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3)화 (9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3화

15장. 다큐, 그리고 일상

사진 촬영은 외부에서 이뤄졌다.

관리인에게 따로 물어보진 않았지만 외부인이 교실에서 사진을 찍고 다니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어느 8월의 오후.

교복으로 갈아입은 우리는 학교 주변을 쏘다녔다.

화단 앞에서 꽃받침 자세도 해보고, 벤치에 앉아서 다리를 꼬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고.

셀카봉을 두 개나 들고 다녔다.

하나는 사진 촬영용 폰이고, 다른 하나는 팬분들과 소통하는데 쓰는 라이브 방송용이었다.

“자, 다음 포즈 추천 받을게요!”

곧바로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일렬로 옆으로 서서 서로 어깨 손 올리는 거 어때?

-천지창조..?

-그냥 다 해ㅋㅋ 다 예쁨ㅎㅎㅎ

-너의 의상은 너의 얼굴과 일치한다. 천문학.

마지막 댓글이 특이했다.

‘교복이 잘 어울려, 우주야’라는 문장을 성능 나쁜 번역기에 돌린 모양이다.

외국어로 쓴 문장을 번역기에 돌리고, 그것을 채팅창에 붙여넣기 하는 팬의 모습을 상상하니 뭔가 귀엽다.

댓글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하나하나 최대한 코멘트를 해주었다.

“일렬로 서서 손 올리는 거요? 한 번 도전해볼게요.”

“다 예쁘다니 감사합니다.”

“그죠? 교복이 어울리죠? I know it looks good on me.”

기초적인 영어 표현에 동생들이 감탄한 표정을 짓자 민망함이 몰려왔다.

그때, 눈에 띄는 댓글을 발견했다.

“천지창조?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 뭐였더라, 이게…….”

“유명한 그림이잖아요.”

리혁이가 말했다.

“미켈란젤로 작품이요. 바티칸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건데, 신이랑 최초의 인간이 구름 위에서 서로 손가락을 맞대는…….”

“아, 기억났다. 그거구나.”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럼 이거 한 번 도전해 볼까요?”

“일단 우주 형은 가만히 있어 봐요. 제가 들어줄게요.”

중현이가 왕자님처럼 나를 들어올렸다.

“야, 중현아. 이거 자세가 좀 거시기하다.”

“전 괜찮아요. 형.”

“그래, 그건 알고 있는데. 너 말고 나 말이야.”

“조용히 하시고 자세나 얼른 취해 봐요. 네. 거기서 무릎 좀 들어올리고, 손도 뻗어보고. 각도도…….”

“대충 해여, 리혁이 형. 원래 그림대로 하려면 끝도 없어여. 옷도 안 입고 있어야 되구.”

우리끼리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내가 왼편에 누워있고, 비주와 리혁이가 들어올린 막내가 맞은편에 드러눕고 자세를 잡았다.

그러곤 손가락을 우아하게 뻗는데 그 표정이 성스럽고 근엄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셀카봉에 시선을 던지니 채팅창에도 ‘ㅋㅋㅋㅋ’ 같은 댓글이 보였다.

“오, 잘 나왔네.”

사진의 퀄리티는 몹시 높았다.

팬카페나 SNS에도 올려달라는 팬분들의 요청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올려드려야지.

“형, 우리 이제 어디로 가볼까여?”

“저쪽에 운동장 끝으로 가 보자.”

유치원 학생들을 인솔하는 교사처럼 동생들을 이끌고 움직였다.

“우와아- 여기 꽃 겁나 예뻐여!”

내 졸업사진을 찍어준다더니 자기네가 더 신이 났다.

특히 다 같이 하는 걸 좋아하는 우리 둘째는 행복해도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강아지처럼 활발하게 방방 뛰는 동생들에 둘러싸인 채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간만에, 즐거운 하루였다.

*   *   *

해질녘.

노을이 비추는 한강대교를 지나는 차 안에서 우리는 음료수를 한 캔씩 들었다.

“고생 많았어, 얘들아.”

웃으면서 제로콜라 캔을 내밀었다.

건배하듯 캔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 진짜 덥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막내가 와이셔츠를 펄럭였다.

그럴 만도 했다.

한여름에 하복도 아닌 동복 교복을 재킷까지 입고 있었으니 찜통도 그런 찜통이 없었을걸.

리혁이가 보온병에 든 보릿물을 들이키며 말했다.

“참, 못난 형 때문에 우리가 고생이 많네요.”

제로콜라를 뿜을 뻔했다.

“야. 보통 그런 대사는 내가 해야 되는 거 아냐? 얘들아, 고생 많았어 하면 너희가 아니에요, 이게 무슨 고생이에요 하고.”

“저저 군대감성 봐.”

“너무 올드해 보여요. 형.”

“…….”

