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5화
암전되었던 무대가 다시 밝아졌다.
수플레들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무대 정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건반이었다.
‘뭘까?’
팬들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다른 멤버들이 게임을 하거나, 토론회를 열었던 것에 반해, 금요일에 라이브를 했던 우주는 그저 토크만 하고 끝을 냈었다.
-사실 제가 이벤트를 준비하긴 했어요. 근데 라이브 방송으로 보여드리기엔 애매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팬미팅 당일에 깜짝 선물로 공개하려고 해요.
뭘 준비했는지 모르겠지만 라이브 방송에서 우주는 연신 눈을 반짝거리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랬기에 팬들의 기대는 컸다.
혹시 지난번에 했던 펭귄 춤처럼 특이한 걸 하는 걸까?
아니면 노래 선물?
신인 애니멀 그룹 펭귄즈의 2차 무대를 기대하던 팬들은 캐주얼한 복장으로 등장한 멤버들의 모습에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수플레들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뭔가 있어 보였다.
각도상 잘 안 보이지만 건반 쪽에 노트북도 있는 것 같고, 케이블에 연결된 낯선 기계도 보였다.
MC는 퇴장하고 멤버들만 남아 마지막 무대를 하는 순서.
아쉬운 분위기 속에서 우주가 입술을 뗐다.
-정말, 오늘 해야 할 이야기 중에 제일 하기 싫었던 말인데… 이제 헤어져야…….
관객석으로부터 ‘아아아!’ 하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우주가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잠시 또 떨어져 있어야 할 시간이 됐네요. 가기 싫죠?
곧바로 이구동성으로 답하는 이들의 말에 우주가 말했다.
-저희도 정말 보내 드리기 싫은데, 그래야 할 시간이 됐어요.
-가지 마여. 저희랑 같이 여기서 살아여.
-그래? 우리 여기서 살까?
멤버들끼리 잠시 웃으며 토크를 나눈 후, 우주가 마이크를 잡았다.
-네, 정말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할 시간이에요. 그래서, 제가 여러분의 아쉬움을 달랠 선물을 준비했어요. 짐작하셨다시피 바로 노래인데요.
우주가 건반 앞에 앉자, 멤버들이 그 뒤에 옹기종기 모였다.
-생각해 보니, 우리 수플레들을 위한 팬송이 아직까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만들어 봤어요.
-진짜예여. 제가 찰싹 붙어서 감시했어요.
-음? 그런 건 왜 감시하는 거야?
-그러니까요. 넌 왜 그런 걸 또 감시하고 있냐.
-형이 감시하라면서여?
-내가 언제?
-그랬거든여? 또 이상한 거 추가하면 못 하게 하라고…….
-얘들아, 지금 우주 형 얘기하는데…….
-내가 언제? 몇 시 몇 분 몇 초?
-저기… 우리 브라더분들. 제가 팬분들이랑 이렇게 감상적인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잖아요. 집중해 주세요.
-네.
리더한테 혼이 나서 시무룩해진 이들의 모습에 팬들이 잠시 웃음을 터뜨렸다.
-네, 그래서 준비한 팬송인데요. 우리 동생들 말대로 저 혼자 준비한 만큼, 그리고 가사도 저희끼리 준비한 만큼 미흡한 부분이 많아요. 그래도 예쁘게 들어주실 거죠?
이어진 대답에 우주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럼 시작할게요. 제목은 ‘별빛’입니다.
환하게 웃던 우주가 이내 건반을 바라보며 집중했다.
마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어떠한 스케치를 떠올리는 듯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저 작은 머릿속에 있는 생각에 팬들이 호기심을 품을 때, 손가락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아주 단조로운 멜로디였다.
“……?”
그게 끝이었다.
8마디의 아주 간단한 연주를 끝낸 우주가 손가락을 뗐을 때, 팬들은 여전히 의아했다.
‘저게 다야?’
그렇게 생각할 때, 방금 우주가 연주했던 단조로운 건반의 멜로디가 반복해서 울리기 시작했다.
‘아, 저 기계로 뭘 하는 거구나….’
