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6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라지만, 오늘 하루가 이렇게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줄은 몰랐다.
분명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 한 번 시원하게 해 주고, 제로 콜라 한 잔 마시면서 동생들을 구박하다가 꿀잠을 잘 예정이었는데.
문자 한 통이 도착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나랑 만날까?
발신인은 조규환 이사.
갑자기 행선지가 회사로 바뀌는 나를 보며 동생들이 깔깔 웃는가 싶더니, 어느새 지하 주차장이었고, 마중을 나온 이사님과 밥 한 끼를 위해 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거기까지가 기억의 끝이었다.
잤거든.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절대 자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거의 혼절하듯이 잠에 빠져들 때.
지금이 그런 경우였다.
나는 조수석에서 슬그머니 눈을 떴다. 그러곤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주변을 확인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거의 도착했나 보네요.”
“잘 잤어?”
“…….”
백미러를 통해 티벳 여우를 닮은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내가 엄지를 들며 말했다.
“…승차감이 굉장히 좋네요.”
“곤히 자길래 냅뒀어. 왠지 깨우면 안 될 것 같더라.”
“저 혹시 코는 안 골았죠?”
조규환 이사가 운전대를 꺾으며 입가를 씰룩였다.
…골았구나.
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가 이래저래 추태를 보이네요. 새벽에 전화를 걸지를 않나, 조수석에서 자지를 않나….”
“아냐, 나도 어차피 그때는 안 자고 있었어.”
“그러셨어요?”
“그냥, 막 자려고 누워 있었지.”
“…….”
내 표정에 상대가 막 웃었다.
어째 아까부터 나를 놀리는 것 같은데.
그래도 기분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었다.
신호등에 차가 멈추는 동안 주변을 확인하니 남산 근처였다. 이런저런 음식점 상호를 훑는 동안 내가 물었다.
“저희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아. 스칼렛 애들한테 요즘 맛있는 데 좀 알려 달라고 했더니, 여기를 추천해 주더라고.”
상대가 손가락으로 멀리 간판을 가리켰다.
“거의 다 왔네. 저기야.”
“…….”
그가 가리킨 곳에는 ‘돈-가스 원조맛집’이라는 궁서체 간판이 붙여져 있었다.
“…….”
“네가 돈까스 사 준다길래.”
“그거 잊어 주시면 안 될까요, 이사님.”
상대가 고민했다.
“음,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네.”
“그럼 어쩔 수 없이 저기서 제일 비싼 걸로 사 드릴게요.”
“…어? 내가 왜 돈까스를 먹으려고 했더라.”
“감사합니다. 제가 두 개 사드릴게요.”
상대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돈까스를 앞에 두고, 나는 쓰고 있던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렸다.
그러고선 돈까스 하나를 먹었다.
…엄청 맛있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지호가 쓰는 말로는 겉바속촉의 결정체라고 할 만한 튀김옷이었다.
거기다 소스는 어렸을 때 먹던 그 추억의 맛.
나중에 우리 애들 데리고 와서 먹여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나는 맞은편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조규환 이사를 바라보았다.
잘나가는 직장인 광고에 나올 법한 30대 중후반의 표본 같은 모습이라고 할까.
다른 기획사에서는 실장이나 팀장급 관리자를 맡을 나이지만, 이 사람은 레몬 엔터에서 음반 제작을 담당하는 제작이사 자리에 있었다.
스칼렛과 뉴블랙의 프로듀싱을 담당하고 있고, 그 외적으로 회사 의사 결정에도 영향력이 상당히 큰 편.
그런 사람이 밥 한 끼 먹자고 하니 부담스러웠다.
“어때, 맛있어?”
“네, 진짜 맛있어요. 마지막으로 돈까스를 먹었던 때가 군대다 보니…….”
“으.”
“나중에 동생들도 꼭 데려 와야겠어요.”
그런 말을 하며 돈까스를 집어먹는 나에게 조 이사가 웃었다.
“리더를 맡아서 고생이 많네. 요즘 힘든 건 없고?”
“네, 없어요. 워낙에 동생들이 말을 잘 들어서요.”
“…하긴, 속 썩일 애가 하나도 없긴 하지. 그럴 만한 애들은 그때 내보내기도 했고.”
쓴웃음을 짓던 상대가 물을 마셨다.
그러곤 뭔가 할 말이 기억났다는 듯 말했다.
“참, 오늘 포털에 올라온 기사에 너희가 나오더라.”
“진짜요?”
“들어가서 봐 봐.”
그의 말대로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기사가 하나 떠올라 있었다.
-8월 음반차트, 기성들의 흥행 속 신인 약진
분석 기사였다.
