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3)화 (13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3화

오랜만에 꿈을 또 꿨다.

면접 시험장이었는데, 맞은편에서 양복을 입은 메기 면접관이 이따위 지원서로는 매운탕도 못 끓인다며 화를 냈다.

지원서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어보니 네가 한 번 보라며 메기가 지원서를 던졌다.

그러곤 대체 그게 무슨 특기냐며 다시 화를 냈다.

특기 : 흑역사 제조

그걸 보면서 내가 오열하며 아니라고, 난 흑역사 제조기가 아니라고 열심히 항변했지만 메기는 듣지 않았다.

그러더니 양복을 입은 요원들이 찾아와서 ‘선우주 씨, 당신을 흑역사 제조법 기밀 유출 혐의로 체포합니다.’하면서 끌려가는 걸로 꿈이 끝났다.

“…라는 스토리야.”

“거참, 스펙타클하네요.”

리혁이가 혀를 찼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라이브 방송을 앞둔 채 회사 회의실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중현이가 감탄했다는 듯 말했다.

“오, 진짜 재미있었어요. 형이 꾼 꿈, 영화로 나오면 꼭 볼게요.”

“천만 영화 각이네여.”

“저기, 우리 아해들아. 형이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그 원인부터 한 번 생각하지 않으련?”

“글쎄요….”

“모르겠는데여.”

어제 숙소에 들어가서 자기 전까지 놀려 댔던 녀석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었다.

비주만 나를 위로해 줄 뿐이었다.

리혁이가 비웃었다.

“뭘 그런 거 가지고 악몽까지 꾼대요. 흑역사로만 따지면 우리 팀에서 내가 제일인데.”

“그건 또 그렇지.”

“내가 창피할 때마다 돈 생겼으면 지금쯤 재벌 됐을 거예요.”

“아니에여. 우주 형도 만만치 않아여.”

갑자기 팀 내 흑역사 갑은 누가 1위인가, 서리혁인가 선우주인가? 하는 100분 토론이 시작됐다.

“…….”

다 무시하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결정했다.

그래.

얘네는 버리고 우리 수플레들이랑…….

-ㅋㅋㅋㅋㅋㅋㅋ어제 우주 움짤이에요

-뒷목 붙잡는 우주.gif

-여러분.. 우주 취미가 팬카페 눈팅이에요.. 지금도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 우리 위로해줘요

-아..

-그래야겠네요 우주야 힘내!

-괜찮아 게임 못 해도 돼 ㅋㅋㅋㅋㅋ

-ㅋㄷㅋㄷ

…하루 정도 탈퇴할까.

노트북 화면으로 보이는 글들을 외면했다.

팬분들을 위해 직접 준비한 컨텐츠인 만큼 호평이 많아서 뿌듯하긴 한데.

이 미묘한 패배감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마치 원하던 목표는 얻었는데 상처만 가득한 느낌이다.

“뭐, 좋게 생각해요. 이게 바로 전술적으론 패배했지만 전략적으론 승리한, 그런 거잖아요. 전투에선 졌지만 전쟁에선 이긴 거죠. 누군가의 희생 덕분에 모두가 즐거워하는…….”

“리혁아.”

“왜요.”

“토론 준비나 해…….”

“하고 있거든요? 하여간 위로해 줘도 뭐라고 그래.”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을 때, 홍보팀 직원이 우리를 불렀다.

“얘들아, 테이블 좀 옮기자.”

“네!”

홍보팀 직원들과 함께 회의실 테이블 배치를 바꾸었다.

두 테이블로 나누었는데, 실제로도 우리끼리 팀을 나눠서 토론을 하는 형식이었다.

“토론회라니….”

팬분들을 위한 컨텐츠를 준비하자고 했는데, 어째 우리 메인보컬이 본인의 사심을 가득 채우는 듯한 느낌이다.

“이게 정말 팬분들을 위한 컨텐츠가 맞는 걸까.”

“그러려니 해여. 형.”

지호가 소곤거렸다.

“지난번에 리얼리티에서 리혁이 형이 체면 완전 구겼잖아여.”

“아아. 그랬지.”

리얼리티 2화에 방영된 내용이었다.

