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8)화 (12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8화

자리에 앉자 스탭들이 와서 마이크를 달아 줬다.

맨 왼쪽의 1인용 소파에는 내가 앉고, 중간에 비주, 중현이, 리혁이가.

나와 마주보는 1인 소파에는 지호가 앉았다.

“지호야. 다리 꼬지 말고.”

“넹.”

조연출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기 전에, 내가 선수를 쳤다.

막내가 다리를 풀었다.

평소 때 다리를 잘 꼬지도 않던 애가 왜 그러나 했는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니 떨리는 모양이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비주는 연신 핸드폰에 얼굴을 비추며 메이크업을 확인하고, 리혁이는 뭐, 리혁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쟤한테 칭호 붙여 주면 아마 긴장과 유리 멘탈의 신이 아닐까 싶다.

중현이 혼자 태평한 얼굴로 테이블 위의 고급 과자를 흘깃거리고 있었다.

“중현아.”

“네, 형.”

“협찬이야. 협찬.”

“근데 협찬이면 오히려 먹어야 되는 거 아닐까요? 이 소파도 협찬인데 우리가 앉아 있는 거잖아요.”

“넌 왜 나랑 얘기할 때만 똑똑해지냐.”

마이크를 달아주던 스탭이 입술을 오므리며 웃음을 참았다.

우리의 한심한 대화가 취향에 맞으시는 모양이었다.

분위기가 괜찮길래 과자에 대해 물어봤는데 단칼에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중현이와 내가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한편, 그동안 나는 동생들을 살폈다.

“아, 떨린다.”

“뭐가 떨려요. 하나도 안 떨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대의 다리가 떨리고 있다고요.”

“…….”

비주가 큽 하며 웃었고, 리혁이의 귀가 벌게졌다.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면서 동생들을 다독였다.

“첫 리얼리티라서 의미가 크겠지만 떨지 말고 평소처럼 해 보자. 우리 집, 아 또 집이래. 숙소에서 하던 대로 하자고. 언제부터 너희가 이렇게 조신했다고.”

“전 조신해요. 형.”

“그래, 비주는 조신하지. 하지만 나머지 너네 말이야. 언제부터 긴장을 이렇게 했다고.”

요즘 방송 활동이 늘어서 카메라 돌아가는 거에는 신경도 안 쓰는 애들인데, 아무래도 첫 리얼리티 녹화다 보니 살짝 긴장한 듯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연습생 때의 표정들이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럴만했다.

모든 아이돌의 꿈이 데뷔해서 바로 이런 리얼리티를 찍어 보는 거니까.

다른 예능과 달리 우리에게는 뜻깊은 방송이었다.

내가 이런저런 농담을 하며 긴장을 풀어 주자, 동생들의 얼굴이 금세 평소대로 되돌아왔다.

“푸하핫, 이거 먹어도 돼여?”

…너무 되돌아오게 만들어버렸다.

어수선한 세트장이 정비된 후, 대본을 돌돌 말아 쥔 피디님이 다가왔다.

“녹화는 몇 번 정도 끊어서 진행할 거고. 얘기 들었겠지만, 너희 리얼리티 컨셉은 뷰티쇼와 비슷하게 진행될 거야.”

HBS MTV 리얼리티 ‘잇츠 더 뉴블랙.’

사전 미팅 때도 들었듯이 우리의 리얼리티는 다른 아이돌과는 살짝 달랐다.

보통 아이돌 리얼리티라고 하면 여행이나 일상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고스란히 내보내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스튜디오 녹화가 추가로 들어간다.

메인 작가님이 그러셨지.

“너희는 또래 남자애들이랑은 성격이나 분위기가 좀 달라서, 그런 식으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 너희끼리 재미있게 수다를 떨면서 노는 컨셉으로 말이야.”

마침 피디님이 맡았던 전 프로그램이 뷰티 프로다 보니 비슷한 구성으로 가게 된 것 같다.

리얼리티용 VCR을 찍고, 스튜디오에서 우리가 영상을 보면서 이런저런 코멘트를 덧붙이는 식으로.

피디님이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스튜디오에서도 코멘트 외적으로 별도 이벤트를 진행하긴 할 거야. 그건 나중에 알게 될 거고.”

