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2화
연예인과 일반인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계단식 객석을 올라갔다.
연차 높은 개그맨, 중견 발라드 가수, 음대생 참가자 등.
다양한 목소리로 인사가 오갔지만 우리 애들의 관심사는 딱 하나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비주가 입을 가리고 속삭였다.
“형, 다들 저희를 알아보시는 것 같던데, 이거 진짜일까요?”
“아니에여. 제 생각에는….”
지호가 속삭였다.
“혹시 저희 팬카페 분들인 거 아닐까여?”
“그럴 수도 있겠네.”
“야, 얘기하려면 너네 둘이 해. 내 귀에 속삭이지 말고.”
끈으로 연결된 종이컵 전화에다 대고 말하는 듯 두 녀석이 나를 사이에 두고 소곤거렸다.
“가능하죠.”
이번에는 한 녀석이 더 끼어들었다. 내 뒷자리에서 리혁이가 논리적으로 속삭였다.
“어제 방송 시청률이 18.8프로였다면서요. 옛날 드라마처럼 50프로 되는 시청률은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20프로 정도면 굉장히 유의미한 수치라고 봐야 돼요.”
“그렇지. 지금 인터넷이 난리니까.”
“맞져. 제 입으로 말하기 몹시 자랑스럽지만 사실이잖아여.”
왼쪽, 오른쪽, 윗쪽. 동생들이 서라운드로 속삭였다.
공포 영화에서 들었던 엄마 귀신 소리가 떠오른다.
귀가 간지러워서 조용히 일어나 세 칸 떨어진 곳에 앉았다.
그러자 네 명이 그대로 고스란히 자리를 옮겼다.
다시 원 상태였다.
“진짜 우리를 알아본 거 맞겠지? 팬 아니고 일반인 분이?”
“형, 그건 확실해요. 우리가 뭐라고 저분들이 이름까지 알고 있겠어요.”
“아니.”
듣다가 어이가 없어서 나도 속닥거렸다.
“그냥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니야? 이게 뭐라고 백분 토론을 하냐.”
“그럼 제가 물어볼게요.”
중현이가 벌떡 일어나자, 넷이서 동시에 붙잡아서 앉혔다.
“스읍! 중현아, 앉아.”
“앉아요! 형!”
“앉아, 앉아, 김중현. 옳지.”
“으아, 다른 사람들이 쳐다봐요.”
우리가 옥신각신하는 모습에 앞자리에 앉아있던 분들이 고개를 슥 돌렸다.
손발도 참 안 맞지.
네 명이서 동시에 핸드폰을 부자연스럽게 내려다보았다.
결심했다.
얘네랑은 뭐 숨겨야 하는 거 절대 안 해야지.
동생들의 어벙한 모습에 한숨만 삼키고 있을 때, 두 대학생이 자기들끼리 웃었다.
그러곤 등받이 쪽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저기요.”
“…네?”
“혹시 사진 한 장 같이 찍을 수 있어요?”
“사진이요?”
“네, 친구들한테 인증? 그런 용도로 쓰려고요. 어제 예능에 나온 사람들 봤다고 하니까 애들이 궁금해해서요.”
사진 촬영이라. 지금은 안 될 텐데.
방송국 스탭들은 스튜디오 내부에서의 사진 촬영에 극도로 예민하다.
여기서 찰칵 소리 냈다간 곧바로 대역죄인이 될 걸.
“잠시만요.”
근처에 있던 민기 형을 불러 찍어도 되냐고 묻자, 우리 로드 매니저가 요령 있게 대신 거절해 주었다.
상대의 요청을 거절해야 할 때 써먹는, 나름대로 이 바닥 생활을 하며 익힌 팁이었다.
직접 거절당하는 거랑 해 주고 싶은데 매니저가 못 하게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문제니까.
“이따 방송 끝나고 찍는 건 어떨까요? 그때 되면 시간도 많고 그럴 텐데.”
“오, 좋아요.”
