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6화
20장. 컴백! 뉴블랙
점심시간.
직원들이 외투를 챙겨 하나둘 밖으로 나가는 동안, 우리는 휴게실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테이블에는 스마트폰 거치대를 올리고.
각자 매니지먼트 팀에서 받아 온 도시락을 꺼냈다.
“자.”
내가 손바닥을 비비며 말했다.
“그럼 도시락부터 개봉해 봅시다.”
모두의 손이 동시에 도시락을 열자, 탄성이 흘러나왔다.
안 좋은 쪽으로.
지호가 입을 비죽 내밀었다.
“진짜, 울 아빠가 보내 준 거긴 하지만… 이쯤 되면 정말 속에서 막 올라오는 거 같아여.”
“오늘은 닭가슴살 구이네.”
“그래도 삶은 게 아닌 게 어디야.”
“맞아.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지.”
도시락 안에는 닭가슴살 구이가 들어 있었다.
요즘 들어 지호네 아버님이 다이어트 도시락을 보내 주고 계셨다.
이른바 다이어터를 위한 호호 도시락이었다.
닭가슴살 샐러드.
내 것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지호에게 내밀었다.
“지호야, 여기 머스타드로 하트 그려져 있다. 네 거야.”
“아. 진짜. 울 아빠 보고 이런 거 하지 말라고 그래야겠어여. 아니, 이러면 제가 완전 어린 애기 같잖아여. 저도 이제 언연히.”
…라고 말하던 막내가 잔뜩 비웃음을 머금은 형들의 모습에 빈정이 상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리혁이가 플라스틱 포크를 들며 혀를 찼다.
“투정 좀 그만 부려, 멍청아. 언제 철들래? 그리고 언연히가 아니고 엄연히겠지. 언연은 뭐냐 어니언이냐.”
“어니언. 양파 먹고 싶네.”
“그 곱창집 구운 양파 되게 맛있었는데…….”
“전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때로 갈 거예여.”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동생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요즘 들어 계속 이 모양이었다.
2집 활동을 위해 빡센 다이어트를 하는 만큼 다들 주린 배를 움켜쥐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덕분에 강제로 복근이 드러나고 있긴 했지만, 난 한창 먹어야 할 나이였다.
리혁이가 어림도 없다는 듯 포크를 까딱였다.
“은근슬쩍 같은 나이인 척하지 마요.”
“야. 너랑 나랑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난다고.”
“네 살 차이면 크죠.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거 아니에요.”
“인정.”
“그, 중현아. 은근슬쩍 인정 그런 거 하지 말고. 리혁아. 조선 시대에 오성과 한음도 5살 차이인데 절친이었다는 얘기 못 들어 봤니?”
그러자 막내가 눈을 반짝였다.
“오. 그럼 반말해도 돼여?”
“해라. 해.”
“우주야.”
막내의 뜬금없는 발언에 동생들은 물론이고 나도 물개 박수를 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막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 근데… 생각보다 별로인 거 같아여. 막 이상하고 속이 울렁울렁한 느낌. 역시 저는 귀염뽀짝 막내가 천성인가 봐여.”
그 말에 우리끼리 웃으며 포크를 들었다.
퍽퍽한 닭가슴살 구이를 먹기 시작하자, 비주가 거치대에 올린 스마트폰을 톡톡 두드렸다.
먹방을 보기 위해서였다.
입으로는 닭가슴살을 먹지만, 눈으로 음식 프로그램을 틀어 놓고 지금 먹고 있는 것은 닭가슴살이 아니라고 세뇌하는 시간이라고 할까.
하지만 비주는 뜬금없는 영상을 틀었다.
-제목은 ‘별빛’이에요.
수플레들의 환호로 가득한 팬미팅 현장.
회사 미튜브에 올라온 영상이 재생되자, 분노한 민초들의 시선이 메인댄서에게 향했다.
“비주야.”
“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는 영상을 준비한다고 하지 않았니?”