제작진분들이 너희 하고 싶은 거 말하라고 했을 때, 리혁이가 토론을 하고 싶다고 해서 준비된 기획이었다.

별도로 마련된 토론장의 모습에 1차로 놀라고.

이어서 문을 열고 들어온 상대 팀원들이 앳된 어린아이들이라는 것을 깨닫고 2차로 놀랐다.

일명 초등학교 3학년 팀 vs 어른이들 팀.

처음에는 토론 주제로 제시된 ‘시험은 필요한가?’를 보면서 우리끼리 여유로운 미소를 주고받았다.

상대적 늙은이들답게 ‘시험은 필요하다’를 입장으로 고르면서 맞은편의 귀염뽀짝한 어린이들을 보며 웃었다.

초등학생 3학년?

상대가 되겠냐고 생각했지.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표정이 다급해지기 시작했고, 리혁이의 목소리가 빨라졌으며, 제작진은 어느새 우리가 말 한 마디 꺼낼 때마다 웃음을 터뜨렸다.

촬영이 끝나고 사인을 해 달라는 초등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영재 교육원에 다니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와 더불어 우리에게 해맑은 미소로 그랬다.

자기네 6학년 형들보다도 못한다고.

그 솔직한 팩트 폭력을 회상하자 눈이 촉촉해졌다.

“초등학생한테 질 줄 누가 알았겠냐….”

“전 그때 기억을 잊고 싶어요, 형. 이제부터 얘기 나오면 모르는 척하고 있을 거예요.”

비주가 먼 산을 보며 말하자, 지호가 우리에겐 중요한 게 있다는 듯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그래도 우리가 인기는 더 많아여.”

“맞아. 그리고 나이도 더 많아.”

“어, 생각해 보니 민증도 있어요. 형.”

“방금 떠올랐는데요. 우린 맥주 살 수 있는데 걔네 못 사요.”

“그러네.”

“참,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팬분들이 이 한심한 대화를 보지 못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누군가의 말에 우리가 서로를 동시에 바라보았다.

그러곤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쟤, 초등학생한테 말 빨로 져서 귀에서 김 나왔던 거 기억하니?”

“기억나져. 피디님이 리혁이는 귀에서 드라이아이스가 나오니? 하면서 놀리고 그랬잖아여.”

“초등학생한테 안 지겠다고 아득바득 우길 때 웃겼죠.”

“내가 언제요?”

리혁이가 발뺌하면서 말했다.

“그리고 내가 진 건 걔네가 지금 현역으로 공부를 하고 있어서 그래요. 내가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으면 바로 이겼죠.”

“초등학생을?”

“뭐, 그…….”

본인이 말하고도 민망했는지 귀가 루돌프 코처럼 빛나기 시작했고, 우리끼리 물개박수를 치며 깔깔거렸다.

특히 나는 더 웃었다.

어젯밤에 내 아래 일층침대에서 ‘미튜브 좋아하죠? 내가 게임 영상들 보내 줘요?’하면서 놀리던 녀석을 떠올리면서.

물론, 다들 잠들고 나서 몰래 이불을 덮고 보내 준 걸 보긴 했다.

그런데 현란한 마우스 컨트롤은 순식간에 원리를 이해했지만, 게임의 원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오빠 겜알못이네요

머릿속으로 맴도는 말을 고개를 휘휘 저어 쫓아냈다.

뭐.

이 모든 흑역사에 대해 우리 수플레들이 즐거워하고 있으니, 나도 행복해하기로 생각했다.

그때, 오늘의 이벤트가 떠올랐다.

“참. 리혁아, 토론 주제는 준비 잘했어?”

“네. 그럭저럭.”

“재미있는 걸로 하자. 팬분들 위한 컨텐츠인 거 알지?”

“걱정 마요. 내가 팬분들의 구미에 들어맞는 주제를 가져왔으니까. 홍보팀분들한테도 다 오케이 받은 거예요.”

하도 호언장담을 해서 일단 믿어 주기로 했다.

다시 시작된 라이브 방송.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의 주인공인 리혁이가 중심이 되어 이런저런 토크를 이끌어 낸 후.

이른바 제1회 뉴블랙 토론회가 시작됐다.

주제에 따라 편을 나누고 팬들로부터 이런저런 자료나 아이디어를 도움 받아 의견을 개진하는 형식이었다.