아쉬워했던 얼굴들이 밝아졌다.
그러곤 곧바로 재잘재잘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제 예능 진짜 재미있게 봤어요. 엄마, 아빠랑 같이 봤는데 염소 나올 때 완전 대박….”
“흑염소 쩔었져. 저는 어땠어여?”
“엇, 누구셨죠? 되게 귀엽게 나오시긴 했는데.”
“…….”
울상을 짓는 막내를 보며 우리끼리 웃음을 참았다. 하긴, 이번 추석 특집에서 얘가 제일 임팩트가 없긴 했지.
우리 앞자리에 있는 두 분과 동생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나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어느 소설에 나왔던 가짜 금화가 떠오른다.
요정이 하늘에서 뿌려 대는데 몇 시간 지나면 사라지는 물건.
그것처럼 오는 내내 주세한에 대한 기사나 인터넷 반응을 보면서도, 내심 믿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진짜 맞아? 가짜 아니야? 하는 그런 마음.
그래서 일반인 참가자들이 아는 척을 했을 때도, 하도 안 믿겨서 이런 토론이나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슬슬 믿기는 기분이었다.
내 손에 굴러 들어온 금화가 가짜가 아니고 진짜인 것이.
* * *
오전 11시 40분.
“생방 십 초 전입니다! 오, 사, 삼, 이, 일!”
헤드셋을 낀 조연출이 우렁찬 목소리로 카운트다운을 했다.
한복을 입은 남녀 아나운서가 활기찬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 특집, 도전! 2080 뮤직 퀴즈쇼의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 양석준.”
“김혜령입니다.”
두 아나운서가 능숙하게 진행을 하는 동안, 출연진들이 박수를 치며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카메라 뒤에서 조연출이 대본을 흔들며 반응을 유도하고 있었다.
반원형으로 된 세트장.
퀴즈쇼처럼 참가자 앞으로 터치스크린이 달린 연단이 있었다.
[PBS 도전! 2080 뮤직 퀴즈쇼]
그런 로고가 둥실둥실 떠오른 터치스크린을 보며 중현이와 지호는 손이 근질거리는 표정이었다.
비주와 내가 둘의 팔을 붙잡았다.
“오늘의 퀴즈쇼는 출연자뿐만 아니라,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정답을 맞히실 수 있습니다.”
“추첨을 통해 경품도 주어질 텐데요.”
시청자들에게 주어질 경품이 빠르게 지나간 후, 여러분의 ARS 문자는 불우이웃 돕기에 쓰일 거라는 공익적인 메시지가 이어졌다.
“자, 그럼 오늘 방송을 함께할 출연진을 모셔 볼까요?”
다시 한 번 환호와 함께 출연자 소개가 이어졌다.
평소 음악 애호가라는 개그맨 문기남, LP판 수집이 취미인 중견 발라드 가수 더문, 유명 대중음악 평론가 황호철 등의 유명인사가 지나가고 일반인에서도 음대생 참가자들, 서울대 음악 동아리, 트로트 동호회 어르신들이 지나갔다.
저마다 나 음악 좀 알아요, 하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이었다.
만만치 않은 라인업이었지만 그 속에서 나도 자신감 넘치게 웃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음악 퀴즈라면 자신 있지.
그리고 마침내.
“네, 음악 하면 또 우리를 빼놓을 수 없다 하는 분들이 있죠. 신인 아이돌이지만 음악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 뉴블랙입니다!”
5번 카메라를 향해 우리는 미리 준비했던 멘트를 했다.
내가 먼저 입술을 열었다.
“오늘 뮤직 퀴즈쇼는.”
비주가 이어 받았다.
“저희 뉴블랙이 접수하겠습니다!”
이어서 리혁이가 카메라를 향해 손키스를 날렸다.
“퀴즈? 그게 뭔데? 내가 다 맞힐 거야.”
작위적이고 느끼한 대사에 왼편에 있던 음악평론가 황호철이 수염을 파르르 떨었다.