망고 월간 차트 100에 기존 가수들이 상위권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신인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내용이었다.
[신인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뉴블랙의 경우 ‘불꽃놀이’가 월간 43위, ‘밤바다’가 56위를 차지했으며, 장소원과 콜라보로 부른 ‘Something’은 여전히 차트 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이 세 곡 모두 뉴블랙 멤버 우주가 작곡을 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더불어 ‘슈퍼 루키’라는 왠지 모르게 낯부끄러운 별칭 내용 아래, 댓글들에도 우리 이름이 드문드문 보였다.
-뉴블랙 신인답지 않게 잘하더라
-스트릿 보이즈 회사한테 돈 받음?ㅋㅋㅋ 솔직히 99위면 저기 같이 낄 급은 아닌 거 같은데요?ㅋㅋㅋ
-올해 나온 신인 중에선 뉴블랙이 젤 낫긴한 듯
추천수가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기분 좋은 댓글들이라 멤버들에게 기사 링크를 보내 주었다.
“어때, 기분이?”
“뿌듯하네요. 인정받은 느낌도 들고.”
“그만큼 네가 잘해 줘서 그런 거지. 거저 얻은 게 아니잖아.”
“감사합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상대가 슬슬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번 리얼리티에 코너 하나를 만들 거야. 2집 앨범 준비 과정을 보여 줄 예정이야. 특히 네가 작곡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말야.”
“지난번에 밤바다 만들 때처럼, 셀프캠으로요?”
“뭐, 그렇지. 중간중간 촬영팀이 오기도 할 거고.”
“그런데 팬분들이 궁금해할까요? 재미없다고 하실 수도 있는데…….”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른 부분이야 네, 맞아요 하고 넘기면 그만이지만 우리 활동에 관한 문제는 대충 넘길 수 없었다.
리얼리티는 일반 대중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자기 아이돌을 애정하는 팬들을 위한 프로지.
아이돌들이 맛난 거 먹고, 재밌는 거 하는 걸 보고 싶어 하지, 땀 뻘뻘 흘리면서 안무 컨펌 될 때까지 계속 영상 찍고, 트레이너들한테 영혼까지 털리고, 초췌한 얼굴로 밤새고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할 리 없으니깐.
상대도 동의했다.
“일반적으론 그렇지. 앨범 준비 과정에서 아이돌은 보통 주체적으로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그 대상이 되는 거니까. 시키는 대로만 하는 걸 보면 재미가 없지.”
내 생각도 그랬다.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하자, 상대의 입에서 정말 하나도 예상 못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다음 2집 앨범 프로듀서를 너한테 맡겨 보려고 하거든.”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저한테 프로듀싱을 맡기신다고요?”
“엄밀히 말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쪽에 가깝지. 실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나와 A&R팀이 하되, 앨범 컨셉 등에 관해서는 네 의견을 중점적으로 반영하게 될 거야.”
“…….”
“어때? 좋은 제안이지 않아?”
엄청나게 좋은 제안이지.
프로듀서는 앨범의 컨셉부터 트랙 리스트, 재킷 사진과 뮤직비디오까지 그야말로 앨범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자리다.
곡에 관한 이런저런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를 빼면 일반적인 아이돌 멤버들이 A&R팀이 짜 주는 컨셉으로 활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를 그런 자리에 끼게 해 주겠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제안이었다.
더구나 보통 아이돌 앨범을 만드는 데는 억대의 돈이 들어간다.
그런 돈이 걸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해 주는 것부터가 나를 어느 정도 인정을 해 준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런 만큼 부담도 컸다.
상대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 부담 갖지는 마. 너 보고 다 하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배워 보라는 것에 가까우니까.”
생각이 복잡하게 엉킨다.
할까, 말까.
하고 싶긴 했다.
가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내 앨범을 내가 원하는 대로 꾸릴 수 있는 기회.
책임이 부담스럽긴 해도 잡고 싶은 일이었다.
다만 이 제안을 승낙하는 게 우리 그룹을 위해서 좋을지 나쁠지 판단을 할 뿐이었다.
눈은 돈까스를 바라보고 있지만, 머릿속으론 양쪽 저울에 하나씩 올려 가며 무게를 가늠하고 있었다.
마침내 판단이 섰다 싶은 순간, 상대가 웃으며 물었다.
“어때, 판단이 섰어?”
“네, 해 볼게요.”
내 대답에 상대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그런 이에게 내가 진지하게 물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응, 말해 봐.”
“왜 저한테 이런 제안을 하시는 건가요?”
* * *
뉴블랙의 프로듀서로부터 제안을 받은 후 나는 며칠 동안 작업실에서 밤을 새웠다.
