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6)화 (9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6화

군산의 한 백반집.

선유도에서 등산을 마치고 돌아온 산악회 회원들과 평소 단골손님들이 겹치면서 가게는 평소보다 더 시끌시끌했다.

어찌나 바쁜지, 테이블마다 백반 정식을 한 차례 돌리는 데만 30분이 걸렸다.

김덕순 여사는 얼굴에 송골송골 맺혔던 땀을 휴지로 콕콕 찍으며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TV에는 주세한이 나오고 있었다.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뭔 유럽 같이 꾸민 곳에서 사람들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다.

볼륨을 높이는 동안 손님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저기는 또 어디래?”

“가평에 있는 데야. 저번에 우리 딸내미가 손녀 데리고 갔다 왔다더라고. 사진 보니까 엄청 좋더만.”

“머네. 멀어.”

“그니까. 우린 가지도 못하겠네.”

“어차피 사람이 바글바글할걸. 저기서 한 번 어디 나오면 그때부터 다들 거기 가고 막 미어터지잖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김덕순 여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엄청 유명한 방송인가.’

솔직히 얼마나 대단한 방송인지는 잘 몰랐다.

일요일만 되면 손님들이 ‘사장님, TBC 좀 틀어 주세요!’라고 해서 꽤 잘나가는 프로인가보다 했을 뿐.

그녀는 예능보다는 연속극 파였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손자만 아니었다면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할머니! 나 주세한 나가, 주세한. 그거 알지? 내가 군대에서 자주 봤다고 했던 프로그램 있잖아. 응. 그거.

몇 주 전 일이었다.

어찌나 신이 나서 전화를 하던지 방방 뛰고 있을 손자의 얼굴이 그려질 정도였다.

그 모습에 김덕순 여사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웃었다.

그랬기에 신경이 쓰였다.

저렇게 좋아했는데 잘 안 나오면 어쩌나 하고.

뭐. 말로는 오늘 나가는 건 5분 정도고 본격적으로 나가는 건 추석 때 나온다고 하던데.

부디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맞은편에 주방이모가 앉았다.

“언니가 테레비도 봐? 아, 저거.”

그녀가 시원한 물잔을 건네며 말했다.

“우주 나온다고 한 거?”

“그려.”

“아이고, 신기하네. 걔가 테레비 예능에도 나오고.”

“얘, 근데 숙자야. 이거 진짜 유명한 거니?”

상대가 별 희한한 소리를 다 듣는다는 듯 물었다.

“언니 몰라?”

“내가 어떻게 아니. 연속극만 보는데.”

“이거 엄청 대단한 거여. 우리 손자도 테레비 안 좋아하는데. 토요일에 하는 그 PBS 거랑 일요일에 하는 이거는 꼭 챙겨 본다니까. 안 보면 다음 날 학교 가서 애들이랑 대화가 안 된대.”

“대단하긴 한가 보구만.”

호들갑을 떠는 상대를 보며 그녀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문득 떠오른 것을 물었다.

“참, 얘 너 다른 사람들한테는 얘기 안 했지?”

“안 했어.”

“하면 안 된다. 알았지?”

“진짜 안 한다니까. 내가 언니한테 얼마나 시달렸는데…….”

손자가 연예인이란 걸 아는 주변인은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주방에서 일을 도와주는 숙자랑 바로 옆에서 떡집을 하는 오씨 정도.

한때 국민적 인기 피아니스트를 사위로 두었던 경험 때문에 김덕순 여사는 유명세에 대처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알려진 뒤에는 최대한 처신을 조심스럽게 하고, 알려지기 전까지는 될 수 있는 한 먼저 말하지 않고.

‘징글징글한 일이 참 많었지….’

유명세란 건 태풍과 같다.

정작 그 가운데 있는 사람은 잠잠할지 몰라도 주변부는 비바람에 휩쓸려가는 법이다.

그것이 그녀가 일흔 해 가까이 살며 터득한 교훈이었다.