오른편에 있는 서울대 음악 동아리 사람들은 자기가 수치스럽다는 듯 먼 곳을 보고 있다.
우리도 입술을 앙다물었다.
웃지 말자. 웃지 말자.
방금 대사는 제작진이 우리에게 시킨 멘트였다.
누가 해도 상관없다고 하자마자, 동생들이 날 흘깃거리며 작당모의를 하길래 내가 잽싸게 가위바위보로 선수를 쳤다.
그 결과, 당첨된 게 우리 메인보컬이었다.
홍당무처럼 벌개진 리혁이를 보며 우리 모두 훈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안 걸려서 참 다행이었다.
“자, 퀴즈쇼를 시작하기 전에 오늘의 상품을 소개해 볼까요.”
상품이 뭐 중요한가.
오늘 방송은 어디까지나 우리 뉴블랙의 이미지를….
“오늘의 1등 상품은 최고급 한우 세트입니다!”
“오오오.”
우리 다섯의 눈이 동시에 동그래졌다.
그 모습에 왼편에 있던 황호철 평론가가 다시 한 번 수염을 파르르 떨었다.
* * *
아이돌 커뮤니티 그린 룸.
[흰흰흰(빨)흰.jpg]
지금 하는 퀴즈쇼 너무 웃겨서 캡쳐 가져옴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미치겠닼ㅋㅋㅋㅋ
-한 명 앵그리버드인 줄ㅋㅋㅋ 쟤가 어제 청소하던 애 맞지?
-ㅇㅇ 리혁
-귀에서 모락모락 연기 나올 거 같아
-제목 존나 잘지었넼ㅋㅋㅋ 하얗다가 혼자 빨개
-ㅋㅋㅋㅋㅋ무슨 상황이야?
-퀴즈쇼인데 오글거리는 멘트 한 뒤에 저렇게 됐어!
-옆에 수염아재 파르르 떨고 있는게 킬포ㅋㅋㅋ
-앀ㅋㅋㅋ 이거 어디서 하는 거야?
-pbs! 지금 생방송으로 퀴즈쇼 진행 중이야! 수플레인 나덬은 지금 행복사..
1분 후.
[오늘 상품은 고기에요.gif]
방금 생생하게 찐 움짤이야
-? 나 움짤 안 나오는데..
-내가 대신 요약해줌 (+_+) (^-^) (ㅇ_ㅇ) (-_-) (@[email protected])
-ㅋㅋㅋㅋㅋㅋㅋ윗댓 누구얔ㅋㅋㅋ
-ㅋㅋㅋㅋ개찰떡
-아.. 업로드 실패한 듯 댓에 다시 올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얘네 귀여워
-리혁? 쟨 눈 크게 뜬 거야?
-놀랍게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귀엽ㅋㅋ 근데 쉽진 않겠다. 퀴즈쇼 보려고 채널 돌렷는데 난이도가 생각보다 되게 높네
* * *
도전! 2080 뮤직 퀴즈쇼.
PBS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획 의도인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국내 음악 퀴즈쇼’라는 내용답게, 오늘의 퀴즈는 대한민국의 대중음악사이 주제였다.
1라운드의 십자말풀이.
2라운드의 주관식 퀴즈.
아나운서들이 룰을 설명하는 동안, 부조정실에서 제작진이 이야기를 나눴다.
“이거 난이도 괜찮을까요? 너무 어려운데.”
“어려워?”
“솔직히, 풀다가 시간 다 갈 것 같은데요.”
“어렵다 싶으면 힌트 좀 많이 주지, 뭐. 정 안 되면 예비 문항으로 교체하고.”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서 출연진을 담는 가운데, 메인 피디는 생방송에 나갈 컷을 골라냈다.
1번 카메라, 3번 카메라, 5번 카메라…….
큐시트에 적힌 대로 화면을 담는 동안, 엔지니어 하나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우승은 누가 하려나.”