말을 끝내면서 묘한 미소를 흘렸는데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듣기로는 우리가 예전에 제출했던 기획안을 하나씩 실천에 옮기겠다고 하던데.

피디님이 카메라 쪽으로 돌아가고 나서 내가 물었다.

“너네 뭐 이상한 거 안 냈지…?”

“뭘, 이상한 걸 또 내요. 난 토론회 같은 거 해 보고 싶다고만 했어요.”

“저도 운동 같이하고 싶단 얘기 밖에는….”

“형, 몸 쓰는 거 하자고 했어요?”

“같이하면 재미있잖아.”

중현이의 대수롭지 않은 말에 나를 포함한 동생들이 에헤이 하고 질색을 했다.

“중현아, 제발 그런 건 너 혼자 해.”

“맞아, 너나 해. 김중현.”

“형, 우리 연습 빼고는 숨 쉬기 운동만 같이하기로 했잖아여.”

“…어, 뭐야. 이미 슛 들어갔는데요?”

언제부터 찍고 있었던 거지.

사이드에 있는 3번 카메라에 깜빡이는 불이 들어와 있었다.

뷰 파인더에 눈을 대고 있던 카메라 감독님이 웃고 계셨다.

설마 처음부터 우리가 하는 얘기를 다 찍고 계신 건가?

아니겠지.

겨드랑이에 대본을 끼고 있던 피디님도 웃으며 사인을 보냈다.

“자, 시작합니다. 하이, 큐!”

우리는 진행 카드에 쓰인 대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뉴블랙의 데뷔 후 첫 리얼리티 쇼.”

“잇츠 더 뉴블랙!”

“…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와아아!”

우리끼리 물개 박수를 치면서 환호를 했다. 진행 카드 내용은 받자마자 다 암기한 터라, 자연스럽게 손짓을 했다.

“자, 그럼 먼저 시청자 분들에게 자기소개부터 드려 볼까요?”

“시범! 시범 보여 주세여.”

“그, 발음 주의해 주시고요. 네, 저부터 인사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뉴블랙의 카, 카리스마 리더이자 리드보컬 우주입니다! 반갑습니다!”

“와아아.”

손뼉을 쳐 주던 동생들이 곧장 화제를 돌렸다.

“방금 카리스마 할 때 뺨을 파르르 떠신 것 같은데요.”

“착각입니다. 전 떨지 않아요.”

“손이 되게 닭발처럼 오므려져 있어요, 형.”

“전 원래 오므리는 거 좋아해요.”

“오호, 그럼 오므라이스 좋아하시나요?”

“안 좋아해요.”

“안타깝네요. 전 좋아하는데.”

각종 헛소리가 난무하고 있었지만 이 부분에 관해선 오히려 피디님과 작가님들이 권유한 바였다.

옆길로 새도 좋으니까 그냥 즐겁게 수다를 떨라고.

처음에는 좀 당황했다.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는데, 곁눈질로 흘깃 바라보니 작가님들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런 식으로 각자 자기소개를 마치고 VCR 감상을 시작했다.

“네, 오늘 준비된 영상은요. 김치만두 먹으려고 별짓 다 해 봤다, 이른바 리혁&비주의 김치 만두 제작기!”

“대세는 군필 아이돌, 리더 우주의 예비군 체험기!”

“휴게소 다 뿌셔뿌셔. 귀엽고 잘생기고 인기 많은 막내 지호와 래퍼 중현의 휴게소 음식 탐방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당!”

“방금 소개가 굉장히 편파적이네요?”

“인정.”

“…그럼 보시져!”

뻔뻔하게 말을 돌리는 천연덕스런 막내를 보며 우리끼리 웃었다.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손이 나가서 머리를 쓰다듬어줄 뻔했는데, 거리가 한참 멀었다.

VCR이 준비되는 동안 내가 손으로 시늉을 하자, 지호가 머리를 내밀고 쓰다듬어지는 모션을 취했다.

리혁이가 중간에 선을 자르듯 손으로 탁 쳐 냈는데 지호가 소파 뒤로 넘어가는 시늉을 하면서 잠시 제작진에서도 현실 웃음이 나왔었다.

“오, 나온다. 나온다.”

첫 순서는 멤버들의 개인 VCR이었다.

저마다 자기소개를 하는 영상을 제작했는데, 첫 순서는 우리 막내였다.