“네. 팬분들의 사랑으로…….”
“그… 그것도 좋긴 하다만, 지금은 다른 걸 보자. 우리.”
비주가 시무룩해졌을 때, 중현이가 나섰다.
“얘가 이럴 것 같아서 제가 하나 준비했어요. 형.”
“오, 중현이.”
“우리 곱창 요정이 준비한 영상이라니, 기대되네여.”
이윽고 중현이의 핸드폰이 거치대에 올라왔다.
이내 영상이 흘러나왔다.
갓 성년이 된 사자가 가젤을 사냥하려고 달려들다가 뺨을 얻어맞고 구르는 장면이었다.
-아이코. 오늘도 레오는 사냥에 실패했군요! 핫핫!
익살맞은 성우의 내레이션이 울리는 동안, 시무룩해진 사자가 총총 노을을 향해 걸어갔다.
“…….”
우리가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중현이가 말했다.
“배가 부르지 않아요?”
“대체 어느 부분에서 그런 걸 느껴야 하는 건데…?”
“레오가 사냥에 실패하고 굶잖아요. 대신 우리는 사냥도 안 하는데 이렇게 음식이 나오고요.”
“남의 불행을 통해 행복을 느끼겠다니, 좋지 않은 발상이에요. 형.”
“맞아. 김중현. 반성해.”
“어… 이게 아닌데.”
“그래. 차라리 대길이 양배추 먹방을 보는 게 낫겠다, 중현아.”
“아. 그거 있어요. 저.”
“넣어 둬. 제발.”
우리에게 질타를 당한 후 ‘불쌍한 레오…’하며 중얼거리는 녀석을 내버려 둔 채 결국 휴게실에 있는 TV를 틀었다.
초밥이 나오는 음식 프로.
TV에 빨려들 만큼 집중을 하면서 우리끼리 상황극을 펼쳤다.
“와, 중현이 형. 지금 포크로 들고 있는 참치 초밥 너무 맛있어 보여여.”
“아냐. 이거 스팸 초밥이야. 가운데 김 둘러져 있잖아.”
“간장 새우… 저거 맛있겠다……. 내가 지금 씹고 있는 건 간장 새우다. 간장 새우다.”
“비주 형까지 왜 그러는 거예요, 대체. 난 이 한심한 상황극에 참여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는 동안 내 핸드폰이 부르르 진동했다.
발신인에 조 이사님이 적힌 짧은 문자였다.
-옆에
옆에? 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할 때 문자가 한 통 더 왔다.
-오른쪽
…라는 말에 오른쪽을 돌린 순간, 나는 눈을 멀뚱멀뚱 떴다.
복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회사 직원들이었다.
그 가운데 우뚝 솟은 조 이사님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석환 형은 폰카로 우리 모습을 찍으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이내 우리가 쳐다보자 직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수치심이 없는 한 명과 달리 네 명의 얼굴에 동시에 홍조가 떠올랐다.
특히 한 명은 지금 TV에 나오고 있는 게 등딱지처럼 빨갛게 변했고.
“우주 형.”
비주가 소곤거렸다.
“형이랑 얘기한 영화요. 맨인블랙. 제가 얼마 전에 봤거든요.”
“…어.”
“거기 나오는 기계 쓰고 싶어요…….”
나는 말없이 공감했다.
* * *
“석환 형.”
“응.”
“대체 왜 회사 메신저로 그런 걸 공유하는 건데?”
“재미있잖아.”
“…내가 중현이 시켜서 형 디스랩 만들 거야.”
“그래. 힘내렴.”
상냥하게 웃는 우리 수학 귀신을 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회의실.
석환 형과 내가 나누는 대화에 회사 사람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가 원망스럽게 쳐다보자 다들 눈을 피했다.
“그, 휴게실에서 보셨던 일들은 모두 잊어 주시… 아, 팀장님…….”
홍보팀장님이 크흡, 하다가 껄껄 웃는 모습에 회의실에 있던 이들이 다시 한 번 웃었다.