그러고 보니 방금 우주가 바닥에 있는 기계의 버튼을 페달처럼 가볍게 밟고 있었다.
몇몇이 ‘나 저거 TV에서 봤어. 루프 스테이션.’하며 옆자리의 친구에게 속삭일 때.
신기해하는 팬들의 모습을 보며, 그 뒤에 서 있는 멤버들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팬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는 얼굴이었다.
이윽고 다시 손가락이 움직이더니 건반으로 만든 멜로디 하나가 추가됐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선우주가 건반 아래 놓여 있던 어쿠스틱 기타를 손에 들었다.
두 개의 멜로디가 하나 되고 있을 때, 기타의 부드러운 선율이 그와 정확하게 어우러졌다.
이어서는 기타의 울림통을 박자에 맞춰 탁, 탁, 치는 소리까지.
그런 식으로 악기가 하나 둘 추가됐다.
전문 음악인이 보기엔 범상한 솜씨일 수 있겠지만, 팬들의 눈에는 놀랍기 그지없는 풍경이었다.
소리가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노래가 만들어지고 있었으니까.
마치 허허벌판에 예쁘고 아담한 집이 만들어지는 듯했다.
그리고 그 집이 당신들을 위한 것이라는 듯 뉴블랙의 멤버들이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내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댄 우주가 ‘츠츠츠’하는 소리를 섞었다.
그러곤 동생들에게 가까이 다가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검지를 든 우주가 박자를 잡아 주려는 듯 손가락을 까딱이면서 신호를 주자, 아카펠라를 하는 것처럼 ‘우우우’하는 멤버들의 화음이 추가됐다.
고운 미성과 낮은 저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부드러운 목소리까지.
마지막 붓칠과 같았다.
악기가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그림에 색깔이 하나씩 추가되듯, 근사한 그림의 마지막 터치.
그리고 마침내 우주의 손가락이 다시 한 번 건반을 움직이며 메인 테마가 막을 올렸다.
잔잔한 선율의 노래.
수플레들을 위해 준비한 뉴블랙의 팬송 ‘별빛’이었다.
* * *
떨리는 마음으로 루프 스테이션의 녹음 버튼을 발로 밟았다.
이제 완성이었다.
자꾸만 떨려서, 혹시나 잘못 밟아서 실수를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마음을 놓는 한편, 뒤에 선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마이크를 든 녀석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나도 마주 웃었다.
-얘들아, 우리도 이거 한 번 해 볼래?
사건의 시작은 수플레 위크를 준비할 때, 내가 동생들에게 보여 줬던 동영상 하나였다.
해외 유명 팝 가수가 콘서트에서 루프 스테이션을 이용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
내 예상대로 동생들의 반응은 좋았고, 그 길로 팬들을 위한 노래 하나를 완성했다.
혼자 만들기도 했고, 워낙 급조를 한 터라 퀄리티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부디 우리 팬들의 반응이 좋기만 바랄 뿐이었다.
널찍한 라이브홀.
수많은 팬들의 눈이 우리에게 향한 가운데, 루프 스테이션으로 합친 소리들이 하나의 노래로 완성되었다.
따스한 어둠처럼 느껴지는 멜로디였다.
다정하고 친밀한 대화처럼 느껴지는 음표들.
눈을 감을 때마다 7음계의 소리가 무지개처럼 섞여 들어와 검은색으로 변했다.
따스하고, 텅 비어 있는 밤하늘을 떠올리면서 건반을 지그시 눌렀다.
적적하고 외로운 밤하늘.
건반을 붓 삼아 그 여백을 별들로 메웠다.
부드러운 멜로디로 밤하늘에 작고 귀여운 별들을 만들고, 다른 선율을 추가하여 그 별이 빛나도록.
어느새 별들로 수놓아진 밤하늘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다소 긴 전주였다.
처음에는 숨 막히는 정적에 불안했지만 이내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객석으로부터 묘한 흥분이 전해져왔다.
이제 노래의 시작 부분.
