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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5)화 (10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5화

첫 번째 미션이 공개되자 다들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요리하는 미션인가?”

“진짜로 밥 하는 거 아니에요? 왜 예전에 주세한 보면, 진짜 땔감 주워 오고 아궁이에 지폈던 에피소드 있었잖아요.”

“설마요. 어르신들에게 식사 대접하는 거겠지.”

메인 피디 구재영이 설명했다.

“첫 번째 미션은 어르신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는 미션입니다. 세 팀으로 나눠서 진행할 거고요. 가장 많은 손님을 얻은 팀이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그러자 양옥분 선생님이 주름이 자글자글한 이마를 찌푸렸다.

“구 감독, 요리 레시피나 그런 건 어떡해? 나처럼 요리 못하는 사람이 여기 한 다스는 될 텐데.”

모두 고개를 끄덕이자, 구재영 피디가 알고 있다는 듯 답했다.

“예, 그런 우려를 하실 것 같아서 레시피는 저희가 준비했습니다. 이따가 조연출들이 한 부씩 나눠 줄 거예요. 요리는 거기에 적힌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러곤 덧붙였다.

“물론 레시피에 대해선 큰 제약을 두지 않겠습니다. 어머니나 아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도 되고요. 인터넷 블로그에 나와 있는 요리 레시피를 이용하셔도 됩니다.”

“이거 너무 친절해서 수상한걸.”

개그맨 오형석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쉽게 허용해 주고 그런 적 없었잖아? 이번에는 또 뭐가 있길래….”

“예,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주세한의 멤버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쉬었고, 게스트들은 귀를 기울였다.

“레시피에는 제한이 없지만, 재료에 제약이 있습니다.”

“…재료?”

“여러분이 요리에 사용하게 될 재료를 저희가 구매했는데요. 그걸 얻기 위해선 어르신들의 집에 방문해야 합니다. 재료가 표시된 지도… 어디 있지. 형섭아! 어, 그래.”

조연출이 커다란 도화지를 들고 나타났다.

마을 약도가 그려져 있었는데, 어르신들이 사는 가구마다 이름과 재료가 표시되어 있었다.

[강칠복, 이금순 – 돼지고기] 이런 식으로.

저 상점에 가면 NPC로부터 물약을 살 수 있다고 표시된 게임 지도 같았다.

“재료는 이렇게 준비가 되어 있고요. 수량은 충분하니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다만, 재료를 얻기 위해서는 각 가구마다 어르신들이 주는 미션을 성공시켜야 합니다.”

전구 갈아 끼우기라든가, 밭일이라든가.

마을에서 홀로 사는 어르신들로부터 청취한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만든 미션이라나.

출연진을 둘러보던 구 피디가 손뼉을 쳤다.

“그럼 첫 번째 미션을 시작하기 전에 시간을 드릴 테니 팀별로 의논을 해 주세요.”

*   *   *

널찍한 마을 회관 안.

서른 명의 출연진이 세 팀으로 나눠 앉았다.

“일단 우리 팀을 셋으로 나누도록 해요.”

조장을 맡은 여희연이 A4 용지에 ‘업무 분담’이라고 썼다. 그러곤 각 항목을 적어 갔다.

재료 구하기 3팀 (8명).

조리팀 (2명).

“일단 남아서 요리를 할 사람부터 구할게요. 여기서 나 평소에 요리에 좀 해 봤다 하는 사람 있어요?”

“저요.”

비주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팀원들의 이목이 집중되자 비주가 쑥스럽게 웃었다.

“엄청 잘하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할 자신 있어요. 평소에 요리가 취미여서요.”

“비주가 일부러 겸손하게 말하는 거예요.”

내가 덧붙였다.

“얘 요리 진짜 잘하거든요.”

“그래?”

“넹, 울 엄마보다 더 잘해여. …어, 방금 그 말은 방송에 안 나가져?”

막내의 말에 팀원들과 VJ가 웃는 동안, 여희연이 비주의 이름을 조리팀에 적어 넣었다.

“그럼 어디까지 가능해?”

“기본적인 요리는 다 할 줄 알아요. 외국 요리는 잘 모르지만, 한식은 어느 정도…….”

“독학으로 배운 거야?”

“네, 미튜브나 요리책 보면서 배웠어요.”

독학이란 말 때문인지 우리 팀원들은 다들 ‘괜찮은 건가?’ 싶은 반응이었다.

“뭐, 기본적인 칼질만 할 줄 알면 됐지.”

여희찬이 태평하게 말했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일 텐데. 요리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 봐야 여기 서른 명 중에 두세 명 정도…?”

그 말 그대로였다.

다른 팀도 누가 요리를 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었다.

특히 걸그룹 6인이 포함된 B팀은 요리 가능자가 없는지 암울한 눈빛을 띄고 있었다.