상석에 있는 조 이사님도 고개를 슥 돌렸는데, 입꼬리가 잔뜩 올라가 있었다.
연습생 때는 별로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데뷔하고 시간이 좀 흐르니 회사 사람들의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회사의 유명인이 된 느낌이라고 할까.
아무래도 회사에 찾아올 일이 거의 없는 배우들과 달리 연습 때문에 지박령처럼 박혀 살아서 친숙해서 그런 모양이다.
예전에 홍보팀 직원 한 분이 농담으로 너희는 참 여러모로 유니콘 같은 존재라고 했는데,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얘기 같다.
“자자, 그럼 회의 시작합시다.”
조 이사님이 손뼉을 치면서 회의가 시작됐다.
곧이어 장난스럽게 웃던 얼굴들은 사라지고, 진지하게 수치와 통계, 진척 상황을 이야기하는 사회인들이 남았다.
앨범 제작은 이제 막바지였다.
곡 녹음도 끝나고 이제 비주얼 작업에 해당하는 재킷 촬영과 뮤비 작업만 남겨 둔 상태.
“이번 팬미팅은 역대급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팬들뿐만 아니라 타 아이돌 팬덤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요.”
팬미팅의 성과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매출에 관한 부분은 내가 정확히 알아듣기 힘들었기에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에 웃어 보였다.
무료 공개된 별빛의 음원 다운로드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곳곳에 팬들이 남겨준 코멘트를 보여 줬다.
오기 전에 한차례 본 것들이었다.
“참, 그리고 일정 말인데.”
석환 형이 말했다.
“너희는 아마 12월 중순에 망고차트 어워즈 쪽으로 나갈 거야. KMA는 뭐… 불발됐다.”
어느덧 2014년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와 함께 아이돌에게 중요한 행사들도 준비 중이었다.
음악 전문 채널 K-Net에서 주최하는 K넷 뮤직어워즈가 12월에 홍콩에서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었고, 음원 사이트 망고의 망고차트 어워즈가 그 뒤에 있었다.
KMA 같은 경우는 신인상 투표를 시작했다는데 우리도 후보군에 끼어 있긴 하지만, 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기준일이 10월 말인데 스트릿 보이즈나 블링크처럼 이미 2집 활동을 했다면 모를까, 우리는 11월 컴백이었다.
무엇보다 우리 회사랑 K-Net은 사이가 굉장히 나쁘기도 하고.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배우 쪽과 관련된 이슈가 있는 듯했다.
어쨌거나 이런 어워즈나 앞으로 있을 지상파 3사의 연말 무대 등은 우리에게 있어 큰 행사였다.
시청률이 바닥인 음악 방송과 달리 이런 무대들은 아이돌 팬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시청하기 때문이다.
잘만 하면 굉장히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 많은 아이돌 그룹이 이를 갈고 준비하는 무대였다.
“굉장히 정신없기는 할 거야. 음방도 돌면서 너희끼리 어워즈랑 연말 무대 준비도 해야 되니까.”
무대가 몇 개지.
지상파 3사에 어워즈 하나.
총 4개였다.
지상파 같은 경우야 개미 눈곱만큼의 분량을 받을 테니, 아마 가장 중요한 무대는 어워즈 쪽이 될 거고.
“지금부터 서서히 준비해야겠네요.”
조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아이디어 있는지 너희끼리 생각해 봐. 지금부터 무대 연출 계획하고, 댄서 섭외하려면 빠듯하니까.”
“네, 동생들이랑 의논해 볼게요.”
이윽고 프로듀싱 회의는 제작에 참여할 스탭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새로 계약을 맺은 스타일리스트 실장님부터, 불꽃놀이에서도 함께 합을 맞췄던 사진작가 황태선과 마법학교 CF를 함께 했던 유건 감독까지.
이런저런 이름이 나올 때마다 얼떨떨했다.
1집 때보다 더 돈이 많이 드는 것 같은데…?