내 뒤에서 앳된 목소리가 첫 마디를 불렀다.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면
이 세상 모든 계절이
우리의 시간이길 바래요
처음에는 작사가한테 의뢰라도 할까 싶었는데, 팬송이란 취지에 맞게 우리끼리 작사하기로 결정했다.
멤버별로 우리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도록.
지호가 노래를 이어 갔다.
-저는 음… 팬분들한테 특별하게 할 얘기는 없는 거 같아여. 그냥 좋은데. 제가 좋아한다고 써도 돼여? 우리 수플레 킹왕짱 그런 거?
그래서 쓰라고 했다.
가식 없이, 내가 좋아해여! 하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는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 막내답다고 생각했다.
어두운 객석에서 수많은 야광봉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지호가 노래를 마치자, 미리 녹음해 뒀던 우리의 화음이 그 마무리를 장식했다.
조금씩 다가갈 수 있도록
내 이름을 기억해 줘
두 번째 주자는 우리 메인보컬이었다.
-아, 진짜. 왜 자꾸 쳐다봐요? 뭐 쓰는지 궁금하다고요? 제발, 좀 집중하게 저리 가 있어요. 아, 한 번만 더 다가오면 나… 어쩔 거냐고요? 나도 모르니까 좀 가라고요!
우리가 강강술래를 추면서, 뭘 쓰는지 보려고 기웃거릴 때마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녀석이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완성본을 보고 납득했다.
열네 줄로 쓴 가사에는 고맙고, 내가 애정하고, 또 만나고 싶고, 계속 함께 있고 싶고, 어떨 땐 미안하다는 내용이 구구절절하게 담겨져 있었다.
쓸 때는 희대의 냉소주의자 코스프레를 하더니.
글자 수만 500자였다.
우리가 500자 빌런이라고 놀리는 동안, 본인도 부끄러웠던지 가사를 다시 압축해 왔다.
우리를 좋아해 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로.
이내 깨끗하고 청량한 목소리로 노래 가사를 읊는 메인보컬의 모습에 호응이 돌아왔다.
그만큼 좋기도 했다.
마치 파도가 부드럽게 밀려오듯 객석 곳곳이 파랗게 물드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리혁이가 마이크를 내리자, 앞서 녹음했던 우리의 화음이 다시 한 번 마무리를 지었다.
시간에 끝이 없다면
그건 우리일 거야
중현이의 순서가 되면서 건반의 멜로디를 조금 변주했다.
-저는 그거요. 50주년 디너쇼 할 때까지 함께하자고 할래요.
랩 대신 차분하게 읊조리는 보컬로 중현이가 자신의 마음을 차분하게 전달했다.
오랫동안 함께해요 하는 내용.
랩이 아니라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노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중현이의 노래가 끝나고 다시 한 번 우리의 목소리가 앰프를 타고 울렸다.
포근히 안아 줄게요
내게로 와요
우리 메인댄서의 맑은 목소리가 부드럽게 공연장을 휘감았다.
그 미성에 좋은 반응이 돌아왔다.
-형. 이대로 쓰면… 안 되겠죠?
고마운 것 리스트를 23번까지 들고 나에게 물어보길래, 그거 다 부르려면 뉴블랙 메들리 해야 된다고 했더니 시무룩해졌던 얼굴이 떠올랐다.
결국 고맙다는 내용으로 요약됐다.
각자 한 마디씩 하는 방식으로 동생들의 노래가 끝난 후, 나는 메인 테마를 고조시켰다.
이제 후렴구를 향해 갈 때였다.
기나긴 밤이 지나
그대의 눈이 별이 되어
우리에게 닿는다면
나는 내 개인적인 감상보다 그룹을 대표해서 수플레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사를 담았다.
별빛.
흔히 사람들은 연예인을 스타라는 단어를 통해 비유한다.
밤하늘에 고고히 떠올라 있는 별처럼 반짝거리며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는 의미로.
하지만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른 편이었다.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는 빛은 저마다 똑같다.
특별한 사람은 없다.
단지 한 사람에게서 빛이 난다고 하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바라봐 주기 때문이다.