날이 환할수록 그림자가 더 짙어지듯이, 유명세가 생긴다는 건 그에 상응하는 뭔가 따라온다는 걸.

주변 사람들이 돈을 꿔달라고 부탁한다거나, 자기 아들딸 결혼식에 축가 그거 하나 못 해 주냐고 한다거나, 소식을 접한 건물주가 월세를 올리네 마네 옘병을 한다거나.

물론 그런 것도 문제지만 손자 본인을 위해서였다.

어릴 때부터 얼마나 저 아이돌을 하고 싶어 했는데, 늙은이가 자기 좋자고 주변에 떠벌리고 다녀서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나.

그랬기에 최대한 조용히 지내 왔다.

사람들이 요즘 손자 분 뭐 하고 사냐고 물으면 ‘공부혀, 공부’라고 할 뿐.

“언니.”

“왜.”

“근데 지금까지야 뭐, 그 뭐냐. 음악프로는 모를 수가 있지만, 이건 나가면 다들 알게 될 수밖에 없어. 당장 옆집에 들어가 봐. 다 이거 틀어놓고 있을 텐데. 보면서 ‘어! 저거 우주 아니냐?’ 그럴 거 아녀. 뭐, 이름을 까라랑이나 포로롱처럼 바꿨으면 모를까.”

“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어. 난 그래도 얘기 안 하고 다닐 겨.”

“하이고, 고집하고는. 하여간 언니도 손자 보고 고집 세다고 할 게 아녀. 나 자신을 알아야… 알었수. 알었수.”

홱 째려보는 김덕순 여사의 눈길에 주방이모가 찌그러졌다.

손님들에게 빈 반찬을 채워주거나, 추가된 메뉴를 조리하는 동안 주세한의 본방은 어느새 끝이 났다.

이윽고 [2014 추석특집]이란 자막이 나오면서 대화 주제도 바뀌었다.

“야, 서지형이 저거 재미도 없는데 어떻게 매번 티비에 나오지?”

“어디 라인이라도 탔나 보지.”

“주세한에서 오형석이랑 둘이 친하잖아. 개그맨 선후배라고, 뭐 밀어주고 당기는 거지.”

“저 바닥도 참 드럽고 치사해, 그치?”

“저것도 다 지들끼리 친한 애들 나가고 그러는 거지.”

개그맨, 모델, 걸그룹이 하나씩 지나갈 때마다 왁자지껄한 논평이 오갔다.

레게 머리를 한 래퍼가 봉춤을 추는 장면에 김덕순 여사가 ‘뭔 저런 망측한…’ 이러고 있을 때, 다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갑자기 불안하다.

‘설마 저런 걸로 나오지는 않겄지…?’

상상만 해도 싫었다.

몸서리를 치는 동안 마침내 손자가 방송에 등장했다.

김덕순 여사는 리모컨 볼륨을 두 단계 더 높였다. 아까부터 쟤는 재미가 없네, 어린 애들이라 싱싱하네 하는 논평이 듣기 싫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손님들의 목소리는 컸다.

“어유, 쟤네는 또 뭐래.”

“신인 아이돌 뉴블랙…? 이름도 못 들어본 애들 같은데.”

“아까는 그래도 래퍼 빼고는 다 들어본 사람들이었는데, 그 걸그룹 애들도 초면이 아닌 것 같고. 얘네는 처음 보는 애들이네.”

“검색해 봤는데 두 달 전에 데뷔했대.”

“두 달 전?”

“어휴, 뭔 데뷔한 지 두 달 된 애들이 나와?”

“저기도 참 아사리판이네. 서지형이도 그렇고, 쟤네도 줄 하나 잘 잡았나 보지. 회사에서 밀어주거나.”

“어유, 뭔 저런 애들 소개하는 데 시간을 이렇게 쓰냐.”

그리고 마지막 말을 내뱉었던 남자가 손을 들었다.

“사장님, 우리 양념게장 더 주세요!”

