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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9)화 (11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9화

“감사합니다.”

양손에 쇼핑백을 가득 쥔 채 택시에서 내렸다.

멀어지는 택시를 보며 할머니가 투덜댔다.

“서울 택시는 뭔 운전을 이렇게 험하게 한디야. 멀미나서 뒤지는 줄 알았네. 가뜩이나 아까, 먹은 것도 느끼해 갖고.”

“그러니까. 내가 계속 말했잖아. 치즈 티라미수 케이크는 취향이 아닐 거라고.”

“그려, 너 잘났다.”

“손자가 말을 하면 좀 들어.”

“어휴, 속도 안 좋아서 죽겠는데 자꾸 구박하고 못살게 구니까 콱 맥히네. 아이고, 내 팔자야.”

“…….”

진짜, 내가 어떻게 이기지도 못하겠고.

쇼핑백을 왼손으로 옮겨 들고는 다른 손으로 할머니의 손을 주물렀다.

소화가 안 되기는 했나 보다.

곧바로 트림 비슷한 소리를 내는 걸 보면.

“이래 가지고 고기는 먹을 수 있겠어?”

“먹어야지. 공짜인데.”

비장하게 결의를 다지는 모습에 웃음만 나왔다.

골목길을 들어가자 정육식당 입간판이 나를 반겼다.

가게로 들어서자 다른 가족들이 손을 흔들었다.

중현이가 마중을 나와 내 짐을 받아들었다.

“아, 고마워.”

할머니가 벗고 들어간 새 신발을 신발장에 넣으며 뿌듯하게 웃고는 나도 방으로 들어갔다.

일렬로 길게 이어진 테이블마다 먹음직스런 반찬이 세팅되어 있고 TV에는 TBC 채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 옆에 앉은 석환 형은 태블릿 PC와 핸드폰 두 개로 각종 커뮤니티와 실시간 댓글을 띄워 두고 있었다.

말을 걸까 했는데 집중한 얼굴이라 내버려 뒀다.

나부터 여기저기 불려 다니기도 했고.

“우주야!”

“여보, 요즘 애들 대뜸 그렇게 반말하면 싫어해.”

“우주 씨야! 이리 와 봐.”

중현이네 아버님은 줄 게 있다면서 큼지막한 도자기 병을 꺼내셨다.

갑자기 분위기 진품 명품인가 싶었는데 아버님이 호탕하게 웃었다.

“이게 귀한 술이거든. 중현이가 맨날 신세 진다고 해서, 내가 선물로 가져온 거야. 한잔할 텨?”

“그게요. 아버님….”

“아부지, 우주 형은 술 못 마셔요.”

“그래? 왜?”

“그 알콜 고… 뭐라고, 아, 분해효소가 적대요.”

우리끼리 습관적으로 쓰던 알콜 고자란 말이 나올 뻔하다가 비주가 옆구리 쿡 찌르기로 막았다.

분해효소는 리혁이가 알려 줬고.

다들 웃자, 아버님이 쩝 소리를 냈다.

“아쉽구먼. 술을 못 먹는다니… 그럼 인생의 반을 손해 보는 건데. 어쩔 수 없이 내가 마셔야겠구먼.”

…라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병을 뽕 따셨다.

아까부터 그 술병을 흘깃거리던 지호네 아버님이 다가오셨다.

비주 어머님도 잔을 내미셨는데, 귀한 술이란 말에 소풍을 나가는 소녀처럼 들떠 보였다.

주거니 받거니 술잔이 오가는 동안 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한 명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바로 우리 덕순쓰였다.

농담으로라도 성격이 좋다고 말하기 힘든 우리 할머니는 친화력이 없었다.

혼자 두면 뻘쭘하게 물만 홀짝거릴 텐데.

그래서 걱정이 돼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할머니, 이 게장 한 번 잡숴 보세요. 껍질이 딱딱할 수도 있긴 한데, 진짜 맛있더라구요.”

“TV 소리 잘 들리세요? 안 들리시면 볼륨 더 키워 드릴게요. 네네, 좀 더 크게요? 잠시만요.”

“방석이 불편해 보이시는데. 밑에 한 장 더 깔아 드려야겠네.”