반면 A팀은 분위기가 밝았다.

헤이션이 물었다.

“저기는 왜 저런데요? 잔칫집처럼 신났는데.”

“잠깐만요.”

SNS 셀럽 맥시가 귀에 손을 올렸다.

뜬금없는 행동에 우리가 고개를 갸웃할 때, 나른한 목소리가 상황을 전달했다.

“서지형 씨, 음식점 한다고? 한식기능사 자격증도 있었어? 이야, 우리 팀 구세주네. 구세주. 그래, 지형아! 그래, 넌 웃기는 거 말고 다른 걸 해야 돼 …라네요.”

“그게 들려요?”

이견우가 놀라서 묻자, 셀럽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 얘기 듣는 걸 잘해서요.”

어떻게 들은 거지.

이 웅성거리는 소음을 뚫고 저 먼 곳의 대화를 캐치한 게 신기했다.

나도 한 번 해 봤는데 안 됐다.

멀리서 한식 조리 기능사 자격증을 보유 사실을 알린 개그맨은 팀원들의 환호를 받으며 뿌듯하게 웃고 있었다.

그런데 A팀에서 박수가 다시 한 번 터져 나왔다.

그 대상은 바로 우리와 오프닝 전에 인사를 나누었던 신인 배우 한여름 씨였다.

맥시가 다시 귀를 기울였다.

“CIA 나왔대요.”

모두 눈을 깜빡였다.

“CIA요? 그 미드에 나오는 거?”

“국정원 같은 데 아닌가.”

“와, 대박.”

“뭐야, 그러면 한국인이 아니야?”

중현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그런 기관에서 나왔다고 말해도 돼요? 영화 보면 신분 감추고 그래야 한다는데.”

“사무직은 되는 거 아닐까?”

그 말에 다들 바보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곧바로 CIA의 정체가 드러났다.

미 중앙정보국과 같은 약자를 지닌, 미국에서 엄청 유명한 요리 학교라나.

인터넷 검색 결과를 보며 다들 헛기침을 했다.

헤이션이 혀를 내둘렀다.

“저기는 요리로는 막힐 일이 없겠네. 유명 학교 나온 사람도 있고, 요식업 사장님도 있고.”

분위기만 보면 벌써부터 A팀이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인 것 같다.

우재용 선생님이 신이 나서 호탕하게 웃고 있고 오형석은 서지형을 붙들고 칭찬을 해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우리 팀원들이 비주를 격려 했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해.”

“그래,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들을 이기려고 들면 피곤해. 우리는 우리 길을 가자고.”

“어르신들 입맛에는 생활 요리가 더 맞을 수도 있어요.”

“비주야, 결과 모르는 거야. 열심히 하면 우리가 1등이 될 수도 있어. 그니깐 화이팅 넘치게. 오케이?”

하지만 다들 우리 둘째가 요리를 잘할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 듯했다.

애가 곱상하게 생기고 움직임도 나긋나긋하니 요리랑은 영 이미지 매치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냥 그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요리를 취미로 좋아하는구나 하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비주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니까.

하지만 그 실력은 단순히 취미 수준이 아니었다.

얘가 야채를 썰 때나, 밥을 볶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동작이 범상치가 않다고 해야 하나.

내가 요리를 배우고 싶다면 미튜브 대신 얘를 봐도 되겠다고 생각할 만큼.

객관적으로 봐도 우리 둘째는 요리를 잘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 반응을 보면 기대치가 0을 뚫고 내려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느낌이었다.

비주가 눈을 깜빡이며 나를 쳐다보자, 씩 웃어 주었다.

조금 있으면 다들 알게 되겠지.

*   *   *

요리 메뉴는 금방 선정됐다.

잡채와 소불고기, 된장찌개.

다른 팀들도 엇비슷했다.

다들 찌개를 기본으로 A팀은 주력 메뉴가 생선찜과 보쌈, B팀은 불고기와 각종 전, 산적꼬지였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식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익숙한 요리여야 했고, 다른 주민들도 와서 식사를 할 예정이기에 대량으로 준비가 가능해야 했다.

그랬기에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요리가 애초에 몇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재료 쟁탈전.

“자, 지금부터 두 시간 동안 재료를 공수해 오시면 됩니다. 시간도 충분하고 재료도 넉넉하니까, 너무 미션에만 치중하지 마시고. 어르신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 주세요.”

구재영 피디의 말과 함께 미션이 시작됐다.

“잘하고 오세요!”

“다들 필요한 재료 꼭 챙겨 와요!”

조리팀이 된 우리 둘째와 여희연이 손을 흔드는 가운데, 우리 C팀은 셋으로 나뉘어 흩어졌다.

“이따 봐요. 형.”

