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9)화 (13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39화

레몬 엔터 앞.

시동이 걸린 밴이 대기하는 동안 우리는 안무가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5일간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저희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어어, 안 돼요!」

선물을 받자마자 풀어보려는 미국인에게 우리가 고개를 저었다.

중현이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낫 오픈. 코리안 매너.”

비주가 부드럽게 웃으며 영어로 덧붙였다.

「맞아요. 여기서 열면 우리가 너무 부끄러울 지도 몰라요.」

“예압! 리혁스 이어 윌 비 파이어!”

“셧업, 막내.”

“아아…! 플리즈 돈 터치 미!”

투닥거리는 동생들의 모습에 안무가와 조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클레이가 선물 상자를 조수에게 건네며 말했다.

「알았어, 친구들.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

그러면서 5일간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즐거운 시간이었어. 너희와 함께 안무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정말 보람차기도 했고. 공연에서도 그 실력 그대로 발휘되기를 바랄게. 행운을 빌어. 그리고 B.」

클레이가 비주를 불렀다.

멤버 중에 유일하게 ‘B’라는 별칭까지 붙은 비주였다.

그럴 만했다.

맨날 같이 보는 우리도 연습할 때마다 ‘춤이란 단어가 사람이 된다면 그건 비주 형이 아닐까여…?’ 하며 놀릴 정도로, 늘 그 실력에 감탄하고 있는데 외부인은 오죽할까.

비주가 춤을 출 때마다 안무가는 턱을 쓰다듬으며 ‘wow’ 하곤 했다.

그런 까닭인지 지금도 호감이 가득 담긴 얼굴로 명함을 내밀었다.

「내 명함이야.」

“허어…….”

「언젠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LA에 올 일이 생기면 연락해. 내가 운영하는 댄스 아카데미에도 한 번 와주고.」

“흐어…….”

복권에 당첨된 사람처럼 눈을 휘둥그레 뜬 비주가 고개를 돌렸다.

“오오오.”

우리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감탄하는 동안, 비주는 클레이와 악수를 했다.

절로 흐뭇한 미소가 나왔다.

마치 학부모가 된 기분이라고 할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담임선생님이 우리 애를 가리키며 ‘이 아이는 정말 뛰어납니다’ 하는 것 같다.

괜히 내가 인정받은 거 같고 기쁜.

뭉클했다.

세계적인 안무가한테 우리 애가 실력을 인정받다니.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동생들도 흡족하게… 아, 김중현. 이 와중에 과자가 넘어가냐.

나와 리혁이가 째려봤더니 녀석이 한참을 고민한 후, 우리의 손바닥에 과자를 하나씩 올려줬다.

한편, 그 뭉클한 감상은 오래 가지 못했다.

우리 막내가 비주에게 찰싹 달라붙더니 해맑게 웃었기 때문이었다.

“리멤버. 위 고 투게더.”

「그래, 다 같이 찾아 와.」

클레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선글라스를 쓴 안무가와 SNS 기념샷을 한 번 찍고는 포옹을 했다.

곧바로 민기 형이 운전하는 밴이 인천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차량이 멀리 점이 되어 사라지자마자 우리는 비주 곁에 모여들었다.

“형! 그 명함 좀 봐여.”

“여기.”

“으앗, 눈이 부셔여!”

비주가 내민 명함에 막내가 눈을 가렸고, 나와 중현이가 ‘오 마이 아이즈!’ 하면서 얼굴을 가렸다.

리혁이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주가 뺨을 긁적이며 수줍게 웃는 가운데 우리끼리 한참 동안 그러고 놀면서 웃었다.

물론, 지나가던 행인이 우리를 보고 눈을 깜빡이는 모습에 다시 근엄함을 되찾았다.

“…좀 바보 같긴 했네.”

“하지만 이런 한심함이 바로 저와 형들의 매력 아닐까여?”

“매력 같은 소리하고 있네. 팬분들이 우리 이러고 있는 거 보면 바로 탈덕이에요. 탈덕.”

“팬분들이 왜 싫어해?”

고개를 갸웃하는 중현이의 물음에 리혁이가 멈칫했다.

“어, 그러니까….”

“중현아.”

내가 중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냥 리혁이는 우리가 즐거워하는 게 싫은 거야.”

“아아, 이제 이해했어요.”

“한 마디로 말해서 성격이 꼬인 거져. 꼬잉. 어, 이거 어감 좋다. 형 별명으로 또 추가해 줄까여?”

“어, 꼬잉. 귀엽다.”

“제발… 이상한 이름 좀 그만 붙여요. 이러니까 팬카페 들어갈 때마다 별명이 하나씩 늘잖아요.”

“그래, 그래. 우리가 미안해.”

“은근슬쩍 어깨에 손 올리지 마요.”