내가 손자로서 챙겨야 할 부분인데 어째 다른 가족들이 나서서 배려해주고 있었다.

웃으면서 말을 걸어 주는가 하면, 좋아 보이는 반찬을 양보하기도 하고, 어디 불편한 건 없는지 체크하고.

그에 화답하듯 우리 할머니도 연신 웃고 있었다.

얼떨떨하다.

다들 호감과 고마움이 섞인 눈으로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뭐지.

나 몰래 사람들을 꾀어내는 흑마술이라도 배웠나.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 내 모습에 석환 형이 물었다.

“왜 그래?”

“다들 우리 할머니한테 잘해 주시는 느낌인데.”

“아. 그거.”

석환 형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그러곤 자초지종을 말해주었다.

*   *   *

5시간 전.

레몬 엔터의 대회의실에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윤석환 실장이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PPT 슬라이드로 회사 재무상태나 소속 연예인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가족들은 유인물을 유심히 읽었다.

내 아들, 내 동생이 관련된 만큼 진지한 분위기였다.

윤 실장이 말했다.

“여기까진 저희가 연말 평가 때 설명을 드렸던 이야기고요. 지금부터 가장 궁금해하셨던, 아이들의 활동과 정산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슬라이드가 바뀌었다.

뉴블랙이 올해 2월부터 거둬 왔던 성적이 나열되어 있었다.

콜라보 음원 썸씽으로 거둔 음악방송 1위 4관왕, 각종 어워즈 수상과 4주 연속 음원차트 1위 등.

이어서 예상을 웃도는 1집 앨범 판매량과 ‘불꽃놀이’와 ‘밤바다’의 음원차트 성적이 나왔다.

거기에 주세한과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광고까지.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가족들이 저마다 손을 들고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럴 때마다 대답이 돌아왔다.

“썸씽은 리더인 우주가 작곡을 해서, 저희 측이 활동에 있어서 발언권을 얻을 수 있었어요. 안 그랬다면 유명세 차이 때문에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았을…….”

“비트윈이요? 우주가 구상을 했고, 저희 A&R팀이 서포트를 해서 완성된 노래예요.”

“불꽃놀이의 작사에 멤버들 이름이 들어간 이유는, 우주가 동생들과 같이 작곡을 하고 싶다고 했거든요. 현재 2집 수록곡도 지호와 작업하는 걸로 압니다.”

“예, 주세한은 편집이 아니라 진짜예요. 실제로 우주가 농구 슛을 성공을 시켰죠.”

가족들은 눈을 깜빡였다.

뉴블랙이 성공적으로 데뷔를 한 데 있어서, 한 멤버의 영향이 이만큼 컸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왕현탁 회장이 껄껄 웃었다.

“우리 애가 맨날 전화로, 저 형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라고 해서 의지가 많이 되나 보다 했는데… 정말 말 그대로 먹여 살렸구먼.”

“어, 우리 아들도 그랬는데.”

“저는 처음에 저 분이 우리 오빠 여친인 줄 알았어요. 스카이프 할 때마다 우주, 우주 해서.”

“우리 애들이 큰 신세를 졌네요. 정말.”

누군가 감사합니다, 할머님 하고 인사를 하자 김덕순 여사가 손사래를 쳤다.

“어휴, 저놈이 뭘 그리 했다고 그려요. 다들 성미도 곱고, 열심히 해서 저렇게 된 것이지.”

…라고 말하면서도 입가가 기쁘게 씰룩이고 있었다.

다른 가족들이 웃었다.

화목한 분위기였다.

과거 7인조 데뷔를 앞두고 3명이 이탈하면서, 2년 가까이 아들들이 침체기를 겪는 모습을 봤던 터였다.

보다 못해 아들에게 아이돌 꼭 해야겠냐고 포기를 종용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작년 연말평가 이후로 모든 게 달라졌다.

반쯤 우울증에 시달렸던 아들이 활짝 웃는가 하면, 매일 행복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며 오늘은 무슨 활동을 했노라며 자랑했다.

그 변화가 누구 덕분에 가능했는지는 너무나 자명했다.