“왜 그래여, 형들. 우주 형은 올드해 보이는 게 아니고 실제로 올드하다구여. 그져? 우리 선 올드.”

“…내가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봐준다, 정말.”

도발하는 막내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러곤 시원하게 웃었다.

멤버들과 광고 촬영과 아까 사진에 대해 한창 즐겁게 떠들고 있을 때, 민기 형이 핸드폰을 건넸다.

“실장님이 너희한테 하실 얘기가 있대.”

스피커폰 모드로 바꾼 뒤에 옹기종기 모였다.

-어, 나야.

석환 형의 목소리가 맑은 하늘처럼 화창했다.

-너희한테 알려줄 두 가지 소식이 있는데 뭐부터 들을래? 좋은 소식, 아님 재미있는 소식?

중현이가 냉큼 대답했다.

“아무거나요.”

-그럼 일단 좋은 소식부터. 너희 HBS MTV 알지? 쇼타임 말야.

“응. 당연히 알지.”

우리가 처음으로 1위 후보에 들었던 음악방송인데.

-HBS에서 이번에 신규 프로그램을 런칭하기로 했어. 뉴블랙을 주인공으로 하는 아이돌 리얼리티야.

“리얼리티? 진짜로?”

-다음 분기 편성까지 확정됐어. 9월 초부터 촬영 시작해서 너희 2집 발매할 때쯤에 온에어가 될 거야.

우리가 동시에 환호성을 터뜨렸다.

아이돌 리얼리티.

스트릿 보이즈가 K-Net에서 찍는다고 할 때마다 그토록 부러워했던 프로그램이었다.

모든 신인 아이돌의 꿈이자 소원.

우리가 TV 리얼리티를 찍게 된다니.

다 같이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가운데 내 귓가로 상투스의 멜로디가 환청처럼 울렸다.

“형, 그럼 재미있는 소식은 뭐야?”

-홍보 관련해서 좋은 소식인데, 너희가 직접 보는 게 나을 거야. 지금 핸드폰 켜서 공식 SNS 계정에 접속해 봐.

“공식 계정?”

-들어가면 너희가 태그된 동영상이 하나 있을 거야.

공식 SNS에 들어간 우리는 석환 형이 말하는 재미있는 소식이 뭔지 곧바로 알아차렸다.

*   *   *

PBS 시사교양국.

칸막이가 쳐진 책상에 앉아 한 여자가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인터뷰 어려울까요? 저희 이상한 편집하고 그런 프로가 아니고요. 다큐에요. 네, 선생님. 다큐멘터리요. 길게 부탁드리는 것도 아니고 5분만 시간을 내어주신다면-”

-굳이 방송에 그날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네요. 유감입니다.

“선생님, 선생님! 잠시만 제 말 들어보시고….”

이미 전화는 끊긴 뒤였다.

PBS 특집 다큐멘터리 팀의 막내작가 정우정은 한숨을 쉬었다.

벌써 열 번째 섭외 시도였다.

이번에는 정말 될 듯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상대가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이번 특집은 유달리 섭외가 어렵네.’

공영방송의 이름을 앞세웠음에도 어째 승낙하는 사람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였다.

다큐멘터리 주제의 특성 때문이었다.

이번 특집이 다루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의인(義人)이었다.

의로운 일을 행한 사람들.

재난 현장이나 각종 사고에서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진 사람이 바로 이번 다큐멘터리의 인터뷰 대상이었다.

불타고 있는 차량에서 울고 있는 아기를 위해 뛰어든 남자, 자살을 기도하는 노숙자를 구해낸 대학생,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달려든 수상구조요원 등등.

소재는 좋았지만 섭외가 난관이었다.

그나마 소방관이나 경찰, 해경 같은 공공기관에 있는 의인은 섭외가 쉬웠지만 문제는 일반인들이었다.

아무래도 이런 사건을 다루려면 피해자 측 허락도 필요한데, 대부분 그런 요청을 꺼림칙하게 여겼다.

굳이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당연한 이유였다.

게다가 피해자가 승낙을 해도 당시 의인이었던 사람들이 부담스럽다고 거부하기 일쑤였다.

피해자가 겨우 OK를 해놨는데 의인이 퇴짜를 논 케이스가 벌써 여러 번이었다.

“저, 잠시만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그리고 지금 그녀는 열한 번째 섭외에 실패했다.

한숨을 쉬며 볼펜으로 연락처 하나를 쭉 긋고는, 그 아래 적힌 열두 번째 연락처를 읽어 내렸다.

‘성함 최익현. 대리인은 최용재, 02…….’

옆에 작게 메모한 ‘갈현동 의인’이 보였다.

작년 수능날,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있었던 사건으로 각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던 일이었다.

개요는 간단했다.

간질 발작을 일으킨 운전자가 급발진을 하면서 당시 리어카를 끌던 노인에게 달려든 것이다.