“…까칠하기는.”

심술이 나서 투덜대는 녀석을 토닥이면서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아, 맞다.”

지하로 내려갈 때, 막내가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

“클레이 쌤, 지금쯤 선물 열어보고 있겠져?”

*   *   *

강남대로를 달리는 차량 안.

푹신한 좌석에 몸을 파묻고 있던 클레이 타일러는 선물상자를 꺼냈다.

‘뭐가 들어있지?’

잠시 이상한 상상이 떠올랐다.

상자를 여는 순간, 수면가스가 푸쉬시- 하면서 나오고 정신을 차리면 어딘가에 감금된 채 눈을 뜨는 것이다.

다섯 명의 소년들이 ‘안녕하신가, 클레이. 우리는 춤을 원한다’하면서 그의 노하우를 쥐어짜는 상상이었다.

‘나도 참….’

피식 웃으며 상자를 열었다.

“오.”

귀엽게 생긴 쿠키들이 담겨 있었다.

함께 있던 편지를 꺼내 살피니 B가 만들었다는 수제 쿠키인 듯했다.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오랜만에 좋은 기억 하나를 만들고 떠나는 것 같다고 할까.

‘재미있는 녀석들이야.’

단 5일이었지만 다섯 가수는 놀라운 성장속도를 자랑했다.

물론, 안무를 습득하는 속도는 저마다 달랐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방문하면 모두가 전날보다 더 성장해 있곤 했다.

전날과 똑같은 옷차림으로 퀴퀴한 냄새와 함께 눈 밑에 다크서클이 가득해 있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런 성과 덕에 Masquerade는 단시간 내에 높은 완성도를 자랑할 수 있었다.

‘여기에 연습을 더 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미소를 짓던 클레이 타일러는 멤버들이 편지에 남긴 어설픈 영어 메시지들을 읽었다.

이내 마지막 줄의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기다려라. 우리가 널 찾아갈 것이다.

‘From King’라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보아하건데 쓴 것이 앳된 얼굴의 멤버가 쓴 듯했다.

자기 성씨가 옛날 한국의 왕족 출신이라고 자랑했었지.

“…….”

어감 상으론 ‘미국에서 잘 지내요, 클레이! 우리가 한 번 찾아갈게요!’ 인 것 같은데.

왜 저렇게 무섭게 들리는 걸까.

살짝 떨리는 손길로 편지를 상자 안에 돌려놓았다.

그러고 달콤한 쿠키를 하나씩 빼먹으면서 그의 제자이자 조수인 조니를 바라보았다.

옆자리에 앉은 조수는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또 K팝 뮤비를 보는 건가.’

이제 막 20대가 된 조수는 한국 아이돌에 관해 관심이 많았다.

TNT나 틴스피릿, 아니면 스칼렛처럼 퍼포먼스로 유명한 그룹들의 무대를 보고 있을 게 뻔했다.

“조니, 뭘 보는 거야?”

“…….”

“조니?”

“…네?”

“뭘 보는 거야?”

“아.”

정신을 차린 조수가 보여준 스마트폰 화면에는 그가 예상하지 않았던 것이 떠 있었다.

연습실에서 촬영한 뉴블랙의 마스커레이드 연습영상.

클레이가 웃으며 물었다.

“그건 왜 보고 있었어?”

“모르겠어요. 좀 이상한 게…….”

말끝을 흐린다.

“자꾸 시선이 간다고 해야 하나.”

“그래?”

“네, 전체적인 대형이 그리는 곡선도 그렇고, 확실하게 눈길을 끄는 것 같아요.”

“흠… 이것도 인기를 끌까?”

예술을 추구하지만 클레이 타일러는 엄연히 현실적인 상업성을 추구하는 인물이었다.

K팝에 대해 조예가 깊은 조수가 말했다.

“음… 확신할 순 없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노래도 좋고, 안무도 파워풀한 편이어서요. K팝 팬들에게 반응이 좋을 것 같아요.”

“여기, 아니면 저쪽?”

한국이냐 아니면 바다 건너 다른 쪽이냐고 묻는 안무가의 물음에 조수가 잠시 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내어놓은 답변은 클레이의 마음에 쏙 들었다.

“둘 다요.”

*   *   *

컴백 쇼케이스 날짜가 잡혔다.

11월 19일 수요일로.

한편 우리는 쇼케이스와 음악방송을 위한 안무 연습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이번에는 이미지 변신을 좀 해 보자.

프로듀싱 회의에서 조 이사님이 한 말이었다.

썸씽이나 불꽃놀이를 통해서 뉴블랙의 보컬에 대해선 많이 다뤘으니 이번에는 댄스에 집중해보자는.

불꽃놀이에도 안무가 있지만 아무래도 청량함이 메인 포인트라 댄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안무가 쉬운 건 아니었다.