먼저 헤이션과 중현이가 오른쪽 갈림길로 갔고.

“잘하고 올게여!”

지호가 이견우, 여희찬과 함께 왼쪽 갈림길로 헤어졌다.

그리고 남은 셋이 가운데 길로 걸어갔다.

나와 리혁이, 그리고 맥시였다. 원래 맥시를 가운데 두고 걷고 있었는데 리혁이가 빙 둘러서 내 왼쪽으로 와서 붙었다.

본인 딴에는 은근하게 움직인 듯했는데 누가 봐도 티가 났다.

눈치를 챈 상대가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곤 시무룩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내가 싫어?”

“…네?”

“자리를 옮기길래, 내가 싫은가 해서….”

너무 단도직입적이라 우리 둘 다 당황했다.

리혁이가 놀라서 손을 휘휘 저었다.

“아뇨,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이리로 와. 나랑 얘기하면서 걷자.”

“…어, 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리혁이를 보며 내가 웃었다.

“얘가 은근히 수줍음을 많이 타거든요.”

“에궁.. 그렇구나. 나도 낯 엄청 가리는데.”

…라고 눈화장을 인디언처럼 하신 분이 말하고 있었다.

리혁이가 내 말에 발끈했다.

“내가 뭐가 소심해요. 하나도 안 소심….”

“귀 엄청 빨갛다, 가까이서 보니까 케첩 같아.”

“더 빨갛게 하는 방법 알려 드릴까요?”

“오, 뭔데?”

“칭찬을 해 주면 돼요.”

리혁이가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요. 그냥 날이 더워서 그런 거지, 이 귀는 부끄러움과 전혀 연관이 없…….”

“너 목소리 되게 좋다.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

“…….”

“비율도 진짜 좋다. 내가 하는 쇼핑몰에서 피팅 모델 한 번 서 볼래?”

“…….”

“우와, 진짜 부끄러움 많이 타는구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해맑은 말투가 합쳐지니 뭔가 신기한 느낌이었다.

맥시.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SNS상에서 셀카 등으로 유명해진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케이블 TV쇼에서 게스트로 출연을 하다가, 그 특유의 캐릭터 덕분에 여기저기서 각광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일명 뇌를 거치지 않고 해맑게 말하는 컨셉.

뭐, 집에 가서는 ‘에라이, 먹고 살기 드럽게 힘드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보이는 모습은 TV에서 보던 것과 똑같았다.

6mm 카메라를 든 VJ가 아침부터 내내 따라붙어서 컨셉을 포기할 틈이 없던 것도 이유겠지만.

그녀가 물었다.

“우린 어디부터 갈 거야?”

“일단 소불고기 재료부터 구하려고요. 여기 세 분 중에서 지금 미션 진행 안 하시는 분들에게 갈 거예요.”

약도에서 소고기가 표시된 집은 세 군데였다.

첫 번째 집은 활짝 열린 대문 너머로 VJ의 모습과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서 곧바로 포기했고.

두 번째 집은 4분 정도 더 걸어가서 나왔는데, 햇볕이 어찌나 센지 선크림을 잔뜩 발랐는데도 얼굴이 따가웠다.

하얗기로 유명한 우리 메인보컬은 아예 잘 익은 딸기가 되어 있었다.

“아, 어지러워…….”

“괜찮아?”

“신경 쓰지 마요. 잠깐 더워서 그런 거니까.”

밀짚모자 같은 거라도 챙겨 올 걸 그랬나. 애가 흐느적거려서 괜히 걱정이 됐다.

옆에서 걷고 있던 맥시가 멀찍이 집을 하나 가리켰다.

“저기야?”

“아뇨, 저기서 왼쪽으로 꺾어져야 나와요. 저 집은….”

내가 지도를 확인하고 말했다.

“다른 집이래요. 할아버지 한 분이 살고 계신데, 재료로 강황을 주신다고 되어 있어요.”

“강황?”

“카레에 쓰는 재료예요.”

리혁이의 대답에 잠시 고민을 했다가, 이내 말했다.

“…강황이 들어가는 요리가 없을 텐데.”

카카오 열매가 있다고 해서 바로 초콜릿을 만들 수 없듯이 저거 하나 가지고 카레를 만들거나 그럴 순 없을 테니까.

강황이라니.

다른 분들의 집에는 그래도 두부, 부추, 소고기 같은 식으로 요리에 쓸 만한 재료들이 표시되어 있는데, 저분의 집에는 어디 쓸 데도 없는 재료만 딸랑 하나 표시되어 있었다.

다른 낡은 집과 달리 지은 지 얼마 안 된 듯 제법 깔끔해 보이는 주택.

거길 지나가는 동안 맥시가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았다.

“에궁, 저분도 안 됐네. 그런 재료면 아무도 안 찾아올 텐데.”

