나름의 감사인사라고 할까.
“이것도 애정이 있으니까 해주는 거야.”
“왜 저한테만 그러는 거예여. 형도 잘했는데.”
“아니지, 오늘의 MVP는 너예요, 너.”
그렇게 분위기를 만들어 가려는데, 다른 멤버들이 일리 있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네.”
“우주 형도 잘했지.”
“아냐, 얘들아. 지호가 훠얼씬 잘했어.”
“형들, 얼른 우주 형도 꽃길 만들어 줘여.”
그렇게 나도 막내한테 했던 걸 고스란히 당해 버렸다.
그렇게 쌍으로 강제 꽃길을 당하고 있을 때, 지호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
“맞다. 형, 제가 궁금한 게 하나 생겼는데여.”
“응. 뭔데?”
“그, 형한테 연기 가르쳐 줬다는 선생님 말이예여. 이름 알아여?”
“왜?”
“아녀. 그냥 궁금해서.”
“그걸 뭐, 아니, 너네도 궁금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글쎄, 하도 오래전 일이라… 그날 딱 하루만 초빙하는 특별 강연 그런 느낌이었거든. 연습생들 다 같이 불러 놓고 가르쳐 주는. 꽤 유명한 분이셨는데.”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 이름을 이내 떠올렸다.
“김석문? 아마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아.”
* * *
선우주가 의상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사이.
밥차를 기다리던 멤버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스마트폰을 검색하고 있었다.
“어, 떴다.”
‘김석문’이라는 이름을 검색하자 여러 이름이 줄줄 떴다.
영화인 카테고리를 클릭하자 곧바로 이력이 나왔다.
한때 스크린에서 활약을 하다가, 낙마 사고 때문에 장애를 얻어 연기의 꿈을 접고 교육자로 전환했다는 그런 스토리를 지닌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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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에 타고 있는 까칠한 인상의 남자와 함께 그가 키워 낸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주르륵 떠 있었다.
“이견우 선배 연기 보고 그럭저럭…….”
“우주 형한테 뭐라고 그랬다고 했져?”
“나쁘지 않다고.”
“그 나쁘지 않다가 우리가 알고 있는 ‘나쁘지 않다’랑 정의가 다른 거 같은데요. 오히려 칭찬 쪽이면 모를까.”
“결국에 잘한다는 거잖아여.”
“그러네, 칭찬한 거였네.”
“…….”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왕지호가 한숨을 쉬었다.
“또 속았어여.”
미어캣처럼 서로를 바라보던 멤버들은 이내 멀찍이서 걸어오는 맏형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을 의식했는지, 고개를 갸웃한다.
그 태연한 표정을 보며 서리혁이 혀를 찼다.
“진짜 이상하다니까요.”
“뭐가?”
“아니, 누가 봐도 재능이 있는 건데.”
서리혁이 혀를 찼다.
“어째 본인만 아니라고 착각하는 것 같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