TJ 동기 중에 댄서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커버 안무 경연대회를 하는데, 불꽃놀이가 쉬워 보여서 선택했다가 피를 보는 참가자들이 많다고.

겉보기로는 쉬워 보이는데, 들어가면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은 게 바로 우리의 첫 안무였다.

그리고 이제는 겉보기에도 어렵고, 실제로도 어려운 걸 해야 했다.

“리혁아.”

“…….”

“일어나. 연습해야지.”

춤이 안 되는 우리 메인보컬은 걸핏하면 쓰러지기 일쑤였고, 하루가 지날 때마다 몸에 파스가 늘어났다.

“리혁아, 춤을 출 때는 동작을 완벽하게 해야지 하는 마음보다는 좀 더 리듬에 몸을 맡겨서….”

“이렇게요?”

“응응. 잘했어.”

리혁이는 비주가 칭찬을 해주며 이끌어주고.

“지호야. 브릿지 파트에서 손동작하며 표정 지을 때, 오른쪽이랑 왼쪽 뺨에 대칭이 되도록 해 보자.”

“이렇게여?”

“흐음….”

“왜 갑자기 웃어여?”

“짱구 같았어. 방금 표정.”

“…….”

“아유, 농담이지. 내가 입이 방정이었네. 어딜 가니. 우리 막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는데.”

나는 이번 앨범의 중심이 될 지호와 표정연기를 돕고 있었다.

데뷔 앨범부터 프로듀서는 우리의 퍼스널 컬러를 지정했다.

그리고 이번 미니 1집은 그중에서 지호의 컬러인 ‘빨간색’을 주제로 삼은 앨범이었다.

빨간색.

신호등이나 경찰차의 경광등에 쓰이듯 어딜 가든 눈에 띄는 색.

눈에 확 띄는 외모를 지닌 우리 막내와 어울리는 색이었는데, 실제로 본인도 좋아했다.

-저도 빨강이 젤 좋아여. 특히 원색.

-왜?

-잘생긴 사람만 입을 수 있는 옷 색깔이잖아여.

참으로 글러먹은 이유였다.

뭐. 이번 앨범의 중심은 지호였다.

1절 후렴구의 센터는 내가, 2절 후렴구는 비주가 차지하고 있지만 엄연히 하이라이트는 지호가 맡은 3절의 브릿지 파트였다.

표정 연기가 중요한 부분.

그랬기에 매일 미튜브로 함께 이런저런 영화 클립 등을 보며 지호와 의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희한하게도 뭔가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지호야.”

“넹?”

“너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평소보다 더 귀여워여?”

“그거 말고.”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탐문수사를 하듯 막내 주변을 맴돌았지만 특이 사항은 찾지 못했다.

뭐지. 진짜.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올랐다.

“지호야, 잠깐 너 저기 벽에 기대 봐.”

“왜여?”

연습실 벽에 기댄 막내를 보고는 동생들을 불렀다.

“비주야, 거기 서랍에서 줄자 좀 가져다줄래?”

“네.”

“뭐하는 거예요? 뭐할 거면 말해요. 내가 뭐든 할 테니까.”

의욕을 보이며 즐거워하는 리혁이에게 내가 말했다.

“지호가 키가 좀 큰 거 같아서.”

“…….”

“대박, 저 컸어여? 진짜루?”

“…….”

막내가 좋아서 방방 뛰는 가운데, 맑은 하늘같던 누군가의 표정에 소나기가 내렸다.

중현이가 흐음 하며 물었다.

“크긴 컸네요.”

그러면서 손뼉으로 굼벵이가 기어가듯 지호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탁탁탁 치더니 말했다.

“176 정도 되려나.”

“그게 가늠이 돼?”

“아뇨. 느낌상.”

그때, 비주가 줄자를 내밀었다.

“형, 여기 줄자요.”

“얼른! 얼른 재 주세여.”

비주가 이내 들뜬 얼굴로 쇠로 된 줄자를 쭉쭉 밀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지호의 머리를 푹 눌러, 머리를 북슬북슬하게 만들어서 키를 더 키우려던 시도를 좌절시켰다.

이내 결과가 나오자, 우리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오! 175.8이에요”

“대박! 저 그럼 얼마나 큰 거예여?”

“잠시만.”

비주가 다이어리 앱을 키더니 지호 탭에 들어갔다.

프라이버시 때문에 자세히는 안 들여다봤는데 뭐가 되게 많다.

육아일기인 줄 알았다.

거기에는 아기 몸무게를 기록하듯 시기별로 지호의 키가 표시되어 있었는데, 올해 2월 달 174 중반이 마지막이었다.

“오. 1센치 넘게 컸네.”