“황호철 씨가 하지 않을까요. 저분 대중음악에 관해서라면 죄다 알고 계신다던데.”
“일반인들도 무시하면 안 되지. 트로트 동호회 저분들도 음악사의 산증인이신데.”
“더문 씨도 만만치 않던데요. 사전 인터뷰 할 때 LP판 수집하는 것부터 해서 어우, 오히려 저희가 많이 배웠어요.”
그런 쟁쟁한 이들의 면면을 훑어보던 누군가 물었다.
“그런데 뉴블랙은 어떻게 섭외가 된 거야? 쟤네가 음악에 대해서 뭘 알긴 해?”
“피디님이 직접 데려오셨어요.”
“그림 좋으라고 부른 게 아니었어?”
“아니에요.”
화면에 담긴 뉴블랙을 보며 피디가 대답했다.
“저 중에 하나가 작곡하는 애인데, 음악 관련 지식이 빠삭해요. 뮤직카페 때 녹화 끝나고 하승주 씨가 감탄하더라고요. 애가 음악 공부가 아주 제대로 되어 있다고.”
“그래? 그게 누군데?”
이윽고 피디의 손가락이 5번 화면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한 멤버를 가리켰다.
* * *
생방송 현장.
최고급 한우 세트가 걸린 퀴즈를 두고, 저마다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꼭 우승해야지.’
상식 퀴즈라면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음악사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는 사람들이었다.
연도별로 히트곡과 데뷔한 신인들을 줄줄이 꿰고 있는 황호철은 미소를 지었고, 발라드 가수 더문은 뿔테 안경을 매만지며 경쟁자들을 조심스럽게 물색했다.
첫 방송이라 긴장하긴 했지만, 일반인 참가자들 역시 음악에 관해서라면 밀리지 않았다.
특히, 족보와 예상 질문까지 만든 동아리 대학생들은 결의를 불태웠다.
1차 퀴즈가 시작되면서 저마다 경쟁자가 될 만한 사람들을 흘깃거리는 가운데, 뉴블랙은 그 누구의 견제 대상도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
‘…진짜 잘생겼네.’
어젯밤, 거의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 얼굴이 올라왔던 이들의 실물은 실제로도 굉장했다.
확실히 카메라가 실물을 다 못 담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면으로는 평면적으로 보였던 이목구비는 부담스러울 만큼 입체적이었으니까.
특히 우주라는 멤버는 사람들의 시선을 절로 빼앗았다.
‘왜 나왔는지 알겠네.’
출연자들은 뉴블랙이 섭외된 이유를 자연스럽게 추론했다.
보통 프로그램에는 시선을 집중시키려고 근사하게 생긴 출연자들을 하나씩 내보내곤 하니까.
저쪽도 그런 케이스려니 싶었다.
“자, 십자말풀이 가로 1번 드리겠습니다.”
“문제입니다. 1989년, 은세라 씨의 4번째 앨범 ‘너의 꽃은 내 마음이어라’에 담긴 세 번째 수록곡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힌트를 위해 노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황호철, 정답! 순수의 꽃!”
“네, 정답입니다!”
대중음악 평론가 황호철이 답을 맞추자, 그가 선 연단 전광판에 [10]이란 점수가 올라갔다.
힌트가 나오기도 전에 맞춘 평론가를 보며 출연진들이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그 후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서울대, 정답! 영화 서편제!”
“얼씨구! 답이여! 그… 그거! 배병호의 사랑의 돛단배!”
“더문입니다, 밴드 벡터와 스칼라가 부른 곱셈의 법칙.”
대중음악 평론가 황호철과 발라드 가수 더문이 앞서 가는 가운데, 일반인들도 맹추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십자말풀이 중반부부터 배점이 높은 문제가 등장하자 이변이 발생했다.
초반 3초만 듣고 맞히는 문제.
“뉴블랙! 방금 나온 노래는 우주호 님의 포크송, ‘사랑에 장벽이 있다면’입니다.”