윤 실장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정산에 관해서 말씀을 드릴 텐데 저희 회사는 분기별이 아니라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서 지급하고 있어요. 차후 내역서를 보내드리겠지만 현재까지는 이렇습니다.”

멤버들에게 지급될 금액을 보던 가족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김중현의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이쪽 업계 돌아가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저게 맞아요? 보통 2, 3년 지나야 받는다던데.”

“보통은 그렇습니다. 앨범 제작비나 트레이닝 비용을 빚 지우는데, 저희는 재무 구조도 탄탄하고 대표님께서도 ‘이런 건 회사 손익이지, 아티스트는 일한 만큼 돈을 받아야 한다’는 철학이셔서요.”

“아…….”

“다른 부분은 몰라도, 정산은 4대 기획사보다 더 잘 챙기고 있습니다.”

소속 연예인이 아닌데도 레몬 엔터에 대한 애정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부모님들이었다.

동시에 다시 한 번 선우주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이번에는 다른 의미였다.

멤버 가족들이 다시 누군가의 할머니를 향해 따스한 시선을 돌리자, 윤석환은 조용히 웃었다.

*   *   *

…라는 것이 석환 형의 이야기였다.

“역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돈이 짱이야.”

“…너, 내가 한 이야기를 제대로 듣긴 한 거야?”

말없이 웃으며 잘 익은 고기를 집었다.

기름장에 콕콕 찍어먹자 숯불향과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핏물이 살짝 배어나오는 꽃등심은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맛이었다.

“와, 개존맛!”

멀찍이서 막내가 따봉을 들며 흐느적거리자 다들 웃었다.

“어, 나야. 김 사장. 곧 있으면 우리 아들 테레비 나오거든. 응, 주세한. 꼭 봐.”

“네, 어머님. 지금 TV 트시면 돼요. 아뇨. PBS말고 TBC요. T! B! C! 그 우재용 나오는 프로에요.”

“아이고, 잘 지내셨어요. 의원님? 다름이 아니라 제 아들내미가 방송에 나옵니다.”

소주와 맥주병이 즐비한 가운데, 방송을 앞두고 가족들이 분주했다.

부모님들은 전화를 한 바퀴 돌렸고, 형제자매들은 손가락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떨린다.

TV 화면 우상단에 주세한의 로고가 떠오르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우리끼리 볼 때도 떨려 죽겠는데 가족들이 있으니 두 배는 떨렸다.

괜히 손 둘 데가 없어서 김덕순 여사의 손을 잡았다.

“왼손 잡어. 오른손은 고기 먹어야 혀.”

“…내가 치사해서 안 잡는다.”

고기가 영 눈에 안 들어와서 젓가락을 내려놓고 TV 화면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 누군가 내 뒤에서 목에 팔을 둘렀다.

“형, 저 너무 떨려여. 아까 누나들이랑 엄마아빠한테 우리 엄청 많이 나올 거라고 자랑했는데, 피디님이 뉴블랙 개노잼 이러면서 다 편집했으면 어뜩하져?”

“걱정 마.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그것보다, 지호야.”

“녱.”

“입술에 고춧가루 좀 닦아.”

“…앗.”

얼굴이 하얘서 그런지 입가에 묻힌 얼룩이 선명했다.

비주가 휴지를 꺼내 지호의 입을 닦아 줬다.

“지호야, 왜 이렇게 묻혔어?”

“넘 맛있어서 존엄성을 지킬 수 없었어여.”

“형, 그렇게 닦아 주지 마요. 버릇 나빠져.”

“리혁아, 네가 인상 쓰니까 동생이 이상하게 보는데?”

중현이의 말에 급방긋하는 리혁이를 보며 우리끼리 키득거렸다. 중현이가 감탄했다.

“이게 바로 가식이구나.”

“맞아여, 가식충.”

“조용히 해요, 다들. 나 아까 들은 말들 잊지 않았어요. 이따 복수할 거야.”

“너랑 지호는 틈만 나면 복수한다고 그러냐.”

내가 혀를 차자, 동생들이 눈을 깜빡였다.

비주가 막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형이 제일 많이 해요.”

“내가?”

“맞아여. 노땅이라고 놀릴 때마다 앞으로 너네 노래 파트 적게 줄 거라고 그러고.”