위기감을 느낀 못난 형 하나를 제외한 모두의 얼굴에 흐뭇함이 떠올랐다.

그때, 중현이가 물었다.

“근데, 왜 하나도 안 큰 것처럼 보이죠.”

“그러게.”

“1센치 차이라서 그럴 걸요. 뭐,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힘들잖아요.”

“아냐.”

내가 고개를 저었다.

“뭔가 이유가 있어.”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이내 우리도 말이 나온 김에 재 보자며 키를 잴 때였다.

곧바로 이유를 깨달았다.

왜 지호가 그대로인 것처럼 보였는지.

“대박….”

“형, 우리도 조금 컸어요.”

“난 왜 안 컸지…….”

중현이를 뺀 우리 모두 조금씩 커져 있었다.

특히 리혁이는 1.4cm가 컸다는 것을 깨닫고 금세 의기양양해졌고, 비주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군대에서 큰 게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

훈훈한 침묵이 이어진 후.

“형…!”

“얘들아…!”

동시에 일어나 기쁨의 춤을 추었다.

*   *   *

지하 복도.

‘애들이 좋아하겠지?’

박규호 대표는 멤버들이 먹을 간식을 들고 연습실로 향했다.

손수 편의점에서 산 간식들.

멤버들이 좋아하는 표정이 눈에 선했다.

다이어트와 더불어 최근에 회사로 찾아오는 사생들 때문에 외출을 삼가던 멤버들이었다.

며칠 전에는 바뀐 편의점 알바생이 사생이라 멤버들이 놀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윤석환 실장이 직접 점주와 이야기도 나눈 터였다.

‘뭐. 그래도 새 매니저도 붙였고.’

경호원처럼 든든하게 생긴 새 매니저를 떠올리며 박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연습실 문앞에 섰다.

‘우리 애들 컴백까지 차질 없게, 잘 케어해 줘야지.’

흐뭇하게 웃으며 유리창을 지켜볼 때.

“……?”

이상한 광경이 보였다.

멤버들이 번갈아 가면서 벽에 서더니, 자기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키를 재는 건가…?’

그러곤 마지막에 핸드폰에 적힌 뭔가를 읽더니 다 같이 일어나 방방 뛰며 춤추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눈을 깜빡거렸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

조심스럽게 편의점 봉지를 바닥에 내려놓고, ‘화이팅!’ 하는 쪽지 하나를 남겨둔 채 대표는 자리를 떠났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애들이 요즘 스트레스가 심했나…?”

*   *   *

1cm의 기쁨에 들떴던 그날도 지나가고, 어느덧 컴백 준비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노래의 컨셉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시각화하는 비주얼 작업.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뮤직 비디오였다.

물론, 오늘 찍으려는 것은 엄밀히 말해서 뮤비는 아니었다.

“아아, 간만에 외출하니까 넘 좋다.”

가평의 한 스튜디오.

창고처럼 커다란 건물 앞에서 내리자 막내가 주변에 널린 꽃과 나무를  향해 달려들었다.

중현이도 거기 동참해서 꽃들을 함께 구경했다.

“어우, 쌀쌀해.”

리혁이가 두 팔을 쓸었다.

날이 흐리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겨울이 다가와서 그런지 가평의 날씨는 꽤 쌀쌀했다.

“들어가자.”

안으로 들어서자, 카메라를 세팅 중이던 리얼리티 제작진이 우리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감독님!”

“안녕. 얘들아.”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어둡고 거대한 창고 안을 돌아다녔다.

회사 직원들과 메이크업 쌤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장비와 소품을 옮기는 현장 스탭들에게도 인사하고.

특히, 현장 스탭들은 에버드림의 CF 때 한 차례 만난 적 있는 분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조용현 감독님.”

“어어, 안녕.”

조감독님을 비롯한 스탭들에게 이름을 기억해서 인사를 드리니 다들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별것 아니지만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 느낌이었다.

“어, 안녕. 유 감독님은 저 안에 계시니까. 얼른 가서 인사 드려.”

복잡하게 엉킨 케이블을 넘어 여기저기 기대어 있는 목판을 피하며 걸어간 후.

촬영장 한가운데 있던 유건 감독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어, 뉴블랙. 잘 왔어. 준비는 해 왔니?”

“네!”

유건 감독이 웃었다.

마법학교 CF 때는 연습해 왔다고 했던 우리 말에도 믿지 않고 잔뜩 불신을 품고 계셨는데.

지금은 우리가 연습을 해왔다고 하는 말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편, 그 동안 감독님 뒤편에서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던 뭔가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와아…….”

5미터짜리 수심을 지닌 거대 수조.

바로 우리가 오늘 찍게 될 스토리 필름 ‘Five Colors : The Red’의 배경이 될 세트였다.

2