“그러게 말이에요.”

내가 말했다.

“그러면 이따가 한 번 들르는 건 어떨까요?”

“난 찬성.”

“나도 찬성이요. 할아버지 혼자 계셔서 적적하실 테니까, 이따 인사라도 한 번 드리고 가요.”

이윽고 목적지인 두 번째 집에 도착했다.

“실례합니다.”

대문 문고리를 들었다가 부딪치며 노크를 했다.

곧이어 방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할머니 한 분이 버선발로 나오셨다.

“어이구, 왔네! 왔어!”

성함은 임순현 할머니.

방금 전 경로당 친구가 전화를 걸어서 자기 집에 방송국 사람들이 왔다고 자랑을 어찌나 했던지,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우리 둘을 보고 좋아하다가 그 뒤에 서 있는 맥시를 보고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짙은 눈화장과 호피 무늬 바지를 입은 이.

임순현 할머니는 잠시 컬처 쇼크를 느끼신 듯했다. 그러곤 반드시 덕담을 해 줘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셨다.

“어유, 그… 사자처럼 용감하게 생겼네.”

힘겨운 칭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쨌거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사를 나눴다.

손을 잡아도 되냐고 허락을 구하고는, 할머님과 두 손을 붙잡고 눈을 마주치며 계속해서 웃어드렸다.

일부러 평소보다 발음을 더 또박또박했는데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담당 VJ가 신발을 벗고 들어간 후, 우리도 뒤따라 집에 들어갔다.

곧장 거실에 있던 갈색 털의 포메라니안이 폴짝폴짝 뛰었다.

“어머, 귀엽다.”

맥시와 VJ가 함박웃음을 짓는 가운데, 나도 귀여워서 웃을 때였다.

“…….”

리혁이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그 자리에 붙박인 듯 서 있었다.

강아지가 반갑다는 듯 리혁이 주변을 돌아다녔는데, 차렷 자세로 눈동자만 땡글땡글 굴리고 있었다.

햇볕과 촬영장비 때문에 계속 인상을 쓰던 VJ가 처음으로 미소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나벼?”

임순현 할머니가 짓궂게 웃으며 강아지를 안아 들었다.

그러곤 불편한 걸음걸이로 우리를 한곳으로 이끌고 갔다.

거실.

엄밀히 말해 거실보다는 창고라는 명칭이 붙어야 더 어울릴 것 같은 장소였다.

할머님이 민망하다는 듯 말했다.

“지저분하지?”

“아, 아니에요.”

“내가 요즘 허리가 너무 시큰거려서 청소를 못했어. 그래서 그런데, 이거 청소를 쪼끔 부탁을 좀… 어떻게 해 봐도 될랑가?”

“청소요?”

그리고 여태까지 빈혈에 쓰러질 것처럼 흐느적거리던 리혁이가 똑바로 섰다.

척추기립근이 생긴 오징어 같았다.

우리 넷째가 눈을 반짝였다.

“저희가 청소를 해 드리면 되는 건가요?”

그러고는 할머님과 함께 거실에 널린 짐을 보며 휴지를 들어 그 먼지를 스윽 훔치기도 하며, 견적을 내는 모습이 되게 신이 난 사람처럼 보였다.

벌써 계획을 세웠는지 할머님에게 이렇게 하면 어떠냐고 묻는 이를 보며, 맥시가 내게 속삭였다.

“쟤 청소 좋아해?”

“쉬는 날에 청소기 엑스포 다녀오는 애에요.”

“에궁.. 희한한 사람이 다 있네.”

그러게요. 에궁.

하지만 덕분에 미션 수행은 비교적 쉬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와서 보라고 손짓하는 리혁이에게 다가가는 동안 다른 멤버들을 떠올렸다.

다들 잘하고 있겠지?

*   *   *

같은 시각.

두부를 구하는 미션을 성공시킨 김중현과 헤이션은 다른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된장찌개 재료를 주제로 서로 라임을 맞춘 랩을 주고받던 두 남자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으아아! 깜짝이야!”

비명과 함께 어느 집 대문으로 A팀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그중에 끼어 있던 모델 한소라는 아예 혼비백산한 표정이었다.

김중현이 고개를 갸웃할 때, 헤이션이 물었다.

“왜들 그러세요?”

“미션을 해야 하는데 너무 사나워서… 아, 깜짝아!”

외마디 비명과 함께 뭔가 폴짝 담벼락 위로 올라섰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검은 털, 날카롭게 휘어진 뿔, 그리고 어지간한 대형견보다 더 큰 압도적인 덩치.

마치 제왕과 같은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건 바로…….

“흑염소?”

흑염소 한 마리가 담벼락 위에서 위엄 넘치는 포효를 토하고 있었다.

-메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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