“네, 정답입니다!”
“…….”
도입부 3초를 듣고 어떻게 맞힌 걸까.
정답을 맞힌 멤버 우주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작곡 공부를 하느라 이런저런 노래를 많이 들었다는 겸손한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그러자마자.
“저 노래 같은 경우는 6집이 아니라 7집에 실렸었고, 1998년이 아니라 1999년이었어요. 그래서 빈칸에 들어갈 숫자는 칠십구입니다. 제가 그때 일곱 살이었거든요. 아주 생생합니다.”
뭐가 생생한 걸까.
“구재학 님의 노래로, 엄청난 명곡이라고 생각해요. 저만 아는 게 아니라 저희 세대에서도 많이들 아는 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타 소리가 정말 예뻐요.”
곁에 선 멤버들은 금시초문이란 얼굴이었다.
대중음악 평론가 황호철도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을 정도였다.
“솔직히 말해 봐요. 몇 살이에요?”
그 말에 촬영장 내에 웃음이 감돌았다.
아나운서들이 짧게 애드립을 주고받은 후에도 뉴블랙의 정답 향연은 계속됐다.
발라드 가수와 평론가, 신인 아이돌의 기묘한 삼파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우주는 열심히 활약을 했다.
하지만 동생들도 놀고 있는 건 아니었다.
가야금이 섞인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오자, 왕지호가 눈을 빛내며 손을 번쩍 들었다.
“지호, 이거 그 지하철 환승 노래여!”
“정확히 말씀해 주셔야 돼요.”
“뉴블랙, 정답.”
그 말에 김중현이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치 꿀단지를 열고 눈치를 보는 곰 같은 표정이었다.
“2호선 환승 노래……?”
“아닙니다.”
장내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고, 선우주가 촉촉한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정답을 맞혔다.
“국립국악원에서 만든 얼씨구야입니다. 사용된 악기 중 두 개를 말씀하라고 하셨는데, 가야금과 장구 하겠습니다.”
“네, 정답입니다!”
* * *
오늘 생방송 퀴즈쇼에서 우리는 3등을 했다.
어느 정도까지는 동점으로 맞췄는데, 배점이 높은 후반부 고난이도 문제를 황호철 평론가와 더문이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한우세트를 거머쥔 평론가는 끝나고 악수를 하면서 좋은 승부였다며, 다음 앨범에 실릴 음악을 기대하겠다며 인사를 했다.
일반인 참가자들을 비롯해 출연진과 인증샷 등을 찍은 후, 우리는 PBS 방송국을 나섰다.
차에 타자마자 막내가 이마의 땀을 닦았다.
“후, 역시 명승부였어여.”
“힘들었지.”
“야, 너네가 뭘 했다고. 스읍, 어허. 이 홍삼에 어서 눈을 떼지 못하실까. 이건 나만 먹을 거야.”
나는 3등 상품으로 받은 홍삼 젤리 박스를 품에 안았다.
하이에나 떼처럼 쳐다보는 동생들에게 손을 휘휘 저어 물리치면서, ‘하이루~’ 하며 손을 흔드는 귀여운 홍삼이 캐릭터를 지켰다.
리혁이가 혀를 찼다.
“그거 같아요. 스크루지 영감.”
“야.”
“리혁이 형은 형부터 걱정해야져. 퀴즈 그게 뭔데? 내가 다 살려 낼 거야~”
“푸하핫!”
“팬분들 그것 때문에 진짜 난리 났겠다.”
비주가 궁금하다는 듯 스마트폰을 켜고는 팬카페에 접속했다.
우리도 궁금해서 같이 고개를 들이밀 때였다.
화기애애하게 웃던 것도 잠시, 이내 찬물을 뒤집어쓴 듯 우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형, 지금 게시판 분위기 왜 이러죠…?”
올라오는 게시글들의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생방송을 하고 온 사이, 우리가 모르는 어떤 사건이 터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