리혁이가 채팅창을 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수플레 여러분. 오늘은 서리혁과 함께 하는 제1회 뉴블랙.”

“토론회~!”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백분토론의 진행자처럼 근엄하게 말하는 모습에 팬분들이 채팅창에서 웃으면서 놀렸다.

리혁이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오늘의 주제는 총 3가지인데요. 일단 가볍게 몸을 푸는 의미로 예비 토론을 해 보겠습니다.”

예비 토론 주제는 이른바 후라이드 vs 양념.

팬들의 도움을 받아 각종 헛소리가 난무하는 토론회가 10분간 이어졌다.

물론 결론은 나지 않았다.

내가 말했다.

“지호 씨. 가슴에 손을 얹고 말씀을 해 보세요. 평생 양념이랑 후라이드 둘 중에 하나를 먹는다, 하면 솔직히 후라이드 고르실 거잖아요. 그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아녀. 전 양념을 고를 거예여.”

“저기요. 다들.”

“솔직히 이런 건 순살 대 뼈로 해야져. 양념이랑 후라이드 중에 고른다면 양념이 오피셜이잖아여.”

“저기요!”

뿅뿅뿅!

의사봉을 두드리듯 리혁이가 미니 뿅망치로 테이블을 두드리자, 팬분들이 뒤집어져서 웃기 시작했다.

결국 막장토론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진짜 토론이 시작됐다.

본 토론에서도 이러면 안 된다며 진지하게 해 달라고 몇 번이고 리혁이가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하지만 첫 번째 주제가 나오자 모두가 저절로 진지해졌다.

“자, 첫 번째 주제입니다. 뉴블랙의 리더 우주 씨에 대한 토론인데요.”

나?

“우주 씨의 포지션은 리드보컬이자 리드댄서, 리더죠.”

“오, 맞아. 리드가 포지션이라고 해도 되겠다. 리더도 리드+어 해서.”

중현이의 뜬금없는 이야기에 우리끼리 박수 치며 웃는 가운데 리혁이가 슥 째려보며 말했다.

“그, 고견 감사드리고요. 어쨌거나 늘 제게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과연 우주 씨를 보컬 멤버라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댄스 멤버라고 봐야 할까요?”

“오오, 이거 좋다.”

“좋네여. 저도 예전부터 생각하던 건데.”

애들이 눈을 반짝거리면서 좋아했다.

지호와 리혁이는 댄스 쪽으로 입장을 정했고, 나는 당연하게도 형 라인과 함께 보컬 쪽에 자리를 잡았다.

본격 토론이 시작됐다.

뭔가 웃기기는 한데 내 생각보다 분위기가 진지했다.

세기의 토론 주제인 것처럼 내가 과연 춤이 비중이 더 큰지, 노래가 더 비중이 큰지 이야기를 하다니.

그리고 그 치열한 토론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우주 형, 왜 이렇게 감격한 표정을 지어여?”

“그러게, 지금 보니까 눈도 촉촉한데.”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럴 일이 있어.”

혼자서 뭉클하고 혼자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한편, 첫 번째 주제로 가볍게 꺼낸 토론은 한쪽이 우위를 점했다 싶으면 곧바로 반대편이 또 다른 떡밥을 가지고 반격했다.

탁구 경기처럼 공이 팡팡 왔다 갔다 하는 모습 같았다.

그동안 나 역시 바쁘게 움직였다.

“우리 겜알못, 노래 해 주세여.”

“형, 춤 좀 춰 주실 수 있어요? 랩도 같이 해 주면 좋고….”

동생들이 이거 해 봐라, 저거 해 봐라 시키고 있었다.

솔직히 귀찮아서 거절하고 싶었지만 카메라 앞이라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렇게 했는데도 첫 번째 토론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로 끝나지 않았다.

그날 라이브 방송을 종료할 때까지 첫 번째 주제로 토론을 이어 가고 있었으니까.

특히 채팅창과 팬카페에서.

“이,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이었는데…….”

리혁이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나름 재미있자고 준비한 토론 주제인데 팬분들이 이렇게 진지하게 뛰어들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토론회가 끝나고 이어진 팬카페에서 재미로 붙여본 투표에서도 거의 동률을 이뤘을 정도.