“음… 그런데 그건 실천이 중요한 거지. 난 말로만 그러지, 진짜 복수를 하지는 않잖아.”

비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서지형 선배님은….”

“아이고, 방송 시작하겠네. 볼륨 좀 키우자.”

막내가 리모컨 어플로 볼륨을 키웠다.

여희찬과 여희연 남매가 찍은 라면 광고의 후루룹 소리가 나오는 동안 나는 이상함을 깨달았다.

“근데 너네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야?”

분명 다들 가족들과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날 둘러싸고 있었다.

비주가 속삭였다.

“부모님이랑 같이 보려니까 너무 민망해서요.”

“난 뭐 그건 아닌데, 그… 영국에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모여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대요.”

“그랬구나. 안정이 되서 귀가 빨개진 거구나.”

“내가 진짜, 예인이 때문에 이렇게 웃는 거지. 집에 들어가면 다들 가만 안 둘 거예요.”

“어? 집이라고 했다, 리혁이 형.”

깔깔 웃으며 수다를 떨자, 다른 가족들도 미어캣처럼 모인 우리를 보며 웃었다.

비주네 어머님이 와서 귀엽다며 폰카로 찍고 갔다.

잠시 사이좋은 척을 하다가 가고 나서 투닥거렸다.

이제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본방.

-두근두근.. 지금 TV 틀어 놓고 보는 중입니다. 으아아!! 나오는 건 우리 애들인데 왜 내가 떨리냐아

-심장아 나대지마

-잘 나오겠죠? 예고 보니까 분량 좀 있을 것 같던데

-아.. 제발 노잼이어도 좋으니까 애들 얼굴 많이 나오게 해 주세요

-인정. 복지 정책은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제작진 여러분 우리 애들 얼굴이 바로 복지에요

팬카페 채팅방에선 우리 수플레들이 옹기종기 모여 떨리는 마음을 달래는 중이었고, 커뮤니티는 특집 출연자에게 관심 많은 이들의 수다로 시끌시끌했다.

C팀 단톡방도 헤이션과 맥시, 여희연이 신나게 톡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본방이 시작됐다.

오프닝부터 바로 시작할 줄 알았는데, 게스트들이 도착하는 장면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한여름 씨와 배영훈 씨가 도착하고, 그 뒤로 뉴블랙이 오면서 사람들이 우르르 도착했다.

서로 대화를 나누며 긴장을 푸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워낙 게스트가 많아서 그런지 우리는 짧게 지나갔는데, 중간에 우리끼리 369 게임을 하는 모습이 지나갔다.

포털 실시간 댓글 창에 ‘쟤네 뭐 하는 거지ㅋㅋㅋ’ 같은 글이 한두 개 올라왔다.

이어서 오프닝이 시작됐다.

하나씩 자기소개를 하는데, TV 속 우리가 인사를 하자 부모님들이 박수를 쳤다.

기분이 이상하다.

민망하면서도 뿌듯한 느낌.

김덕순 여사는 턱을 괸 채 화면 속 나를 보며 웃다가, 눈이 마주친 내가 윙크를 보내자 인상을 썼다.

까칠하기는.

-와.. 쟤네 다 잘생기긴 했네요

-비주얼은 탑급인 듯

-얘네 노래는 잘해요?

곧바로 나와 리혁이가 밤바다를 불렀다.

TV에선 게스트들이 박수를 치고, 우리 가족들은 신이 나서 와아아! 박수를 쳤다.

축구 경기 응원전 같은 모습이었다.

방송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30명이나 되는 대인원이니 만큼 편집이 정신없을 거라고 여겼는데 전혀 아니었다.

한 편의 영화처럼 자연스럽게 장면 전환이 이어졌다.

괜히 원탑 예능이라 불리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각 차량에서 이뤄졌던 대화가 부드럽게 연결됐다.

우리의 경우, 지호가 했던 내 삽질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인터넷 반응은 별로 좋지 못했다.

-아 뭐지..ㅋ 얘네 또 길게 나오네요

-지난번에는 뭐 그러려니 했는데.. 좀 노잼ㅋㅋ

-오프닝 때부터 느끼는데 얘네 은근히 분량 밀어주네요??