딸깍.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두고, 후드를 푹 눌러쓴 채 계속해서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모니터에는 작곡 프로그램이 떠올라 있었다.
지금 내가 만지고 있는 파일의 제목은.
Pig_in_the_Dream_(1)_1_13_last+01
바탕화면에는 비슷한 제목의 파일이 거의 벽지처럼 도배되어 있었다.
며칠간 겪었던 무수한 시행착오의 결과였다.
그래도 덕분에 처음에는 엉성했던 노래가 점점 뼈대가 잡혀가고 있었다.
마디를 드래그하고는 이런저런 음을 추가하거나 빼면서 나는 조규환 이사의 말을 떠올렸다.
-어제 새벽에 네가 들려준 멜로디 말이야.
상대가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웃어 넘겼거든. 그런데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 거야. 머릿속에 맴돈다고 해야 하나. 어딘가 익숙한 느낌도 들고, 듣기 좋았거든. 처음에는 원곡이 있나 했어.
그건 나도 생각하고 있던 지점이었다.
듣고서 좋았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기존에 있는 노래일 수도 있으니까.
-자칫하면 표절이 될 수도 있는 문제라, 내가 그날 밤을 새서 같은 멜로디가 있는지 찾아봤거든.
-…혹시 있었나요?
-없더라.
그 말에 안도했지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와 프로듀서의 표정이 동시에 진지해졌다.
그런 노래가 없는데 왠지 모르게 꼭 들어 봤던 노래처럼 익숙하고 듣기 좋다는 건, 굉장히 좋은 징조였으니까.
부정 탈까봐 둘 다 그런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그리고 그게 바로 상대가 내게 프로듀싱을 제안한 이유였다.
-네가 만든 노래가 수록곡이 되건, 더블 타이틀이 되건 간에 이번 앨범의 중심이 될 거라는 건 확실해. 색이 너무 강하거든. 그래서 처음부터 네가 만든 그 곡의 컬러에 맞춰 앨범을 만들어 보려고.
우리가 일명 ‘돼지송’이라고 불리는 이 멜로디는 다음 앨범의 중심이 될 예정이었다.
그랬기에 예능이 끝난 날부터 나는 작업에 몰두했다.
“으하아암~”
하품을 하다가 이내 테이블에 설치된 HBS MTV의 미니캠을 보고는 입을 가렸다.
민망해서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나중에 보시겠지만… 피디님, 제가 간곡하게 편집 부탁드릴게요.”
손으로 가위질을 하다가 이내 손하트를 그려 보았다.
…알아서 편집을 잘해 주시겠지?
이 재미없는 작업 과정에서 어떤 편집점을 잡을지 궁금하지만 말이야.
그 사이 또 다른 카메라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짜잔.”
손에 캠코더를 든 중현이를 따라 동생들이 병아리처럼 들어왔다.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울렸다.
“여기는 저희 작업실이에요. 제가 믹스테이프 만들 때나 우주 형이 작곡을 할 때 쓰는 곳이에요.”
“하이.”
“오, 때마침 우주 형이 저기 있네요.”
손을 흔드는 나를 보며 중현이가 나레이션을 깔았다.
“반갑습니다. 선우주 씨.”
“예, 안녕하십니까.”
동생들의 상황극에 맞춰 나도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주었다.
그러는 동안 카메라가 후드티와 츄리닝을 걸친 내 모습을 위아래로 담았다.
“와, 오늘 컨셉은 추레함인가요?”
뒤에 서 있던 동생들이 박장대소를 했다.
작업에 지쳐 있던 나도 잠시 웃음을 터뜨렸다가 이내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추레함이라니요. 트렌디함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후줄근한 회색 후드티와 검은 츄리닝이 포인트거든요. 이게 요즘 유행하는 작곡룩이에요.”
“오, 작곡룩. 그 회색 후드 티 가운데 검은 점도 포인트인 건가요?”
“어? 이건….”
내가 부끄럽게 가리자, 리혁이가 말했다.
“저거 그거네요. 제육볶음 국물.”
“야, 그걸 왜 말해?”
“푸하하! 비주 형 표정 봐여. 저거 형이 어제 빨아서 갠 옷 아니에여?”
“괜찮아. 이제 이런 일은 익숙해….”
비주가 리얼리티 캠 앞에 서서 제육볶음 국물을 세탁하는 요령을 알려주는 동안, 나는 후드 티를 갈아입었다.
그리고 조심히, 헛기침을 했다.
“와, 저 아무런 일도 없었던 척하는 거 봐여.”
“음? 무슨 일이 있었나?”
시치미를 떼는 나를 보며 동생들이 웃기 시작했다. 피아노 앞에 앉아서 건반을 대강 누르면서 물었다.