동태가 된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던 녀석이 부스스한 꼴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지호 : 안녕하세여. 여긴 저희 숙소구여. 어, 자기소개를 하는 영상이라고 들었는데… 네, 지호에여. 흐아아암~

입을 쩍 벌리는 모습에 스튜디오에서 형들이 물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지호가 괴로워하며 말했다.

“모, 모자이크 부탁드릴게여.”

“괜찮아요. 저런 내추럴한 모습 보기 좋네요.”

곧바로 영상 속 지호가 카메라를 자고 있는 옆 2층 침대의 나에게로 갖다 댔다.

지호 : 여긴 우주 형이에여. 잠잘 때도 정말 예쁘져? 근데 성격이 몹시 안 좋아여.

우주 : (잠꼬대) 할머니, 나 돈 많아.

지호 : (입 가리며 웃음) 푸흡.

내가 제작진을 보며 말했다.

“방금 하품과 함께 편집 부탁드릴게요.”

“내추럴한 모습이 보기 좋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원래 상황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거예요.”

중현이가 아는 척을 했다.

“아, 이거 사자성어로 봤어요. 내로남불.”

“그….”

리혁이가 뭐라고 설명을 하려다가 머리만 쓸어 넘겼다.

뭐, 이런 건 알아서 편집을 해 주시겠지.

작가님이 수첩에 메모를 하시는 걸 보니 편집 각이 섰다.

아이돌 리얼리티에 나오긴 좀 그런 단어라서.

그러는 동안, 화면 속 막내는 부엌에서 쌀을 불리고 있는 우리 둘째에게로 다가갔다.

지호 : 제 하루 일과는 이렇게 아침부터 일어나서 아침밥을 차리는 걸 돕는 건데여.

“우리는 몰랐던 사실이네.”

“형들은 다 자니까여.”

“지호야, 나도 몰랐어.”

비주의 말에 막내가 손 하트를 날렸다.

“에이, 왜 그래여.”

현장 반응이 좋지 않았다.

잠시 동안 극렬한 디스가 있던 후에야 VCR 감상이 이어졌다.

비주 : 뭐야? 리얼리티?

지호 : 네, 인사 한 번 해 주세여.

비주 : 안녕하세요. 지호 형, 비주입니다.

지호 : 지금 만들고 계신 김치 볶음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여?

곧바로 레시피에 대한 설명이 줄줄 나오고, 막내가 아침밥을 차려주려고 도와주는 엉성한 모습이 나왔다.

지호 : 흐어!

와장창!

지호 : 흐이익!

쿠당탕!

비주 : …….

지호 : 형.

비주 : (애써 침착)

지호 : 오늘따라 컨디션이 안 좋은가 봐여.

비주 : 지호야.

지호 : 넹.

비주 : 가서 좀 더 자…….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우리끼리 박수를 치면서 웃었다.

“비주가 어지간하면 싫은 소리 안 하는데, 우리 지호 씨 정말 대단하네요.”

“거의 업적을 세운 거죠.”

“역시 사람이 안 하던 일을 하면 저렇게 일이 난다니까요.”

“아니에여.”

지호가 비주에게 말했다.

“형, 뭐라고 말 좀 해 주세여. 저 도움이 됐져?”

“아… 네.”

“객관적으로 말해 줘요, 형. 퍼센트로.”

“한 3퍼센트…?”

“이야, 3퍼센트. 고난이도 문제 정답률 같네요.”

우리를 째려보는 막내를 무시하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멤버별 일상 모습을 담은 VCR이 이어지는 동안, 열심히 되는 대로 코멘트를 덧붙였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나오는 이런 영상들이 초반 캐릭터를 만들어 주는데 쓰일 것 같아서.

그리고 대망의 본격 VCR 감상 시간.

“푸하하하!”

김치통이 터지는 장면이 나오면서 그야말로 우리들이 세트장 소파에서 굴러 떨어져서 데굴데굴 굴렀다.

전혀 예상 못한 장면이었다.

해당 영상을 처음 보는 스탭들도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웃어요, 웃어.”

“우린 최선을 다했어, 리혁아.”

두 녀석만 스튜디오 천장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킬 뿐이었다.

어쩐지.

숙소 돌아왔을 때 김치 냄새가 어디선가 자꾸 난다 했더니 저거였구나.

그나저나 우리 김덕순 여사 목소리 방송 타게 생겼네.