“예~”

일어나려는 숙자의 팔을 잡고 김덕순 여사가 속삭였다.

“다리만 골라서 갖다 줘.”

소심한 복수였다.

못 말린다는 듯 상대가 웃으며 주방으로 사라졌다. 김덕순 여사는 볼륨을 두 단 더 높이고는 방송에 시선을 집중했다.

남이사 이러쿵저러쿵 하건 손자는 참 예뻤다.

어쩜 저 어두컴컴한 곳에서도 혼자 빛이 나는지. 그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지 유쾌하게 생긴 총각이 말을 꺼냈다.

-우주 씨, 혼자 얼굴에서 빛이 나네.

-아, 햇볕이에요.

자리를 한 칸 비켜주니 그 자리에 빛이 들어온다.

“…….”

헛기침을 하며 물만 들이킬 때, 소개를 마친 뉴블랙 팀에게 PD가 농구공을 주며 미션을 설명했다.

손님들이 혀를 내둘렀다.

“…저걸 하라고?”

“워, 저걸 어떻게 해? 무슨 농구 선수야?”

“선수도 한번에는 못할걸.”

“신인 애들이라고 해도 저건 너무했네. 다른 애들은 다 웃긴 거라도 시켜줬지.”

“에이, 그건 아니지. 저렇게 어려워진 건 저기, 누구냐. 잘생긴 애가 주사위를 잘못 굴려서 그런 거잖아. 이것도… 뭐야, 게장이 왜 이렇게 가시가 많아?”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미션은 어려웠다. 프로그램 멤버라는 처자가 발로 공을 차서 성공시킬 뻔한 게 그나마 성공에 가까웠을 뿐.

이어서 다른 멤버들도 줄줄이 실패를 하더니 마지막으로 손자만 남았다.

‘쉬운 것 좀 시키지…….’

김덕순 여사는 한숨을 푹 쉬었다.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그녀는 손자의 운동신경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춤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때 운동회에 갈 때마다 구경꾼들이 크게 웃곤 했으니까.

어쩜 명은이랑 그리도 똑같은지.

축구할 때 공을 차면 울타리를 넘어가고, 달리기를 하면 뛰다가 제 스스로 엎어지고.

뭐. 그럴 때마다 손자 좋다는 애들이야 귀엽다며 좋아했지만 할머니 된 입장에선 한심하고 짠할 뿐이었다.

괜한 답답함에 물만 들이킬 때.

“어, 뭐야.”

“농구 좀 하던 애인가 본대?”

“공 튕기는 게 범상치가 않네.”

영문을 모르는 대화에 고개를 들어보니 TV 화면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주가 드리블을 하고 있었다.

그 자체가 김덕순 여사에게는 신비로운 일이었다. 보통 바닥에 튕긴 공을 맞고 ‘아아아! 할머니 나 코피!’ 이래야 정상일 텐데. 손자가 TV 화면 속에서 익숙하게 공을 퉁기고 있었다.

뭐여.

‘방송국에서 하는 건 다 쇼라고 하더니 연습을 미리 한 건가?’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연습을 한다고 될 놈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공을 튕기는 이는 분명히 손자였다.

그것도 마치 선수처럼 공을 다루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얘가 저런 애가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할 때, 한편의 그림 같은 연결 동작이 눈에 들어왔다.

식당에서 부산스럽게 수저를 움직이던 손님들도 지금은 긴장감 어린 배경음악에 맞춰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TV 스피커를 통해 공이 네트에 감기는 호쾌한 소리가 울렸다.

“……와.”

누군가의 뒤늦은 탄성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곧바로 떠들기 시작했다.

저게 되냐. 쟤 뭐 농구 선수라도 하고 온 거냐. 야, 이래서 방송이 길었구나. 쟤네 이름이 뭐라고 했냐. 얼른 검색 한 번 해 봐라 등등.

다들 놀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별 생각 없이 웬 신인 애들 나온다고 해서 보고 있었는데, 코트 끝에서부터 끝까지 어지간한 농구 선수가 연습을 한참 해야 할 것 같은 슛을 단번에 성공시켰으니까.