“너희 개인 레슨은 다 끝난 거야?”
“잠깐 쉬는 시간이어서요. 지호는 연기 레슨 끝나서 이제 할 거 없다고 하긴 했어요.”
비주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참, 오기 전에 매니지먼트 팀 사무실에서 보고 왔는데요. 저희 추석 당일날 하는 방송이요. 픽스 됐대요.”
“그거 됐구나.”
PBS에서 하는 ‘도전! 뮤직 퀴즈’라는 생방송 특집방송에 출연이 될 수 있다고 얘기는 들었는데, 확정이 됐구나.
기쁘면서도 아쉬웠다.
이번 추석에 스케줄이 없으면 내려갈 줄 알았거든.
간만에 군산에 가서 할머니랑 같이 맛난 것도 사 먹고, 같이 주세한도 보면서 명절을 쇠고 싶었는데.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지 다른 녀석들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왜냐하면 지금이 아니면 9월 말이나 돼야 갈 수 있으니까.
추석 시즌이 끝나면 바로 일주일 뒤에 2014 인천 한류관광콘서트가 있어서 연습이 필요했다.
미묘한 기분이다.
일이 바빠서 명절에 못 내려간다고 말해야 하는 직장인의 심정이 바로 이런 건가.
요새 언제 내려오는 거냐고 은근히 물어보는 김덕순 여사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난감했다.
손자 얼굴은 TV로 봐, 이럴 수도 없고.
그런 고민을 하는 동안, 센치한 분위기에 알레르기가 있는 막내가 화제를 돌렸다.
“형, 그래서 돼지송은 다 만들어가고 있어여?”
“응, 그렇긴 한데.”
내가 상대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어째 되게 뿌듯해 하는 것 같다.”
“그야, 당연히 제가 이 멜로디의 최대… 그 뭐져, 중현이 형?”
“공배수?”
“공약수야, 중현아.”
그 대화에 리혁이가 혀를 찼다.
“기여자요. 기여자.”
“아, 그러네여. 암튼 제가 이 멜로디의 최대 기부자잖아여. 나름 저도 만드는 데 기여한 노래니까 뿌듯하져.”
“맞는 말이긴 하네.”
우리 막내를 보며 웃고 있을 때, 비주가 물었다.
“거의 완성은 되어 가고 있는 거예요?”
“음… 그렇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완성이 되어가고 있는데, 마무리라고 해야 하나.”
고개를 갸웃하는 동생들에게 말했다.
“불꽃놀이가 팬분들에게 우리와 같이 놀자는 성격의 메시지가 있었다면, 이건 어떤 노래로 할지 그 성격을 정리하지 못했거든. 그것 때문에 제목도 아직 정하지 못했고.”
그리고 이 노래를 확실히 정리해 놔야 이번 앨범 컨셉도 확정할 수 있고 말이지.
물론, 이번에는 불꽃놀이 때와는 달리 내가 직접 떠올린 멜로디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 기본 발상이 내가 아니다 보니….
“아!”
내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너무 당연한 걸 놓치고 있었네.”
“저거 또 뭔가 위험한 생각을 떠올린 것 같은데요.”
위험물질이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웃고 있는 내 모습에 동생들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특히 불꽃놀이나 밤바다로 곤욕을 치른 중현이와 리혁이는 더더욱.
비주는 그 둘한테 붙들려서 가고 있다.
하지만 내 시선은 오롯이 한 명에게 향할 뿐이었다.
“지호야.”
“네?”
“너 이리 와서 앉아 봐.”
역시 당사자한테 듣는 게 제일 좋겠지.
위기감을 느낀 듯 막내가 다른 형들을 돌아봤지면, 다른 셋은 이미 도망치고 없었다.
“뭘 그렇게 겁내.”
“그, 저…….”
“레슨도 끝났다며? 할 거 없지?”
지호를 향해 내가 환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러곤 얼른 오라는 의미로 내 옆 의자를 톡톡 두드렸다.
“이리 와. 형이랑 노래 재미있게 만들어 보자.”
* * *
단톡방 ‘우주 없는 우주 팀.’
왕지호 [형들이 어떻게 저한테 이럴 수 있어요]
왕지호 [절 이렇게 버려요?]
왕지호 [기다려요.. 내가 복수할 거야]
2시간 후.
왕지호 [살려 주세요]
4시간 후.
왕지호 [저 좀 데리러 와주면 안돼요?ㅠㅠㅠㅠ]
6시간 후.
왕지호 [이제 저 뉴블랙 아니에요]
왕지호 [내일부터 신인 배우 할 거예요]
-왕지호 님이 대화방을 나가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