녹화 끝나면 전화해서 알려 줘야겠다.

결국 김치 만두는 포기하고 청소하는 둘의 모습이 나오며 VCR이 끝났다.

이어진 것은 내 예비군 동영상.

“형.”

비주가 눈썹을 파르르 떨면서 내게 물었다. 최근에 저렇게 미안해하는 얼굴은 처음이었다.

“저 마스코트 인기 많은 거 아니었어요?”

“아니야…….”

“어, 이상하다. 블로그에서 군대 간 사람들이 저 마스코트 좋아한다고 되어 있었거든요.”

“그거 낚시 글이에요, 형.”

“형, 왤케 잘 속아여. 우리를 챙길 때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챙겨야 할 때에여.”

그 와중에 헛소리를 하는 막내에게 허공 딱밤을 날리자, 지호가 방패로 막는 시늉을 했다.

그러곤 내게 허공 딱밤으로 역습을 했다.

“반사.”

내 짤막한 대답에 다른 애들이 물개 박수를 치며 웃었고, 막내만 분해서 파르르 몸을 떨었다.

“또 해 줘여. 저 무지개 반사할 거예여.”

“안 할 건데.”

얄밉게 놀리자, 녀석이 방송용으로 토라지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로 삐진 건 아니었다.

본인도 제대로 삐친 표정 지으면 못생겨지는 거 알거든.

그런 식으로 예비군 입소와 퇴소 영상이 나온 후, 마침내 중현이와 지호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애니멀 프렌즈 녹화가 끝나고 연천군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찍은 영상이었다.

고작 1박2일 촬영이었는데 정이 들었는지, 화면에 나오는 할아버지 할머님들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다들 잘 계시네.

임순현 : 그 우주 씨…? 아이고, 이러니까 남사시럽네. 그 안마해 준 뒤로 너무 좋았어. 리혁이도 집을 치워 줘서 우리 두식이 놈이 요즘 지…(삐이-) 맞게 날뛰고 좋아해. 아무튼 또 와!

그런 인삿말에 우리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제작진이 그런 부분을 일부러 살려놓는 편집을 해 놓고 있었다.

아무래도 주세한의 화제성에 편승하려는 전략인 듯했다.

그렇게 마을 탐방이 끝나고, 휴게소를 신나게 돌아다니는 중현이와 지호의 모습이 나왔다.

편의점에 있는 과자, 가판대에서 떡볶이와 오뎅, 회오리 감자를 사는 모습까지.

정말 복스럽게 먹는다.

그렇게 숙소에 오면서 영상이 끝나는가 했더니 김치 만두에 실패한 리혁이와 비주의 모습이 나왔다.

리혁이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뭐야, 저거 카메라 안 꺼 놨어요?”

“어, 껐는데. 지호가 껐어.”

“형이 끈 거 아니었어여?”

“나 아닌데. 카메라 네가 들고 있었잖아.”

“이거 일 났네.”

리혁이가 초조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왜 그러지?

아무렇게 내팽개친 카메라가 상에서 맛있게 먹는 우리 애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일동 : 아, 우주 형 보고 싶다.

화면에 자막으로 표시된 3초가 지나고, 곧바로 아무 일이 없다는 듯 애들이 맛나게 먹기 시작했다.

비주 : 맛있다.

리혁 : 역시, 리더보단 눈앞의 음식이지. 야, 왕지호 쩝쩝 소리 좀 그만 내.

지호 : 근데 우주 형은 잘 먹고 있겠져? (리혁의 귀에 대고 쩝쩝)

중현 : (서로 고양이 펀치를 휘두르는 둘을 막으며) 뭐, 잘 먹고 있겠지. 근데 이거 족발 먹어도 돼?

곧바로 내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 내 반응에 쩔쩔 매는 동생들의 반응이 카메라에 담겼다.

그렇게 VCR 감상이 끝나고.

“컷! 잠시 쉬었다 갈게요!”

동생들과 잠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   *   *

HBS 사옥에서 촬영을 마치고 나서, 우리는 제작진과 함께 오후 촬영을 나섰다.

이동하는 차량 안.

“우주 형, 지금은 기분이 어때여?”

“괜찮아.”

“삐졌네, 저거. 삐졌어. 얼른 홍삼 먹여요.”