누가 봐도 믿기 힘든 장면이긴 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그 손자를 20년 넘게 키워낸 사람만큼 당황한 사람은 없을 터였다.

“언니, 이게 어찌 된 일이래?”

“나도 몰러…….”

뭔가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간 것처럼 머릿속이 멍하다.

쟤가 저런 애가 아닌데.

TV 화면에 식은땀을 닦는 손자의 모습이 나왔다.

대범한 척하면서 속으로 엄청 떨었던 모양이다.

어이구, 내 놈 새끼 하면서 짠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곧이어 방송은 어느새 끝이 났지만, 백반집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뭐 저렇게 시간을 끄나 했더니, 그럴 만했네. 신기하다, 진짜. 저거 찍는 사람들도 저걸로 분량을 뽑아낼 거라고 생각도 못했을걸.”

아까부터 손자에 대해 가장 많은 악담을 하던 이가 이제는 180도 돌아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김덕순 여사는 말없이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거 뭐예요, 사장님?”

“…서비스여.”

살이 가득한 양념게장을 주며 새초롬하게 웃었다.

오늘 여사님 기분 좋아 보인다며 왁자지껄하게 떠들던 단골 산악회 회원들에게 얼른 처먹으라며 말할 때.

가게 문이 벌컥 열렸다.

“언니!”

“사장님!”

근처에서 분식집과 고깃집을 하는 두 사장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잔뜩 흥분한 얼굴이었다.

“저거 우주 아니야? 우주!”

“아니, 공부한다는 애가 왜 TV에 나와요? 그것도 가수라고…….”

그 말에 다른 손님들도 시선을 돌렸다.

방금 전에 사장님 기분 좋아 보인다고 했던 산악회 회원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아까 나왔던 애가 사장님 아는 사람이에요?”

그 시선을 받으며 김덕순 여사는 얼떨떨한 기분을 느꼈다.

뭐가 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잘 모르겠지만 손자가 나온 방송이, 어지간히 유명한 프로인 듯싶었다.

*   *   *

고깃집에서 식사를 하던 어느 가족이 멍하니 TV를 바라보고, 어느 농촌의 마을 회관에서 사람들이 신나게 술잔을 기울이고.

어느 걸그룹 멤버가 반 단톡방을 보다가 핸드폰을 집어던지며 분통을 터뜨릴 때.

방송을 보며 기뻐하는 사람들이 또 있었다.

-하.. 드디어.. 드디어 사람들이 우리 애들을 알기 시작했어요

-지금 검색어 1위로 올라갔대요!!!!

-왜 내가 다 감격스럽냐 진짜

-우주야ㅠㅠㅠㅠㅠㅠㅠ

그동안 아이돌 판에서만 이름이 알려진 뉴블랙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그 이름을 알린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고작 10분 가지고 뭔 호들갑을 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10분은 주세한의 10분이었다.

팬들의 마음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그것도 매력 있고, 실력도 좋고, 다 좋은데 아무도 알지 못해서 매번 아쉬움을 가득 품고 있던 가수였다.

그런 이들이 사람들이 다 보는 예능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인상 깊은 장면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가는 ‘뉴블랙’을 보면서 1집 때부터 달려온 팬들은 감회가 남달랐다.

특히 Something 때부터 함께 해 왔던 이들은 더더욱.

-오늘은 치킨 먹을 거에요ㅠㅠ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   *   *

데뷔한 이래로 이토록 정신없는 날은 처음이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 뉴블랙

2위. 우주

3위. 풀코트 슛

4위. 주세한

방송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렸다.

한 시간 동안 머물렀다가 뚝 내려가긴 했지만, 그걸 보면서 방송의 위력을 체험하는 중이었다.

우리가 나온 분량은 10분.

다른 사람들보다 배는 많은 분량이긴 했지만, 그 10분이 사람들의 관심을 확 끌게 될 줄은 몰랐다.