큰일이 날 뻔했지만 한 수험생이 목숨을 걸고 뛰어들면서 인명피해가 없었던 사건이었다.

당시 구조자가 수능을 보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이 큰 아쉬움울 샀었지.

‘한 번 걸어보자.’

심호흡을 하며 전화 번호를 눌렀다.

이윽고 전화를 받아든 최용재 씨에게 정우정 작가는 차분하게 용건을 설명했다.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고, 그때 사람을 구했던 의인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데 인터뷰 가능하겠냐는.

상대는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30분 후에 연락을 해 왔다.

-예, 아버님이 승낙하셨습니다.

예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저, 그럼 혹시 구조자 분 연락처 얻을 수 있을까요? 성함이… 여기, 네. 선우주 씨라고 되어 있네요.”

-아, 연락처는 있습니다만…….

상대가 머뭇거렸다.

-허락 없이 드리기는 힘들겠네요. 그 친구 소속, 아니 일단 제가 당사자 의사를 물어보겠습니다. PBS 특집 다큐 정우정 작가님이라고 했죠? 제가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전화가 뚝 끊겼다.

정우정은 눈을 깜빡였다. 이거 그래서 섭외가 된 거야, 아닌 거야?

그리고 섭외의사를 대신 물어준다니.

“구조자가 뭐, 특이한 사람인가?”

뭐 연예인이라도 되나.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이내 웃었다.

작년 11월에 수험생이었으니 지금은 아마 어딘가 학원에서 재수 생활을 하고 있진 않을까 싶었다.

정우정은 ‘갈현동 의인’ 옆에 일단 세모를 그렸다.

물음표도 하나 추가하면서.

*   *   *

우리 실장님이 말한 재미있는 소식은 바로 장소원 선배의 SNS였다.

@ Promis.Jang

리사 언니의 지목을 받아, 루게릭병 환자 돕기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했어요. 제가 나누는 작은 마음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희망재단에 기부했습니다. 좋은 일에 보탬이 되어 정말 기뻐요.

동영상을 재생하니 초조한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은 장소원의 머리 위로 매니저가 물동이를 쏟아부었다.

-으아! 어푸푸!

미역처럼 찰싹 달라붙은 머리를 털면서 상대가 아우성을 친다.

이른바 아이스 버킷 챌린지.

올해 여름부터 전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캠페인이었다.

루게릭 병에 대한 관심을 목적으로,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기부한 후 3명을 지목하는 게 특징이었다.

그리고 장소원 선배는 썸씽의 파트너였던 우리를 지목했다.

“하…….”

“리혁아, 그만 한숨 쉬어.”

“내 입으로 쉬겠다는데 왜요.”

“입에 물 들어가.”

“…….”

아침의 한강시민공원.

강 건너 아파트들과 멀리 송전선이 보이는 구석진 곳에 우리 다섯이 반팔 차림으로 섰다.

인사 멘트를 끝내고 저마다 물동이를 들었다.

촤악-

찬물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으.

전역 이후로 냉수 샤워를 또 하게 될 줄이야.

촬영이 끝나고 곧바로 큰 타월을 온몸에 둘렀다. 아침 공기와 찬물이 합쳐지니 금세 오한이 찾아왔다.

“형, 여기요.”

비주가 건네준 수건을 받아 머리를 말렸다.

다들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 주차장에 있는 차량에 탑승했다.

히터까지 틀었지만 스마트폰 위로 움직이는 내 손가락은 연신 떨렸다.

“어우, 손가락 떨려.”

“조금 있다가 쳐요. 형. 급할 거 없잖아요.”

“미리 써 놔야지, 그래야 홍보팀 직원분들이 보고 컨펌할 거 아냐.”

곧이어 오늘 SNS에 올릴 멘트가 완성됐다.

꽤 괜찮게 내용이 뽑혔는데 문제는 그 대상이었다.

“얘들아, 근데 우리 누구 지목해야 되냐.”

“장소원 선배는 이미 우리한테 했고. 스칼렛 누나들은 어때요?”

“같은 회사 아이돌은 안 돼.”

사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같은 회사 아이돌은 공적으로는 안 얽히는 게 최선이다.

같은 소속사라는 자원을 공유하기에 두 그룹이 얽히게 되면 사소한 걸로도 팬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얘네는 저거 해주는데 우리는 왜 안 해주냐, 얘네 이용해서 쟤네 띄우지 마라. 그런 거.

뭐.

이거랑 그건 전혀 별개의 사안이었지만 애초에 그 어떤 연결고리도 주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동생들도 내 이야기에 납득하고는 같이 고민을 이어갔다.

이른바 한솥밥 먹는 회사 연예인들은 데이지를 빼면 만난 적이 없고, 그렇다고 최근에 만난 주세한 멤버들은 어림도 없고.

중현이가 턱을 쓰다듬었다.