이른바 뉴블랙 버전 부먹찍먹 논쟁인 ‘우주는 보컬멤인가, 춤멤인가’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누군가의 한숨은 덤이었다.

“아아… 토론 주제 열심히 준비해 놨는데…….”

*   *   *

뉴블랙 멤버들이 제안한 수플레 위크는 팬들의 좋은 반응을 얻으며 순항을 이어 가고 있었다.

팬들을 추첨하여 소소한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

가격대가 약소한 선물들이었지만 팬카페를 비롯해 아이돌 커뮤니티에서는 큰 호평을 받았다.

-굿즈 장사하려고 눈 벌게진 거보단 훨씬 나은 듯. 보고 있냐 MOP

-캬.. 스칼렛 때 이러지 그랬냐 규호야

-들리는 바로는 오히려 규호가 손을 떼서 이렇게 됐다고 함ㅇㅇ

-왜 이래 레몬,, 당황스럽게

-얼마 전에 뉴블랙 입덕했따.. 규호야 규호야 굿즈 내어 놓아라 정수리수리마수리

-정수리ㅋㅋㅋㅋㅋㅋㅋ도랏냐고

-근데 얘네 팬미팅 진짜 빨리 한다;; 데뷔 4개월 만 아님?

-예능 유입이 좀 되는 듯.. 뭐 되게 예외적인 케이스지만 어쨌건 얘네 1집 싱글도 신인치고 대박 났자너

아이돌 커뮤니티답게 금세 성적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평소였다면 팬들도 그런 대화를 예민하게 받아들였겠지만 팬미팅을 앞둔 주간만큼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떠들든 말든.

지금 하늘에서 쏟아지는 떡밥을 받아먹기도 바빴다.

그야말로 수플레 위크는 팬들을 위한 축제였다.

월요일의 게임, 화요일의 토론회.

이어서는 중현이 팬들에게 멤버들에 관한 인적사항을 문제로 낸 수요일의 퀴즈쇼라든가.

목요일에는 비주의 주도로 공방에 가서 팬들에게 추첨 이벤트로 줄 비누를 만드는 모습이라든가.

비주 : 와. 진짜 재미있다. 얘들아, 형. 우리 앞으로 이런 이벤트 같은 거 진짜 많이 해 봐요.

일동 : (외면)

비주 : (갸웃하며 뒤를 돌아봄)

일동 : (활짝 웃으며 박수) 와아아!

비주 : (행복한 웃음)

그리고 금요일에 있었던 우주의 라이브 방송은 그 특이한 내용으로 인해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반응을 얻었다.

처음에는 팬들에게 가벼운 고민거리를 상담해 주겠다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수능을 앞둔 고3과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방송 내용이 이상하게 바뀌어 있었다.

우주 : 어, 수능 국사 2011년도 8번이요? 어디 보자…. 이게 나운규의 아리랑이 1926년이고, 원산총파업이 29년이거든요. 그러니까 빈칸에 들어갈 말은 20년대의 사건인 거죠. 정답은 당연히 신경향파, 카프에요. 근데 이런 건 해설집에 다… 네? 안경도 써 달라고요? 이거 도수 없는 건데… 잠시만요. (주섬주섬) 됐나요? 또 해설해달라고요?

지호 : 형, 지금 팬분들한테 속은 거예여.

중현 : 댓글 창에 또 속았네요, 우주 오빠 쿅쿅쿅이래요. 아, 크크크로 읽어야 된다고요?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이내 진상을 알아차린 우주가 안경을 벗는 짤이 팬카페에 잔뜩 돌아다녔다.

한편, 수플레 위크와 함께 리얼리티인 ‘잇츠 더 뉴블랙’도 팬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었다.

4화에서 실내 암벽 클라이밍장에 도착한 이들이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적이는 곰을 보며 원망하는 장면이라든가.

5미터도 올라가기 전에 고꾸라진 어느 붉은 생명체라든가.

그걸 보며 배를 잡고 비웃다가 본인도 고꾸라진 어느 막내라든가.

전생에 바퀴벌레였냐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놀라운 속도로 꼭대기까지 올라간 멤버까지.