이래서 모든 기획사가 예능 PD에게 설설 기어가면서 영업을 하고, 방송국에게 어떻게든 부탁하는 건가 싶다.

유명 예능에 잠깐 얼굴을 비춘 걸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확 뜨다니…….

물론 그건 단순히 등장만으로 이룬 일은 아니었다.

어디 방송에 나온 달인처럼 내가 신기한 걸 성공시켰으니까.

거기다 편집까지.

현장에서는 ‘오!’ 하고 끝났던 일이 편집을 거치고 나니 ‘우와아!’ 할 만한 일처럼 바뀌어서 나왔다.

뭔가 민망했다.

현장에서 10초 정도 고민하고 했던 게, 슬로우 모션에 사람들 반응까지.

거기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 미리 연습하던 장면도 통으로 날려버리는 바람에 마치 내가 고민도 없이 단번에 성공한 것처럼 나와 버렸다.

조금 과한 게 아닌가 싶어서 보다가 닭살이 돋았는데 다행히 반응은 굉장히 좋았다.

-주세한 출연한 신인그룹 ‘뉴블랙’은 누구…?

-멤버 우주, 과거 뮤카에서 ‘아버지는 선명주’ 발언 재조명

-뉴블랙.. ‘썸씽’과 ‘불꽃놀이’에 이어 요즘 뜨고 있는 대세 신인

언제부터 대세 신인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표어가 붙은 기사도 있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를 은근하게 까는 뉘앙스를 흘리던 연예부 기자들도 지금은 ‘뉴블랙? 얘네 누군지 아시죠?’ 하면서 분위기에 슬쩍 편승해 있었다.

기자 이름을 대조해 가면서 우리끼리 얼마나 웃었던지.

그리고 포털 메인에는 어제 우리가 나왔던 클립이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편집되어 걸려 있었다.

-와.. ㅋㅋㅋㅋ 다시 봐도 신기하네

-주작 같은데

-주작

-얘네 섭외된거 뒷돈 아니냐고 한 사람들 다 어디갔음?ㅋㅋㅋ

무엇보다 다행인 건 뉴블랙이 섭외 소식을 알린 이후로 달렸던 악플이 거의 사라져 있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있기는 했지만, 극성 시청자들은 일단 관망하기로 방향을 튼 듯했다.

-뭐.. 특집 나와 봐야 알긴 하겠지만 열심히 하긴 하던데요. 같은 아이돌이라고 나온 걸스온탑 보단 훨 나았어요

-진짜 예쁜 척만 하고..ㅋ 그럴 거면 왜 나오는지

걸스온탑과 화이 엔터가 보면 복장 터질 댓글부터.

-괜춘한듯. 구 피디가 생각이 있으니까 섭외했겠죠. 구멘

-구멘이 될지 구멘나사이가 될지 지켜보렵니다

-어제 보는데 희찬이랑 희연이랑 케미 괜춘한듯 ㅎ.ㅎ

그럭저럭 괜찮게 평하는 댓글까지.

비호감 없는 이미지로 첫 소개를 하는 게 목표였는데, 내 생각 이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것 같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우리 나온 기사.”

“스마트폰에 얼굴이 빨려 들어가는 줄 알겠다, 인마.”

석환 형의 핀잔에 웃으며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우리는 지금 회사에서 좀 멀찍이 떨어진 어느 카페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곧바로 3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침이라 한적한 카페에 카메라가 세팅이 되어 있었다.

조연출로 보이는 남자, 그리고 작가로 보이는 여자 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중에 앳된 얼굴에 다크서클이 턱 끝까지 내려온 이는 이미 한 차례 인사를 나눈 적 있는 사람이었다.

이름을 정우정이라고 한 막내작가님이었다.

“안녕하세요. 선우주입니다.”

제작진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자리에 앉고는, 각도를 조정하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주세한이 방송된 바로 다음 날.

오늘의 스케줄은 다큐멘터리 촬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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