곧이어 첫 번째 미션이 시작되면서 불평은 쏙 들어갔다.

나와 리혁이가 청소하는 장면이 제법 웃기기도 했고, 무엇보다 재료 구하기 미션의 하이라이트 장면 덕분이었다.

-ㅋㅋㅋㅋㅋㅋ흑염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뭔가요ㅋㅋㅋㅋㅋ

중현이와 흑염소 대길이의 에피소드였다.

흑염소에게 인간들이 쫓기는 장면이 나오면서, 커뮤니티, SNS, 댓글창 등 보이는 모든 곳에서 ‘ㅋ’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중현이가 차에 치일 뻔한 대길이를 구하기 위해 레슬링 초크를 걸었을 때는 아예 뒤집어졌다.

오프라인에서 보는 우리 가족들도 배를 잡고 웃었다.

-진짴ㅋㅋㅋㅋ오늘 최고 명장면이네요 진짜

-와,.ㅋㅋㅋㅋㅋㅋ 웃다가 맥주 뿜음

-웃다가 눈물 났네

댓글 반응은 좋았다.

그리고 그걸 계기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관대해진 것 같았다.

-얘네도 진짜 웃기네요ㅋㅋ 청소 좋아하는 애부터 약간 웃기긴 했는데 염소 진짜 빵 터짐

-[속보] 대길이 알고 보니 분노조절잘해

-대길이가 진짜 하드캐리ㅋㅋㅋ

뒤이어 나온 우리 쪽 분량도 은근 반응이 괜찮았다.

막내가 어른들에게 재롱을 부리는 것도 괜찮았고, 리혁이의 청소 덕후 같은 면모도 꽤 주목을 받았고.

특히 비주가 요리를 할 때는 굉장히 좋았다.

쟤 요리 좀 해 본 애 같다면서, A팀의 서지형, 한여름과 함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부모님들도 뿌듯한 얼굴이었고 나도 뿌듯했다.

지금까지 우리 애들이 빛을 보지 못해서 슬펐는데 사람들이 그걸 알아봐주는 느낌이었으니까.

동네방네 확성기에 대고 우리 애들이 뭐뭐 잘해요, 하고 싶었는데 속이 뻥 뚫린 듯 시원했다.

내 분량은 적은 편이었지만, 그런 것쯤은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생각할 때.

요리 미션을 하면서 마을 회관에 손님들이 들어찰 때, 근심 어린 내 모습이 TV에 클로즈업 됐다.

-형, 왜 그래요?

-아까, 할아버지 한 분 뵙고 왔는데 꼭 오신다고 했거든. 지금 안 오셔서…….

내가 저렇게 시무룩했었나.

턱을 괸 채 울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가 카메라에 담겼다.

…왜 나한테 포커스를 맞추는 거지?

마을회관 바깥으로 차량 서너 대가 들어오는 장면이 찍히면서 게스트들이 웅성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때.

차에서 내린 강문식 할아버지를 보며 내가 진심으로 기뻐하는 얼굴이 나왔다.

“우와, 형 표정…….”

내가 저랬었나?

보는 사람들이 절로 흐뭇해할 만큼 기뻐하는 내 얼굴에 왠지 민망스러웠다.

하지만 인터넷에선 반응이 몹시 좋았다.

우리 팬분들은 어깨춤을 추시고, 인터넷에선 방금 쟤 이름 뭐냐고 묻는 댓글부터 캡쳐 화면까지.

얼떨떨한 기분을 느끼는 동안 방송은 이어졌다.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다.

내가 나오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오늘 방송에 대한 감상이 정리됐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내 느낌일 수도 있지만 이거 예감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숨 죽이며 TV 화면을 바라보던 어른들이 술을 마시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스마트폰을 들여다 봤고, 우리 김덕순 여사도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다들 표정이 미묘했다.

아마 나처럼, 방송 분량을 보고 어떤 확신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터였다.

두 번째 미션이 흘러가고, 내일 하게 될 2부 예고까지 흘러나왔을 때.

기묘한 정적이 감도는 고깃집에서 숯불 타는 소리만 들릴 때였다.

지이잉-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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