“우리 연예계에 별로 친한 사람이 없구나.”

“아직 데뷔한지 두 달밖에 안 됐잖아여.”

“맞아.”

“그리고 뭐 어때요. 우리끼리만 친하면 되지.”

리혁이의 말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한참 토론을 하다가 결국 비슷한 연차의 신인 아이돌을 지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한 달간 음방에서 교환했던 연락처들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세 팀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왔다.

그중에서 소울식스의 리더는 너무 하고 싶었는데 고맙다고 답장까지 보낼 정도였다.

“참.”

막내가 내게 고개를 홱 돌렸다.

“우주 형이랑 TNT 태현 선배님이랑 친하잖아여. 그분 지목하면….”

“큰일 나지.”

“왜여?”

“지난번에 음방 1위 겹쳤다는 이유로 욕 먹었던 거 기억나? 태현이는 착해도 거기 팬분들이 좀 날카로워. 걔는 우리한테 친한 척해도 되지만, 반대로 하는 건 안 되거든.”

“에잇, 치사한 세상.”

“그리고 이미 했을걸? 누구 지목했더라. 걸스온탑에서 네가 싫어하는 애랑, 틴스피릿이랑 다른 한 명이었는데.”

“…그래여?”

어릴 때부터 앙숙이었던 길채경을 지목했다는 말에 막내가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최근 소식 때문에 평소보다 더 신경을 쓰는 듯했다.

-걸스온탑, ‘주세한’ 추석특집 멤버 합류

-주세한 추석특집, 걸스온탑도 합류.. 기대감 상승

-참여하는 아이돌은 두 팀, 걸스온탑과 ‘신인’ 뉴블랙

걸스온탑이 주세한 추석특집에 출연하면서 소속사인 화이 엔터가 공격적으로 홍보를 하는 중이다.

걸스온탑.

스칼렛과 경쟁관계인 잘나가는 걸그룹.

장소원 선배랑 썸씽 작업을 하러 처음 방문했을 때, 그 회사 사옥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별로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지난 2월에 최고 인기멤버 주하나의 열애설이 터지면서 부침을 겪었던 걸스온탑은 최근 정규앨범을 발매하면서 폼을 되찾는 중이었다.

얼마 전 주세한 출연까지 확정되면서 화이 엔터는 온힘을 다해 홍보물량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러면서 같은 아이돌 게스트인 우리도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게 좋은 의미의 관심은 아니어서 문제였지만.

-주세한 추석특집에 신인 출연, ‘뉴블랙’은 누구?

-구재영 피디 “뉴블랙? 가능성 있는 신인이라 뽑았다.”

-[위클리연예 사설] 국민예능은 다르다. ‘톱스타부터 신인까지’ 주세한의 게스트 구성에 관하여..

대다수 기사는 덤덤하게 우리의 출연 소식을 알렸지만, 일부 언론은 묘한 뉘앙스의 기사를 흘렸다.

마치 ‘이견우 같은 톱스타가 추석특집에 나온대요. 근데 완전 신인 아이돌도 있다네요? ㅎㅎ 그냥 그렇다구요’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차라리 대놓고 욕을 쓰지.

어그로를 끌어서 조회수를 늘리고 싶은데 가장 만만한 게 우리였다.

음악방송 위주로 출연한 우리는 아직 대중적인 이미지도 없고, 옹호해 줄 팬덤도 작았으니까.

사실 반응이 좋기가 어려웠다.

국민 예능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인 만큼 주세한에는 극성 시청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딱히 극성이 아니더라도 이름도 처음 들어본 남자 아이돌이 나온다고 하면 반가워할 시청자가 누가 있을까.

어젯밤 포털 메인에 뜬 기사 댓글란을 우리 대신 훑던 석환 형은 보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번 주 일요일에 방송 탈 때까지는 좀 기다리라고.

그래서 알았다고 대답을 하긴 했는데…….

사람 호기심이란 게 참 무섭다.

상처 받을 것을 예감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내용을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할까. 마치 누군가 내 뒷담을 했다는 것에 기분 나빠하면서도 그 내용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볼까, 말까.

판도라의 상자 뚜껑에 손을 얹듯이 화면 위의 기사 타이틀에 손가락을 꼼지락거릴 때였다.

지이잉-

아. 깜짝아.

누가 날 지켜보고 있다가 신호라도 주는 줄 알았다.

하지 말라고.

그러나 핸드폰 화면에 뜬 이름을 본 순간, 기사 댓글이라거나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대한 생각은 훨훨 날아갔다.

[최용재 교수님]

……뭐지.

갑자기 이분이 왜 연락을 한 거지?

“여보세요.”

-오랜만이네요. 선우주 씨.

중후한 목소리가 안부를 물어왔다.

무슨 용건일지 궁금해 하며 그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네? 다큐멘터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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