대체 이런 예산은 어떻게 마련한 건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스탭 관련해서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혹시 건의 사항 같은 거 있니?”
“음…….”
망설이다가 운을 뗐다.
“요즘 들어 숙소나 회사 근처에서 사람들이 좀 보이는데요.”
내 말에 회사 사람들도 올 게 왔구나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바 사생.
주세한 출연을 전후로 해서 드문드문 보이다가 이제는 점점 그 빈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저희끼리 무응답으로 대처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동생들이 걱정이 되는 것 같아요. 저희가 그래서 요새는 편의점도 잘 안 가거든요.”
나는 마스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요즘 들어선 마스크와 모자를 습관처럼 쓰고 다니게 됐다.
물론 회사 밖으로 나갈 때면 민기 형이 자주 동행해 주지만, 그 한계가 있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나쁜 마음 품은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잖아요.”
“안 그래도 경호원 겸 매니저로 한 명 더 고용하려고 했는데… 우리가 한 번 알아볼게.”
“네, 감사합니다.”
이전처럼 배우 팀에서 로테이션 돌리는 형식이 아니라 정식으로 로드 매니저를 하나 더 붙여 주려는 모양이었다.
직원들끼리 의기투합해서 ‘인상 완전 센 사람으로요.’, ‘키 제한 190 넣어요.’, ‘대신에 폭력적인 성향 없고 그래야 돼요.’하는 이야기가 귓가에 들렸다.
그렇게 회의가 끝이 났다.
기지개를 쭉쭉 키며 회의실을 나서려는데, 홍보팀장님이 나를 붙잡았다.
“참, 우주야. 네 생일 관련해서 말인데….”
“아, 네.”
“팬들한테 인사 영상 정도 남기겠다고 했다면서.”
“네, 맞아요.”
“그거 안 해도 괜찮거든? 우리 입장에선 네 감정 관리가 더 중요…….”
“괜찮아요, 팀장님. 인사 영상 정도는 남길 수 있어요.”
내가 웃으며 하는 말에 홍보팀장님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걱정된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내 생일이 부모님 기일과 같아서 그 부분이 마음에 영 걸린다는 표정이었다.
은근히 짠한 눈으로 바라보길래 다시 한 번 웃어 드렸다.
왜 그러시지. 진짜 괜찮은데.
* * *
본격적으로 2집 앨범의 비주얼 작업에 들어가면서, 드디어 우리에게 큰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스타일링이었다.
앨범 재킷 사진을 찍기 위해 찾은 황태선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나는 그 새로운 변화를 자랑하고 있었다.
-머리가 뭐가 바뀌었다는 겨?
“갈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었잖아.”
-그르냐.
“아니, 나한테 관심이 없어?”
-내가 니 여자친구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아냐. 하여간, 그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아주 옘병을…….
근처에서 듣고 있던 촬영장 스탭들이 웃는 모습에 나는 볼륨을 세 단계 더 낮췄다.
-비주랑 중현이나 좀 비춰 봐.
“안녕하세요. 선우주로 변신한 김비주와 김중현입니다~”
-옘병할 짓 하지 말고.
“…진짜, 내 거 포토카드 절대 안 보내 줄 거다.”
그러면서 쭉 옆자리에 앉아있는 다른 녀석들을 비춰 주었다.
머리를 갈색 계통으로 염색한 리혁이와 중현이, 그리고 밝게 탈색한 비주가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어이구, 지호는 머리색이 김칫국물에 푹 담가 놓은 거 같네. 왜 그렇게 뻘겋게 했디야?
“예쁘져?”
-뭐, 보는 사람 따라 다르겄지.
“역시 우주 형의 할머니세여….”
머리를 빨갛게 염색한 막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화면 속 김덕순 여사가 웃었다.
우리도 옆에서 같이 웃다가 심술궂게 째려보는 막내의 모습에 표정 관리를 했다.
한차례 동생들을 소개시켜 준 후, 할머니와 다시 정겨운 대화를 나누었다.