연예계에 데뷔하고 많은 선배 연예인들을 보며 했던 생각이었다.
TV에 나오는 유명인, 실물로 보면 광채가 난다는 사람들을 봤을 때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으니까.
특이한 아우라가 보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
그랬기에 누군가 빛날 수 있는 건, 우리가 빛날 수 있는 건 누군가 바라봐 주기 때문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별빛은 그에 착안한 제목이었다.
눈빛이라는 말이 있듯이, 누군가를 바라볼 때 사람들의 눈에 담긴 빛이 그 사람을 빛나게 해 준다는 뜻에서.
다 같이 후렴구를 불렀다.
간직해요
그대와 나의 별빛을
기억해요
우리의 시간을
노래 가사로 워낙 압축을 해 놓은 탓에 그 마음이 제대로 전달이 될지 확신은 들지 않았다.
그랬기에 최대한 분위기를 살리는데 집중했다.
1절이 흐르고, 다시 2절이 흐르고.
3절에 해당하는 브릿지 파트에 이르러서는 자리에 일어나서 동생들과 함께 나란히 섰다.
팬들을 보며,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다.
마지막에 가서는 우리의 목소리가 하나의 화음이 되어 사방으로 퍼지면서, 절로 미소가 나왔다.
처음에는 기교적인 측면에 신경을 쓰면서 불렀는데 이제는 무슨 상관이냐 싶었다.
팬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었고.
이 자리에서 부를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은 떨쳐내고 동생들과 함께 가사를 읊었다.
“…….”
그렇게 모든 노래가 끝났을 때.
우리끼리 기분 좋게 웃는 한편, 객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3초 동안의 정적.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그 순간, 객석 쪽의 불이 밝혀지면서 하나의 물결처럼 어떤 것이 우후죽순으로 솟아났다.
“……?”
처음에는 빛에 눈이 적응을 못하고, 까만 점들이 잔상처럼 남아 있었지만 이내 그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이내 동생들과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팬분들이 우리를 위해 준비한 슬로건 이벤트였다.
1층부터 2층까지 슬로건과 함께 사람들의 입가에 가득한 미소를 바라보며 우리끼리 행복한 미소를 교환했다.
동생들과 함께 두 손을 잡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행복한 순간이었다.
* * *
팬미팅이 끝나고 뉴블랙의 공식 SNS와 팬카페에 멤버들이 올린 글이 올라왔다.
뉴블랙이 무대에 앉아 있고, 객석에서는 슬로건을 들고 있는 팬들이 찍힌 사진이었다.
@The_New_Black_Official
기억에 남고 남을 첫 팬미팅이었습니다. 정말 고맙고, 사랑해요.
한편, 아이돌 커뮤니티와 팬카페, 블로그 등지에서는 뉴블랙의 팬미팅 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오프라인에 참여하지 못했던 팬들은 얼떨떨한 기분을 느꼈다.
‘뭐지?’
뭔가 엄청난 것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직캠이나 사진 없이 말로만 듣는 터라 굉장히 갑갑했다.
음성 변조 실루엣 토크가 웃겼다고 그러고.
랜덤 플레이 댄스에서 비주를 보니 춤선이 너무 예쁘다며 좋아하는 후기도 있고.
밤바다 공식 음원의 첫 듀엣 무대도 좋다고 하고.
무슨 정장을 입고 애들이 파워풀한 춤을 췄다고 하는데….
거기다 우주가 무슨 천재처럼 악기를 여러 개 연주하며 팬송을 불렀다는 이야기까지.