주섬주섬 홍삼을 꺼내 건네자, 내가 쭙쭙 빨아먹었다.

방송용으로 슬쩍 눈을 가늘게 뜨고 있을 뿐, 속으로는 반응을 즐기고 있었다.

곧장 홍삼을 먹고 풀린 척했더니 동생들이 자기들끼리 역시 효과가 좋다는 듯 진지하게 토론을 이어갔다.

조용히 웃었다.

리얼리티 제작진과 함께 길거리에 내린 가운데 우리는 홍대입구역에서부터 촬영을 이어 갔다.

“저희는 지금 젊음의 거리, 홍대에 찾아왔습니다!”

“오류 정정할게요. 젊음의 거리는 종각에 있어요.”

“중현아, 끌고 가라.”

바른말 하는 충신을 제거하고 촬영을 이어나갔다.

방송용 카메라와 예쁘장하게 생긴 다섯 아이돌이 합쳐지니 사람들이 삽시간에 몰려들었다.

물론, 평일 점심 시간대라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우와! 나, 쟤네 알아.”

“맞지? 뉴블랙?”

소곤거리는 소리가 귀에 다 잡혔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쟤네’라는 소리를 들으니…….

기쁘다. 그래. 계속 쟤네라고 해 줘.

지나가던 이들은 ‘뭐지?’하고 잠깐 멈칫했다가 이내 갔고, 몇몇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멈춰 서서 우리 얼굴을 요모조모 뜯어보았다.

자기들끼리 팡팡 치며 호들갑을 떠는 분들도 있었다.

방송 카메라에는 묘한 마력이 있다.

우리끼리 있을 때는 다들 ‘흐으음?’하다가 ‘흐으음!’하는 놀란 눈으로 보고 갈 뿐이지만, 방송 카메라가 있으니 사람들이 편안한 얼굴로 모인다고 할까.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리얼리티 1화에서 진행하는 컨텐츠는 바로 홍보였다.

일종의 방송 프로모션.

효과는 크지 않지만 분량 채우기로도 쏠쏠하고, SNS 등으로 입소문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나.

그런 식으로 홍대 인근을 돌아다니면서 지나가는 이들에게 인사를 꾸벅하면서 홍보용 판촉물을 돌렸다.

반응은 꽤 좋았다.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방송 카메라를 보고 ‘흐음’했고 아는 분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굉장히 친밀감을 느끼거나, 아니면 ‘으어’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얼굴을 가리며 판촉물을 받으시거나.

그렇게 세 시간.

신촌과 홍대를 돌면서 촬영이 끝났을 때, 동생들의 배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울렸다.

“형.”

중현이가 우렁차게 속삭였다.

“밥이요.”

“그, 알겠어.”

성난 곰처럼 발을 쿵쿵거리는 녀석을 보며 얼른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장소를 물색하려고 할 때.

“아.”

마침 적당한 곳이 떠올랐다.

홍대에 있는 곱창집.

이제 곧 팬미팅을 준비하면 다이어트에 들어갈 텐데, 그 전에 맛난 거라도 먹이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제작진 분들도 너무 고생하셨다고 밥을 사 드린다고 하니 다들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

“근데 손님이 별로 없네여.”

“요즘 그 소, 뭐 병 돈다고 그래서 그런 거 아닐까요.”

되게 잘되는 가게라고 들었는데 손님이 없었다.

브레이크 타임이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그때, 서빙하는 직원이 카메라를 보고 눈을 커다랗게 떴다.

“연예인이세요?”

“아, 네. 저희…….”

“잠시만요.”

그러더니 주방 쪽으로 사라졌다가 이내 우리에게 말했다.

“그, 사장님이 방송 촬영 있다고 하시니까 직접 구워 주신다고 해서요. 무료로 주신다고.”

“아, 정말요?”

무료라는 말에 감독님이 카메라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생들은 내게 물었다.

“형, 혹시. 여기…….”

“맞아.”

내가 그렇게 말하며 웃을 때, 가게 문이 벌컥 열리며 수더분한 인상의 남자가 뛰어왔다.

“하하하!”

상대가 호탕한 웃음과 함께 인사를 건넸다.

“아이고, 촬영 오셨다고 들었… 어?”

싱글벙글 웃고 있던 서지형 씨의 얼굴이 우리를 보고 일시 정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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