-생일 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혀.
“진짜로?”
-그려.
“그럼 랍스터 해 줘.”
-이… #$#%#%
12간지에 해당되는 각종 동물들의 향연에 잠시 음소거로 전환했다.
그렇게 애정 넘치는 대화를 한창 나눌 때, 민기 형이 불렀다.
“우주야! 너부터 슛 들어간대.”
“네! …할머니, 나 가 볼게.”
-그려, 건방 떨지 말구! 겸손하게. 알겄지?
끝까지 걱정 넘치는 잔소리였다.
웃으면서 통화를 종료하려고 할 때, 비주가 손을 내밀었다.
“형, 할머님이랑 저희랑 잠시 얘기 더 해도 돼요?”
‘아니, 김덕순은 내 거야’라고 하고 싶었는데 옹졸한 거 같아서 아량 넓게 핸드폰을 넘겨주었다.
그러곤 나를 반기는 황태선 작가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다가갔다.
다시 일을 할 때였다.
* * *
HBS MTV 리얼리티 ‘잇츠 더 뉴블랙’ 6화 中
# 강남구 H모 스튜디오
카메라가 어두운 구석에 모여 있는 네 멤버에게 다가간다.
그 아래 작은 화면으로 스튜디오에서 리더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우주) 뭐야? 너네 나 없이 간식 먹었냐?
(지호) 흐하핫! 지금 우주 형 눈 부릅뜬 거 봐여.
(비주) 형을 두고 어떻게 저희끼리 먹겠어요.
(우주) (흡족)
VCR 속 제작진의 질문.
제작진 : 거기서 뭐하고 있어요?
모두 : (고개를 돌리며) 아… 그.
뱀파이어 같이 화장을 한 이들이 입가에 묻은 쿠키 부스러기를 재빠르게 털어냈다.
(우주) 와… 와…….
(비주) 복잡한 사정이 있어요. 형.
제작진 : 지금 뭐 드신 건가요?
모두 : 아뇨?
제작진 : 손에 쿠키 봉지가.
지호 : (얼른 제작진에게 쥐어 주며) 이제 감독님도 공범이에여.
리혁 : 얼른 먹여 드려.
열심히 까서 내미는 멤버들의 모습에 제작진의 웃음소리가 VCR에 담겼다.
비주 : 저희가 사실 우주 형 생일 이벤트 준비하려고 하는데…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올라서요. 당을 채우기 위해 과자를 먹어야만 했어요.
중현 : 맞아. 맞아.
리혁 :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에요. 당분이 있어야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그러면서 리얼리티 카메라 앞에서 멤버들이 다가올 우주의 생일 이벤트를 의논했다.
제작진 : 몰래카메라 같은 건 어때요?
모두 : (흠칫)
지호 : 절대 안 돼여. 이게 저희 회사에 떠도는 그런 불….
리혁 : 불문율.
지호 : 네, 그거인데여. 절대 우주 형을 깜짝 놀래켜서는 안 된다는 룰이 있어여. 저 형이 인간 흉기라서…….
한편 멤버의 이야기에 따라 화면이 전환되어, 흑백화면으로 레몬 엔터의 박규호 대표가 깜짝 출연한다.
케이블 TV의 재연드라마 같은 장면.
선우주가 고개를 홱 돌리는 장면과 함께 박규호 대표의 놀란 눈이 클로즈업 된다.
땅이 흔들리는 혼란한 카메라 워크와 바닥에서 허리를 짚고 고통스러워하는 중년 사내의 발연기.
스튜디오에 있는 멤버들이 뒤집어지며 웃는 동안, 화면 속에선 진지한 토론이 결론을 지어 가고 있었다.
리혁 : 이건 어때요?
뭐라고 속삭이는 듯한 말에 멤버들의 호응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내용을 자세히 말하려고 할 때.
다음 예고와 함께 앨범 제작기로 넘어가면서 해당 회차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