거기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비주가 담요를 깔고 앉아, 벌칙으로 제공된 헬륨 가스를 들이 마시며 ‘하이팅! 하이팅! 꺄하하’하며 응원하는 장면까지.

그야말로 떡밥 대잔치였다.

그리고 팬미팅을 하루 앞둔 전날.

레몬 엔터의 미튜브 계정에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텅 빈 매니지먼트팀 사무실에서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멤버들.

우주 : 다들 시계 맞췃어?

지호 : 형, 누가 요즘에 손목시계로 티켓팅을 해여. 제가 누나한테 들었는데여. 대학교 수강신청은 서버 시간 맞추는 거래여.

우주 : 오.

비주 : 우리 오늘 티켓팅 확실하게 성공시켜서, 이걸 팬분들에게 경품으로 드려봐요.

중현 : 실패하면?

리혁 : 걱정 마요. 내가 어제 인터넷 돌면서 티켓팅 팁 다 훑어 봤는데, 이론상으로 우린 실패할 수 없어요.

우주 : 난 쟤가 자신만만하면 불안하더라.

중현 : 저도요.

지호 : 1분! 1분 남았어여!

긴장감 어린 얼굴로 첫 공식 팬미팅의 티켓팅을 하려는 이들이 심장 떨린다며 가슴에 손을 올렸다.

이내 전투적으로 마우스를 잡았다.

그 결연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점점 시간이 다가왔다.

10초를 앞두고 서버시간을 알리는 사이트가 삑삑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멤버들의 목젖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리혁 : 지금이에요!

그와 함께 다들 마우스를 딸깍였다.

3초 후.

컴퓨터가 버벅거리더니 모두의 화면 위로 똑같은 안내창이 떠올랐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영상 속에서 멤버들이 멍하니 눈을 깜빡거리는 한편, 댓글 창에선 팬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   *   *

드디어 팬미팅 당일.

광진구에 있는 한 라이브홀에서는 행사를 앞두고 리허설이 한창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사회를 맡은 MC와 멤버들이 실제 객석에 팬들이 있다고 가정하고 손을 흔들며 인사 멘트를 하고 있었다.

팬미팅 준비 장면을 찍으러 온 HBS MTV 촬영팀이 스테이지를 찍는 동안, 현장 스탭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허리춤에 파우치를 착용한 조명 크루는 감독 지시에 따라 바쁘게 움직였고, 의상을 조달하는 스타일리스트들도 양손에 옷가방을 잔뜩 든 채 복도를 걸었다.

‘아무 문제 없어야 할 텐데.’

뉴블랙의 담당 실장 윤석환은 연출감독 옆에 서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데뷔 쇼케이스 때, 음향 문제로 한차례 곤욕을 치룬 경험이 있는 만큼 현장 점검을 꼼꼼히 해야 했다.

사복을 입은 뉴블랙 멤버들이 오늘 준비한 발라드곡이나 커버 댄스 무대를 하는 동안 연출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조명 위치에 맞게 서 달라는 류의 디렉팅이었다.

“중현아, 조금 더 뒤로 가서 탑라이트 쪽에 좀 서자. 그래. 거기.”

-네, 알겠습니다.

그럴 때마다 찰떡같이 알아듣는 이들을 보며 연출 감독이 웃었다.

“애들이 참 괜찮네요. 천 명을 앞둔 무대라고 하면 떨릴 법도 한데, 떠는 것도 없고.”

“무대 위에서만 저래요.”

윤석환이 안경을 고쳐 쓰며 웃었다.

무대 아래에서 이 녀석들이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런 말 못 할 텐데.

한편, 순차적으로 진행하면서 오늘 팬미팅의 마지막 순서로 된 우주의 자작곡 리허설이 이어졌다.

어딘가 특이한 분위기의 공연이 끝난 후, 연출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네, 멤버들 고생 많으셨고요. 대기실로 돌아가 주세요.”

-고생하셨습니다!

자기들끼리 우왕 하며 백스테이지로 내려가는 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감독이 피식 웃었다.

그러곤 뭔가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

“저, 마지막 곡 말이에요. 이따가 이 친구들 팬들 와서 들으면 반응이 굉장히 좋을 것 같네요.”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윤석환이 미소를 지었다.

“완성도를 떠나서…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만한 무대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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