-뭔데요 뭔데 왜 나만 왕따시켜ㅠㅠ
-아니.. 나도 듣고 싶다고요ㅠㅠㅠㅠㅠ
-규호야 규호야 머리카락 줄게 얼른 팬미팅 영상 다오
-팬미팅 다녀온 수플레에요..☆ 오늘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여.. 하아.. 이 충만한 기분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기쁨을 제가 어떻게.. ㅇ아 딱 한가지 아쉬움이라면 아니 그 엽서.. 인원이 천명이라고 딱 천개 준비하는 놈이 어디있냐 규호 진짜 아오 내가 진짜 씨
-딥빡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의식의 흐름
-오늘 진짜 머릿속에서 빼내서 하드에 저장하고 싶네요..! 건플라워 커버도 커버지만 진짜 그.. 마지막에 뼐삧 뿌를 때 쯩말
-흥분의 쉬프트킼ㅋㅋㅋ
이내 소속사 공식 SNS에 수플레 위크의 마지막 이벤트로 팬미팅 공연 영상과 함께, 멤버들이 만든 팬송 ‘별빛’을 무료로 공개한다는 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말 동안 흥분의 도가니가 이어진 가운데.
일요일 점심.
레몬 엔터의 꼭대기 층 사무실에 앉은 세 남자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레몬 엔터의 박규호 대표와 매니지먼트 본부장, 조규환 제작이사였다.
“석태야, 우리 점심으로 중국집 시켜 먹을까?”
“예, 좋죠.”
“유산슬도 하나 시키고, 간짜장 두 개랑… 규환아, 넌 뭐 먹을래?”
“저는 물만두요.”
회사 초창기부터 함께한 3인방이 사이좋게 메뉴를 고른 후, 본부장이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 동안 박 대표는 팬미팅 매출에 관한 보고서를 읽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기록적인 매출이구먼.”
“이래서 요즘 기획사들이 아이돌만 키우나 봐요, 대표님. 배우들 가지고 이런 수익 내려면 한참 걸리는데….”
배우들을 관리하는 본부장이 대단하다는 듯 답하자, 조 이사가 맞은편에서 미소만 지었다.
박 대표가 말했다.
“참, 요즘에 우리 애들 2집 관련해서 해외 투자자들 입김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데 말이야. 어떻게 생각해, 규환이?”
“투자 이유를 정확히 밝혔습니까?”
“뭐, 요즘에 한류가 유행하기도 하고. 장래가 유망한 그룹이라 한 발 걸치고 싶다는데… 정확한 속내는 알 수가 없지. 마냥 무시하기엔 금액이 크더라고.”
곧이어 대표의 입에서 흘러나온 금액에 본부장이 떡하니 입을 벌렸다.
조규환만 담담하게 답했다.
“거절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유는?”
“합리적인 사유가 없는 큰돈은 올가미가 될 겁니다. 해외 쪽 투자자는 우리와 엔터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도 하고요. 잘못 걸리면 앨범 컨셉만 망가질 거고요.”
“그렇지…. 뭐, 나도 그런 이유로 거절하긴 했다만.”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듯 대표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어서 회사 배우들의 영화나 드라마, 광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후, 뉴블랙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조 이사가 운을 뗐다.
“2집 안무 말입니다. 해외 유명 댄서에게 의뢰를 했는데, 금액이 조금…….”
“뭐, 돈이 중요한가. 얼만데?”
“여기 보시죠.”
“일십백천만, 십만백만천…….”
“…….”
“규환아, 보통 안무 값이 이렇게 비싸니?”
조규환이 선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더 싸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만, DNS에서 스트릿 보이즈 차기 앨범 관련해서 이 댄서에게 눈독을 들인다고 하더…….”
“줘 봐, 사인하게.”
바로 결재가 완료됐다.
그런 식으로 뉴블랙의 2집에 들어갈 예산이 하나씩 조율되어 가는 가운데, 총 금액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던 박규호 대표의 안색이 점점 하얀색으로 질려 갔다.
“…….”
그가 손을 덜덜 떨며 전화기를 찾았다.
“지금이라도 전화 걸어서, 유산슬 빼달라고 할까?”
“늦었을걸요.”
“제가 사겠습니다. 그냥.”
뉴블랙의 프로듀서가 선뜻 지갑을 들며 말했다.
대표가 고맙다며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조 이사가 다시 한 번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참, 그리고 이번에 뉴블랙 의상 말입니다.”
2층에서 뉴블랙 멤버들이 자기들끼리 웃으면서 작업을 하는 동안, 꼭대기 사무실에선 2집 앨범의 뮤직비디오, 의상에 대한 준비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